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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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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06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6 09:15
조회
290
추천
2
글자
8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DUMMY

가벼운 종소리와 함께 음료 제조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희진은 아이스티를 꺼내지 않고, 무언가에 꽂힌 듯 아이스티에 대한 정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기, 다들······.”


정적을 깨는 자그마한 희진의 말소리를 진욱이 들었는지, 진욱은 희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희진은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뒤로 돌아 진욱과 눈이 마주쳤다.


“갈만한 곳을 생각했어요!”

“어딘데?”


빅토리아가 진욱을 대신하여 물어보았다.


“루나 에모스요.”

“달에 있는······.”

“맞아요, 제일 큰 도시죠.”


진욱은 다시 턱에 손을 대며 입을 열었다.


“이유가 궁금하네요.”


희진은 이제 빅토리아와 진욱을 번갈아 쳐다보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빅토리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잖아요. 또 자치령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합의 손길이 덜 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진은 주머니의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 보라색의 끈적끈적한 트리니톤이 들어 있는 시험관을 꺼내 들었다.


“이걸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요. 그러니까 음, 말하자면······ 일타삼피?”


다행히 희진이 의도한 분위기 환기는 성공하였다.

진욱과 빅토리아의 표정이 다소 안정되는 걸 보니, 희진의 제안을 각자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희진이 다시 어색하게 시험관을 넣으려 하자, 빅토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찬성. 루나 에모스면 숨을 곳도 있어. 우리 쪽 사람들도 있고.”


빅토리아는 말을 마치고 진욱을 내려다보았다.

진욱은 빅토리아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눈을 돌렸다.


눈을 돌린 곳에는 기대감을 내심 보이는 희진의 모습이 있었다.

몇 초간 고민하던 진욱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어, 목숨 걸고 구한 저게 뭔지 알 때까지만이야.”


진욱은 테이블을 짚고 있던 손을 살짝 올리며, 트리니톤이 담긴 시험관을 가리켰다.


“잘됐네요! 루나 에모스에 가서 이걸 분석하고, 그다음은 또 그때 가서 생각해봐요.”

“아니, 그땐 끝이······.”


진욱이 한껏 들뜬 희진을 막아서려는 순간, 빅토리아가 빈 맥주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흐름을 끊어냈다.


“그럼 난 루나 에모스로 갈 준비하러 갈게. 알아서 준비들 해.”


빅토리아는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희진은 빅토리아가 나가는 걸 쳐다보다, 그제야 다시 떠오른 듯 아이스티 두 잔을 들어 올렸다.


“참, 이거 어서 마셔요.”


희진은 아이스티 한 잔을 진욱에게 내밀었다.

진욱은 손을 저으며 거절하려는 동작을 취하려 했다.


희진은 내밀었던 손을 조금 더 뻗었다. 진욱은 할 수 없이 아이스티가 담긴 잔을 받았다.

진욱이 잔을 챙기자 희진도 안심한 듯 자신의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셨다.


“와, 진짜 달달 하네요!”


허허벌판의 우주에서 마시는 레몬즙은 사막에서의 오아시스에 견줄 정도였다.

희진의 표정에선 오랜만의 밝은 웃음이 피었다.


진욱도 그런 희진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기에, 따라서 한 모금을 마셨다.

진욱이 보아도 실제로 맛이 괜찮았다.


“그런데, 루나 에모스는 어떻게 떠오른 거예요?”


희진은 다시 한 모금 마시려다, 진욱의 말에 입에 대었던 잔을 살짝 떼었다.


“아, 그게 별거 아닌데······ 아까 아이스티 뽑으려다 보니까, 여기 제조에 루나 에모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래서······ 하하하”


달콤한 아이스티가 입안에 퍼졌기 때문일지, 아니면 기분 좋게 웃는 희진의 모습 때문인지 진욱 역시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이, 비웃지 마요. 생각해보니까 딱 빅토리아 씨가 말한 것들이랑 조건도 맞고요. 거기에 제 대학 동기가 일하는 연구실이 있어요. 걔한테 부탁하면 이번 일들도 빨리 끝날 테고······ 뭐, 여러 가지 이유에요.”


희진은 긍정적인 진욱의 표정에 힘입어 아까 전보다 더욱더 열띠게 이유를 설명했다.


“근데, 진욱 씨.”


진욱은 잔을 기울인 채 눈만 올려다보았다.


“아까 정말 헤어지자고 할 때 혼자 갈 생각이었어요?”

“뭐, 필요하면요.”


진욱의 무심한 대답에 희진은 살짝 삐진 표정을 보였다.


“그래도 돌아갈 땐 같이 가야죠.”

“계약할 때는 태워주는 것까지 만이었어요.”

“어머, 그럼 트리톤 옆에서 덜렁덜렁 매달렸을 때도 절 버려두고 가려 했어요?”


희진의 말투가 희극배우의 코미디 연기처럼 변하였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닌데······.”

“짧지만 그래도 죽음을 넘나들면서 지내고······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희진은 말을 흐리며 눈을 그렁그렁하게 만들었다.

진욱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희진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는 위험 신호가 더 컸다.


그렇지만 희진은 진욱이 대처하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는 모양인지, 진욱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이것만 분석하면 대세 역전이에요, 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진욱 씨.”


눈을 맞추려는 희진의 공격에 진욱은 조용히 고개만 몇 번 움직였다.


끄덕였다고도 하지 못할 움직임이었지만, 희진은 이미 빨대까지 챙겨 유유히 화물칸으로 향하는 출구로 걸어갔다.

희진이 문에 다다를 즈음, 진욱이 희진의 뒤편에 대고 물었다.


“근데 무슨 사이인데요?”


희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물고 있던 빨대를 내려놓았다.


“우리 사이요? 계약 관계죠. 왜요? 무슨 사이 생각했어요?”


희진의 간드러진 말투에는 이미 이겼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아니, 아니에요.”


희진은 진욱의 대답을 듣자 빨대를 입에 물고 라운지를 나갔다.

진욱은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티만 벌컥벌컥 마셔댔다.



------------------------------



“으아아아악!”


태환의 찢어지는 비명이 방안을 울려대었다.

하지만 태환의 옆에 서 있던 정장 차림의 여자는 오히려 그 장면을 즐기고 있었다.


태환의 옆에 있는 모니터에는 태환의 활력 징후들이 섬세하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수치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소리는 꺼두었는지 깜박이는 불빛만이 태환의 고통을 짐작하게 하였다.

머리에 맞지 않는 커다란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아이처럼, 태환의 얼굴은 헬멧에 묻힌 채 입만 뻐끔거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여자는 태환의 입에서 거품이 한두 방울 생기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파르르 떨던 몸이 처지며 태환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난 이래서 클래식 한 방법이 좋아. 확실하잖아.”


여자는 느리지만 도도한 말투로 입을 열며 태환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태환의 헬멧을 잡아 쥔 여자는 태환의 고개를 강제로 젖혔다.


“이미 필요한 건 다 알아냈어. 너는 그냥 확인만 해줘.”

“엿이나······.”


태환이 힘겹게 말을 꺼내었으나, 여자는 태환의 입에 검지를 갖다 대었다.

태환의 거품이 손가락에 조금 묻었으나 여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쉿, 확인만 하면 된다잖아······.”


여자는 손가락에 점점 힘을 주어 태환의 앞니를 눌렀다.

태환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나갈 즈음, 여자는 손을 떼어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앞에 보이는 그대로 고개만 끄덕거려. 마지막이야.”


여자는 단말기를 조작하면서 태환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태환은 굳은 표정으로 있을 뿐이었다.


여자는 단말기를 이리저리 만지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빙긋이 웃었다.


“아, 사촌 동생으로는 모자라는 거였구나. 사촌 동생을 아끼지만 어디까지나 사촌이다, 그런 거였나? 이거 몰랐네······ 그럼 이 사람들은 어때?”


태환이 헬멧 내부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몰랐지만, 굳었던 표정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이익······.”

“이제 입을 좀 열 마음이 생겼어?”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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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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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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