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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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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09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4 18:15
조회
136
추천
3
글자
7쪽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DUMMY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박사님.”

“아닐세, 뭐 대단한 거라고······ 이것도 인연인데, 도움이 또 필요하면 얘기하게.”


부장은 담담한 말투로 인사하며 육면체를 넘겨받았다.

박사는 앞에 쌓여있는 종이책을 살짝 받치며 부장이 나가기 쉽도록 길을 내었다.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며 상아처럼 깨끗한 출입문이 열리자 부장은 복도로 나왔다.

박사는 문 바로 앞 책장에서 멈추었다.


“잘 들어가게.”

“감사합니다, 박사님.”


부장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박사는 뒷짐을 지려고 손을 허리 뒤로 돌렸다.


“그리고, 몸조심하십시오.”

“허허허, 정보부 사람이 다녀갔으니 몸조심해야겠구먼.”


박사는 뜬금없는 오지랖으로 들릴 수 있는 부장의 인사를 꽤 유쾌하게 받아넘겼다.

문이 닫히자, 부장은 문 옆에 놓인 명패를 다시 한번 슬쩍 보았다.


‘프랑수아 골든. 석좌교수, 천체물리학 박사.’


명패를 앞에 두고 부장은 육면체를 만지작거렸다.

부장은 육면체를 다시 품속에 넣고 밖을 향하여 걸어 나갔다.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자기부상 차량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며 부장은 PSC에 손을 대었다.


“함장, 지금 갈 테니 준비하도록. 아쉽게도, 별로 알아낸 것은 없네.”


부장은 늘 그렇듯 짧게 말을 남긴 후, 차량에 올라탔다.


서서히 움직이는 차량에 몸을 맡긴 부장은 고개를 기대어 창밖을 보았다.

툴론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희진의 말이 사실임은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부로부터 토사구팽당한 데에서 시작된 부장의 분노가 처음으로 길을 잡은 느낌이었다.


이대로 파샤의 보고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부장 스스로 계속 조사를 하면 될 것 같았다.


다만, 부장은 박사가 말한 늙은이의 의견이란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부장은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화려한 홀로그램 광고판이 두어 개 지나갈 무렵, 부장은 마침내 눈을 뜨고 PSC를 만졌다.


“함장, 믿을만한 부하 몇 정도 지금 나한테 보내주게.”


관록에서 오는 감을 따르기로 한 모양인지 아니면 박사의 의중이 궁금했던 모양인지는 몰라도, 부장은 차를 급하게 돌렸다.


그리고 속도를 내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지금 출발합니다.”


나무 뒤에서 교정을 지켜보던 정장 차림의 툴리아가 속삭였다.

툴리아는 천천히 속도를 내는 검은색의 자기부상 차량을 눈으로 좇으며 바라보았다.


차량이 멀어지자, 툴리아는 끼고 있던 디지털 글래스를 벗었다.


“확인했습니다. 맞습니다. 네.”


툴리아는 시선을 올려 회백색의 건물 한 곳을 바라보았다.


“창가에 프랑수아 박사로 추정되는 노인이 있습니다. 이동하는 차량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툴리아는 매의 눈빛으로 박사를 관찰하며 사무적인 말투로 보고를 하였다.

이윽고 박사가 창가에서 사라지고 유리가 불투명으로 바뀌었다.


툴리아는 나무 옆으로 한 발짝 나왔다.

정장 외투가 살짝 흩날려 나무에 닿을 것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입술이 살짝 마른 모양인지, 툴리아는 입술을 살짝 다셨다.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던 대답이 PSC를 통해 툴리아의 귀로 들어왔다.

툴리아는 짧게 대답을 마쳤다.


PSC에 손을 뗀 툴리아는 뒤를 돌아보고 손을 두어 번 휘저었다.


그러자, 참호 속의 병사들이 호루라기 소리에 전진하듯, 언덕 밑에서 대기 중이던 정장 세 명이 툴리아의 신호에 맞춰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차량 준비시키고, 조용히 처리하자.”


툴리아는 정장 무리와 함께 천천히 회백색의 건물, 아니 목표물을 향해 이동하였다.



------------------------------



“8층입니다.”


약간의 잡음과 함께 흘러나온 기계음이 엘리베이터 안에 아름다운 파동을 만들었다.


진동하던 파동은 엘리베이터 가운데 서 있는 부장에게 반응을 일으켰다.

부장은 힐끗 층수를 올려다보았다.


곧이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부장은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뻥 뚫린 건물 가운데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부장의 왼편을 비추고 있었다.

부장은 선글라스를 꺼내어 착용하였다.


군데군데 놓인 화분을 지나치며 부장은 코너를 돌았다.

순간, 부장은 벽에라도 부딪힌 듯 제자리에 멈추었다.


부장의 눈앞에는 자신과 같은 매끈한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박사를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박사는 무언가에 마취가 되었는지 의식이 없어 보였다.

부축하던 정장 두 명 역시 갑작스러운 부장의 등장에 발을 멈추었다.


부장과 정장은 사태 파악을 위해 서로의 뉴런을 빠르게 가동했다.

간발의 차이로 부장이 먼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광자총을 꺼내 들었다.


왼쪽 어깨로 박사를 부축하던 정장 차림의 남자가 급히 오른손을 움직여댔지만, 이미 늦었다.


부장의 광자총에서 나온 빛줄기 하나가 남자의 가슴팍을 정확히 꿰뚫었다.


“커억!”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남자는 풀썩 쓰러졌다.

그 때문에 다른 한 명은 균형을 잃어버리면서 몸이 흐트러졌다.

부장이 그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부장은 바로 이어 광자총을 발사하였다.

남은 정장 차림의 남자 역시 별 저항 없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힘을 잃은 박사는 정장의 사내 위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부장은 급하게 뛰어가 박사를 받쳤다.

부장은 가까스로 받아낸 박사를 업었다.

부장은 광자총을 정면으로 겨눈 채, 돌아온 복도를 향해 뛰듯이 돌아갔다.


코너를 돌아서며 순간 비치는 햇빛을 의식할 무렵, 반대쪽에서 정장을 입은 사람 한 명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부장은 광자총을 빠르게 연사로 전환한 뒤 기둥을 방패 삼아 난사하였다.

빠르게 허공을 가르고 오는 광선에, 올라오던 정장 차림의 사람은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그 사람도 노련하게 엄폐를 하며 곧바로 부장을 향해 반격을 가했다.


“젠장······.”


부장은 광자총의 배터리팩이 거의 떨어지자 바지춤을 뒤적였다.

하지만, 여분의 배터리팩이 없었다.


쓰러트린 정장 무리에게 다시 돌아가 뺏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부장은 재장전을 포기하고 필사적으로 박사를 업고 뛰었다.

부장이 지나갔던 궤적을 따라 광선이 하나둘 박히며 부장을 좇아갔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바로 앞 기둥까지 숨은 부장은 잠깐 숨을 돌렸다.

박사를 기둥 뒤에 앉힌 부장은 정장의 공격이 잠깐 진정되자, 재빨리 내림 버튼을 누르고 다시 엄폐하였다.


“8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구원과도 같은 엘리베이터의 기계음이 들리고 문이 열렸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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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7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8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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