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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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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00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3 18:15
조회
194
추천
1
글자
7쪽

5장 죽 쒀서 개줬어. (2)

DUMMY

“말씀 중에 실례합니다. 선체 점검을 하는 동안 장례식을 해도 괜찮냐는 요청이 왔습니다.”

“무슨 말인가?”

“일전에 전사한 병사 중 한 명이······ 여기 루나 에모스가 고향이라고 합니다.”


젊은 관제관의 살짝 떨리는 말투에 담긴 마음이 함교의 공기를 타고 나탈리 함장과 부장에게 닿았다.

나탈리 함장은 바로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입술 사이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안타까움이 티가 날 무렵, 옆에 있던 부장이 담배를 하나 꺼내 들었다.


새로운 정적이 깃드는 함교에서 라이터의 찰칵거리는 소리만 퍼졌다.


담배를 물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려던 부장은 갑자기 손을 멈추고 팔을 내렸다.

대신 부장은 여자 관제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그 요원이 프레더릭 에이콘인가?”

“네, 넵!”


젊은 관제관은 부장의 물음에 얼떨결에 대답하였다.

부장은 대답을 듣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무도 그 정적을 다시 깨트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부장의 눈빛은 강한 철벽 안에 어린 소년을 품은 듯 복잡하였다.


“부장님······.”


나탈리 함장은 조심스레 말을 꺼내었다.

그러나 부장은 나탈리 함장의 부름과는 상관없이,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그대로 집어넣었다.


“장례식은 어디서 하지?”

“화물칸에서 진행됩니다. 거의 다 준비가 되었다고······.”

“이걸로 볼 수 있나?”


담담하지만 무거운 부장의 부탁에 젊은 관제관은 자신의 단말기를 만졌다.

그러자, 전면 모니터에 새로운 창이 뜨면서 화물칸을 비추는 CCTV 화면이 나타났다.


수십 명의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검고 길쭉한 상자 몇 개가 있었다.

함교의 모든 사람이 그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보았다.


“장례식은 지금 진행하도록.”


전면 모니터를 지켜보던 부장은 나탈리 함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명령을 전달하였다.

나탈리 함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나탈리 함장은 이어지는 부장의 말에 순간 고개를 올려다보며, 부장의 입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부장의 눈빛은 방금과 달리 날카롭게 변했다.


“우리는 지금 귀환하지 않는다.”


나탈리 함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장을 지켜보았다.

부장은 단말기를 몇 번 조작한 후, 함교 구석까지 다 들리도록 무거운 목소리로 짤막하게 말을 이었다.


“재정비 후, 사진에 보이는 새 좌표로 이동하도록.”


부장의 결단에 나탈리 함장의 눈빛은 곧 의아함에서 비장함으로 바뀌었다.

나탈리 함장은 재빠르게 새로운 명령을 전달하였다.


함교에 있는 제복 차림의 관제관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탈리 함장은 무기 관제관에게 다가가 명령을 하려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좌석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부장의 모습이 꽤 달라 보였다.

평온한 가을을 뒤로 하고, 겨울을 맞이하는 한 마리의 사자처럼 보였다.



------------------------------



“여기가 대체 어디에요?”


진욱은 공조실을 원격 점검하며 소리쳤다.

ITC와 단말기를 번갈아 보던 희진은 진욱의 말을 못 들은 모양이었다.

희진의 정신은 무언가 바삐 돌아가는 ITC 화면에만 있었다.


진욱은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희진을 바라보려다, 다가오는 빅토리아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조종석 옆의 난간을 잡으며 발걸음을 멈춘 빅토리아는 밖을 흘깃 살폈다.


“뭐 잡히는 건 없어?”

“확인하는 중이야.”


빅토리아는 앞에 놓인 계기판 밑의 스위치들을 눌렀다.

조종석 앞 계기판에서 얇은 빛줄기가 나오더니, 홀로그램이 버벅거리며 나타났다.


가운데 놓인 점이 빅토리아의 함선인 것 같았다.

그리고 홀로그램은 가운뎃점을 기준으로 구형을 그리며 천천히 넓어지고 있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 모양······.”


진욱은 한동안 경계선만 표시되는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낙담한 말투를 내뱉었다.


“잠깐, 이거 봐.”


그때, 빅토리아의 함선 후방 아래쪽에 무언가 반짝이는 점이 표시되었다.

홀로그램이 넓어질수록 반짝이던 점은 작은 구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행성이야.”


진욱의 짐작에 불을 지피듯, 빅토리아는 확답하였다.

홀로그램에 비추어진 크기로 볼 때 행성, 아니면 꽤 큰 소행성 크기는 되어 보였다.


진욱과 빅토리아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진욱은 빠르게 함선의 항로를 행성을 향해 설정했다.

빅토리아는 뒤로 가서 희진을 불렀다.


희진은 여전히 ITC를 보면서 무언가 열중하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몸을 돌리며 희진의 어깨를 치면서 유영을 멈추었다.


“희진아!”

“트리니톤의 분자량이······ 빅토리아 씨! 제가 수집한 트리니톤이랑 이곳의 트리니톤을······.”

“그래, 알겠어. 근데 지금은 이것 좀 볼래?”

“네? 무슨······.”


빅토리아는 말없이 희진의 옆에 표시된 ITC를 조작하였다.

빅토리아의 손가락을 따라 눈을 돌리던 희진은 ITC에 새롭게 뜬 화면을 보고 입을 천천히 벌렸다.


아니, 그보다는 과자의 집을 처음 보는 아이의 표정처럼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이거 설마?”

“지금 여기로 갈 거야. 네 생각대로 툴론의 본거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할 필요는 있어. 가는 동안 심층 분석 좀 해줘.”


ITC에서 반짝이는 행성을 본 희진의 머릿속은 이미 과학자로서의 희열이 바다처럼 채워지고 있었다.

때문에, 빅토리아의 부탁은 희진의 귀에서만 머물다 흩어졌다.


“진정하고, 일단 조사부터 해.”

“아, 알았어요.”


빅토리아가 희진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자, 그제야 희진은 ITC의 패널을 만지기 시작했다.


다시 조종석 쪽으로 향한 빅토리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전면 유리 너머로 보이는 야구공만 한 에메랄드빛의 행성의 모습이었다.


“희진이가 분석해서 결과 나오면 앞에 뜰 거야. 가는 데는 얼마 정도 걸려?”

“삼 분 정도?”


빅토리아는 진욱에게 말을 전한 후, 진녹색의 행성에 빠져들 것처럼 정면을 바라보았다.


“툴론의 고향은 아니겠지?”

“아마도. 그랬으면 벌써 공격받았을 거야.”


야구공이 자동차만 한 크기로 커졌을 무렵, 빅토리아는 재차 확인하였다.

눈앞에 놓인 구체의 면모를 이제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초록색이라면 나무······ 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빅토리아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모니터 한쪽에 희진이 끝낸 분석 결과가 하나씩 띄워졌다.


“산소 24%에······ 열대 기후······.”

“이런 곳이 있었어?”


분석 결과를 하나하나 따라 읽으면서도 의아한 모양인지, 진욱은 분석 결과를 띄엄띄엄 읽었다.


빅토리아는 반문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빅토리아의 눈에 더욱 명확하게 행성의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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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6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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