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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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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93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7 18:15
조회
237
추천
3
글자
7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DUMMY

“희진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네 부탁이긴 하지만······ 너 진짜 저 여자한테 협박 같은······.”

“아아, 그런 거 아니야. 진짜 내가 원해서 그래.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야, 태훈아. 우리 대학교 때 너 벼락치기 하던 것도 도와주고, 화성 대기 자료 필요하다고 해서 내 졸업논문 준비할 때 같이 측정도 해주고 그랬잖아.”


희진은 협박이라는 말에 놀랐지만, 이내 감성을 돋구는 말투로 동정표를 얻을 생각이었다.

태훈 역시 대학교 때의 일이 기억나는 듯 조용히 손가락을 무릎에서 까딱거렸다.


빅토리아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았다.

희진은 이제 두 손까지 모을 기세였다.


“분석해 주는 게 좋을 거야.”

“희진이는 그렇다 치고, 당신 말은 무슨 의미지?”


태훈은 끼어드는 빅토리아에게 반문하며 쏘아붙였다.

빅토리아는 기대었던 등을 떼어 태훈에게 기대었다.

태훈은 살짝 멈칫하였지만, 처음처럼 바싹 숙이지는 않았다.


“무슨 의미냐면, 우릴 안 도와주면 당신이 소리 소문 없이 세상에서 사라질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는 거지.”


빅토리아는 불편함에 힘을 주며 태훈에게 말하였다.

말을 마친 빅토리아는 오른손 검지를 천장 구석으로 가리켰다.


태훈은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혹시라도 신고할 생각은 하지 마. 카메라에 대고 인사해.”


태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뒤로 보이는 빅토리아는 입꼬리를 올렸다.


“희진아, 너 진짜 갑자기······.”


괜히 화풀이라도 하듯 태훈은 희진을 향해 살짝 강한 어투로 말하였다.

희진은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내색과 순전히 자신의 의도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 희진의 변호사가 된 빅토리아는 태훈에게 마지막 쐐기를 꽂았다.


“결정해. 이것만 분석하고 편안하게 안방의 침대로 가서 자던가, 거절하고 불편하게 연합정보부 감호실의 침대에서 우리랑 같이 자던가.”


연합정보부라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 태훈의 모습을 보고 빅토리아는 속으로 승기를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태훈은 팔꿈치를 무릎에 올린 후 허리를 숙이며 고뇌하였다.

그리고 몇 초 후, 태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하면 되는데?”


희진은 태훈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해줘.”

“진짜 너 얼굴 봐서 해주는 거야. 아무튼, 분석까지 만이야······ 뒷일은 책임 못 져.”

“응, 알았어. 진짜 고마워.”


태훈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힘들게 승낙하였다.

원하는 바를 얻은 듯 빅토리아는 천천히, 그렇지만 당당하게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희진은 태훈에게 파우치를 건네주었다.

태훈은 파우치 내부를 살펴본 후 안주머니 깊숙이 넣고 일어섰다.

희진은 태훈을 바래다주려는 듯 따라 일어났다.


“결과는 어떻게 전달하지?”


태훈은 빅토리아를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아직 뒤끝이 남은 듯 날카로움이 스치는 말투였다.


“우리가 때가 되면 연락할 거야. 이번처럼 무례하게는 안 할 거니 걱정 말고.”


빅토리아는 여유롭게 태훈의 말을 받아치고는 다시 창가로 향하였다.

태훈은 뒤돌아서는 빅토리아를 뚫어지게 쳐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문까지 태훈을 마중 나간 희진은 마지막으로 짧게 몇 마디를 나누고 철문을 닫았다.


“휴, 다행이에요. 오랜만에 만나 부탁하는 거라 걱정했거든요. 제가 직접 해야 제일 확실하긴 한데, 쟤 정도면 그래도······.”


희진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얘기하듯, 마음속의 생각들을 꺼내며 정리하였다.

자기 고백이 끝이 날 즈음 희진은 빅토리아의 옆에 서 있었다. 희진은 조용한 빅토리아를 바라보았다.


검붉은 빛줄기에 지나가듯 보이는 빅토리아의 표정은 딱딱하게 보였다.


“희진아.”

“네?”


나긋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부르는 빅토리아의 소리에 희진은 살짝 놀란 듯 대답하였다.


“태훈이란 저 동기 학교에선 어땠어?”

“아아······ 덤벙대기는 해도 괜찮은 친구예요. 능력도 좋고요.”


희진의 말은 끝으로 갈수록 밝아졌지만, 빅토리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래······.”


빅토리아는 어두워지는 빌딩들 아래로 걸어가는 태훈이 사라질 때까지 내려다보았다.



------------------------------



“희진아, 주변에 수상한 건 없어. 시작해.”


빅토리아는 오른쪽 눈에 은백색의 휴지심 같은 망원경을 단 채 창밖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PSC를 통과한 빅토리아의 말은 암호화되어 희진에게 곧바로 전달되었다.


멀리 보이는 희진의 차림은 검은 외투와 청바지를 입은 다소 평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희진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 근심은 다 가지고 있는 중년의 아주머니 얼굴로 변해 있었다.

곧 아주머니 얼굴을 한 희진이 움직이면서 빅토리아의 작전이 시작됐다.


빅토리아는 희진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자 자리로 돌아왔다.

망원경을 벗어 놓은 후, 모니터로 걸어가는 희진을 바라보았다.


비밀스러운 작전에 걸맞게, 모니터로 보이는 희진은 최대한 평범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 후, 희진은 인파 속으로 합류했다.


루나 에모스 제2공항 앞을 물 흐르듯 걸어가는 희진의 모습을 보면, 빅토리아의 속성 밀수 조언들이 꽤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빅토리아 씨, 앞에 보여요.”

“좋아, 확인만 시키고 바로 물건 받아.”


희진은 빅토리아의 지시를 되새기며, 흡연 구역을 향해 걸어갔다.


“혼자 보내도 괜찮겠어?”


빅토리아의 옆에서 같이 모니터를 보던 진욱이 희진에게 눈을 고정한 채 말하였다.


“걱정 마. 이쪽에서 일류인 용병들을 고용해서 뒤에 붙여놨어.”

“용병?”

“중요한 거래엔 기본이야.”


빅토리아의 대수롭지 않은 말투에 진욱은 일단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빅토리아가 준비했다던 아지트는 전형적인 밀수꾼의 대피소 같았다.

허름한 뒷골목 간판 없는 국숫집의 2층이었다.


루나 에모스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의 비좁고 불편한 곳이었다.

돼지우리 같은 동네에서도 한 번 살아 본 진욱이였지만, 진지하게 혼자 도망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쌓아온 짬은 진짜였는지, 빅토리아가 세운 작전은 꽤 체계적이었다.

거기다, 아직 도망가기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진욱은 일단 함께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물건 받으면 우린 바로 네 함선으로 가면 되나?”

“맞아. 관제소 직원을 하나 포섭해 놨어. 큰 변수만 없으면 문제 없어.”


빅토리아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진욱에게 대답하였다.

빅토리아는 미간을 찡그리며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그리고······ 지금으로써는 저게 제일 큰 변수지.”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3.02 18:19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8 파란펭귄
    작성일
    21.03.03 15:19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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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5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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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80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8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4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4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6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8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71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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