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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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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91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7 18:15
조회
178
추천
1
글자
7쪽

5장 죽 쒀서 개줬어. (6)

DUMMY

“사실인 것 같습니까, 부장님?”


정장을 차려입은 파샤의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

공손히 모은 손은 고급스러운 책상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부장을 향해있었다.

부장은 담배를 끄며 책상 위의 모니터를 계속 응시하였다.


“다 믿을 순 없겠지. 그렇지만, 저 아래 보이는 기지는 확실한 툴론의 흔적이야.”

“밀수꾼이 쓰던 기지라거나, 일종의 눈속임 아닐까요?”

“아니, 난 그동안 있었던 툴론과의 전투에 모두 참여했었네. 우주에서 두 번, 지상에서 세 번 싸웠지. 그때 보았던 함선이나 구조물들과 같아.”


부장은 모니터에 펼쳐진 영상을 보며 파샤의 의문점을 일축했다.


“그리고, 우리 요원을 사살한 것 또한 사실이지······.”

“네, 그렇습니다.”

“흐음······.”


부장은 담배를 문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파샤는 조용히 단말기를 꺼내어 들었다.


부장의 스타일을 알고 있었는지, 파샤는 부장이 생각을 마치게 될 때를 조용히 기다렸다.


현장에서 뛰던 시절에는 빠른 판단력과 속전속결이 특징이었다는 부장의 소문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지만, 지금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보는 부장의 매서운 눈빛을 보면 때때로 꽤 신중한 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파샤가 그런 쓸데없는 딴생각에 잠긴 사이, 부장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단 본부로 돌아갈 때까지 24시간 경계를 서며 지켜보도록. 본부에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셋을 공항 테러와 엮는다면, 툴론과의 연결 고리 정도는 없앨 수 있어. 뭐, 그런 부분은 인계하고 나면 국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파샤는 단말기를 만지며 대답하였다.

부장은 파샤를 슬쩍 쳐다본 후, 가슴팍 위치에서 손을 휘저었다.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펼쳐 보였다.


“저기, 부장님.”


파샤는 고개를 살짝 들고 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돌아오라는 국장님 명령도 어기고 감행한 작전인데, 이대로 다 본부에 넘기면 우리만 솔직히 죽 쒀서 개 주는 꼴 되는 거 아닌가요······.”


아쉬움 반, 용기 반이 섞인 파샤의 목소리가 부장에게 닿았다.

부장은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어 파샤를 보았다.


“자네도 함장 같구먼.”

“네? 그게 무슨······.”

“아니 됐네. 파샤, 나랑 몇 년 지냈나?”

“삼 년입니다, 부장님.”


부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파샤는 일단 대답하였다.

부장은 무거운 목소리와는 다르게 살짝 얼굴을 평소보다 더 폈다.

날카로웠던 눈매가 조금 낮아졌다.


“그렇군······ 책상에 앉는 것이 아직 익숙하진 않아. 그렇지만, 자네가 볼 때 내가 그렇게 허술한 것처럼 보이나?”

“아, 아닙니다.”


부드러운 인상으로 꾸짖는 부장의 모습에, 파샤는 절로 고개를 숙였다.


“아니, 자네를 뭐라 하는 건 아닐세······ 전장에서 하나 배운 게 있는데, 필요할 때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걸세. 명령을 어기긴 했지만, 저들을 다시 잡았으니 내 잘못은 어느 정도 책임진 셈이네.”


부장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난 저들을 연합군이 아니라, 국장님이 계신 정보부에 바로 넘길 거야. 연합정보부 식의 취조가 저들에게 들어가겠지. 뭐, 내 공적으로 쌓이지는 않아 아쉽긴 하지만, 여긴 전장이 아니니까······.”


부장은 말을 마치며 책상을 어루만졌다.


“말했다시피, 날 대신해서 정보부가 적절하게 처리할 걸세. 그 정도면 죽은 요원들의 슬픔도 어느 정도 덜어지겠지. 대신 나는 저 아래 있는 툴론에 대한······ 조사 권한을 국장님과 얘기할 생각이네. 저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본부에게선 툴론에 대한 조사도 얻어내면 나쁘지 않을 걸세.”


부장은 손깍지를 끼며 차근차근 설명하듯 말하였다.

또박또박 박히는 부장의 생각을 들으며, 파샤는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다고, 승진 같은 건 아니니 기대하진 말도록.”

“네? 아, 아닙니다······.”


부장은 어울리지 않는 유머로 마무리를 하며 파샤를 내보냈다.

파샤는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왔다.

부장은 아까 전 내려놓았던 담배를 다시 집었다.


본부로 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어디인지도 아직 정확히 모르는 머나먼 이곳에 연락이 올 일도 없었다.


부장의 머릿속에는 앞으로의 대강의 시나리오들이 더 있었지만, 지금은 파샤에게 말한 ‘플랜 A’만 생각하기로 했다.


책상에 앉게 된 이후로, 여유가 늘어난 점은 부장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곳에서는 겉으로라도 그런 여유로운 자세가 필요했었다.


모니터에 나타난 희진, 진욱 그리고 빅토리아의 정보와 이들이 찍은 툴론에 대한 영상들을 보며, 부장은 담배를 평소보다 편하게 빨아들였다.



------------------------------



“흐읏! 젠장.”


희진은 힘이 풀린 듯, 손을 내린 채 털썩 주저앉았다.

기운이 다 빠진 모양인지, 희진은 옆을 향해 한숨까지 크게 쉬었다.


“여기로 한숨 쉬지 마요.”


진욱이 손사래를 몇 번 하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진욱의 불편함을 희진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진욱의 모습에서 밀려드는 짜증이 더 많은지라 희진은 한숨을 끝까지 내뱉었다.


“저기, 그때처럼 막 탈출할 수 없어요?”


희진은 고개를 조금 돌린 진욱을 향해 투정 부리듯 말하였다.


“이번엔 없어요.”

“아이, 그러지 말고······ 남는 게 시간인데 같이 찾아봐요.”

“희진 씨 자고 있을 때 다 훑어봤어요.”

“그럼 그냥 이렇게 있어요?”


희진은 진욱을 살살 달래보았으나, 진욱의 대답 역시 만만치 않게 단호하였다.


더는 대답하지 않는 진욱에게 뾰로통해진 희진은 회색 톤의 감호실을 괜히 한 번 더 살펴보았다.


그리고 맞은편 구석에 있던 새로운 목표물이 희진의 눈에 포착됐다.


“빅토리아 씨.”


희진은 산 정상에서 고함을 치듯, 손을 입에 모으고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로 빅토리아를 불렀다.


그러나 빅토리아 역시 구석에 가만히 서서 허리에 손만 얹은 채, 천장과 벽만 멍하게 볼 뿐이었다.


희진은 저리는 발목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벽 앞으로 툭 튀어나온 공조부를 살짝 비켜나가며 구석으로 간 희진은 빅토리아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빅토리아 씨, 좋은 생각 있어요?”

“아니, 아직은 없어.”


빅토리아는 벽면의 합성 유리를 살살 두들기며 대답하였다.

빅토리아는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희진의 눈은 순간 빛이 났다.


“아직요? 그럼 곧 탈출할 계획이 있나 봐요. 우와······ 역시 알아주는 밀수, 아니, 무역업자는 뭔가 다르네요.”


칙칙한 골방 같은 감호실 분위기 속 어딘가에서 스며든 온기처럼, 희진은 빅토리아를 치켜세웠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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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3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5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4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4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1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5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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