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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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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99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0 09:15
조회
164
추천
1
글자
7쪽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DUMMY

“좋아요.”


승낙한 희진은 검지를 올리며 조건을 걸었다.


“단, 툴론에 대한 논문이나 발표에는 제 이름이 나가야 해요.”

“난 그냥 그 툴론이 어떤 놈들인지 더 알고 싶을 뿐일세.”


부장의 말뜻을 이해한 희진의 얼굴이 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빅토리아와 진욱도 거래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악수할 사이는 아니니 먼저 일어나겠어.”


빅토리아는 뒤끝이 묻어나는 힘으로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장 역시 다부진 몸을 일으켜, 정자세로 셋을 바라보았다.

희진과 진욱 역시 빅토리아를 따라 일어섰다.


“자세한 건 파샤의 안내를 따라가며 물어보도록. 좋은 소식 기다리겠네.”


부장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문을 나가려 하였다.

열린 문으로 발을 디딘 순간, 부장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혹시, 프레더릭 에이콘이라고 아는가?”


부장은 희진과 진욱을 쳐다보며 질문하였다.

의외의 질문에 희진이 머리를 돌리기 시작할 무렵, 부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 둘이 탈출하다가 죽인 우리 요원 중 하나일세.”


돌아가던 희진의 머리가 순간 멈췄다.

진욱은 가만히 부장의 말을 들었다.


“총 세 명일세. 자기들의 임무를 다하다 전사했으니 어쩔 수 없네. 다만,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예의를 표해주도록.”


고개를 살짝 내린 채 얘기하던 부장은 문을 빠져나갔다.

희진이 멍해 있는 사이, 부장의 뒤에 있던 파샤가 부장의 위치에 대신 섰다.


“따라오십시오.”


딱딱한 말투로 말한 후 돌아선 파샤는 그대로 문을 빠져나왔다.

불쾌한 표정의 빅토리아가 제일 먼저 감호실을 나왔다.


희진은 진욱이 나서는 걸 보고 따라 나갔다.

개미가 오와 열을 재어 지나가듯, 파샤를 필두로 한 행렬은 화물칸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희진과 진욱이 탈출했던 통로가 눈앞에 보였다.

희진은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모양인지, 손가락으로 환풍구를 가리키며 진욱에게 눈치를 주었다.


진욱은 그때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희진이 진욱을 툭툭 찌르면서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때를 재연하자, 진욱도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소지품은 여기 있으며, 나머지는 그대로 빅토리아 씨의 함선 안에 있습니다.”


화물칸의 출입문이 열리며 익숙한 총알 모양의 함선이 제일 먼저 세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를 반가움이 피어오르던 순간이었다.


파샤는 바로 옆의 철제 상자를 손으로 치면서 다소 큰 소리로 세 사람의 주의를 돌렸다.


파샤가 상자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희진의 휴대용 과학자 키트부터 빅토리아의 세뮤르 담배에 진욱의 잡동사니까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각자의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는 동안, 파샤는 성큼성큼 빅토리아의 함선을 향해 걸어갔다.


제일 먼저 짐을 챙긴 진욱이 파샤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선내로 들어갔다.

뒤이어 빅토리아가 파샤를 째려보며 자신의 함선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점검할 것이 많은지, 단말기를 보며 소지품을 확인하던 희진이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파샤는 PSC에 손을 얹은 후 몇 마디 한 뒤, 문을 닫으며 빅토리아의 함선에 탑승하였다.


이미 진욱은 엔진 시퀀스를 가동하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부조종석 자리에 앉아 ITC를 확인하고 있었다.


희진은 간이 좌석에 앉아있었다.

파샤 역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희진의 옆에 앉은 파샤는 안전벨트를 매었다.

단말기를 만지던 희진은 파샤가 앉자, 고개를 돌려 파샤를 쳐다보았다.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파샤는 연노랑의 오팔 색의 눈동자가 돋보이는 외모였다.


“그래서, 부장의 심복 정도 되나 봐요?”


희진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처음 말문을 열었다.

파샤는 희진의 목소리에 반응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연합정보부 2급 요원 파샤 아르메르입니다. 지금은 부장님의 비서 직책이에요.”


다소 딱딱한 말투였지만, 부장보다는 그래도 덜 했다.


세게 엉덩이를 맞고 난 후의 주사는 안 아프다고 했던가, 희진은 부장보다는 조금 더 사람 향기가 말투에서 묻어나는 파샤에게 약간 경계심을 낮추었다.


“그렇군요. 편하게 파샤라고 부를게요.”

“알겠습니다.”


희진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파샤의 표정은 건조한 대답만큼 무표정이었다.

희진은 천천히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단말기를 다시 만졌다.


“출발한다.”


빅토리아의 무전이 선내에 퍼지며, 빅토리아의 함선이 천천히 떨기 시작했다.

파샤는 서서히 몰아치는 진동을 느끼며, PSC에 손을 대고 무언가 얘기를 하였다.

함선이 오른쪽으로 천천히 선회하는 것이 등을 기대고 있던 벽으로 전달되었다.


희진은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옆에 앉은 파샤는 선내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희진에게 시선이 닿았다.


“뭐 하고 있나요?”

“뭐가요?”


파샤의 물음에 희진은 한쪽 눈만 뜬 채 대답하였다.


파샤는 대답 대신 길쭉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빛나는 노란 눈을 가리켰다.

그러고 눈을 감았다 떴다.


“우리 때문에 세 명이 죽었다잖아요. 잠깐 눈 감고 기도했어요.”


높아지는 진동 때문에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파샤는 희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희진을 바라보는 파샤의 눈빛이 너무 또렷하였는지, 희진은 손사래를 쳤다.


“에이, 신을 믿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희진은 자문자답 비슷한 말을 농담으로 남기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희진은 조종석 쪽으로 고개를 돌려, 전면 유리로 서서히 보이는 새까만 우주 공간을 쳐다보았다.


파샤 역시 돌아선 희진의 너머로 보이는 우주를 보았다.



------------------------------



“발사!”


거대한 외침이 사라질 찰나, 공기를 찢어버릴 격발음과 소음이 울려 퍼졌다.

구식 화약총의 소음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합군 제복의 일렬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발포 음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몇 걸음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부장이 담배를 발로 비비며 껐다.

옆에 있던 제복 차림의 나탈리 함장은 그런 부장을 바라보았다.


“괜히 나를 배정받아 이런저런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군, 함장.”

“아닙니다, 부장님.”


부장의 혼잣말과 같은 가벼운 한탄에, 나탈리 함장은 일부러 힘을 주며 대답하였다.

나탈리 함장과 부장은 그 후 말없이 장례식을 지켜보았다.


발에 걸리는 낙엽들이 서서히 강해지는 바람에 흩날려 하나둘 움찔거리기 시작하였다.


발치에 있던 낙엽이 옆에 있는 포플러 나무 밑에 모일 즈음, 마지막 발포가 끝이 났다.

이윽고 관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부장은 어느새 새로 피운 담배를 다시 발로 끄고 몸을 돌렸다.

단말기를 만지고 있던 나탈리 함장도 부장의 바로 뒤를 따라갔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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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6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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