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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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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934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3 09:15
조회
207
추천
1
글자
7쪽

5장 죽 쒀서 개줬어. (1)

DUMMY

“지금 바로 본부로 귀환하고 어디 휴가라도 갔다 오게. 본부의 자네 자리는 잠깐 비워두겠네. 그자들이 무엇을 꾸미는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조사하던 것이 무엇인지는 연합군과 연계하여 정보부 상임위원회에서 계속 알아볼 걸세. 그럼, 잘 생각할 거라 믿겠네, 부장.”


사실상 닭 쫓던 개 마냥 가만히 있으라는 국장의 확언에 부장의 속은 다시 불이 난 밥솥처럼 김이 났다.


하지만 부장은 일단 진정하기로 하였다.

그 사이, 국장의 홀로그램은 또다시 빨려 들어가듯 부장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할까요?”


홀로그램이 꺼진 걸 확인한 나탈리 함장은 우두커니 서 있는 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부장은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나탈리 함장을 향해 돌아섰다.

안 그래도 무표정한 모습에 강한 눈매만이 돋보여 무서운 인상의 부장이 한층 더 무거워 보였다.


“들었잖나. 귀환하는 수밖에.”


부장은 애써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그러나 특유의 결의에 찬 무게감은 약해져 있었다.


한 걸음씩 출구를 향해 내딛던 부장은 문득 문 앞에서 멈추고 나탈리 함장을 향해 돌아보았다.


나탈리 함장은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부장을 쳐다볼 뿐이었다.


“따라오도록.”


부장은 짧게나마 나탈리 함장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특유의 무거운 목소리로 돌아와 나탈리 함장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하였다.


부장은 문이 열리자 그대로 방을 나와 오른쪽을 향해 걸어갔다.

한 발짝씩 일정하게 나아가던 부장의 옆으로, 나탈리 함장이 다소 빠른 걸음으로 붙었다.


고요함만이 감도는 창밖의 우주처럼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복도를 거닐었다.

둘의 겉모습만 보아선, 그 속의 뒤섞인 심정을 쉽게 짐작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였다.


“이대로 끝입니까, 부장님.”


결국, 함장이 먼저 어색한 정적을 깼다.

그러나 부장은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흑막을 바라보며 계속 걸어갔다.


나탈리 함장은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현장에서의 모습은 어디 가셨습니까.”


복도를 흔드는 나탈리 함장의 일침에 부장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부장은 한 발을 뒤로 돌며 몸을 반쯤 돌렸다.


곁눈으로 보이는 함장의 얼굴에는 분노라기보다는 약간의 설움이 묻어 나오는 눈빛이 맴돌았다.


나탈리 함장의 새삼스러운 모습에, 부장 역시 다소 눈꼬리가 내려간 모습으로 점차 변했다.


부장과 나탈리 함장은 한동안 서로의 눈만 바라보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던 부장은 천천히 고요한 창밖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자네 부하 중에도 죽은 병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네. 나도 저들을 자네만큼 잡고 싶어. 하지만 어떡하겠나.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부장은 쓸쓸히 말을 마치고 함교를 향해 계속 걸어갔다.

나탈리 함장은 앞서가는 부장의 뒤를 바라보다 힘없이 따라갔다.


부장과 함장이 함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제복을 입은 관제관들이 엄마 새를 쳐다보는 아기 새처럼 고개를 돌렸다.


함교의 모습은 흡사 앞으로의 운명이 결정되는 고대 신탁을 받는 것처럼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 신성한 분위기의 결말을 지어준 것은 부장이었다.


“함장, 그동안 나를 따라 잘 싸워주었네. 그만 귀환 준비들 하도록.”


순간적으로 얼굴빛이 밝아진 관제관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나탈리 함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나탈리 함장은 관제관들의 시선을 애써 누르며, 함교를 둘러보았다.


“마지막 선체 점검을 한다. 특이사항 있나?”


나탈리 함장은 눈빛으로나마 위로를 전한 후, 화제를 돌리기 위해 전면 모니터를 둘러보며 말하였다.


그때였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통신 관제관이 운을 띄웠다.


“함장님, 방금 조난 신호를 하나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호 안에 뭔가 같이 들어있었습니다.”


통신 관제관이 말을 하며 앞에 놓인 단말기를 만지자, 전면 모니터에 사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의 손실이 된 부분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알아볼 수 있었다.


“누가 보낸 거지?”


나탈리 함장의 물음에 통신 관제관은 다시 단말기를 몇 번 두들기더니 또박또박 대답하였다.


“그게, ‘FSF 소속 전투 요원, 레이첼 킴 상사’라고 합니다. FSF라는 걸 보면 정보부 전투 요원이 보낸 것 같습니다······.”


통신 관제관은 설명하기 위해 부장과 함장을 향해 의자를 돌렸다.

그리고 의자를 돌린 통신 관제관의 시선에 바로 보인 것은 부장의 투박한 손가락이었다.


통신 관제관은 순간 놀라며 부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다가온 부장은 전면 모니터 사진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저기 뭐라고 적힌 건가?”


부장은 전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용히 물었다.

얼핏 흘려들을 수도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소리였지만, 긴장이 바짝 든 통신 관제관은 부장의 말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사진이 확대되며 몇 번의 필터링이 이루어졌다.


“N25932에······. 좌표 같습니다.”


부장과 나탈리 함장의 눈빛이 순간 변하였다.

나탈리 함장은 부장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통신 관제관을 향해 부장 대신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신호는 누가 또 받았지?”

“정, 정보부 조난 신호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장 가까운 정보부 함선인 우리뿐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있나?”

“CPS 분석에 따르면······ 루나 에모스 공항이라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함장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통신 관제관은 당황했으나, 대답은 바로바로 이어졌다.

취조를 방불케 하듯 통신 관제관과 나탈리 함장의 티키타카가 이어졌다.


모니터의 사진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던 부장은 한 부분에서 멈추자 손을 떼었다.


“그들이군.”


부장의 무게감 있는 혼잣말에, 나탈리 함장은 부장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흔들리게 찍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좌석 옆으로 돌아보는 남자의 옆모습이 전면 모니터에 확대되어 나타났다.


나탈리 함장은 산삼이라도 발견한 듯, 얼굴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장님. 이 좌표로 도망쳤던 게 분명합니다!”


부장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천천히 계기판에 두 손을 올린 채 모니터를 향해 노려보는 눈빛만이 부장의 다시금 피어나는 고뇌를 보여주었다.


나탈리 함장은 이미 통신 관제관에게 좌표를 추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본부에 이런 기회를 넘길 겁니까?”


나탈리 함장은 고민하는 부장의 뒤를 다그쳤다.


“저, 함장님.”


그때, 다소 가는 톤의 여자 목소리가 나탈리 함장을 멈춰 세웠다.

나탈리 함장은 한 차례 두리번거린 후,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 젊은 관제관과 시선이 마주쳤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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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5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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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80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8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4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4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6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8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71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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