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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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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90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6 09:15
조회
159
추천
1
글자
7쪽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DUMMY

“진짜 여기 맞아?”


난기류를 정통으로 맞으며 요동치는 빅토리아의 함선을 어떻게든 길들이던 진욱이 큰소리로 외쳤다.


진욱은 야생마를 포획하는 유목민족 같은 기세를 보였다.


멀리서만 보아오던 5,000km급의 화성 폭풍을 직접 뚫어보니 예상보다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그대로 밑으로 가!”


ITC를 바라보던 빅토리아가 진욱의 물음에 맞받아쳤다.

희진은 굴곡지게 튀어나온 함선의 벽면을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희진의 표정은 토할 것 같은 모습으로 점점 바뀌어 갔다.


반면에, 그 옆에서 셋을 쳐다보는 파샤의 얼굴은 꽤 평온하였다.

파샤는 안전벨트를 맨 채 자리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


물론 함선의 떨림 때문에 피부와 사지가 흔들거리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파샤의 눈동자는 셋을 지켜보는데 고정되어 있었다.


“10초!”

“내려가자마자 이걸 보내!”


진욱이 폭풍 돌파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자, 빅토리아는 ITC를 통해 진욱에게 메시지를 보내었다.


ITC를 몇 번 더 두들긴 빅토리아는 마지막으로 희진과 함께 ITC를 양팔로 붙잡은 채 버텼다.


지옥 같던 십여 초가 끝나자, 거짓말같이 세상이 고요해졌다.


믹서에 돌을 넣고 간다면 이런 소리가 들릴까 싶을 정도로 전면 유리를 때려대던 소리도 멎었다.


그와 동반한 잡다한 모래바람의 향연도 바람이 확 걷히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이제 붉은빛이 살짝 감도는 암석 덩어리들이 일행을 새롭게 반겼다.


빅토리아와 희진이 무사함을 어깨너머로 슬쩍 확인한 진욱은 빅토리아가 건네준 메시지를 광역 레이더를 통해 전송했다.


메시지는 자동으로 극초단파로 바뀌었다.

이후 극초단파는 레이더를 거쳐 동심원을 그리듯 화성의 표면을 여행하기 시작하였다.


“이게 뭔데 그래?”

“기다려 봐.”


진욱은 함선을 점검하며 빅토리아를 향해 물었다.

ITC를 지켜보던 빅토리아는 시큼하게 대답하였다.


빅토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욱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이건 또 뭐야?”


동시에, 팝콘이 튀어 오르듯 함선을 중심으로 중력 레이더 곳곳에 붉은 점들이 나타났다.


그동안 데일 대로 데인 진욱은 미리 회피 기동을 하였다.


급격한 방향 전환 때문에 희진이 옆에 있던 좌석으로 넘어질 뻔했으나, 진욱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대신 조용히 앉아 있던 파샤가 긴 손가락을 이용해 희진의 팔을 낚아챘다.

희진은 안전벨트를 매며 가볍게 파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진욱의 조종 때문에 함선의 고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불과 몇 초 만에 화성의 지표를 훑을 정도로 함선이 내려갔다.


이온추진 엔진의 출력에 못 이긴 언덕 위의 모래들이 다시 한바탕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래바람 너머로, 레이더로만 나타났던 붉은 점의 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붉은 골짜기 곳곳을 이어가며 거대한 포대들이 로도스의 거상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빌딩 하나 정도의 크기는 되어 보이는 리디늄 고정 포대였다.

아니, 리디늄보다 더 강력한 물질을 사용할지도 몰랐다.


지평선 너머에도 하나둘 인공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리디늄 포대는 이미 정확하게 빅토리아의 함선을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휴, 어떻게 됐어?”

“앞을 봐. 화성의 먼지가 되기 일보 직전이야!”


마침 부조종석에 앉으며 옷을 추스르던 빅토리아는 진욱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러나 진욱의 외침에 앞을 본 빅토리아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보내라는 건?”

“내려오자마자 보냈어! 대체 뭐길래 그래?”

“기다려 봐.”


빅토리아는 살짝 흥분한 진욱을 안심시키려는 듯 차분하게 대답하였다.


그때, 전면 유리 쪽의 HUD에 새로운 알림이 뜨면서 둘의 대화는 자동으로 멈추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받아 봐.”


이제 막 조준을 마친 세 번째 리디늄 포대를 힐끗 쳐다보고 있던 진욱은 빅토리아의 말에 조종석에 있는 스위치 하나를 눌렀다.


“······치직, 묻는다,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한?”

“어······.”


삼류 테마파크에나 나올 싸구려 멘트가 무전을 타고 선내에 퍼졌다.

뜬금없는 난센스 퀴즈에 당황한 진욱은 입을 멍하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한? 그게 무슨 말이야?”


머뭇거리는 사이 선내 스피커로 다시 한번 무전이 울려 퍼졌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진욱은 두 손바닥을 편 채 빅토리아를 향해 눈빛을 보내었다.


그러나 빅토리아 역시, 자신도 예상치 못한 상황임을 찡그린 얼굴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는 사이, 리디늄 포대의 포신 끝에 기분 나쁜 붉은빛이 천천히 감돌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 봐!”

“젠장······ 깨끗함이 다르다, 마실수록 넘어간다, 키르프 슈베르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촌각을 다투는 시기에 잔뜩 고민하던 빅토리아의 입에서 나온 것은 흘러간 TV 광고 문구였다.


진욱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빅토리아는 진욱의 뇌가 이 황당한 상황을 처리하는 동안, 여러 번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깨끗함이 다르다, 마실수록 넘어간다, 키르프 슈베르카! 맞잖아!”

“······그 암호는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

“그게 암호라고?”


소리치는 빅토리아의 외침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상대 쪽에서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진욱은 그제야 자신의 두뇌 처리가 완료된 모양이었다.


진욱은 빅토리아를 향해 화를 내려던 찰나, 무심코 앞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리디늄 포대는 발사 준비 상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일렀다.


“뭐, 뭐에요?”


어느새 조종석으로 희진이 온 모양이었다.

이제 막 상황을 지켜보던 희진이 빅토리아를 향해 물었다.


빅토리아는 희진과 눈을 마주쳤지만, 지금은 상황을 수습하는 것에 집중했다.

빅토리아가 다시 외쳤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오랜만에 와서 새로 바뀐 암호를 몰랐던 것뿐이야! 일단 밑으로 가면 설명할 테니, 어서 입구나 열어줘.”

“안 됩니다. 마지막입니다.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한?”

“이런, 젠장!”


빅토리아는 욕지거리와 함께, 다시 한번 약간의 짜증과 허세를 담은 사정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이었다.


무뚝뚝한 거절은 무전을 타고 빅토리아의 요청을 단박에 무너뜨렸다.

진욱과 희진은 점점 앞에 있는 리디늄 포대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제 어떡할 거야? 나라도 저건 못 피해.”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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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3 2 7쪽
»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5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4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8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4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1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5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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