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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17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31 18:15
조회
201
추천
3
글자
8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DUMMY

중위의 말에 하나둘 헬멧을 쓰기 시작하였다.


헬멧을 쓰자 다들 겉으로 보기에는 로봇과 구분이 안 될 모습이 되었지만, 인간으로서의 긴장감과 진중함은 각자의 헬멧 안에서 감돌았다.


중위는 반대쪽의 간이 의자에 앉고 안전벨트를 매었다.


“공간도약 시작!”


중위의 마지막 외침에, 다들 헬멧 안에서 눈을 감았다.


얼마 후 방음실에 들어간 마냥, 몇 초간 모든 파동이 정지하고 꿈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헬멧 안을 감쌌다.

귀를 통해 느껴지는 위화감이 소뇌에까지 파고 들어갈 즈음이었다.


꽉 막힌 귀지가 빠지듯 귀가 뚫리며, 엉덩이를 따라 진동이 느껴졌다.

공간도약이 끝난 모양이었다.


이윽고, 머리 위로 커다란 금속음이 들리더니 누군가 옆으로 잡아끄는 느낌이 이어졌다.


“상륙정 분리! 도착 3분 전!”


중위는 헬멧 안의 무전을 통해 외쳤다.

처음에는 미약했던 진동이 중위가 외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강해졌다.


그리고 전투 요원들이 탄 상륙정도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이첼은 떨리는 진동에도 평정심을 유지하였다.


“30초! 전투 준비!”


이제는 과열된 8기통 터보 엔진처럼 격렬하게 상륙정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투복과 헬멧을 착용한 인간 로봇들이 진동을 견뎌내며 각자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오직 홀로그램만 고고히 떨림과는 관계가 없는 양, 작전 내용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10초! 정렬!”


기울어져 강하하던 상륙정이 서서히 평형을 되찾자, 전투 요원들이 일어서 한쪽을 향해 섰다.


덜그럭거리는 기계의 파찰음들이 안을 채웠다.

헬멧을 쓴 전투 요원들은 앞 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았다.


레이첼은 왼쪽의 중위와 함께 맨 뒷줄에 서 있었다.

레이첼은 ST-25 소총의 손잡이를 잡은 왼손에 힘을 더 주며 결의를 다졌다.


“산개!”


중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활짝 열리며 바깥 풍경이 요원들의 눈에 들어왔다.


문이 다 열리기 전에, 선두에 서 있던 요원들은 익숙하게 소총을 견착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레이첼 역시 앞에 있던 키 큰 덩치가 튀어 나가자, 몸을 살짝 숙이며 그대로 뛰어나갔다.


레이첼은 상륙정을 빠져나오자마자, 총구를 올리고 위쪽부터 슬쩍 보았다.

레이첼의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검은 하늘 속 간간이 보이는 별빛과 광고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헬멧으로 전해져 홀로그램에 비추어진 정보들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헬멧 안의 홀로그램은 붉은색의 경고를 주기적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그 경고에 걸맞게, 별빛이라고 생각했던 반짝임은 곧 직선과 곡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별빛 중 하나를 따라가던 레이첼의 시선이 도달한 곳에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미 공항경비대가 당했다고 하는군! 목표는 2시 방향 700m다! 반격하며 돌진해!”


정신을 차리니 이미 온갖 무선이 만들어 내는 파동들이 헬멧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제 막 상륙정을 빠져나온 지 열 걸음밖에 안 됐다.


하지만 불에 탄 함선과 설비들이 활주로 위에 나뒹굴고 있었고, 형형색색의 광선들이 아스팔트 평원 위를 격렬히 수놓고 있었다.


레이첼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빨간색 광선을 포착하였다.

레이첼은 반격을 시도하기 위해, 헬멧의 카메라에 전자조준경을 대고 적을 찾았다.


그때, 저 멀리서 날아온 유탄 하나가 레이첼의 앞에 떨어졌다.


몇 분 전까지 자신에 대해 질문했던 여자 요원의 몸뚱이가 그대로 분리되면서 폭발이 퍼졌다.


레이첼은 본능적으로 종아리의 점프팩을 분사하여 뒤로 치솟았다.

그 뒤로도 유탄 수십 발이 폭죽 터지듯 활주로에 꽂혔다.


“으아아악······!”


레이첼이 본 것은 그 여자 요원 한 명이 전부였지만, 순식간에 네 명의 심박 수가 멈춘 것이 레이첼의 홀로그램에 표시되었다.


레이첼은 착지하기 직전, 몸을 뒤집어 뒤쪽을 살폈다.

레이첼이 타고 온 상륙정이 다시 이륙할 모양이었다.


상륙정의 추진부에서 푸른 불꽃이 이제 막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상륙정이 바닥과 분리될 무렵, 멀리 부서져 있는 연합군 수송선 잔해로부터 초록색의 광선 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광선은 상륙정의 추진부 하나를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상륙정은 레이첼의 골을 떨리게 할 정도로 터지며 수백 톤에 달하는 고철 더미로 변했다.


“8시 방향!”


레이첼은 처음으로 입을 열어 다른 요원들에게 경고한 뒤, 수송선 잔해를 돌아가는 방향으로 뛰었다.


레이첼은 간간이 스쳐 가는 광선들을 엄폐물을 따라 피하였다.

그동안 또 한 명의 심박이 멈추었다.


레이첼은 급한 대로 활주로에 난 구멍에 구르며 들어갔다.


“남은 사람 있어?”


레이첼은 소총의 배터리팩을 교체하며 무전을 하였다.

머리 위로 다시 유탄 한두 개가 지나갔다.

다급한 목소리가 레이첼의 헬멧 안을 때렸다.


“살아있었네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기로 와!”


레이첼은 소리치며 자신의 위치를 표시했다.

그러고 레이첼은 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어 사주경계를 하였다.


이윽고 헬멧 안의 근접 레이더에 깜박이는 점 하나가 레이첼을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요원 하나가 허리를 푹 숙인 채, 사방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광선들을 피해 힘겹게 뛰어왔다.

레이첼의 눈에도 요원의 모습이 보이자, 레이첼은 엄호사격을 해대었다.


다행히 무전을 받은 그 요원은 레이첼이 숨은 구덩이에 고꾸라지듯 몸을 성공적으로 넣었다.


“반가워요!”

“미하일?”

“네! 상병 미하일. 바로 앞에 있던······.”

“상륙정에서 나 쳐다봤지?”

“아······ 네.”

“됐어, 지금 멀쩡한 건 너밖에 없는 것 같으니, 임무나 하러 가자.”


잠깐의 통성명이지만 온갖 파동이 뒤섞이고 난장판인 활주로에서 계속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레이첼은 차라리 목표를 빠르게 재확인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두에 선다, 잘하자.”


레이첼은 그렇게 외친 후, 헬멧 안의 홀로그램에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레이첼의 등에서부터 경쾌한 소리가 나며 연막탄이 발사되었다.


포물선을 그리던 연막탄은 전략 지도에서 찍은 대로 가장 최적의 위치에 떨어졌다.


안 그래도 불타서 나뒹구는 함선들 때문에 뿌연 활주로가 안개가 낀 듯 더 어둑해졌다.

레이첼과 미하일은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미하일, 적은 봤어?”


목표물까지 수백 미터 정도 남았을 무렵, 기울어진 지게차 뒤에 몸을 숨기고 경계하던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뒤로 돈 채 소총을 점사하던 미하일이 대답하였다.


“멀리서 봤어요! 색깔 있는 전투복을 입었는데, 소속은 모르겠어요! 사제인 것 같아요! 전투 로봇도 보였어요!”

“달에 그런 놈들이 있었어?”

“모르겠습니다!”


레이첼은 알록달록한 전투복을 입는 부대가 있나 생각해보았으나, 이런 엉망진창인 곳에서 깊은 생각을 하기는 무리였다.


일단 지금 맡은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홀로그램은 최적의 길을 다시 계산하였는지, 변경된 작전 경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가자!”


레이첼은 점프팩을 분사하며 부서진 함선 날개를 뛰어넘고 계속 달렸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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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7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1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8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8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2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2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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