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1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4 18:15
조회
191
추천
1
글자
7쪽

5장 죽 쒀서 개줬어. (3)

DUMMY

암실처럼 깜깜한 정체 모를 우주 공간 한가운데, 군데군데 파란 줄기와 초록빛이 모여 있는 행성은 그야말로 친숙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특이한 점도 있어요.”


뒤에서 이제 막 일을 끝낸 듯, 희진이 빅토리아와 진욱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흥분은 가라앉은 모양이었지만, 특유의 높고 기대에 찬 목소리는 여전히 깔려 있었다.


원시 상태의 행성을 보면서 자리를 잡은 희진은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여기에서 신호가 나오고 있어요. 아니, 정확히 신호라기보단 ‘이질적인’게 포착되었어요.”


희진의 희열과 탐구열이 방점을 찍는 곳이 아마 이 신호가 되진 않을까 진욱은 짐작하였다.


전면 모니터로 겹쳐 보이는 행성의 한 부분에 신호가 표시되었다.

그리고 각종 분석 자료들이 작은 글씨로 나열되었다.


“그럼, 여기부터 일단 조사하자.”


빅토리아는 진욱이 자료들을 미처 다 읽기 전에 결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진욱은 함선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진욱 역시 빅토리아와 크게 의견이 다르진 않았다.


진욱은 머리 위의 스위치를 조작하며, 여전히 단말기를 쳐다보는 희진을 향해 문득 고개를 돌렸다.


“축하해요.”

“네?”

“일단 희진 씨 말이, 읏차······ 완전히 틀린 건 아니네요, 트리니톤으로 추적한다는 거요.”

“아······ 그렇죠! 거봐요, 내가 출발할 때 그랬죠? 가보면 또 대박이 있을 거예요.”


진욱의 시기적절한 말 덕분인지, 희진은 기대감 넘치는 모습을 풀풀 풍겼다.

가벼운 콧노래까지 불러대며 단말기를 만지는 희진을 보며, 진욱도 덩달아 좋은 기분을 느꼈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 건지고 빨리 돌아가 정보부 놈들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진욱에게도 여러모로 이득이었던 셈이었다.


“내 함선은 여기 궤도에 놔두고, 저기에는 둘이 타고 온 슈퍼노바 호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슈퍼노바 호가 다니기에도 여러모로 편할 거야.”

“네, 알았어요. 그럼 저는 장비 챙기러 갈게요.”

“좋아, 그리고 당신도 같이 가봐.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게.”


빅토리아의 함선이 부드럽게 행성 궤도에 안착하자, 빅토리아는 능숙하게 다음 계획을 추진했다.


빅토리아가 툴론에 크게 의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언제 연합군이나 연합정보부에서 뒤쫓아 올지 모르는 불안감이 빅토리아의 마음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아무튼, 빅토리아는 진욱에게 눈짓하였다.

진욱은 마지막으로 계기판을 살펴보고 스위치를 몇 개 만진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알았어.”


교대를 위해 살짝 스쳐 가는 찰나, 짧게 얘기를 나눈 진욱과 빅토리아는 그대로 위치를 바꾸었다.


진욱은 희진의 뒤를 따라 화물칸으로 이동하였다.

선내 CCTV 화면 몇 개를 전면 모니터에 띄운 빅토리아는 조종석에 몸을 편하게 기대었다.


헤르메스에서 연합의 습격을 받은 직후, 자유우주연맹 이사회에 경고 겸 도움을 요청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설마 헤르메스까지 나서서 루나 에모스에서 자신을 도울 줄이야, 빅토리아도 예상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 연합과 자유우주연맹이 눈치껏 서로서로 봐주고 있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헤르메스 내부까지 연합의 특수 부대가 침입한 건, 아무래도 연맹이 봐도 선을 넘었던 모양이었다.


루나 에모스 건은 말하자면, 자유우주연맹이 연합에 나름대로 갚아준 셈이었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무사히 살아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빅토리아는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더하여, 희진의 발견이 사실로 밝혀지면 오히려 자신에게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빅토리아는 깊게 새겨진 밀수꾼의 본능을 이용해,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저울질하였다.


그 덕분인지, 빅토리아는 다소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계기판 위에 다리를 올렸다.



------------------------------



“거긴 어때?”

“이크, 직접 보는 게, 아야! 좋을 거 같아요.”


힘겹게 전진하고 있는 모양인지, 희진은 빅토리아의 물음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대답하였다.


간간이 들리는 거친 숨소리를 통해, 열대 우림을 뚫고 나가는 희진의 모습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희진의 대답이 끝나고 몇 초 후, 전면 모니터에 진욱과 희진의 우주복 정면에 달린 카메라로 보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찰용 드론이 진욱과 희진이 향하는 곳의 전망을 고고도에서 비춰주고 있었다.


“보니까 공기 좋겠네.”

“공기는 무슨, 하아······.”


빅토리아의 비아냥거림에 진욱이 대신 대답하였다.

나름 체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진욱에게도 나뭇가지들을 베어가며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동안 주변의 바닥을 둘러보던 희진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쭈그려 앉은 채, 바위에 묻은 파란색의 점액질을 살폈다.


“보여요, 빅토리아 씨?”

“그래, 피인가?”

“모르겠어요. 일단 챙겨야겠어요.”


희진은 간이 분석기를 비춘 후 초록 불이 들어오자, 앞품에 챙겨 놓은 빈 시험관을 꺼내어 천천히 점액질을 긁어냈다.


희진이 점액질을 긁어댈 동안, 진욱은 계곡을 따라 전진하였다.


진욱은 한 손으로 늘어진 나무줄기를 걷어냈다.

동시에 다른 눈으로는 오른손 위에 펼쳐진 홀로그램의 신호를 추적하고 있었다.


희진이 멀어져가는 진욱과 바위를 번갈아 보며, 채집을 마무리할 때였다.


“세상에······.”


진욱의 흔치 않은 반응이 희진의 헬멧 안을 울렸다.


“왜 그래요, 진욱 씨?”


희진은 멀리 있는 진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진욱은 희진의 가벼운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한 발짝씩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기만 반복하였다.


“위에서는 안 보이지?”

“뭐가? 숲만 보이는데?”


진욱의 물음에 빅토리아는 심드렁하게 모니터를 보며 대답하였다.

희진은 시험관을 급하게 가방에 쑤셔 넣고, 진욱의 진풍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 물살을 튀기며 뛰어왔다.


“아휴, 힘들어······ 무슨 일인데요?”


무성한 나무숲과 땅끝까지 이어질 듯 긴 계곡을 보며 굳어버린 진욱은 이상해 보였다.


희진은 진욱의 옆에서 멈추어 물어보았다.

진욱은 그런 희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희진은 어려운 대학 강의를 원문으로 듣는 새내기의 표정처럼, 궁금증이 가득한 채 진욱을 바라보았다.


진욱은 대답 대신 희진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희진을 앞으로 밀었다.


갑작스러운 진욱의 행동에 희진은 당황했지만, 이미 희진의 발은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 잠깐만 진욱 씨, 갑자기 밀면······.”


진욱과 앞을 번갈아 보며 가볍게 저항하던 희진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희진 역시 진욱과 마찬가지로 몇 걸음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기를 반복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7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8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2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