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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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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15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3 18:15
조회
140
추천
2
글자
7쪽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DUMMY

“반갑습니다.”


노인은 맑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백발의 머리와는 다르게 불편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단단한 체구가 살짝 가려진 정장 차림으로, 맞은편에 서 있던 부장이 상체를 살짝 숙였다.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런 사람입니다.”


부장은 상체를 되돌리며, 품 안에서 명함 하나를 내었다.

부장의 손에서 명함을 받은 노인은 명함을 훑어보았다.


명함은 노인의 손에 닿자, 미리 지정해 놓은 내용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었다.


“호오······ 이런 데서 일하면 명함도 좋구먼.”


노인은 새로운 맛의 음식을 음미한 미식가처럼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연합정보부의 부장께서 책에 파묻혀 사는 이 늙은이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찾아왔는고?”


노인은 명함을 읽다가 앞에 선 부장을 바라보며 질문하였다.

부장은 허리에 손을 붙이며 대답하였다.


“박사님께 과학적으로 물어볼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그래? 뭐, 일단 앉아보게.”


박사라 불린 노인은 의외의 대답에 살짝 흥미로운 느낌이 들었는지, 부장을 앞에 있는 소파에 앉도록 하였다.


부장은 박사의 손짓을 따라 소파에 앉았다.

박사 역시 부장을 마주 보며, 바로 앞의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


방을 둘러보던 부장의 눈에는 온통 책만 들어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종이책의 냄새에 부장의 후각이 긴장 아닌 긴장을 하였다.


“방이 좀 구식이지?”


박사는 안경을 닦으며 편하게 얘기를 시작하였다.

눈동자만 굴리던 부장은 박사의 말에 얼른 앞을 보며 가볍게 박사의 말을 받아주었다.


“오랜만이네요. 이런 방은······ 정말 21세기 같습니다, 박사님.”

“하하하, 세기가 바뀔 정도로 오래되긴 했지.”


부장의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박사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안경을 다시 착용하였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나?”


목소리를 살짝 깐 박사는 팔걸이에 손을 올리며 부장을 향해 똑바로 말하였다.

안경 너머로 느껴지는 박사의 관록을 눈치챈 부장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공간도약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하하하,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 재미있구먼. 잘 알지. 첫 논문을 내가 미국에서 냈지 싶네, 그때가 사십 년인가······ 오십 년 전인가 그렇지.”

“그럼 이걸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손가락을 팔걸이에 튕기면서 과거를 떠올리는 박사를 보며, 부장은 품속에서 작은 육면체 하나를 꺼내었다.


부장은 그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박사를 향해 천천히 밀었다.


박사는 튕기던 손가락을 멈추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박사는 다른 손으로 테이블 앞쪽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테이블에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박사는 육면체를 그 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이윽고, 경쾌한 전자음이 방을 울렸다. 전자음이 끝나자 양쪽 책장 사이에서 빛이 나오며 홀로그램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박사는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알 수 없는 손짓도 이리저리 하였다.


박사의 손짓에 따라 홀로그램은 다양한 문서와 사진, 시뮬레이션 등을 보여주었다.

부장은 무릎에 팔꿈치를 대고 깍지를 낀 채, 박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음을 흘리던 박사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군······.”

“그렇습니까.”


박사는 허공에 떠다니는 홀로그램이 흥미로운지 눈을 떼지 않았다.

부장은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박사가 결론을 내려주길 기다렸다.

얼마 후, 박사는 안경을 고쳐 쓰고 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과학적인 답을 얻는 거라면, 일단 이론적으론 가능하네. 여기 보이는 것이 트리니톤이라는 것이지. 쉽게 말하면······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같은 역할이야. 이걸 가지고 지금 보이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공간도약을 어디서 했는지 추적 가능하지.”


박사는 오래전 강단에 서 있었던 때가 빙의된 모습이었다.

박사는 홀로그램의 장면을 넘겨 가며 부장에게 알기 쉽게 핵심만 전달하였다.


“그렇군요······.”

“늙은이의 대답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


박사는 말을 마치고 다시 테이블 위의 홀로그램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부장은 목에 무언가 걸린 꺼림칙한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깍지를 찬찬히 폈다.


“박사님,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음? 무엇인가?”


박사는 홀로그램을 쳐다보며 대답하였다.

부장은 말없이 자신의 손목에 달린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그러자, 박사가 쳐다보던 홀로그램에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졌다.


평온히 책과 마지막 걸음을 할 것 같이 인자한 표정이던 박사의 안면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툴론인가?”

“네. 아시겠지만 잊힐 때마다 한 번씩 공간도약을 통해 침입해 오는 외계 무리입니다. 박사님이 말씀하셨던 방법을 이용하면 이들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사는 낮은 숨을 쉬며 대답하였다.


“흐음, 가능할 수도 있겠지. 보아하니, 툴론의 흔적 같은 걸 발견한 모양이구먼?”

“박사님이 말씀한 트리니톤을 이용해서 찾았습니다.”

“그래? 운이 정말 좋았군······.”

“계속 추적할 수 있다면, 이건 툴론의 본거지를 박멸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부장의 목소리에는 결의가 다져져 있었다.

박사는 그런 부장을 안경 너머로 힐끗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요새는 정보부에서 이런 것도 조사하나 보구먼······.”


박사의 감상과 같은 혼잣말이었지만, 부장은 흘려듣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조사하는 것입니다.”

“그런가?”

“근신 중입니다.”

“허허허, 애국자구먼.”


실없는 대화가 끝나며 정적이 흐르자, 부장과 박사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흡사 심리전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홀로그램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떠다녔다.


“보고하게.”


먼저 입을 연 것은 박사였다.


“무슨 말입니까?”


부장은 박사의 대답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자네가 가져온 자료들은 꽤 흥미롭네. 그러나 이걸 가지고 자네 혼자 툴론의 본거지를 치는 건 불가능하단 건 자네도 알 걸세. 그러니 근신이 끝나고 복귀해서, 자네가 있는 정보부나 연합군에 보고하면 곧 거기서 처리하지 않겠냐는 걸세.”


박사는 꽤 합리적인 대답을 하며 부장의 궁금증을 일축했다.


“뭐, 늙은이의 의견일 뿐일세.”


박사는 말을 마치며 눈꼬리를 내렸다.

푸근해 보이기까지 한 박사의 표정을 보며 부장은 천천히 박사의 말을 곱씹었다.


손가락으로 자기 앞의 테이블 끝을 메트로놈처럼 치던 부장은 곧 손가락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사 역시 앞에 끼웠던 육면체를 꺼내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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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7 3 7쪽
»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1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8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2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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