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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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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89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2 18:15
조회
145
추천
2
글자
7쪽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DUMMY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파샤의 말에 납득했다.

빅토리아와 희진과 달리, 할 말만 하는 파샤의 스타일이 의외로 긍정적인 느낌이 든 진욱이었다.


“자자, 그러면 다 결정됐으니 어서 출발해요. 자유우주연맹 본부에 먼저 갔다가, 함선을 바꾸고, 발견했던 전초기지로 다시 가는 코스에요. 어서 출발해요.”


파샤를 사이에 두고 분위기가 미묘하게 돌아갈 뻔한 것을 희진이 벌떡 일어나며 마무리 지었다.


희진은 그렇게 의자를 밀어 넣으며 제일 먼저 행동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빅토리아와 마주 보던 진욱도 희진을 따라 일어났다.


이를 지켜보던 파샤 역시 마지막 잔을 음미한 뒤 천천히 일어났다.


“먼저 가볼게.”


진욱은 빅토리아에게 말한 후, 총총걸음으로 라운지를 빠져나가는 희진을 따라갔다.


빅토리아는 음식물처리기에 잔을 넣고 반대 방향의 출입구로 향하였다.


“파샤라고 했지? 여기 계속 서 있을 거야?”


빅토리아는 휙 고개를 돌려, 가만히 서 있던 파샤를 향해 쏘아붙였다.

하지만 파샤는 빈 찻잔을 든 채 가만히 있었다.


“어쨌든 같이 탔으니 여기서 뭐라도 해. 그리고 연맹 본부에 들어가선 허튼소리 하지 마.”


파샤는 빅토리아의 경고가 끝나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고 자신의 긴 손가락으로 잡은 찻잔을 음식물처리기에 넣기 위해 움직였다.

지켜보던 빅토리아의 이마에 주름이 한두 개 생겼다.


파샤는 찻잔을 처리한 후 돌아보았다.

빅토리아가 검지와 중지를 눈앞에 두고 그대로 파샤를 향해 두 손가락을 돌렸다.

누가 봐도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경고였다.


빅토리아는 과하지 않게 그 표시만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파샤는 옆에 놓인 티슈로 손을 닦은 후, 진욱과 희진이 나간 출입구로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



“먹어.”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어두컴컴한 방 안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간단한 음식이 놓인 식판 하나가 간이 책상 위에 올려졌다.


그러나 맞은편에 묶인 채 앉아있는 태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식판을 내려놓고 툴리아는 찬찬히 방을 둘러보았다.


“적당히 하라니까, 얼마나 튼 거야?”


태환의 옆에 작은 완두콩 같이 떠다니던 동그란 물체를 집어 든 툴리아는 물체의 한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태환의 귀 반대쪽에 있던 물체가 다가와 서로 합쳐졌다.

툴리아는 그것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떠다니던 완두콩을 없애도 태환이 그대로 있자, 툴리아는 태환의 머리를 잡아 뒤로 젖혔다.

이전까지 꽤 격렬했던 모양인지, 태환의 눈에는 흰자만 보일 듯하였다.


“이봐, 정신 차려.”


여자는 옆에 놓인 바가지의 물을 퍼서 태환를 향해 쏟아부었다.

얼음 같은 물이 찢어진 옷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면서 태환의 신경을 깨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환의 입에서 신음인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내렸다.


“으으······.”

“이제 깨어났나.”


툴리아는 바가지를 한 번 더 퍼서 담으려다 다시 던져놓았다.

정장에 튄 물을 손으로 가볍게 털던 툴리아는 태환에게 다가갔다.


“안태환, 좋은 소식하고 나쁜 소식이 있어. 뭐부터 들어보겠나?”


툴리아는 피가 흐른 태환의 발등에 살짝 구둣발을 올려놓으며 말하였다.


제안 아닌 제안에 맞추어 발에 힘을 주는 툴리아는 흡사 불쌍한 잠자리를 괴롭히며 노는 아이와 같았다.


“아악, 좋은······.”


태환은 힘겹게 입을 열었지만 완전하게 말을 마무리하지는 못하였다.


“좋은 소식? 좋아. 당신이랑 절친한 친구 사이인 밀수꾼 나부랭이를 하나 잡았어. 이름이 빅토리아라고 하던가······”


툴리아는 집게 손가락을 턱에 대며 말하였다.


“잡고 보니까 당신이랑 아주 잘 알던 사이더라? 사촌이랑도 그렇고. 죽은 당신 사촌 동생의 복수라도 할 모양이었나. 너무 걱정하지는 마. 그 밀수꾼도 벌써 사촌 따라갔어.”


고통에 헤매던 태환의 얼굴이 빅토리아의 이름이 나오자 어두워졌다.


금방이라도 탈진해버릴 안색의 태환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툴리아의 말이 이어지면서 점점 오기가 차올랐다.


“크윽, 이 개······.”

“아, 미안. 좋은 소식이란 건 나한테 좋은 소식이었어.”


툴리아는 살짝 이죽거리면서 태환의 반대쪽 발등을 밟았다.

태환의 신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툴리아는 힘 빠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쁜 소식은 당신을 여기보다 아주 조금 더 편한 곳으로 옮길 거라는 거야. 당신이 죽기라도 하면 곤란한 사람이 있나 봐.”


툴리아는 어울리지 않는 손짓까지 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몸짓을 하였다.

툴리아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전혀 슬프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태환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빅토리아의 죽음이 사실일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은 점은 태환에게 분명하였다.


별 반응이 없는 태환을 내려다보던 툴리아는 홱 몸을 돌렸다.


“별관 감호실로 옮겨.”


정장 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툴리아는 허공을 향해 짧게 말하였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방에 한 줄기 백색 빛이 들어오며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들어왔다.


둘은 말없이 태환을 묶어 놓은 벨트를 풀고 어깨를 짊어질 채비를 하였다.

툴리아는 힐끗 그 모습을 바라본 후, 방을 빠져나왔다.


백색의 인공 빛만이 고요한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툴리아는 문 옆에 서서 단말기를 잠깐 확인하였다.


이윽고 정장 둘이 태환을 받치며 구금실을 나왔다.

둘은 툴리아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왼쪽으로 이동하였다.


“씻기고 옷도 새 걸로 입혀놔.”


툴리아는 몸을 돌린 정장의 뒤를 보며 낮게 소리쳤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툴리아는 PSC에 손을 얹었다.


“부장님, 툴리아입니다. 네······ 안태환 건은 말씀대로 잘 처리하였습니다. 네, 본인은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국장님은 만나 보셨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근신이라니······ 여긴 그동안 제가 잘 맡아 놓고 있겠습니다.”


복도에는 이제 또각또각 에너지 넘치는 구둣발 소리와 툴리아가 만드는 말소리만이 존재하였다.


하얀 복도에는 툴리아 혼자뿐이었지만, 통화하며 복도 중앙을 걷는 툴리아의 모습에는 강인함이 흘렀다.


통화를 마친 모양인지, 툴리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툴리아는 닌자처럼 고개를 앞뒤로 돌려 복도를 훑었다.


그러고 툴리아는 다시 PSC에 손을 얹었다. PSC가 이윽고 초록 불을 밝히자, 툴리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빨간 머리 사이로 입술을 열었다.


“접니다, 국장님. 부장이 안태환을 구금실에서 감호실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네, 한 번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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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3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59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5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4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8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4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1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5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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