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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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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16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5 19:15
조회
187
추천
1
글자
7쪽

5장 죽 쒀서 개줬어. (4)

DUMMY

진욱과 앞을 번갈아 보며 가볍게 저항하던 희진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희진 역시 진욱과 마찬가지로 몇 걸음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기를 반복했다.


“저, 저······ 투······ 툴······.”


앞으로 천천히 한 발씩 내디디며, 입을 겨우 뗀 희진의 옆으로 진욱이 다가갔다.

그리고 희진의 심정을 대변하듯, 또박또박한 말투로 마무리를 지었다.


“툴론 함선 맞아요.”


진욱은 어느새 나타난 청갈색의 상자를 살짝 두드렸다.


“그리고, 기지네요.”

“전초 기지 같은 곳이네요. 보기에는 버려진 것 같아요.”

“둘 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숲을 보면서 열띤 토론을 하는 희진과 진욱을 빅토리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드론 고도 낮춰봐.”


진욱은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보여주려는 듯, 빅토리아에게 말하였다.


“뭐야······.”


드론과 희진, 진욱의 카메라에서 보이는 화면을 둘러본 빅토리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희진이 제일 먼저 앞으로 나아가며 주위를 살폈다.

살짝 푹신한 느낌이 나는 회백색의 바닥이 축구장 넓이만큼 펼쳐져 있었다.


그 위로 럭비공처럼 생긴 버려진 툴론 함선 하나가 가장 먼저 희진과 진욱의 시선을 빼앗았다.

크기로 보건대, 정찰기 정도로 보였다.


그 옆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청갈색의 상자들이 군데군데 쌓여있었다.

피라미드같이 생겼지만 매끈하게 마감이 되어, 입구조차 짐작이 안 되는 가건물도 오른쪽에 정렬되어 있었다.


“빅토리아, 이거 다 찍고 있지?”

“그래. 챙길 수 있는 건 몇 개만 챙기고 일단 돌아와.”


진욱은 빅토리아와 무전을 하며 신호를 따라 나아갔다.

신호는 함선 바로 옆 원기둥처럼 생긴 미끈한 덩어리에서 나오고 있었다.


진욱은 살짝 망설이다가 원기둥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러자 반딧불이가 떠다니듯, 노란색의 빛 덩어리들이 원기둥을 한 바퀴 돌고는 사라졌다.


진욱은 순간적으로 손가락을 떼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러는 동안, 진욱의 오른손 위에 펼쳐져 있던 홀로그램에서 신호가 모습을 감추었다.


진욱은 홀로그램을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특별히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희진은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하늘 위로 향하게 잡은 후, 단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측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욱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희진을 바라보다가 PSC를 가볍게 만졌다.


“신호가 사라졌어요.”

“네? 어떻게요?”

“이걸 만지니까 없어졌어요.”

“어머, 만지면 무슨 반응을 하나 봐요? 저도······.”


희진이 막대를 내려놓고 청갈색의 상자를 만지려 하자, 진욱은 목소리를 높였다.


“아뇨, 함부로 만지지 말아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진욱의 다소 단호한 말투에 희진은 손을 멈추었다.


“아, 알았어요. 대신 이거 봐요! 바깥과 다르게 대기 구성 성분이 지구 평균과 정확히 일치해요. 거기다, 아까 말했던 이질적인 것 기억나요? 그게 유기물은 유기물인 것 같은데, 지나온 나무들이랑은 또 완전히 달라요. 세상에······.”


희진은 눈앞에 펼쳐진 연구 거리에 가세를 받은 모양이었다.

희진은 거의 바로 옆까지 다가온 진욱의 낌새도 눈치 못 채고, 이리저리 금속 봉을 갖다 대고 있었다.


“아무튼, 신호 확인은 했으니 일단 지금은 돌아가요. 혹시라도 툴론이 나타나면 죽은 목숨이에요. 필요한 거 챙겼으면 얼른 가도록 하죠.”


진욱은 희진이 금속 봉을 집어넣으며 짐을 챙기는 동안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진은 여전히 미련이 남았는지, 수집한 샘플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진욱은 툴론의 함선을 마지막으로 훑어본 후, 전초 기지를 빠져나왔다.


진욱은 기지를 빠져나오자마자 PSC를 만졌다.


“빅토리아, 지금 돌아갈게. 자세한 건 올라가서 얘기하자고.”

“알았어. 선물은 많이 들고 왔어?”


진욱은 빅토리아의 말에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때까지도 주렁주렁 배낭에 매단 샘플을 고르고 있는 희진의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다.


“희진 씨가 필요하다는 건 얼추 챙겼어.”

“많이 챙겨 와.”

“밀수꾼 본능인가 봐?”

“그런 건 아니고, 필요한 사람이 더 있어.”

“무슨 말이야?”


진욱은 다소 낮아진 이질적인 빅토리아의 말투를 눈치챘다.

그리고 잠시 후, 처음 듣는 여자 목소리가 진욱의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그래야 너희를 확실히 족치잖아.”


진욱은 PSC 너머로 들리는 과격하고 감정적인 말투에 걸음을 멈추었다.

진욱은 허리춤에 넣어놓았던 광자총을 꺼내 들었다.


“당신 누구야.”

“여기 있는 밀수꾼 머리가 날아가기를 바라는 게 아니면 조용히 올라와라.”


진욱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여자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진욱은 다시 물었다.


“빅토리아,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총을 겨누더라고······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몰래 탔, 악!”


둔탁한 소리가 나며 빅토리아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짧게 질렀다.

아무래도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맞은 모양이었다.


“······원하는 게 뭐야?”


진욱은 하늘 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올라와.”


칼날이 서린 듯 일관된 말투로 여자는 진욱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때, 짐 정리를 다 한 희진이 진욱의 옆에 섰다.

희진은 이번에도 걸음을 멈춘 채 어두운 표정을 짓는 진욱을 보고 기대감에 찼다.


“어머, 뭐예요? 설마 여기 앞에도 또 있는 거예요?”


밝은 기분으로 말하던 희진은 진욱의 손에 들린 광자총을 보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하였다.

희진은 진욱의 어깨를 살짝 쳤다.


“총은 갑자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희진은 진욱의 대답이 없자, 자신의 PSC를 만져 빅토리아에게 무전을 보냈다.


그러나 빅토리아의 대답은 오지 않았다.

그 사이 진욱은 손에 들린 광자총을 다시 허리춤에 넣었다.


“아무래도, 빅토리아의 함선에 침입자가 있었나 봐요.”

“뭐라고요? 저 위에요?”

“공간도약 할 때 혹시 뒤에 따라온 사람 없었어요?”

“아, 아뇨. 없었어요. 빅토리아 씨는 어떡하죠?”


희진의 표정은 시시각각 굳어가, 이제는 진욱보다 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진욱은 일단 희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진정해요. 바로 죽이진 않았으니 최악은 아니에요. 일단 올라가 봐요.”


희진은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욱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끝없는 열대 우림만 보이는 풍경만이 진욱의 눈길에 답하였다.

진욱은 몸을 돌려 희진과 함께 타고 온 슈퍼노바 호로 향하였다.


작가의말

오늘 평소보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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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7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1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8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8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2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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