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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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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92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7 09:15
조회
261
추천
3
글자
7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DUMMY

“이 남자 맞아?”

“네, 귀에 꽂은 펜을 보면 맞아요.”


어두운 골목길의 유일한 길잡이는 고고도 네온 광고뿐이었다.

뿌연 빛줄기는 깨진 창문을 통과해, 희진과 빅토리아가 앉아있는 버려진 건물 속을 비추었다가 사라졌다.


희진과 빅토리아의 모습은 어둠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폐허 구석의 조그마한 불빛이 어두운 길의 가로등처럼 둘을 비추고 있어서, 둘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지진 않았다.


희진과 빅토리아는 그 아래에서 하루살이처럼 조그마한 불빛에 집중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본 불빛의 정체는 노트 크기의 단말기였다.

그리고 단말기에서는 마찬가지로 어두운 골목길의 모습이 펼쳐졌다.


“알았어. 잡아.”


빅토리아는 희진의 대답을 들은 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속삭였다.

다행히 빅토리아의 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깔끔하게 전달이 된 모양이었다.


작은 화면 속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골목 중앙에서 두리번거리며 귀에 펜을 꽂은 남자 옆으로 하얀색 자기부상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남자가 차량의 존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그 즉시, 반대편에서 건장한 사내 둘이 나타나 남자의 어깨를 하나씩 잡았다.


그리고 남자는 그대로 차량에 실렸다.

차량은 조용하지만 신속하게 골목을 빠져나왔다.


“아······ 괜찮겠죠?”

“괜찮아, 아는 사이라며.”


영화보다 더 현실감 넘치는 납치에 당황한 희진의 어깨를 빅토리아가 살짝 두들겼다.


희진은 불안한 마음에 단말기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깨진 창가 쪽으로 다가간 후 하늘을 쳐다보았다.


원래 하늘이 있을 곳에는 비록 빽빽하게 네온 광고판이 붙어져 있었지만, 밤에는 밝기 조절을 하는 덕에 그나마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후······.”


아직 정보부에서 이곳 루나 에모스까지 수사망을 뻗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헤르메스에 침입할 정도면 이곳도 시간문제였다.


더군다나, 빅토리아는 짐짝 둘까지 덜렁덜렁 단 채 움직여야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빅토리아는 이번에는 연합정보부에 잡힐 것 같은 느낌이, 스며드는 네온 줄기처럼 괜히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도망치기엔 희진이 풀어놓은 이야기가 꽤 매력적이었다.


툴론을 추적할 수 있다는 희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단박에 명예 회복과 거액의 돈을 움켜쥐기에 충분하였다.

빅토리아는 마음속 놀이터에 아이가 이곳저곳 뛰어다니듯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폐허 뒤편에서 거칠게 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한창 고민하던 빅토리아를 깨웠다.


“수고했어.”


거칠게 열린 철문으로 아까 전 남자와 건장한 사내 둘이 들어왔다.

사내 둘은 말없이 낡은 철제의자에 눈가리개를 씌운 남자를 내려놓고 퇴장하였다.


단말기를 바라보던 희진은 사내가 나가자, 벌떡 일어나 남자의 눈가리개를 풀어주려고 다가갔다.


“기다려!”


빅토리아는 방이 다소 울리게 소리쳤다. 빅토리아의 외침은 한바탕 떨렸던 방 안에 긴장감이라는 파동을 더했다.


움찔한 희진은 그대로 멈춘 후, 맞은편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빅토리아는 남자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희진의 옆에 앉았다.

남자는 아직 무슨 일인지 갈피를 못 잡았는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거기 누구······?”

“이름이 뭐야?”


빅토리아는 남자의 말을 끊고 딱딱하게 말하였다.


“······김, 김태훈이요.”


빅토리아는 희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은 상대방이 말이 없자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저, 전 땡전 한 푼 가난한 연구원에, 평소에도 잘못이라곤······.”

“대학교 광장에 있던 레이미 에그노드 상에 무슨 짓을 했어?”

“네······?”


태훈은 뜬금없는 빅토리아의 질문에 살짝 넋이 나간 듯 당황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레이미 에그노드 조각상에 뭘 했냐고.”


빅토리아 역시 말하면서도 어색했는지 희진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팔을 올렸다. 그러나 희진은 손을 입술에 대며 기다려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 밤에 제 팬티를······ 머리에 씌우고 밑에 ‘C-에 대한 보답’이라고 적었어요······ 근데, 그건 왜······.”


태훈은 어리둥절하지만 더듬거리며 고백하였다.

겁에 질린 채로 벌벌 떨면서 고해성사를 하는 태훈의 모습이 웃겼는지, 빅토리아는 피식거리며 희진과 태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말이 진짜였어?”

“진짜 맞아요, 빅토리아 씨.”


동시에 태훈은 천적을 발견한 미어캣처럼 허리를 세우고 두리번거렸다.


“희진? 이희진 너야?”


희진은 초조해하는 태훈의 뒤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

눈가리개가 분리되어 희진의 손에 쏙 들어오며, 태훈은 드디어 떨림을 진정시켜갔다.


“이희진 맞지? 야, 이게 대체 뭐야······.”


태훈은 의자에 앉으려는 희진의 모습을 발견하고 물었다.

희진의 표정은 아직 살짝 웃고 있었으나, 희진은 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였다.


피식거리던 빅토리아는 어느새 어둑한 폐허에 맞는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무표정으로 태훈을 바라보았다.


희진에겐 더 큰 소리를 퍼부으려던 태훈은 네온사인의 역광을 타고 노려보는 빅토리아의 눈빛을 보고 슬쩍 자세를 고쳐 앉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너 혹시 무슨 위험한······.”


태훈은 빅토리아의 눈치를 조금씩 보며 희진에게 말하였다.

빅토리아는 의자의 머리 받침대에 팔을 걸치며 태훈에게 무언의 압박을 넣었다.

희진은 주머니를 뒤적이며 말하였다.


“저기, 놀라게 한 건 미안해. 내가 급하게 부탁할 게 있거든······.”


희진은 주머니에서 수첩 크기의 파우치 같은 것을 꺼내었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이것 좀 분석해 줘.”


매끈한 표면을 누르자, 은은한 초록빛이 반짝이고 파우치가 열렸다.

그 안에는 보라색의 트리니톤이 담긴 시험관이 있었다.


“이게 뭔데?”

“내가 채집한 트리니톤이야. 기본적인 것들은 내가 했는데, TSF 분석 결과가 필요해.”

“아니, 잠깐만······ 트리니톤? 그게 어디서 났어?”


당황하는 모습의 태훈의 눈에 의혹이 피어나는 것을 빅토리아는 눈치챘다.

하지만, 희진은 태훈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느라 그것을 간과한 모양이었다.


“그게, 어디서 났냐면······.”

“됐고, 당신 연구소에 좋은 장비가 있다며?”


빅토리아는 희진의 말을 끊고 태훈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태훈은 빅토리아를 향해 흘깃 눈을 돌렸다가, 마지막에는 고개까지 돌리며 쳐다보았다.


“그렇긴 해. 근데 당신 누구야? 사람을 이렇게 납······.”

“이 여자한테 급하게 받을 게 있어서, 왜? 아니면 당신한테 받을까?”


다시 말을 자른 빅토리아의 강한 어조에 태훈은 입을 다물고 희진을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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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4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4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1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5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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