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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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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97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6 18:15
조회
143
추천
2
글자
7쪽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DUMMY

진욱은 입술을 살짝 씹고 있던 빅토리아를 바라보며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빅토리아는 붉은빛이 돌고 있는 리디늄 포대 하나를 쳐다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책임자 누구야, 책임자나 이사 나오라고 해.”

“마지막 기회입니다. 즐거움과 웃음이······.”

“나 빅토리아 마르틴이야! 여기 가만히 있을 테니까, 빅토리아 마르틴이 왔다고 전해!”


빅토리아는 다소 언성을 높여서, 딱딱한 말투로 일관하던 무선 너머의 목소리를 끊어냈다.


얼핏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모습의 뉘앙스였으나, 빅토리아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빅토리아는 진욱에게 착륙하라는 듯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며 손짓하였다.


진욱은 천천히 빅토리아의 함선을 단단한 암석 위에 착륙시켰다.


다행히, 상급자와 얘기를 하러 간 모양인지 한동안 무전 너머에서는 말이 없었다.


리디늄 포대는 함선 지름의 네 배까지 한 방에 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꾸준히 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암호가 독특하네요.”


긴장감이 감도는 선내에서 대답을 기다리던 셋의 뒤에서 나지막한 말소리가 들렸다.


빅토리아와 희진과 진욱은 동시에 뒤로 고개를 돌렸다.

파샤가 뒷짐을 진 채 전면 유리를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셋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파샤는 고개를 살짝 돌려 빅토리아를 쳐다보았다.


“예상 밖이에요.”


덤덤하게 얘기를 하는 파샤를 향해, 빅토리아는 썩은 표정으로 대신 대답해줬다.


“누구라고 하셨죠?”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전 목소리에 비해 조금 원숙한 느낌의 새로운 목소리가 조용했던 함선 내부를 채웠다.


단말기를 쳐다보던 희진과 리디늄 포대를 보고 있던 진욱은 동시에 빅토리아를 향해 눈을 돌렸다.

빅토리아는 부조종석 앞의 버튼을 살짝 누른 뒤 대답하였다.


“빅토리아 마르틴.”

“나는 데비 말론이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빅토리아가 맞으면······.”

“데비? 데비 아저씨, 저예요. 빅토리아! 삼 년 전에 저랑 술 마시기 내기했다가 대판 지고, 그때 콘수엘라에 있던 사람들한테 전부 맥주 돌렸잖아요!”


빅토리아는 달라진 상대편의 이름을 듣자 화색이 돌며 이야기를 읊어대었다.


“어······.”

“그리고 기억 안 나요? 오 년 전에 같은 사무실에 좋아하는 여자 있다고, 어떻게 말 걸면 좋을지 헤르메스까지 찾아와서 저한테······.”

“그만, 그만! 알았다, 빅토리아. 어서 와.”


데비라 불린 상대방은 손사레를 치는 것이 보일 정도로 소리를 높였다.


“고마워요, 아저씨. 근데 그 여자랑은 어떻게 됐어요?”

“크흠, 와서 얘기하자.”


그렇게 무전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희진과 진욱에게 빅토리아는 씩 웃으며 화답하였다.


“자, 이제 들어가자고.”


빅토리아는 부조종석에 등을 고쳐 앉으며, 조종간을 살짝 두들겼다.

진욱은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그냥 조종간을 잡고 천천히 함선을 띄웠다.

옆에 있던 희진이 진욱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와, 빅토리아 씨 진짜 프로 밀수······ 아니, 무역업자네요. 이름만 대니까 그냥······.”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어서 가자.”


약간 으스대는 느낌이 담겨 있었지만, 빅토리아는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희진은 빅토리아를 따라서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만큼, 자신의 목표에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덩달아 든 희진이었다.


파샤는 잿더미가 될 뻔한 상황이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자, 어느새 셋과 떨어져 측면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았다.


함선이 곧 떠올랐다.


함선이 떠오를수록, 대규모 풍력단지처럼 곳곳에 늘여져 있는 리디늄 포대가 파샤의 눈에 들어왔다.


파샤는 그것들을 찬찬히 훑어보는 동시에 단말기에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하였다.


다섯 번째 리디늄 포대를 넘어갈 무렵, 함선 측면에서부터 작은 드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론은 전면 유리 앞으로 다가와 빅토리아의 함선과 속도를 맞추었다.


“뭐야?”

“저것만 따라가면 돼.”


드론은 가이드처럼 빅토리아의 함선을 인도하였다.

빅토리아는 진욱에게 깔끔하게 대답한 뒤, 다소 느긋한 자세로 앞을 보았다.


진욱은 주인을 따라가는 귀여운 강아지처럼 드론을 따라갔다.

파리처럼 생긴 그것은 일직선으로 쭉 나아가다, 가끔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이윽고 바위산 계곡 너머로 드넓은 황토색 평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늠하기는 어려웠으나, 웬만한 대도시만 한 크기였다.


드론의 후방에서 기다란 막대기 같은 것이 가로로 펼쳐졌다.

그리고 막대기에 붉은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어, 저기 봐요!”


희진은 평원 한가운데를 손으로 가리켰다.


진욱은 희진의 손을 따라 붉은빛에서부터 고개를 돌렸다.

평원 바닥을 덮고 있는 모래와 자갈들이 울렁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현수교가 다리를 올리듯 바닥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들리는 바닥 사이로 모래가 폭포처럼 흘러내려 가며 그 입은 점점 커졌다.


“저기군요.”

“이런 곳에 숨겨져 있을 줄이야······.”


진욱과 희진은 벌어지는 바닥을 바라보며, 보이는 그대로 그 감정을 드러냈다.

옆에서 둘을 지켜보던 빅토리아는 왠지 모르게 흐뭇하였다.


드론은 열리는 바닥 앞에 다다르자, 속도를 높인 뒤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욱은 HUD에 보이는 경로를 따라, 천천히 함선을 조종했다.


“하단 조명 켜고······.”


강습하듯 빅토리아의 함선을 바닥 위에서 회전시킨 진욱은 입안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열린 바닥은 생각보다 컸다.

핏빛 같은 모래바람이 날리는 화성의 모습보다, 어두컴컴한 검은 지하가 전면 유리에 더 많이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착륙 완료.”


하단 조명에 반사되는 착륙 보조선이 전면 모니터로 보이자, 진욱은 지지대를 내렸다.


얼마 후, 약간의 떨림과 함께 빅토리아의 함선이 완전히 멈추었다.

이제는 저 위로 올라가는 화성의 지표면을 끝까지 지켜보던 희진이 제일 먼저 ITC로 향하며 손을 움직였다.


진욱은 함선을 점검한 후, 빅토리아를 바라보았다.

빅토리아는 팔걸이에 손을 얹은 채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다.


“잘 된 것 같긴 한데, 이제 어떡하지?”


진욱은 머리 위의 스위치를 조작하며 얘기하였다.


“이제 됐어. 가만히 있으면 돼.”


빅토리아는 자신의 말처럼 가만히 부조종석에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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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4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6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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