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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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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95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15 18:15
조회
135
추천
1
글자
7쪽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DUMMY

부장은 박사를 다시 들쳐 맸다.

고개만 살짝 내민 부장의 눈에 어느새 꽤 가까이 다가온 적이 보였다.


부장은 심호흡하였다.


부장은 배터리팩의 마지막 남은 리디늄을 소진하면서, 터치다운 하듯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갔다.


불과 일이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날아오는 광선을 뚫으면서 그사이를 지나가는 시간은 한두 시간으로 느껴졌다.


“문이 닫힙니다.”


한 손으로 박사를 받치던 부장은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서야 숨을 쉬었다.

부장은 박사의 어깨를 흔들며 박사를 깨우려 하였다.


그러나 박사는 정말 마취라도 당한 듯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갈수록 부장은 광자총을 쥔 손에 땀이 났다.

광자총은 짧은 비프음만 내고 있었다.


자신의 차량까지 의식 없는 박사를 매고 총도 없이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에, 부장은 일단 박사를 두 손으로 받치고 튀어 나갈 준비를 하였다.

빈 광자총은 일찌감치 허리춤에 꽂아두었다.


다행히 서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정장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부장은 오랜만에 현장에서의 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최적의 엄폐물을 눈으로 확인하며 동시에 달려나갔다.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로비를 거칠게 가로지르던 부장은 정문을 열어젖혔다.


자신이 주차해놓은 차량이 계단 바로 밑에 있었다.

부장은 주위를 살핀 후 도미노처럼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두 걸음 정도 내려갔을 때였다.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파동이 부장의 귓가를 파고들어 반대편의 귓가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즉시, 거대한 충격파가 부장을 덮쳤다.

부장은 뒤로 털썩 밀려나 주저앉았다.


박사를 매고 있던 부장의 손도 힘이 빠져버렸다.

부장과 박사는 서로 엉키며 계단에 나뒹굴었다.


정신을 차린 부장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금이 간 선글라스를 벗은 부장의 눈앞에는 한때 차량이었던 쇳덩이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다.


부장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TV 크기의 드론 하나가 동쪽 하늘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드론은 사마귀같이 생긴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기선제압을 완료하고 날개를 윙윙거리며 다가오는 사마귀는 지금의 부장에게 천적과도 같았다.


부장은 기침을 몇 번 하면서 박사를 확인하였다.

박사는 바로 옆에서 고개를 돌린 채 널브러져 있었다.

군데군데 상처가 보였지만, 박사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부장은 거추장스러운 정장 외투를 벗어, 박사를 감싼 채 들쳐 맸다.

계단 옆의 경사로로 달려가는 부장의 뒤로 드론이 바싹 붙기 시작했다.

드론은 이제 웬만한 자기부상 차량 크기는 되어 보였다.


부장은 고개를 빠르게 돌려 뒤를 확인하였다.

이마에서 내려오는 피가 눈 옆을 흘러 정확하진 않았지만, 드론의 몸체 아래에서 무언가 빛나고 있었다.


“큭······.”


맹수의 위협을 알아차린 사슴처럼 부장은 더욱더 빠르게 이동하였다.

그 직후, 부장이 있던 바닥에서부터 돌덩이가 튀기면서 총알이 빗발처럼 박히기 시작하였다.


콩을 볶는 소리를 내며 총알은 점점 부장과 박사를 향해 다가왔다.

바닥의 흙과 돌이 부장의 귓가를 스쳐 튀겨나갈 즈음, 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서 타세요!”


그때 커다란 폭발음이 부장의 머리 위에 울리며 사마귀 같은 드론이 산산이 조각났다.

부장은 외침이 들린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APC 차량이 보였다.

차량 위에 있는 리디늄 경기관총 주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숨을 돌리던 부장 앞에 차량이 멈추어 섰다.


“함장이 보냈나?”

“네. 어서 타십시오!”


APC 뒤편의 해치를 열고 나타난 젊은 병사에게 박사를 맡긴 부장은 APC 안으로 힘겹게 올라갔다.


급하게 돌아갈 모양인지, APC는 해치가 미처 다 닫히기도 전에 출발하였다.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던 부장은 가운데 누워있는 박사를 보았다.


“아드레날린과 PGS 투입!”


그러나 이미 의무병으로 보이는 병사 셋이 부장 앞을 가려서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병사들은 박사를 살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자기부상 차량에 비해 심하게 덜컹거리는 APC는 위급해 보이는 박사의 생명을 대변하듯 움직였다.


“활력 징후 정상! 내출혈 없는지 확인해!”


주사기를 꽂아 넣던 병사 한 명이 옆의 병사에게 외쳤다.

옆에 있던 병사는 다리미처럼 생긴 장비를 박사의 머리 위에 놓았다.

장비는 곧 초록빛을 아래로 비추며 박사의 발끝까지 천천히 이동했다.


떨리는 실내에서 이상적인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병사들의 움직임은 꽤 믿음직스러웠다.


“으음······.”


박사가 낮은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활력 징후가 깜박이는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부장은 박사가 정신을 차리자 몸을 숙였다.


“박사님! 정신이 드십니까!”

“으으······ 자네구먼······.”


박사는 다행히 우려하던 것보다는 비교적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였다.


“아직 치료가 더 필요합니다, 부장님.”


바로 맞은편에서 박사를 같이 보던 콧수염의 병사가 외쳤다.

그러나 부장은 아예 자리에서 내려왔다.


부장은 비좁은 APC 가운데에 앉아 박사에게 고개를 가까이 대었다.


“파편이 두정골하고 우측 하복부에 박혀있어. 고령이니 마취 시작해.”


박사의 몸을 살폈던 병사가 콧수염 병사에게 외쳤다.

부장은 시간이 없음을 직감했다.


“정보부에서 왜 박사님을 없애려는 겁니까! 위에 보고하란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입니까!”


마치 심문하듯 외치는 부장의 의문은 소음으로 가득한 실내마저 장악할 정도로 박력 있었다.


하지만 박사는 고개만 뒤척거리며 부장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으윽······ 공간도약······.”


박사는 힘겹게 단어를 얘기하였다.

그러는 동안 마취제가 박사의 전신을 타기 시작하였다.

부장은 간절히 기도하는 신도처럼 박사의 입이 움직이기만을 바랬다.


“공간도약 다음은요!”


하지만, 박사는 부장의 물음에 끝내 대답하지 못하였다.

부장은 알 수 없는 이 느낌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대체 뭘 알고 계신 겁니까, 박사님!”


그러나 부장의 마지막 외침은 도로 위로 흘러내릴 뿐이었다.

APC는 유유히 함선을 향해 나아갔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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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3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7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4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4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3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1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6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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