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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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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935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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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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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DUMMY

목표물에 근접했다는 신호가 뜨며 근접 레이더가 진동수를 높였다.

이미 내릴 때부터 경고음이 숨 쉬듯 들렸기에 일찌감치 소리는 꺼버렸지만, 레이첼은 늘어난 진동수만큼 더 집중하였다.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광선들을 보며 목표까지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레이첼과 미하일 앞에 기울어진 전함 하나가 그들을 막아섰다.


마리브급 전함이었다.

달에서 손꼽히게 크다는 피에르나 협곡의 절벽을 본다면 이런 느낌은 아닐까 싶었다.


옆에서 달려오던 미하일이 먼저 주변 잔해를 밟더니 점프팩을 사용했다.

미하일은 기울어진 전함의 맨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레이첼 상사님!”


미하일은 무언가 발견했는지, 따라 올라오는 레이첼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레이첼의 몸이 점점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홀로그램으로 보았던 그 목표물이 이 함선만 넘으면 정말 있는가 싶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점프팩은 레이첼을 꼭대기로 힘차게 올리는 데 일조했다.


“뭐가 보이······.”


전함 꼭대기에서 레이첼이 바라본 모습은 가히 전쟁터였다.

가운데를 놓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양각색의 무기들이 서로를 향해 불을 뿜고 있었다.


왼편에서는 검은색의 전투복을 일괄되게 입은 공항경비대가 광자총을 이리저리 난사하고 있었다.

부서진 전투용 APC에서도 얇은 광선 줄기가 뿜어져 나와, 일직선 위에 있는 것들을 녹여버렸다.


오른편에서는 알록달록한 색의 전투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였다.

그 뒤로 전투용 로봇과 이동식 로켓 포대들이 포진해 있었다.


각양각색의 무기를 써가며 그들은 공항경비대에게 악착같이 반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공대기권 위의 우주에서는 조그마한 점 두 개가 왔다 갔다 하며, 또 다른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우, 살벌하네요. 테러라도 났나 봐요······.”


미하일의 감상평은 한 귀로 흘린 채, 레이첼은 눈앞의 전황과 전략 지도를 번갈아 훑었다.

그리고 연합군에 반격하는 무리 뒤쪽 폐허로 가려진 곳에 시선이 멈추었다.


“찾았어······.”


미하일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레이첼은 재빠르게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달려 내려갔다.


“뭐, 뭐예요!”

“목표물!”


짧게 대답한 레이첼은 눈앞을 가로막는 노란색 전투복의 사람에게 광선을 쏘아댔다.

배터리팩에서 출발한 에너지는, 방전 손잡이를 지나 급격히 증폭되며 날아갔다.


레이첼이 쏜 광선은 정확히 노란색 전투복을 입은 사람의 팔을 날려버렸다.

레이첼은 고통에 찬 듯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았지만, 확인사살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이런 데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꼬불꼬불하게 마련된 미로 같은 폐허를 거침없이 나가는 레이첼의 모습은 치타의 모습과 같았다.


지하에서 터져 나와 솟아오른 송유관 파이프를 슬라이딩하듯 넘어선 레이첼의 눈앞에 드디어 목표물이 보였다.

레이첼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던 그 날개 달린 원추형 모양의 물체, 아니 함선이었다.


뒤쫓아 오던 미하일 역시 함선을 보았는지 레이첼의 옆에 엄폐하였다.


“어떡하죠?”


미하일이 묻기 무섭게, 원추 모양의 함선이 큰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불을 내뿜으며 이륙하려는 모습이 분명했다.


당황한 기색의 미하일과 달리, 레이첼은 헬멧 안의 홀로그램을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너 점프팩 얼마 남았어?”

“어······ 50% 정도요!”


레이첼의 물음 아닌 외침에 얼떨결에 미하일은 대답하였다.


“저기까지 가서 나를 안아!”


달아오르는 추진부를 보며 다급해진 레이첼은 멀리 보이는 빨간색의 철근을 가리키며 외쳤다.


“네······?”


레이첼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더욱 패닉 상태가 된 미하일은 가지고 있던 소총까지 떨어트릴 모양새였다.

레이첼은 자신의 말이 급했음을 파악하고 몸을 돌려 미하일에게 설명했다.


“저기까지 가서 나를 안던지 업든지 해. 그러고 네가 먼저 점프팩을 쓰는 거야, 다 떨어지면 그때 내 점프팩을 쓸 거야. 이단 로켓처럼 말이야, 이해돼?”

“그렇긴 한데, 그러면 상사님 혼자서······.”

“괜찮아, 이건 내 싸움이야.”


레이첼은 미하일과 빨간 철근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미하일은 레이첼의 불친절한 명령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업을게요.”

“시간 없어, 간다!”


레이첼은 소총을 등에 붙였다.


소총이 찰싹 달라붙자, 레이첼은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전력 질주하듯 손을 흔들며 아래로 뛰어갔다.

미하일 역시 뒤지지 않겠다는 라이벌처럼 레이첼의 바로 옆을 뛰었다.


다행히 공항경비대와 정체불명의 무리는 서로 간의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둘의 전력 질주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레이첼과 미하일을 향해 날아오는 서늘한 광선들은 없었다.


위로 삐죽 솟은 빨간 철근 끝까지 무사히 달려들 무렵, 원추 모양의 함선은 방향을 틀어가며 이륙을 시도하였다.


“지금이야!”


레이첼은 등에 있던 소총을 분리해서 버리며, 동시에 미하일의 등에 올라탔다.

미하일은 올림픽 높이뛰기 선수처럼 점프팩을 가동하였다.


하늘 높이 솟구친 미하일과 레이첼은 용이 승천할 듯 거침없었다.

그러나 미하일의 점프팩에서 나오는 떨림은 얼마 못 가 사그라졌다.


“가세요!”


미하일은 점프팩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바로 소리쳤다.

레이첼은 미하일의 대답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레이첼은 미하일의 등 위에서 무릎을 굽히고 한 손을 미하일의 어깨 위에 얹은 상태로 발을 굴렀다.


레이첼이 뛰어오르며 생긴 반동 때문에 미하일은 빠르게 땅으로 추락하였다.

그래도 이 정도 높이면 전투복 덕택에 다치진 않을 것이었다.


레이첼은 미하일의 희생으로 얻은 추진력에 힘을 더하기 위해, 자신의 점프팩을 가동했다.


정강이 뒤에서 격한 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레이첼의 점프팩은 레이첼의 몸을 우주까지 날려 보낼 기세였다.


“제발······.”


레이첼은 손을 뻗었다.

구닥다리 액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자신에게도 있다니 한 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첼은 동시에 그 심정이 이해된다는 잡생각도 들었다.


그런 레이첼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레이첼의 점프팩 출력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손가락 끝을 허공에서 움직여댔다.


원추형 함선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점프팩에서 비틀거림이 생겨날 무렵, 레이첼은 마침내 원추형 함선에 붙은 날개의 파인 부분을 움켜쥘 수 있었다.


레이첼은 필사적으로 날개를 붙든 채 몸을 끌어올려 밀착했다.


“크으으으······.”


함선이 인공대기권을 통과하기 전에 어서 선내로 들어가야 했다.

예전의 기세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하늘을 부숴버리고 막무가내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레이첼은 몸을 바싹 붙인 채 암벽등반을 하듯 하나씩, 그러나 빠르게 함선의 몸통 부분으로 향했다.

이미 헬멧의 홀로그램에서는 경고가 뜨기 시작했다.


상승 저항을 오롯이 받아내며 레이첼은 몸통 옆 에어 로크에 도달하였다.

레이첼은 허벅지에 차고 있던 광자총을 꺼내 에어 로크 옆 환기구에 대고 쏘아댔다.


레이첼은 몇 번의 시도 끝에 작은 구멍이 난 환기구에 손까지 써가며 덮개를 뜯어냈다. 그리고 재빨리 다리부터 넣었다.


환기구에 몸이 전부 들어가자, 레이첼은 가슴팍에서 간이 용접기를 꺼내었다.

레이첼은 뜯어냈던 덮개와 간이 용접기를 이용해 구멍 난 환기구를 다시 막았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이 하나도 없게 막히자, 레이첼은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후······.”


레이첼은 잠시 숨을 돌렸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레이첼은 헬멧 안의 홀로그램을 살폈다.


레이첼은 맨 위쪽에 있는 원추형 함선에 확인 표시를 하였다.

그리고 그 아래 목표물 세 명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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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5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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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8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6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4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6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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