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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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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24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5 18:15
조회
312
추천
6
글자
8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

DUMMY

“크기라면 커요. 밀수용이라 거의 날아다니는 화물칸이죠.”


진욱의 손은 여전히 회피 기동 때문에 바쁘게 움직였지만, 진욱의 눈은 한 곳을 응시하면서 무언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30초 정도면 닿을 것 같은데, 공간도약 준비랑 화물칸 해치 좀 열어줘요!”

“뭐 하려고요?”

“합승요!”


진욱은 말을 마치고 조종에 집중하였다.

빅토리아의 회신은 더 오지 않았다.


“무슨 말이에요?”


ITC를 확인하며 마음을 계속 졸였지만, 궁금함을 못 참는 성격이 희진의 틈을 비집고 나온 모양이었다.


“캥거루 같은 거요!”


광선 줄기에 이어 미사일까지 하나둘 슈퍼노바 호를 스쳐 지나가기 시작하자, 진욱은 설명을 길게 할 여유가 없었다.


똑똑한 희진이 자신의 비유를 알아주어서,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캥거루가 왜······ 설마?”


희진은 ITC를 팽개쳐두고 단번에 부조종석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무섭게 달려드는 미사일의 이빨을 피하려는 토끼처럼 슈퍼노바 호는 또다시 회전하였다.


이번에는 사방팔방으로 털을 흩뿌리듯, 교란용 채프가 수류탄 터지듯 퍼졌다.

운 좋게 빛의 꼬리를 뿜으며 다가오던 미사일 하나가 슈퍼노바 호 밑에서 터졌다.


빙글빙글 돌면서 털어대는 선체 때문에 어지러움을 겪을 뻔하였지만, 희진은 무사히 부조종석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앞에는 어느새 메기의 입처럼 커다랗고 검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진욱은 그 아가리 속으로 슈퍼노바 호를 밀어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으아······ 진심이에요?”

“방법이 없어요!”


진욱은 말을 마치자 레버를 급격히 자신 쪽으로 당겼다.

동시에 조종간을 잡던 손에서 핏줄 한두 개가 손 가죽을 뚫을 듯 굵어지며, 저항하는 슈퍼노바 호를 억제하였다.


슈퍼노바 호 전면 유리가 뿌옇게 될 만큼, 전방으로 역추진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슈퍼노바 호는 빅토리아의 함선 화물칸 깊숙한 곳까지 가서야 멈추었다.

먹이가 들어와 배가 불렀는지, 열려있던 화물칸의 아가리는 그 입을 곧바로 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인공 중력이 완료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빅토리아의 함선이 이내 회피 기동을 하자, 화물칸에 있던 슈퍼노바 호는 관성에 따라 그대로 화물칸 벽과 부딪치며 요동쳤다.


“해치 올리고 빨리 떠요!”

“10초!”


빅토리아의 다급한 대답과 함께 화물칸의 사이렌 소리가 슈퍼노바 호 선체를 뚫고 희진과 진욱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공간도약 할 때는 눈 감아요!”


진욱은 후방 카메라를 통해 화물칸의 해치가 잘 닫히는지 찔끔찔끔 확인하면서, 동시에 슈퍼노바 호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희진은 진욱이 시키는 대로 일단 눈은 감았지만, 아직 입까지는 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쳇, 나도 공간도약 몇 번 해봤거든요!”

“알겠으······.”


조종에 열을 올리는 진욱은 희진의 대답에 약간 서리 시린 대답을 하였다.


진욱의 대답이 반쯤 입에서 나올 때, 진욱의 시야가 쏠리기 시작했다.

진욱은 힘겹게 눈만 돌려 희진을 쳐다보았다.


피노키오 동화책의 삽화보다 수백 배는 더 길게 희진의 코가 늘어났다.

이윽고 턱과 눈이 삼각형을 이루며 코를 따라 움직였다.


언제 봐도 기괴한 모습이라고 느낀 진욱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야말로 눈 깜빡할 찰나였다.

희진과 진욱이 시끄럽게 사투를 벌였던 트리톤 앞마당에는 갈 곳 없는 광선 줄기만이 지나다녔다.



------------------------------



“그럼, 말 편하게 할게.”


폭포수를 받아먹는 외계인이 인쇄된 캔맥주를 벌컥거리며 마신 후, 빅토리아는 결심한 듯 말하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희진은 그 기세에 눌렸는지 조금 다소곳하게 맥주캔을 잡고 있었다.


진욱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늘 집안 분위기를 살피는 둘째처럼 희진과 빅토리아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무튼, 우릴 쫓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알았으니 남은 문제는 두 가지네.”


빅토리아는 반대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며 희진과 진욱이 볼 수 있게 손을 올렸다.


“첫째,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빅토리아의 검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둘째, 그······.”

“트리니톤요.”


빅토리아의 입과 함께, 중지 역시 올라가다 턱에 걸린 듯 멈추었다.

희진은 멈칫하는 빅토리아의 말을 도왔다.


“그래, 그 트리니톤을 갖고 어떻게 할 것인가.”


빅토리아는 말을 마친 후 둘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다소 어두운 표정의 희진과 달리 진욱은 주머니에 손을 천천히 넣고 의자에 살짝 기대었을 뿐이었다.


“좋은 생각 있어?”


빅토리아는 맥주캔을 살짝 들어 진욱을 향해 살짝 몸을 돌렸다.

진욱은 그런 빅토리아를 물끄러미 몇 초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두 번째는 희진 씨의 일이니까 모르겠지만, 첫 번째라면 몇 군데 생각나. 목성 근처에 버려진 연합군 기지나 초소들도 있고······. 소행성대 사이에 숨어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냐, 당신 밀수의 기본 수칙이 뭔지 알아?”


빅토리아는 진욱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진욱의 말을 끊으며 진욱보다 몸을 더 의자에 파묻어 기대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가라.”

“그 말은······.”


빅토리아의 말에 희진이 반응하였다.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는 것이 좋아. 내가 아는 인맥과 네트워크도 그런 쪽에 많고.”


빅토리아는 아까 전보다 살짝 낮은 톤으로 설명하였다.

진욱은 한쪽 손을 빼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였다.


“사람이 많다고 아무 데나 가는 건 위험해. 그만큼 보는 눈도 많을 거야.”

“박진욱이라고 했지? 여기 죽치고 있는 것보단 나아.”

“그래 뭐, 좋아. 그래서 구체적인 곳이라도 있어?”

“······화성의 릴리프는 어때? 내가 잘 아는 인신매매 친구가 있어.”


희진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둘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정보부 사람이라면 거기부터 뒤질 것 같은데?”

“그래도 소행성대보다는 현실적이지.”

“정보부에서 이 잡듯 찾아다닐 거야. 웬만한 곳에 숨었다간 바로 세상과 안녕할걸.”


진욱은 팔짱을 끼고 말을 이었다.


“빅토리아, 구해준 건 고마운데 말이야, 난 이 여자랑 이쯤에서 조용하게 헤어지고 싶어.”

“저기······ 그러지 말고, 시원한 거라도 마시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장난이 어느 순간 싸움이 되듯, 빅토리아와 진욱은 티격태격하였다.

희진은 분위기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희진은 마실 걸 먹자고 외치며 냉장고로 향하였다.

시원한 걸 마시면 분위기가 풀릴 거라고 희진은 생각했다.


희진은 냉장고 입구의 패널을 눌러 아이스티를 선택했다.


냉장고 아래의 조그마한 칸에서 아이스티가 추출되었다.

동시에 냉장고 패널에 아이스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나열되었다.


그때까지도 희진은 서로 흘겨보는 빅토리아와 진욱 사이의 긴장감을 은근히 느꼈다.

그 때문에 희진은 괜히 아이스티에 대한 자질구레한 설명들을 읽는 척하였다.


“어······?”


희진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왔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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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5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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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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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2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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