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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67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6 18:15
조회
267
추천
2
글자
8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DUMMY

여자는 허리를 숙여 태환의 코앞까지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헬멧에 시야가 가려진 태환은 그런 여자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천근보다 무겁게 들리는 여자의 말소리는 태환의 마지막 남은 의지에 구멍을 만들었다.


“네 사촌 동생이 찾는 게 뭐야? 대답 잘해.”


태환의 입술이 떨렸다.

여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귀를 태환의 입 쪽으로 대었다.

태환의 힘없는 말소리가 여자의 귀를 때렸다.


“.....트리······ 니톤······.”


여자는 바람 속 자그마한 말소리의 떨림을 느꼈다.

그리고 그 떨림은 온전한 단어로 여자의 달팽이관에서 완성되었다.

여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태환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거봐, 잘하잖나! 힘내서 조금 있다가 계속하자고.”


방의 파동을 바꿔버릴 듯 힘찬 목소리로 기합을 넣은 입과는 달리, 여자의 손은 다시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곧이어 태환의 비명이 방의 파동을 더 크게 흔들었다.

여자는 그런 태환을 뒤로한 채 방을 빠져나왔다.


하얀색의 복도에 서자 여자의 검은 정장이 더욱 돋보였다.

여자는 복도 양쪽을 흘깃 살핀 후, 정장보다 더욱 눈에 띄는 빨간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러자,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PSC가 은은한 붉은 빛을 내었다.

여자는 PSC에 손을 대었다.


“부장님, 접니다.”

“뭔가 건졌나?”

“생각보다는 오래 버텼지만, 이제 막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군······ 지금까지 알아낸 것들 보고하고, 그쪽에서 조치할 것들은 알아서 처리하도록.”

“네!”


부장과의 통화가 끝이 났는지, PSC가 초록색에서 다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그때 통로 끝에서 정장 차림의 요원 두어 명이 걸어왔다.

여자는 자신의 빨간 머리를 정리하며 살짝 벽에 기대었다.


여자는 정장 무리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가늘게 뜬 여자의 눈을 보아 틈틈이 정장 무리와의 거리와 속도를 보는 눈치였다.


정장 무리가 코너를 돌아나가고 얼마 후, 여자의 PSC가 다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여자는 오뚝이처럼 벽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다소 무거운 톤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국장님. 접니다. 툴리아.”



---------------------------------



“그래, 도망쳤다는 거지······.”


부장은 손가락으로 함교의 난간을 두드리며 말을 흐렸다.

나탈리 함장은 부장이 어떤 문책을 내릴까 심히 걱정되었다.


그러나 부장은 나탈리 함장에게 하나의 명령만 내렸다.


“재밌군······. 예상되는 곳은 있나?”


나탈리 함장은 부장의 명령에 빠르게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곧이어, 전면 모니터에 태양계 천도가 입체로 펼쳐졌다.

그리고 사이사이로 몇 개의 점이 반짝였다.


“함장 생각은 어떤가?”


부장은 뿌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전면 모니터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옆에서 같이 전면 모니터를 지켜보던 나탈리 함장은 부장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부장이 나탈리 함장의 대답을 기다리다 고개를 슬며시 돌릴 즈음, 나탈리 함장이 손가락으로 전면 모니터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저기라고 생각합니다.”

“에빙스트 과학선······.”


미간을 좁히며 나탈리 함장이 가리킨 곳을 보던 부장은 혼잣말처럼 대답하였다.

점점 낮아지는 어조로 보아 부장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탈리 함장 역시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조용히 부장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함장, 저 녀석들이 뭐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나?”

“네, 과학자, 조종사에 새롭게 나타난 함선 하나는······ 주인이 밀수업자입니다.”


부장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래, 종합하면······ 그 과학자가 말한 트리 뭔가를 조사할 시설이 있으면서 동시에 밀수업자가 좋아하고 숨어들 만한 곳을 찾아야 하는데······ 에빙스트 과학선은 토성 궤도에 혼자 있지 않나?”

“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부장님.”


부장은 전면 모니터에 펼쳐진 지도를 둘러보았다. 한참 바라보던 부장은 붉게 빛나는 점들 중 하나를 짚었다.


“내 생각엔 여기일 것 같군.”


부장의 말에 반응하듯, 지도는 확대되어 부장이 빛나는 점을 띄웠다.

그리고 관련된 정보들을 하나씩 화면에 띄우기 시작했다.


“여기는······.”

“우리는 여기로 가서 추적한다. 정보부에서 지원해 준 요원들은 남은 장소들로 보내도록.”


부장의 명령에 나탈리 함장은 입을 닫은 후, 함교의 관제관들에게 명령하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관제관들을 보던 부장은 허공에 손짓하였다.


앞에 펼쳐져 있던 전면 모니터가 살짝 진동하더니 위로 접히면서 사라졌다. 전면 모니터에 가려져 있던 트리톤이 부장의 눈에 들어왔다.

부장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다시 빨면서 트리톤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부장님.”


나탈리 함장의 부름에 부장은 천천히 옆에 있는 나탈리 함장을 쳐다보았다.


“실례지만, 저기에 그 셋이 있을지 생각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부장의 판단이 궁금했던 모양인지, 나탈리 함장은 머뭇거리면서 물어보았다.

하지만 부장은 무거운 말투와 달리 가벼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함장, 나에 대해 얼마나 아나?”

“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나탈리 함장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한 기색이 담긴 어색한 대답을 하였다.


“난 툴론과의 첫 번째 전투에 참여했었지. 이제 막 훈련소를 나와 FSF에 배정되었던 초짜였네. 급조된 방어벽에서 툴론의 침략을 막으려고 진지를 치고 있을 때였나······ 아무리 기다려도 툴론이 오지 않더군. 철없던 난 기다리다 지쳐 단독으로 움직였네. 혼자 무기를 들고 툴론의 집결지라고 생각되는 곳에 갔지. 그런데 아무것도 없더군.”


부장은 담담하지만, 무게감 있는 말로 나탈리 함장의 관심을 계속 당겼다.


“실망하며 다시 방어벽으로 돌아왔네. 근데 그사이 난리가 났더군. 툴론이 내 훈련소 동기들을 살육하느라 바빴어······ 툴론은 이미 방어벽 안에 숨어 우리 뒤를 칠 때를 기다렸더군.”


부장은 결말을 얘기한 후 입을 꾹 닫았다.

함장은 부장이 무슨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으나, 함부로 다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부장은 마지막 말을 마친 후, 담배를 단단한 바닥에 비벼 껐다.

그러고 나탈리 함장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은 후, 함교를 빠져나갔다.


나탈리 함장은 부장의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보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한 발치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제복 차림의 관제관이 의자를 돌린 뒤 나탈리 함장을 향해 소리쳤다.


“함장님, 공간도약 준비되었습니다!”


나탈리 함장은 손으로 깍지를 끼며 의자에 달려있던 작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나탈리 함장은 검지로 모니터를 몇 번 누른 후 다소 세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좋아, 가자.”


나탈리 함장 앞에 있는 작은 모니터가 푸르게 빛을 내며 새로운 창을 띄웠다.


‘공간도약 진행 중, 목적지: 루나 에모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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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8 i엔키두
    작성일
    21.01.28 10:15
    No. 1

    함장 역할이 비정상.
    함장인지 부장 비선지
    분석하고 보고하는 건 다른 정보 요원이나 함선 내 다른 요원이 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파란펭귄
    작성일
    21.01.28 19:45
    No. 2

    의도한 작중 설정에선, 함선 및 예하 선원들이 부장의 관용차이자 경호원 같은 역할입니다. 정보부가 군의 명확한 상급기관은 아니지만, 연합의 힘이 막강하기에, 활동을 하며 군에 협조를 바란다는 명목으로 호위대처럼 사용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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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5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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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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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80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8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4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2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1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4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6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8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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