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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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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07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1.02 18:15
조회
193
추천
1
글자
7쪽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DUMMY

“젠장!”


품에서 펄떡거리는 연어를 붙잡는 어부처럼, 진욱은 조종간을 꽉 잡은 채 기수를 유지하였다.


빅토리아의 함선은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며, 인공대기권의 저항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었다.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진욱은 고개를 뒤로 돌리며 소리를 쳤다.

그러나 급하게 앉은 채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희진은 진욱의 말소리를 놓친 모양이었다.


“뭐라고요?”


희진은 좌석 옆에 놓인 팔걸이를 힘겹게 잡으며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약하지 않은 비명이었지만, 대기를 뚫고 솟아오르는 함선의 진동이 그것을 상쇄시켜버렸다.


“좌표 부르라고!”


진욱의 옆에 앉아있던 빅토리아의 외침이 진욱을 대신해 희진에게 때려 박혔다.

희진은 그제야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품에 있던 단말기를 꺼내어 읽어 내려갔다.


“N25932!”

“N2593······ 뭐라고요?”

“N! 2593! 아이, 됐어요! 여기요!”


희진은 어릴 적, 불에 델 때보다 훨씬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복잡한 숫자가 파동의 장애물들을 넘어 진욱의 귀에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답답함을 느낀 희진은 단말기를 몇 번 만져댔다.

그러자 전면 모니터 커다랗게 좌표가 나타났다.


“알겠어요!”


진욱은 한 손으로 조종간을 붙잡으며 오른손을 뻗었다.

팔걸이에 설치된 단말기에 좌표가 입력되었다.


마지막 좌표가 입력될 무렵, 붉은색의 창이 새롭게 모니터 위를 덧칠하였다.


“좌측에서 이온포 락온이야!”


빅토리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진욱은 급한 대로 교란용 채프를 뿌려대었다.


후방에서 폭죽이 터지듯 뿜어져 나온 채프는 무지갯빛을 받은 유리 조각처럼 반짝거렸다.

그러나 완전한 우주 공간이 아니었기에, 채프는 달의 중력에 따라 곧 하강해 버렸다.


“좋은 방법 없어?”


진욱도 이젠 희진처럼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기분 나쁜 사이렌 소리가 선내를 휘감으며 진욱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온포라면 아마 맞는 순간 기분 좋게 바람구멍이 날 것이었다.


“공간도약 해!”

“여기서? 안 그래도 싫어하는데, 미쳤어?”


진욱은 뜬금없는 빅토리아의 아이디어에 본능적으로 거부하듯, 고개를 돌려 빅토리아를 쳐다보았다.


진욱의 표정을 예상한 모양인지, 빅토리아는 진욱에게 지지 않게 인상을 썼다.


“뾰족한 방법 있어? 밑져야 본전이야!”

“젠장! 그냥 다 죽자는 거야?”

“진욱 씨, 빨리요!”


미친 듯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로 다시금 죽음의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제 희진까지 가세하였다. 진욱은 단말기에 다시 손가락을 얹었다.


덜컹거리는 선체와 따로 노는 것처럼, 굳어있는 진욱의 손가락은 거의 터질 듯하였다.


“발사됐어!”


빅토리아의 외침이 결정타가 되었다.


진욱은 결국 손가락을 눌렀다.

그 짧은 순간에도 진욱은 함선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동시에 하수도에서 도망치지 않았던 후회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곧이어 뾰족한 함선의 선수부터 테이프가 늘어지듯, 길쭉하게 함선이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물감이 퍼지듯 점점 다가오는 기운은 진욱의 손톱부터 시작하였다.

손톱을 지나 손과 발목을 타고 몸 전체로 이상한 기운이 퍼지며 진욱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끄으으······.”


그리고 그 기운은 함교 뒤편 환기구를 통해 눈만 내놓고 있던 레이첼까지 이어졌다.

빅토리아의 함선은 이륙으로 요동치고 있었고, 레이첼의 광자총은 배터리가 떨어졌다.


레이첼은 지금 바로 셋을 제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때문에 레이첼은 일단 몰래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 세 명이 공간도약을 하겠다고 하자, 레이첼은 마지막 발버둥으로 자신의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젠장······.”


단말기의 왼쪽 모서리부터 공간도약에 흡수당하기 시작할 무렵, 레이첼은 단말기를 전면 모니터쪽으로 향하게 세웠다.


그리고 단말기의 화면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레이첼은 환기구 벽면을 붙잡고 눈을 감았다.

단말기에는 안테나 그림과 함께 문장 하나가 막 사라지고 있었다.


“······사진 전송 완료.”



------------------------------



“국장님, 그렇지만······.”

“정식으로 연합군에게 이전되었네. 그만 손 떼, 크리스토퍼.”


평소보다 다소 높은 목소리로 열변을 내는 부장과 달리, 앞에 놓인 모자이크는 무심한 기계음으로 부장을 응대할 뿐이었다.


부장은 둥둥 떠다니는 모자이크 홀로그램을 흘겨보다, 옆에 놓였던 담배를 다시 집어 들었다.


부장의 입에서 밀려오는 뿌연 연기가 홀로그램의 앞을 가득 메웠으나 홀로그램은 묵묵부답이었다.

생각 없이 대답만 하는 앵무새와 같다고 느낀 부장이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요원 수십 명이 사상당했고, 국장님도 아시다시피 이 셋은 수상한 짓을 꾸미고 있습니다. 이들을 처음 잡고 보고한 것도 저고, 다시 잡기 위해 발로 뛴 것도 접니다, 국장님.”

“그리고 대처를 잘못해서 놓쳤지. 그 덕분에 루나 에모스 공항도 자유우주연맹과 용병들한테 테러를 당하고 말이네.”


다시 담배를 내려놓은 채 읍소하는 부장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자신의 자존심을 누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자이크의 홀로그램은 그 틈을 파고들어 부장의 자존심을 더 꺾어 내렸다.

부장은 입술을 움직거렸으나, 끝내 속마음이 그 입술을 통과하진 않았다.


홀로그램이 이어 말했다.


“자네가 보고한 내용과 정보부에서 자체 조사한 내용을 살펴봤어. 이희진이라는 여자의 진술이 흥미롭긴 하더군. 그러나 말했다시피 루나 에모스 공항이 테러로 파괴되어 혼란스러운 마당에 툴론까지 언급된다면 이건 자네가 감당할 범위를 넘어섰네, 크리스토퍼 부장.”


변조를 거친 딱딱한 국장의 목소리는 비록 기계음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국장의 의도는 여전했다.


국장의 양보 없는 발언은 주먹을 쥐고 있는 부장의 신경 하나까지 파고 들어갔다.

부장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애꿎은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국장님.”


부장은 고개를 내리며 천천히 고뇌 끝에 대답하였다.

국장이 부장의 대답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부장의 힘없는 대답에 국장의 홀로그램은 그 모습만 뒤죽박죽으로 바뀌고 있을 뿐이었다.


부장은 문득 뒤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듯 눈치만 보고 있던 나탈리 함장을 쳐다보았다.

나탈리 함장은 예상대로 쥐죽은 듯 서 있었다.


나탈리 함장을 향해 부장이 입을 열려던 찰나, 홀로그램에서 예의 그 기계음이 출력되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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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3) 21.01.17 147 2 7쪽
45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2) 21.01.16 144 2 7쪽
44 7장 더 좋은 함선을 구하러 가야지. (1) 21.01.16 160 1 7쪽
43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8) 21.01.15 136 1 7쪽
42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7) 21.01.14 136 3 7쪽
41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6) 21.01.13 140 2 7쪽
40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5) 21.01.12 146 2 7쪽
39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4) 21.01.11 156 2 7쪽
38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3) 21.01.10 158 2 7쪽
37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2) 21.01.10 165 1 7쪽
36 6장 하나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1) 21.01.09 171 1 7쪽
35 5장 죽 쒀서 개줬어. (8) 21.01.09 181 1 7쪽
34 5장 죽 쒀서 개줬어. (7) 21.01.08 175 1 7쪽
33 5장 죽 쒀서 개줬어. (6) 21.01.07 179 1 7쪽
32 5장 죽 쒀서 개줬어. (5) 21.01.06 183 3 8쪽
31 5장 죽 쒀서 개줬어. (4) 21.01.05 187 1 7쪽
30 5장 죽 쒀서 개줬어. (3) 21.01.04 191 1 7쪽
29 5장 죽 쒀서 개줬어. (2) 21.01.03 195 1 7쪽
28 5장 죽 쒀서 개줬어. (1) 21.01.03 207 1 7쪽
»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2) 21.01.02 194 1 7쪽
2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1) 21.01.02 190 1 7쪽
25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0) +2 21.01.01 195 2 8쪽
24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9) 20.12.31 201 3 8쪽
23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8) 20.12.30 195 2 8쪽
22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7) 20.12.29 212 2 7쪽
21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6) 20.12.28 220 2 8쪽
20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5) +2 20.12.27 237 3 7쪽
19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4) 20.12.27 262 3 7쪽
18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3) +2 20.12.26 267 2 8쪽
17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2) +3 20.12.26 29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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