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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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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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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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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식은땀

DUMMY

*


지글거리는 로도스의 불길이 얼어붙은 빙판을 녹여낸다.


“■■■■■■■■■■-!!”


자신들의 군주를 지키고자 아니스의 친위대들이 겁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으나 돌아오는 건 고통스러운 비명뿐.


이를 힐끗한 도살자가 말했다.


<친위 기사들도 넘어오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곡검 생각보다 더 성능이 좋은 거 같지 말임다.>

‘로도스 출신 영웅이 허풍을 친 게 아니었나 보네.’


원래였다면 아니스뿐만 아니라 그의 친위기사들까지 상대해야 해서 꽤 귀찮았을 터.

그러나 ‘아마스의 불기 어린 곡검’ 덕에 그럴 걱정은 없어졌다.

심지어 ‘요왕 유리우스의 황금 슬라임’으로 그 사거리까지 강화된 상황.

마치 콜로세움처럼 원형으로 펼쳐진 불의 장벽 덕에, 그들은 아니스와 온전한 일대일로 대치할 수 있었다.


[의미 없는 사술을 부리는 구나.]


아니스가 손을 들자 땅에 박혀있던 마검이 순식간에 그의 손으로 되돌아간다.


[그래봤자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인 것을.]


‘컨셉 되게 이상하게 잡았네. 쟤 원래 저래?’


선우가 묻자 도살자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엄청나게 과묵한 녀석으로 기억한다만.>

<뭐,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그동안에 내용물이라도 바뀐 거 아님까?>

‘내용물이 달라졌으면 패턴도 달라진 거 아냐?’

<흐음···. 혹시 모르니 조금 신중하게 패보겠다.>

‘오케이. 맡길게.’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선우가 중얼거렸다.


“영웅 빙의.”


그러자 신실자 대신에 그에게 빙의되는 도살자의 혼.


[주의! ‘마수 도살자’의 빙의 가능 시간이 32분 남았습니다!]


‘30분 안에 괜찮겠어?’


거기에 도살자가 답했다.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 순간 착! 하고 그가 등 뒤로 매고 있던 록터의 방패를 꺼내 쥐더니 자세를 잡았다.


휘이잉···!


문득, 빙하가 뱉어낸 세찬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그런 그들 뒤로 일렁이는 건 다름 아닌 불의 장벽.

콰직! 하고 곡검을 땅에다 꽂은 도살자가 고개를 든다.

이를 배경으로 대치한 두 사람이, 이내 조금씩 흘러내리는 설원을 사이에 두고서 천천히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때였다.


[히든 레이드 ‘철혈의 아니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출력된 그 순간.


[흙으로 돌아가라.]


붉게 번뜩인 회백색 투구가 검은 마력을 폭발시키며 삽시간에 선우 앞으로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을 가르는 건 다름 아닌 거대한 대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 위로 실린 어마어마한 충격량이 눈앞의 설원을 갈라낸다.


콰아아앙-!!


격렬하게 허공으로 솟구치는 눈 조각들.

하지만 도리어 그 중심을 뚫고 나온 건 다름 아닌 록터의 쇠방패였다.


[······!]

<파워는 달라진 게 없군.>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번뜩이는 건 검은 마스크의 안광.

이를 본 아니스가 빠르게 뒤로 몸을 빼려 하지만 도살자가 한 발 더 빨랐다.


<물러서는 습관도 똑같고.>


재빨리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 신형에 철혈의 군주가 쾅! 하고 땅에 대검을 내려찍는다.


쿠, 콰아앙-!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위로 용솟음치는 마력의 폭풍.

거기에 도살자는 재빨리 제 반신을 옆으로 휘감았다.


‘와우!’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는 살벌한 마력에 선우가 짜릿한 신음을 토해내기도 잠시.


[헛되고, 헛되도다!]


빠르게 쇄도한 검기가 재차 그들을 덮쳐온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앙-! 하고 뒤쪽의 설원을 박살 내는 후폭풍.

그 묵직하고도 무식한 힘은 가히 레이드 보스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터.

아마 일반적인 각성자라면 방금의 일격을 받아내는 것조차 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건 도살자에겐 다른 이야기였다.


[···?!]

<붙으면 검기로 떨쳐내려는 것도 똑같나.>


그의 스킬 ‘라크스 검방술’은, 애초에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마수’들을 상대로 특화된 검술이었으니까.


[흐읍!]


재차 묵직한 검기가 연속으로 그를 향해 쏘아졌지만, 그때마다 굉음과 함께 선우를 스쳐 지나갈 뿐.

거기에 신실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이 안 되는 기량이지 말임다···!>


이는 스킬의 영역을 넘어 신기에 달한 방패술을 체화했기에 가능한 일일 터.


캉! 콰아앙-!


고속으로 휘둘러지는 대검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소방패와 한손검이 설원 한 가운데에서 격돌한다.


강철과 강철이 불같은 마찰을 토해내는 순간, 터져 나오는 검기의 후폭풍이 불의 장벽을 너머로 폭발하고.


그 어마어마한 울림은 눈보라를 타고 철성으로 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거기에 연회장의 한 각성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핏빛 폭풍 가운데 드문드문 번쩍이는 건 다름 아닌 마력광.

그때마다 느껴지는 진득한 마력의 파동에 얼어붙은 샹들리에가 파르르 떨린다.

이를 올려다본 사람들이 하나둘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 유주희가 마치 기도하듯 손을 모으곤 그의 이름을 불렀다.


“꾼꾼님···!”


콰아아앙-!!


대체 터져나간 검격에 도살자가 잠시 뒤로 물러섰다.


눈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이어진 공방에, 단 일격조차 허용하지 않은 그였지만 이어진 마력 폭풍에 잔상처가 전신을 스치는 것까진 어쩔 수 없을 터.


거기에 거룩한 수도사 안젤리나의 팔찌가 희미하게 빛난다.

그러자 조금씩 다시 치유되기 시작하는 상처들.

어느덧 거덜 난 방어구와 함께 핏물만이 그 흔적으로 남아있을 따름이었다.


도살자가 입을 열었다.


<확인 끝났다.>


그가 손안의 검을 휘어잡곤 말을 이었다.


<내용물은 모르겠지만 일단 패턴은 달라진 게 없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싸움 방식엔 저도 모르는 습관이라는 게 배는 법이었다.

한번 붙어본 결과, 지금의 아니스는 그가 기억하는 그 아니스와 완전히 똑같은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 뭐 이 이상 시간 끌 필요는 없겠네.’


선우가 말했다.


‘힘 조절 하지 말고 끝내자.’

<알겠다.>


그런 그가 다시 자세를 다잡자, 철혈의 아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북방의 군주가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다.]


비록 저 도전자가 생각 이상으로 잘 버티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저 피투성이의, 엉망진창인 몰골을 보라. 

그 한계는 명확하고 힘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나.

그걸 저 자 또한 모를 리가 없을 터.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또다시 자신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마치 이 길밖에 없다는 듯.

그가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다.]


정녕 이런 곳에서 아무 의미없이 싸우다 죽을 셈인가?


[이해할 수 없다.]


얼굴도 모르는 자들일 터다.

꾼이란 자들은 짐승보다 못한 것들이고.

그 외의 인간들도 제 안위만을 위해 망설임 없이 제손을 더럽힌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정녕 그 하나 뿐인 삶을 희생할 셈인가?


그런 그 순간, 언젠가 보았던 노인의 얼굴이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그게 영웅일세.


[······.]


거기에 철혈의 군주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되도 않는 소리···!]


그와 동시에 검붉은 마력이 회백식 갑주 위로 폭렬하듯 피어오른다.

그러자 몰려드는 건 다름 아닌 핏빛의 눈보라.


[헛되이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그리 해주마!]


마치 응축하듯 대검 위로 달라붙는 눈발에 그 뒤로 무형의 충격파가 터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다름 아닌 그 검의 진짜 모습.

새하얗게 물든 검날 위로 검은색으로 얼룩진 광채가 눈보라처럼 몰아치니.


이는 수백 년 전부터 북부의 군주만이 쥘 수 있다던, 설경을 가르는 별빛의 검.


오로지 북쪽의 절경만을 겨누기 위해 제련된 그 검이 남쪽을 향해 뽑힌 순간, 그 별빛은 타락해 어둠이 되었다.


이를 본 선우가 눈가를 좁혔다.


‘야야, 뭐 오는데?’

<음. 2페이즈로 들어간 모양이다.>

‘위험한 거 아냐?’

<걱정할 거 없다.>


도살자가 말했다.


<내가 더 강하다.>


그 순간 동시에 땅을 박찬 두 사람.

눈발을 휘날리며 쏘아진 두 신형이 설원의 한 가운데에서 격돌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오는 검붉은 광채.

삽시간에 얼어붙어야 할 선우의 팔다리였지만 샐러맨더의 마력이 그 지독한 한기를 몰아낸다.


[끈질기다!]


재차 폭발하는 타락한 별빛이 눈보라와 함께 코앞에 떨어지고.

쿠,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솟구치는 흙무더기가 도살자를 위로 날려버렸다.


‘무슨 자이로드롭도 아니고!’

<좀만 참아라. 마스터.>

<다음엔 멀미약라도 챙겨 옴까?>


허공에서 자세를 다잡은 그가 허릿심을 휘감아 손에 쥔 검을 쏘아낸다.


[같잖은 술수를···!]


그야말로 포탄처럼 떨어지는 록터의 한손검이 군주의 검에 맞물려 튕겨 나가고.

완전히 열린 도전자의 오른쪽에 아니스가 섬전처럼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


[흙으로 돌아가라!]


이 어리석고 가여운 이여!


그런 그의 대검이 사정없이 선우의 가슴을 꿰뚫으려는 그때였다.


<이전에도 이랬었지.>

[?!]


찔러 들어오는 대검을 도리어 옆구리로 휘어잡은 도살자가 말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뻔하다.>


그가 손을 뻗은 것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돌아오는 한손검.


[···!!]


이를 뒤늦게 눈치 챈 아니스가 재빨리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콰직-! 하고 꿰뚫리는 회백색 갑주.


[···!]


거기에 두 눈을 부릅뜬 아니스가 떨리는 눈동자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그곳에는, 어느새 제 가슴을 뚫고 나온 록터의 칼날이 있었다. 


[세트 효과 ‘일심동체’]

[슬라임으로 인해 강화되는 한, 록터의 검과 방패는 거리를 불문하고 서로를 끌어당기는 성질을 지닌다.]


이를 본 선우가 입을 열었다.


“끝났나.”


그 순간 거세게 휘몰아치던 마력과 눈보라가 언제 그랬냐는 듯 멎어 들고.

괴성을 지르던 망자들이 하나둘 그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곡검을 중심으로 타오르는 불길만이 잔잔해진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핏빛으로 점철된 군주가 문득, 제 앞으로 검은 피를 토해냈다.


[커헉···!]


거기에 그 눈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흔들렸다.


[졌다고···?]


이 철혈의 군주가?


[어째서?]


그가 시선을 들었다. 

그 앞에는 피투성이의 각성자가 말없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쿵, 하고 무릎을 꿇고 쓰러진 그를 향해 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무슨 레이드 보스가 뭐가 이렇게 말이 많대.’


하여간 한시라도 빨리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진 선우로선 딱히 그 말뜻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빙의를 몇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꽤 피곤했던 탓이었다.


‘이제 눈은 지긋지긋하다.’


어느새 노곤해진 감각에 그가 중얼거렸다.


‘어서 후딱 돌아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자.’

<좋은 생각이다.>

<아주 찬성이지 말임다.>


거기에 그가 아니스의 가슴에 꽂힌 칼자루를 꼬나 쥔 그때였다.

회백색의 갑주가 물었다.


[어째서냐?]

“뭐?”

[대체 왜 홀로 군세를 뚫고, 여기까지 와 내게 대적한 거지?]


망자로서, 영혼을 느낄 수 있기에 아니스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자의 마음은 이미 상처 투성이였다.

자신처럼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진 자의 영혼.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잘 알 터였다.

이런 식의 희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어차피 또 다시 이용당하고 버려지기만 할 거라는 걸.


그런데 이 남자는 어째서 제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서있단 말인가.


[대체 왜···.]


왠지 모를 기시감에 선우가 미간을 좁힌다.

하지만 거기에 대고 S 랭크 따려면 이렇게 해야하니까, 라고 답할 수도 없는 노릇. 

어차피 곧 죽을 레이드 보스였다. 

칼자루에 힘을 준 그가 대충 흘려 넘겼다.


“그래야만 하니까.”


그가 검을 뽑아내자 눈밭 위로 검붉은 피가 흩뿌려진다.


[커억···!]


그와 동시에 출력되는 시스템 메시지.


[축하합니다!]

[히든 레이드 보스 ‘철혈의 아니스’가 토벌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망자들의 군세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공세가 무산되었습니다.]


“끼에에에에엑!”


겁에 질린 망자들이 퇴각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스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야 하니까라고?’


그저 그뿐?

고작 그런 이유로 온몸이 걸레짝이 되면서까지 망자들의 군세에 홀로 맞섰단 말인가?


‘고작 그런 이유로 제 목숨을 걸고···’


그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피투성이인 각성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다시금 노인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맴돌았다.


- 그게 영웅일세.


남들과는 다른 자.

평범과는 거리가 먼 자.

제 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자.


- 그게 바로 영웅이란 말일세.


그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압도당한 느낌을 받은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아니스의 시선이 흐려진다.


[영웅··· 인가.]


그가 제 손에 쥐어진 검을 바라보았다.

선조들과 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설경을 가르는 별빛의 검.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결국 타락해버린 검이기도 했다.


- 아니스. 부디 그 가슴에 자부심을 품고 살아 가다오.


그러지 못했다.


-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설사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의 손가락질을 사더라도.


그러지 못했다.


- 자네의 검은 남쪽을 겨누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네.


[······.]


아니스가 고개를 들었다. 


물론 이제와서 그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지금 다시 돌아가도 그는 제 아들과 제 가신들을 앗아간 제국을 향해 검을 들겠지.

애초에 그는 눈앞의 각성자처럼 될 수 없었다.

영웅의 그릇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 사실 하나만은 분명했다.


이 검은, 자신을 위한 검이 아니라는 걸.


거기에 아니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무명, 이라 했던가.]

“···?”


슬슬 돌아가려던 선우가 또 뭐냐는 듯 그를 돌아보았다.


“또 뭔데.”

[이 검을··· 받아주겠나?]

“???”


그러면서 [설경을 가르는 별빛의 검]을 건네주는 그 모습에 선우가 두 눈을 끔뻑였다.


‘뭐, 뭐야. 설마 저게 레이드 보상이야?’

<···? 아니, 적어도 내게 그런 기억은 없다.>

<어··· 제 기억에도 없지 말임다···?>


그들이 아는 한 아니스의 대검은 드롭으로도 떨어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살자가 말했다.


<뭐 그런게 뭐가 중요한가. 어쨌든 주니까 일단 받으면 그만이다.>

<저거 엄청 좋은 검이지 말임다. 무조건 받아두면 쓸 데가 있을 검다.>

‘오오.’


이게 웬 떡이냐.

때 아닌 보상에 잔뜩 들뜬 그들에게 아니스가 간신히 말을 이었다.


[대신, 쿨럭. 작은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었으면 하네.]

“부탁이라면···.”

[철성의 지하로 내려가면, 쿨럭, 숨겨진··· 던전이 하나 있을 거야.]


철성의 지하?


두 눈을 끔뻑이는 그에게 검을 넘겨준 아니스의 몸이 점점 흙으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그곳에 묶인 채, 나를 걱정하고 있을 내 아들에게··· 이 검을 보여주며, 이 못난 아비는 만족했다고, 이제 괜찮다고··· 말을··· 전해줬으면 해.]

“······.”

[어차피 다음 퀘스트에선 모든 게 잊혀지고 다시 시작되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퀘스트에서 만큼은··· 내 아들이 안심하고··· 안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 쿨럭, 쿨럭!]


거기에 검을 받은 선우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어, 음···. 그러니까.”


마른침을 삼킨 그가 다시 되물었다.


“지하 던전에 계신 아드님··· 말씀이시죠?”


그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건 다름 아닌 존댓말.

그러자 재차 피를 토해낸 아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부탁, 하네.]

“······.”

<······.>

<······.>


거기에 서론이 길단 이유로 머리가 날아간 히든 보스.

‘아니스의 적자’을 떠올린 세 사람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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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주조자 +10 24.09.17 3,300 102 15쪽
39 폭염 +18 24.09.16 4,132 129 13쪽
38 베이징 (수정) +25 24.09.15 4,812 108 12쪽
37 매국 +7 24.09.14 4,616 121 13쪽
36 페널티 +23 24.09.13 4,835 149 17쪽
» 식은땀 +13 24.09.12 4,898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89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37 118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68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09 129 19쪽
30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2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60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07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27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2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59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55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07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27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3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196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90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59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81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5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7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3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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