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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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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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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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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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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DUMMY

‘아, 역시?’


안 그래도 고난이도 퀘스트 성공률과 매출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형 길드, ‘재천’의 분탕으로 난이도 12의 모든 퀘스트가 전부 나가버린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새로운 퀘스트가 하나 발주된다?

모든 퀘스트가 일괄적으로 같은 시기에 발주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 시기가 지나칠 정도로 공교로웠다.


<퀘스트 정보에선 ‘망자의 푸른 등불’의 난이도가 고작 12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마 제 기억으론 진짜 난이도는 대충 25 이상일 검다.>

‘실화냐.’


아무리 그래도 난이도를 2배나 뻥튀기하는 건 좀 선 넘는 게 아닌가.

거기에 신실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식으로 퀘스트 정보를 속여 각성자들을 낚아내는 함정이 드물긴 하지만 없는 건 아니지 말임다.>

‘퀘스트 정보는 최소한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더니?’

<거짓말을 하진 않슴다. 저번 특별 퀘스트 기억나심까?>

<퀘스트가 ‘루미네의 마굴’에서 ‘악마 베갈리안의 선택지’로 퀘스트가 바뀌었었지.>

‘미친.’


그건 정말 거짓말‘만’ 하지 않는다 아닌가.


<하지만 원래 이런 식임다. ‘루미네의 마굴’에서는 난이도가 낮게 표기했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루미네의 마굴’의 난이도일 뿐. 도중에 새로운 퀘스트인 ‘악마 베갈리안의 선택지’로 바뀌게 된다면 어쨌든 다른 퀘스트니, 난이도가 달라도 상관없는 검다.>

<원래 이런 구멍투성이의 룰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대놓고 악용하라고 만들어진 허술한 룰처럼 선우의 눈엔 보였다.


‘대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데.’

<그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함다.>

<대표적으로는 경고다.>

‘경고?’


도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제 곧 좋은 시기가 끝나간다는 경고.>

“···!”

<이제부터 슬슬 퀘스트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할 거니 아무쪼록 각오하고 있으라는 거다.>

‘허···.’

<다른 하나는···.>


신실자가 입가를 비릿하게 비틀었다.


<그게 재미있으니까.>


거기에 선우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사람을 가장 절망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뭔지 아심까.>


신실자가 마치 뭔가를 회상하듯, 덤덤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건 끝없는 무저갱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잠시라도 희망을 보여줘서 꿈을 꾸게 만드는 검다.>


그리고 그건 세상이 다시 안정되었다는 착각.

멸망에서 이제 거의 벗어났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순간···.>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자극적인 쇼가 시작되는 거지 말임다.>

“······.”


왠지 모르게 다른 신실자의 분위기에 선우가 눈썹을 치켜세우는 한편, 도살자가 제 턱 밑을 긁으며 말했다.


<그래도 확실히 기존보다 인위적이긴 하군. 하필 모든 퀘스트가 다 나간 시점에 발주되다니. 원래는 이 정도까지 노골적이진 않았을 텐데.>

<뭐, 그래도 퀘스트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검다.>

‘흐음···.’


그가 퀘스트 ‘망자의 푸른 등불’의 정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거 레벨 80 이하의 각성자들로 클리어가 가능하긴 한 거야? 진짜 난이도는 25 이상이라며.’

<물론이다. 말했잖나. 공략 방법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실제로 클리어 자체는 어렵지 않다. 생존만을 택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보상이 쥐꼬리만 하겠지?’

<쥐꼬리라니 그 정도는 아님다. 마스터.>

‘오, 그럼 좀 주나?’

<쥐꼬리도 안 줄 검다.>

“······.”


이 쪼잔한 새끼들 같으니.


팔짱을 끼고선 선우가 물었다.


‘좋아. 그럼 늬들이 판단해.’


그가 턱을 까닥였다.


‘저거 S랭크로 깰 수 있어, 없어.’


아무리 그래도 난이도가 두 배나 껑충 뛰지 않았나. 

그냥 클리어는 가능해도 S랭크로 클리어 가능하단 보장은 없을 터.

선우는 만일 S랭크로 깰 수 없다면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클리어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퀘스트 ‘망자의 푸른 등불’을 수주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에 이 퀘스트마저 놓치게 된다면 새로운 퀘스트들이 무더기로 발주되는 시기까지 재수 없으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꾼들이 맛있어도 한 달동안 털어먹으면 더 털어먹을 것도 없을 터.

그러자 둥둥 떠다니던 도살자와 신실자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선우를 다시 바라보았다.


<뭘 새삼 그런 걸 다 물으심까.>

<지금의 장비와 전력을 생각하면 이정도야 누워서 함바그 먹기다.>


누워서 떡 먹기겠지.


하여간 고개를 저은 선우가 수주 대기열로 걸음을 떼며 말했다.


‘어차피 S랭크로 클리어가 가능하다면야.’


함정이고 뭐고 무슨 상관인가.

아니, 오히려 그에겐 더 좋을 수도 있었다.

높은 난이도의 S랭크에는 그만한 보상이 항상 주어졌으니까.


‘그럼 가볼까.’


퀘스트를 수주한 선우 앞으로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각성자 ‘무명’님의 퀘스트 수주가 확인되었습니다.]

[퀘스트 시작까지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주의! 이번 퀘스트의 환경은 매우 춥고 혹독합니다. 퀘스트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인벤토리에 지급되는 퀘스트 전용 아이템 ‘푸른 등불’을 사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번 퀘스트에 동반할 수 있는 빙의혼은 총 두 명입니다.]

[1. 마수 도살자]

[2. 연옥의 신실자]


그 둘 모두를 선택한 그가 입을 열었다.


“퀘스트 이동.”


그러자 그의 모습이 집회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


한편, 퀘스트 ‘망자의 푸른 등불’ 지역.

아르키아 제국 북부 산맥.


혹독하게 시려오는 북방의 한파 가운데 게이트를 타고 도착한 호완 길드의 꾼들은 저마다 몸을 떨었다.


“와, 시발 존나 추워.”

“뭐야 이거! 눈보라야?!”

“빨리 그거! 그, 등불인가 뭔가 하는 거 꺼내!”

“예!!”


저마다 인벤토리에서 오일 램프 형태의 ‘푸른 등불’을 꺼내든 꾼들이 허겁지겁 손잡이를 돌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화락! 하고 켜지는 푸른색의 등잔불. 


그 순간 주변으로 퍼지는 온기에 그들이 저마다 안도의 숨소리를 토해내었다.


그런 꾼들 앞으로 익숙한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전용 아이템 ‘철성의 푸른 등불’]

[아르키아 제국의 북부를 지키는 철성의 상징과도 같은 등불입니다. 대공 ‘쳘혈의 아니스’의 선조가 사악으로부터 대륙을 보호하고자 제 영혼을 매개로 지펴낸 등불로 사악을 물리치고 주변에 온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퀘스트 내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등불을 소지하고 계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묘한 설명에 저마다 미간을 찌푸리길 잠시.

앞서 있던 팀장, 황성빈이 등불을 높이 들고서 소리쳤다.


“자! 잘 들어!”


그러자 열 댓 명의 꾼들이 모두 그에게 주목했다.


“이번 퀘스트는 우리에게 있어 천금과도 같은 기회야. 무슨 말인지 알지?!”


그가 킁, 하고 코를 마시곤 말을 이었다.


“무명도 무조건 이 퀘스트를 수주했을 거다! 그러니 여기서 무슨 일이 있어도 무명 그 새끼를 잡아 족쳐야 해! 안 그러면 길드장님이 성마 길드장인 권용준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이미 호완 길드 때문에 무명이 성마 길드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상황.

가지지 못한다면 차라리 부숴버리는 게 낫다는 권용준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무명의 목이라도 갖다 바치는 게 그나마 그 화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길드장님이 그렇게 돼버리면 그 라인이었던 우리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권용준 그 싸이코패스 새끼 성격 알지? 눈알 돌아가면 사돈의 팔촌은 무슨, 같은 길드였단 이유 하나만으로 싹 다 회 쳐버릴 수도 있는 새끼야.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우리 손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래야 우리도 살아!”


그 말에 꾼들이 저마다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그러게, 시발, 고지웅 그 개새끼가 무명 털어먹겠다고 허튼짓만 안 했으면···.”

“진짜 그놈 한 새끼 때문에 우리까지 뭔 개고생이야 이게.”

“그래서 고지웅 그놈은 왜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데?”

“너 몰라? 걔 그냥 병신 다 됐잖아.”

“왜?”

“몰라. 무슨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뺏긴 것마냥 산송장이 다 됐던데.”


“거기!! 시발 지방방송 안 꺼!?”


한숨을 삼킨 황성빈이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얼음과 새하얀 산맥이 끝없이 이어지는 북부의 땅.

그 끝에 마치 마왕의 성처럼 자리 잡은 검고 거대한 철성이 눈에 들어왔다.


‘지역이 생각보다 더 넓어.’


난이도 12의 퀘스트 치곤 그랬다.


‘성에 도착하는 것도 일이겠는데.’


하지만 이건 그들에겐 호재일 수도 있었다.

지금 보면 이곳에는 같은 파티인 호완 길드를 제외하면 다른 각성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파티마다 서로 다른 시작 지점에서 시작한단 소리···.’


그건 달리 말하면 무명은 여기 근처 어딘가에 혼자 있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성에서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기 전에 무명을 잡는다.’


그렇게 판단한 황성빈이 소리쳤다.


“일전에 브리핑했던 대로 3인 1조로 나눠 무명을 찾는다! 1조랑 3조는 서쪽을! 2조랑 4조는 동쪽부터 훑는다! 무명을 찾는 대로 메신저로 알리도록! 그럼 어서 움직여! 그 새끼가 성에 도착하기 전에 찾아야 한다!”

“예!!”


그러자 빠르게 제 조를 찾아 움직이는 꾼들.

걔 중에는 당연히 ‘전석현’도 껴 있었다.


“야, 전석현 뭐해! 너 2조잖아! 빨리 안 와!”

“아이고, 옙. 행님. 갑니다요.”


그렇게 요 며칠 동안 함께 움직이던 꾼들과 합류한 전석현, 아니 록시안은 그들과 함께 빠르게 눈밭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럼 이따 보자고!”

“어!”


눈으로 덮인 숲 앞에서 다시 찢어지는 2조와 4조.

타닥 타닥! 하고 순식간에 숲속으로 접어든 록시안이 잠시 코를 킁킁거렸다.


‘다행히 멀지 않다.’


아무래도 이 숲 어딘가에 무명이 있는 모양.

거기에 4조가 충분히 멀어진 걸 냄새로 확인한 그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낮게 웃음을 흘린 록시안이 앞서가던 꾼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 행님.”

“···? 왜!”

“제가 행님을 한 입 좀 빨아도 될깝쇼?”

“뭐?”


그 순간 갑자기 뻗어져 나온 거대한 주둥아리가 눈 깜짝할 새에 그 머리를 집어삼켰다.


촤아아악!!


“?!”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섬뜩한 소리에 앞서 달리던 꾼이 뒤를 돌아본 그때였다.

제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한 늑대의 그림자.


“뭐···?!”


거기에 놀란 꾼이 두 눈을 부릅뜨기도 잠시. 

그 섬뜩한 주둥아리로부터 ‘전석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역시 신선하네요. 행님들.”

“···어어?!”


콰직! 하고 그 자리에서 물어뜯기는 그의 상반신.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 시신을 들어 마치 주스처럼 음미하던 늑대가 이내 두 눈을 부릅 떴다.

그와 동시에 시뻘겋게 물드는 놈의 눈동자.


[스킬 ‘피의 갈증’이 발동되었습니다.]

[충분한 피와 육을 섭취하여 1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 레벨이 20% 상승합니다.]


그 순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그의 전신을 휘감으며 퍼져나간다.


[총합 Lv 240 -> Lv 288] 

[남은 제한 시간 59분 58초]


그렇게 우두둑, 우두둑, 제 몸을 풀어준 그가 입을 닦더니 낮게 웃음을 흘렸다.


“고마워요 행님들. 덕분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됐네요.”


무명이 100 레벨이 안 되는 쪼렙이라고 해도였다.

프로는 파리 새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


킬킬킬, 쪼갠 그가 어느새 다시 ‘전석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거추장스럽게 눈에 띄는 ‘푸른 등불’을 끄고 다시 인벤토리에 던져 넣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온기를 몰아내고 스며드는 차가운 한파.

하지만 그런 그에겐 이미 대비가 되어 있었다.


[샐러맨더의 마력이 녹아든 물]


인벤토리에서 온기가 도는 기묘한 물병을 꺼내든 그가 이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와 동시에 심장에서부터 끓어 올라오는 뜨끈한 온기.


[샐러맨더의 마력에 깃든 불의 정수가 한파로부터 육체를 보호합니다.]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입꼬리를 말아 올린 록시안은 재차 코를 킁킁거리더니 무명의 냄새가 느껴지는 곳으로 땅을 박찼다.


고작 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


어느 높은 거목 위로 쏜살 튀어 오른 그가 다시 한번 코를 킁킁거렸다.


‘흐음···. 저쪽이군.’


그와 동시에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처럼 빠르게 뒤로 넘어가는 나무들.


착! 착! 나무와 나무 사이를 타고 달리던 그의 눈에 드디어 검은 가면을 쓴 누명이 들어왔다.


“흐흐흐···.”


‘찾았다.’


재차 입맛을 다신 록시안이 재빨리 수풀 속으로 숨어들어 잠시 주변의 기척을 살핀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무명은 혼자인 듯 보였다.


“그러니까, 이 길이 맞긴 한···?”


그런 그의 앞으로 록시안이 ‘전석현’을 연기하며 빠르게 뛰쳐나갔다. 


“사, 살려, 살려 주십쇼!”

“???”


눈밭이 넘어져 엎어지더니, 마치 공포에 질린 듯 무명에게로 달려가는 록시안.


“제발 저 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피투성이의 남자에게 무명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런 그의 바로 앞까지 록시안이 도달한 그때였다.


‘병신 새끼.’


조소를 감춘 그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방심한 무명의 심장을 뽑아버리려는 그 순간.


“···웅 빙의.”


쿠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전신을 찍어 누르는 압도적인 기세에 록시안의 두 눈이 빠질 듯 커졌다.


‘이게 무···!?’


그와 동시에 실 끊긴 인형처럼 힘이 풀리는 팔다리.


“저기요.”


꿀꺽, 하고 마른침이 그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당장이라도 짓눌릴 것만 같은 공포에, 그가 가까스로 시선을 올려 무명의 모습을 눈에 담은 그때였다.


“뭔 일인데요?”

“허억···!”


헛숨을 집어삼킨 록시안이 그만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런 그의 눈앞에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전신이 검은색으로 일렁이는 붉은 흉광의 괴물.

다 문드러진 갑주에도 불구하고 흘러넘치는 그 기세란 마치 살기처럼 그의 심장을 짓누른다.


한때, 홀로 수백, 수천, 수만의 마수들을 도살한 그 남자는 존재 자체로 마수들의 지옥이 되었고.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은 때때로 이 세계에 있어 거스르기 힘든 인과로 자리 잡곤 했다.

그렇기에 악마는 멸마에 저항할 수 없고.

그렇기에 용족은 용살에 저항할 수 없다.

그리고 마수.


“···? 저기요?”


[스킬 ‘마수의 천적 (M)’]

[적이 마수일 경우, 적의 능력치를 최대 50% 감소시킨다.]

[이 수치는 적의 디버프 내성에 의해 결정된다.]

[마수가 지능이 높은 ‘인간형’일 경우, 상태이상 ‘공포’를 부여한다.]


그들은, 그들의 천적에게 저항할 수 없다.


“히이이이익!!”


그리고 늑대인간의 종족 계열은 엄연한 ‘마수’였다.


<쯧쯧.>


거기에 도살자가 딱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퀘스트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무슨 변을 당한 거 같다.>

<어찌 된 일인지 벌써 온몸이 피투성이이지 말임다. 불쌍하게도.>


거기에 눈살을 찌푸린 선우가 쓰러진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자, 남자가 그 자리에서 발작하듯 소리를 질렀다.


“죄, 죄송합! 죄송합니다!”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저, 저저저저저저게 100레벨도 안 된다고?!’


허겁지겁 도망치듯 물러선 록시안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생각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스킬 ‘피의 갈증’을 충족해 현재 레벨이 288에 달하는 그였다.

그런 자신이 고작 ‘살기’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개소리!’


이런 공포는 레벨 500 이상인 심연의 투옥자들을 마주했을 때나 느껴본 공포일 터.

그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소리쳤다.


‘이건 자살, 자살행위야!’


이미 그의 머릿속엔 청부고 뭐고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를 지배하는 건 오로지 도망치고자 하는 생존 본능뿐!


그런 그때였다.


“잠깐만요.”

“히익!”


툭! 하고 제 어깨를 잡는 손길에 록시안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왜, 왜, 왜 그러신가요오···?”

“아니, 잠시만 그 얼굴 좀 봅시다.”

“예, 예??”


그렇게 록시안, 아니 ‘전석현’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선우가 이내 두 눈을 부릅떴다.


“너···.”


그런 그의 앞으로 최가빈이 넘겨준 ‘꾼 길드 소속 각성자’ 리스트가 펼쳐진다.

이를 본 선우의 입꼬리가, 마치 악마처럼 말려 올라갔다.


“···꾼이구나?”


그것도 호완 길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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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매국 +7 24.09.14 4,616 121 13쪽
36 페널티 +23 24.09.13 4,834 149 17쪽
35 식은땀 +13 24.09.12 4,897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89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36 118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67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08 129 19쪽
30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2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59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07 136 19쪽
»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26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2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57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54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07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27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2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195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89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57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79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4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6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1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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