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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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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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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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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너의 이름은

DUMMY

- 무어라?


그 시스템 메시지에 대악마가 당황한 음성을 토해냈다.

그런 그의 거대한 손가락이 재차 손톱 끝에다 마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성염술의 효과로 대악마 ‘베갈리안’의 저주 스킬이 일시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다시 흩어지는 마기. 


- ······.

“······.”


그가 다시 ‘베갈리안의 그림자 저주’를 시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성염술의 효과로 대악마 ‘베갈리안’의 저주 스킬이 일시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성염술의 효과로 대악마 ‘베갈리안’의 저주 스킬이 일시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성염술의 효과로 대악마 ‘베갈리안’의 저주 스킬이 일시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성염술의 효과로 대악마 ‘베갈리안’의 저주 스킬이 일시적으로 봉인되었다고 N 번째 알립니다.]


- ????


타닥, 타닥, 하고 성염의 불꽃이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고즈넉하게 울려 퍼진다.


그런 그때였다.


[경고! 경고! 대악마 ‘베갈리안’의 개입은 퀘스트의 설계를 해치는 룰 위반 행위입니다!]

[게이트 규칙 14조 24항에 의거하여 대악마 ‘베갈리안’에 대한 강제 추방 조치를 시행합니다!]


마구잡이로 번지는 붉은색 경고문들에 균열 너머로부터 당황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자, 잠깐! 이런 식으로 퇴장하면 대악마인 이 몸의 위엄이···!


[강제 추방 조치를 시행합니다!]


- 야!!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 하는 소음과 함께 균열로부터 튀어나온 수십 개의 투명한 손들이 거대한 ‘베갈리안’의 붉은 손가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 아니! 이게 뭔. 야! 이거 좀 놔봐, 마! 왜 저주가 봉인돼?! 어! 이거 사기 아니야? 나 베갈리안이야, 베갈리이이이···!


그 단말마 아닌 단말마를 끝으로 닫히는 허공의 균열.

다시 공동으로 찾아온 정적에,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와, 십년감수했슴다.>

“방금 엄청 위험했던 거 맞지? 이거 착각 아니지?”

<마, 맞슴다. 원래라면 제 성염술로도 대악마의 저주 스킬을 막는 건 불가능하지 말임다.>


물론 악마에겐 마족의 피가 일부 흐르긴 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마족이 아닌데다, 일반 악마라면 모를까 대악마 ‘베갈리안’은 아예 급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 수준은 도살자의 ‘강인한 정신’으로도 부족할 정도.


“그런 거야?”

<음. 대악마급의 저주를 견디려면 저항이 아니라 완전 면역 정돈 되야 할 거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대악마가 훨씬 강력한 존재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다행임다.>


신실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100레벨 이하 퀘스트에 강제 개입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본신의 극히 일부만 현현할 수밖에 없었던 게 천운이었슴다. 덕분에 막을 수 있었지 말임다.>

<하긴 꼴랑 손가락 하나만 튀어나오긴 했다.>

<바로 그검다···.>

“고작 손가락 하나에 이 정도인가.”


솔직히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압박감에 살짝 쫄았던 선우였다. 


“그럼 본체가 다 현현했을 땐 어느 정도라는 거야?”

<그때는 퀘스트의 장르가 아포칼립스로 바뀐다고 생각하시면 됨다···.>


신실자는 어디까지나 마족 특화지, 악마 특화까진 아닐 터.

듣자하니 그 정도 급을 때려 잡으려면 더 높은 랭크의 대악마전 특화 영웅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예를 들면 ‘멸마(滅魔)’ 계열 스킬을 보유한 영웅이라던가 있슴다. 그런 여웅이 있으면 악마는 두려울게 없지 말임다···.>


도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뽑으면 되는 일이다.>

<바로 그거지 말임다···.>

“말은 참 쉬워요.”


그나저나 아까부터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신실자의 모습에 선우가 엘드리안의 반지를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저장된 마기: 50 / 800]


그새 바닥을 드러낸 마기에 그가 되물었다.


“···분명 하수인 때려잡았을 때만 해도 한 400정돈 남아있지 않았었나?”

<그게 제가 성염술을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하는 이유임다. 솔직히 가성비가 좀 구리··· 읍.>

“?!”


그 순간 본능적으로 가면을 벗은 선우가 왈칵! 하고 검은 피를 토해냈다.

생전 처음 해보는 각혈에 놀란 그가 곧 소리쳤다.


“켁! 콜록콜록. 야! 이거, 이거 뭐야?!”

<아, 아 그거 성염술 땜에 그런 건데···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슴다. 오히려 몸에 안 좋은 피를 토해낸 거라 건강에는 더 좋지 말임다···.>

“실화냐···?”


입술의 비릿한 피를 닦아낸 선우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속이 좀 편안해진 거 같기도 하고.

역류성 식도염이라도 사라졌나?


<근데 마스터.>

“왜?”

<어디서 뭔가 타는 냄새 안 나나?>

“타는 냄새? 킁킁···. 어?”


그제야 그게 제 몸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깨달은 그가 황급히 팔을 들었다.


“야! 야! 네 성염인지 뭔지가 내 방어구까지 태워 먹는다!”

<아, 그거 곧 꺼질 검다···. 마스터는 안 태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곧이 아니라 얌마! 방어구 다 탄다니까?!”

<선배 바톤 터치이···.>


[경고, ‘연옥의 신실자’의 지병인 ‘구광절맥증’이 다시 재발합니다!]

[‘연옥의 신실자’의 모든 능력치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경고 메시지와 함께 뿅! 하고 선우의 몸에서 튀어나오는 신실자.

그런 그를 선우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성염의 잔불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 도살자가 말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온도가 적당하다, 마스터.>

“···그래.”


TMI 고맙다.

가죽 갑옷의 절반을 다 까먹고 난 뒤에야 꺼진 성염의 불꽃에, 선우가 한숨을 삼켰다.


*


그리고 불과 몇 분 전.


[퀘스트를 수주한 각성자들에게 알립니다.]

[대악마 ‘베갈리안’의 일부가 특별 퀘스트 ‘악마 베갈리안의 선택지’에 현현하는 예외 상황이 발생··· 치지지직!]


그 생전 본 적도 없는 공포스러운 메시지에 마굴 밖의 각성자들은 모두 몸을 떨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와 동시에 콰콰쾅! 하고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

마치 소용돌이처럼 마굴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먹구름에 원초적인 두려움이 목구멍을 치밀고 올라온다.


이를 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뭐, 뭔가가, 뭔가가 잘못된 거야.”


사람들을 돌아본 그가 소리쳤다.


“뭔가 잘못된 거라고!!”

“그러게, 시발! 그 가면 쓴 새끼만 아니었어도···!”

“대악마가 갑자기 왜 뜬금없이 현현을 하는 건데!?”


쾅! 하고 내려치는 천둥에 성보 길드의 각성자들이 움찔했다.

거기에 재천 길드의 각성자가 고개를 쳐들었다.


“대체 동문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서 선택하지 않고!”

“쟤들만 선택하면 어차피 과반수로 결정 나는 거 아냐?!”

“제발, 제발, 제발 좀 선택해!!”

“시간, 시간 얼마나 남았어?”


한 각성자가 제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 십 분···!”

“시발!!”


그들은 지금 머릿속에 성녀의 주검에 대한 얘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대악마가 언급했을 정도면 분명 끔찍한 재앙의 현현일 터.


“이러다 다 죽는다고, 시발!!”

“이런 식으로 죽는다는 게 말이 돼?! 지금까지 특별 퀘스트가 이랬던 적은 없잖아! 왜 하필 내가 수주한 퀘스트가 왜, 왜!!”

“아, 각성자가 되어서 이제 인생 폈다고 생각했는데 흐흐흑···.”

“동문 이 좆같은 새끼들아!!”


그런 그때, 한 각성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자, 잠깐만. 야, 저기 저거···!”

“뭔데!”

“저기 보라고 이 새끼야!!”


거기에 마굴 쪽으로 시선을 돌린 사람들은 이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야. 저거.”


“빛이, 빛이 보인다!”

“밖이야!! 밖이라고!”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절망에 빠져있던 이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이게.”


거기에 성보 길드의 각성자가 시선을 떨었다.


“설마···?”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마굴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람들.

이를 본 각성자들이 저마다 충격에 두 눈을 부릅떴다.


“쟤, 쟤들은 아까 붙잡힌 애들이잖아.”

“아니, 그럼 뭐야. 설마.”

“탈출했다고?”


지옥의 하수인으로부터?

심지어 대악마 베갈리안까지 현현했는데?


“어떻, 어떻게···!”


그런 그때였다. 


“이 씨발 새끼들이!”


탈출한 성보 길드의 각성자가 냅다 다가오더니 제 길드원의 얼굴을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커억?!”


그대로 코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그는 다름 아닌 박동하의 불알친구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에게 침을 뱉은 각성자가 사납게 말했다.


“씨발놈들. 니들은 나가면 다 뒈졌어.”

“잠깐만요,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에요!”


류연서가 앞으로 나와 그를 말리자, 사람들이 저마다 웅성거렸다.


“류, 류연서잖아.”

“미친.”

“그럼 진짜로 들어가서 구했다는 거야? 하수인을 피해서?”


그녀가 찢어 죽일 기세로 다른 각성자들을 노려보는 마굴의 생존자들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지금 여기서 이럴 시간 없어요. 우선은 여길 빠져나가는 게 먼저예요!”


거기에 류연서가 생존자 중 안경을 쓴 각성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당신이 여기 이 사람들을 내성 밖까지 인솔해줘요.”

“···네?”


당황한 안경잡이가 되물었다.


“그럼 그쪽은 어쩌고요?”

“전···.”


류연서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무시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자꾸만 떠오르는 뒷모습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전, 다시 돌아가 봐야 겠어요.”

“?!”


그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는 생존자들.

안경잡이가 소리쳤다.


“미쳤어요?! 거길 왜 다시 들어가요!”

“미안해요. 사람들을 부탁할게요.”


그걸 끝으로 그녀는 다시 마굴 안으로 내달렸다.


“저기요!! 저기, 류연서 씨!!”


당황한 목소리가 점차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 그녀 자신도 스스로가 이러는 이유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 말했잖아.


그 대답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 해야만 하니까, 하는 거라고.


하지만 어쩌면 알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무나 제발!’


불타오르는 도심 가운데서, 피 웅덩이에 빠진 그 차가운 몸뚱이를 붙잡고서 울었다.


‘각성자분들 제발!!’


‘시발 게이트가 폭주한다!’

‘이미 길드를은 전부 퇴각했어!’

‘도망쳐! 빨리!’


‘제발, 제발 누가 우리 아빠 좀 도와주세요···!!’


콰직! 하고 쓰러지는 광고판 위로 S급 각성자들의 미소가 점멸한다. 


- 저희 각성자 길드는 국민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누가 좀 제발···!’


그리고 스스로 각성자가 된 이후에도 그 광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가면 속 얼굴은 추악했고, 방탕했으며, 타락해 있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각성자가 되는 걸까.

아니면 각성하면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걸까.

그럼 그들처럼 각성해버린 나는?


마굴 속을 내달리면 내달릴수록 그녀는 제 마음이 심란해지는 걸 느꼈다.


‘각성자는 믿지 않아.’


류연서가 이를 악물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기 자신도 믿지 않았다.


‘믿지 않는데···!’


어쩌면 그런 각성자도 있는 게 아닐까.

주어진 힘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각성자도 어딘가엔 분명···.

탁! 하고 무너진 동굴을 지나 수없이 난 개미굴 한 가운데에 서자, 그들이 뒤로 했던 공동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아, 하아···. 흡, 하아···.”


그렇게 내려다본 그곳은 더 이상 기억 속의 둥지가 아니었다.


마치 포탄 세례라도 맞은 듯 갈아엎어진 자리, 희미한 공동의 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새하얀 불꽃의 파편이 마치 눈처럼 흩날린다.


그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에, 이를 내려다보는 류연서의 시선이 떨렸다.


그곳에는 지옥의 하수인도, 하물며 대악마 베갈리안의 모습도 없었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뒤에 고요함처럼.

그저 정적으로 물들어버린 공간.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가 정신을 되찾곤 황급히 주변들 둘러보았다.


“그, 그 사람···.”


그 사람은 어디에···!


류연서가 자신의 스킬인 ‘릴리스의 마력안’을 사용하려고 한 그때였다.


“!!”


그 시선의 끝. 공동의 끝자락.

투명한 관이 얹힌 그곳에 위태롭게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검붉은 피로 제 몸을 적신 채, 멀쩡했던 방어구는 엉망진창이 되어 겨우 그 상처를 가려주는 듯했다.

그 손에 굳게 쥐고 있던 검과 방패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가면 뒤의 그는 멍하니 관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당장이라도 눈을 돌리면 그 자리에서 바스러질 것만 같이.


“저기···!”


황급히 개미굴에서 벽을 타고 미끄러진 그녀는 땅에 닿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마력안을 킬 것도 없이, 예민한 그녀의 감각을 타고 흐르는 건 다름 아닌 진득한 마기의 잔향.

류연서의 눈동자가 떨렸다.


‘여기 있었어.’


대악마 베갈리안이.


그녀가 위태로워 보이는 가면의 각성자를 바라보았다.


‘설마 정면으로 맞선 거야? 그 대악마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왜, 라는 의문만이 쉼 없이 머릿속을 감돌 뿐.


그런 그때 새하얀 잔불이 아른거리는 그 사이로, 가면을 잠시 든 그가 콜록! 하고 각혈했다.


쏟아지는 검은 피. 

놀란 그녀가 황급히 그를 불렀다.


“···! 저기, 저기요!”


“아, 또 나오네···?”


느껴지는 기척에 황급히 입가를 훔치고 가면을 다시 쓴 선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미간을 좁혔다.


“당신은···?”


그러자 신실자의 몸에서 생기가 돌아왔다.


<···! 그 이쁜이이지 말임다!>


그 순간 석이 나간 도살자와 선우.


‘이 새끼가 골골거릴 땐 언제고.’

<미친놈이 틀림없다.>


마음 같아선 주먹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있어 참은 그였다. 


“괜찮아요?!”

“!!”


류연서가 손수건을 들고 다가오자 선우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괜찮으니까 더 다가오지 마.”


나락 간 뒤로, 잘 모르는 사람의 스스럼 없는 접근은 아직 거북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류연서가 놀란 듯 두 눈을 깜빡인다.

그 모습에 선우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아차, 좀 너무했나?’

<음. 솔직히 방금은 나라도 상처받았을 거 같다. 마스터.>

<맞슴다. 너무하셨슴다. 여자는 좀 더 섬세하게 대해야 하지 말임다.>

‘미새는 그렇다 쳐도 대체 왜 살자 너까지 스윗해지는 건데.’


애초에 그런 걸로 상처받을 인간도 아니잖나.


<정답이다, 빙의술사!>

‘미친놈인가.’


그런 한편, 류연서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득한 마기의 잔향, 베갈리안의 현현,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방금 선우가 토해낸 검은 피로 향했다.


‘토혈.’


그리고 검은 피를 토해낸다는 건, 몸 안에 감당 못할 마기가 깃들었다는 증거일 터.

류연서가 그에게 물었다.


“저주···. 걸린 거예요? 베갈리안한테?”

“···!”


그 말에 선우가 흠칫했다.


‘악마가 저주를 걸려고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보통 악마들이 그런 식으로 훼방 놓으니까 말임다.>

<하여간 남자답지 못한 놈들이다.>

<···악마에게 암수 구분도 있었슴까?>


이내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걸렸어.”


류연서의 눈동자가 떨렸다.


‘거짓말.’


너무도 눈에 보이는 그 거짓말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심장 한구석이 아려오는 걸 느꼈다.


류연서가 저도 모르게 제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이제 이 남자는 얼마 살지 못하겠지.


대악마의 저주는 설사 S급 각성자라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닐 테니까.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벤토리를 여는 그를 바라본다.


‘속이 썩어들어갈 정도로 아플 텐데.’


저를 두고 도망친 자신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이 사람은 대체···.’


그녀는 여태까지 이런 각성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거 받아.”


그가 휙 던져 준 걸 받은 류연서가 그 물건을 바라보았다.


“열쇠···?”


그건 다름 아닌 은색 열쇠였다.


“이게 있어야 이 퀘스트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야. 아, 시간은 걱정하지 마. 하수인이 죽은 순간부터, 그건 멈춘 거나 다름없다고 하니까.”

“하수인은···.”


거기에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대체 그가 어떻게 하수인을 죽였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기에는 분명한 희생이 따랐다는 것이었다.

류연서가 떨리는 숨을 삼키곤, 검은 가면의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어쩌려고요.”

“난···.”


거기에 선우가 성녀의 투명한 관을 눈부신 듯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 가려고.”

“···!”


‘같이 나갔다간 괜히 사람들 사이에 끼게 될 거 아냐.’


선우에게 있어 각성자란 최대한 멀리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잊어선 안 됐다.

그러자 잠시 숨을 삼킨 류연서가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


무슨 뜻인데?

두 눈을 끔뻑이는 그에게 그녀가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잊지 않을게요.”

“···음.”


뭔가 대화가 안 맞는 느낌인데?

그런 그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쓰러진 박동하를 챙긴 류연서가 잠시 멈칫하곤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혹시 마지막으로 이름을 물어봐도 돼요?”

“······.”


거기에 잠시 침묵한 선우가 이내 입을 열었다.


‘뭐, 피차 고생한 처지에 이명 정도는 괜찮겠지.’


그가 말했다.


“무명.”


그녀의 눈동자가 커진다.


“내 이름은, 무명이야.”


작가의말

당분간 연재 시간은 오후 10시 30분으로 고정하겠습니다.

추후 오전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때는 다시 공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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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주조자 +10 24.09.17 3,303 102 15쪽
39 폭염 +18 24.09.16 4,133 129 13쪽
38 베이징 (수정) +25 24.09.15 4,812 108 12쪽
37 매국 +7 24.09.14 4,623 121 13쪽
36 페널티 +23 24.09.13 4,842 149 17쪽
35 식은땀 +13 24.09.12 4,906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99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42 119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75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14 129 19쪽
30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9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66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15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35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6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65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62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13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35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8 159 17쪽
» 너의 이름은 +9 24.08.28 7,202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98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65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86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9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9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6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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