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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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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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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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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꾼이 되었다

DUMMY

*


지난번 랭가 레이드를 성공 시킨 이후 최가빈은 꽤 기분이 좋았다.

그간 사내에 만연하던 그녀에 대한 회의론이 조금 수그러든 것은 물론.

그녀와 길드를 놓고 경쟁한다고 볼 수 있는 조경태 전무 라인의 목소리가 작아졌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좋은 아침입니다!”

“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출근하자마자 날아드는 인사들을 부드러운 미소로 받아넘긴 최가빈이 집무실 문을 닫고 들어섰다.


“흥~ 후흥 ~♫”


가벼운 콧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책상으로 향하던 그녀는 똑똑, 하는 노크 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전무님. 임하윤입니다.”

“큼, 네. 들어오세요.”


평소처럼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자 열리는 문.

그러자 똑 부러진 인상의 게이트 분석 팀장, 임하윤이 그녀의 직원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전무님.”

“좋은 아침이에요. 임 팀장.”


그런 임하윤이 눈치를 주자, 옆에 서 있던 여직원이 들고 있던 보고서를 두 손으로 넘겼다.


“어제 말씀하셨던 다음 레이드 퀘스트 후보들을 추려보았습니다.”

“네, 주세요.”

“처음 레이드가 수주된 이후 분석한 퀘스트 성공률과 파악된 공략 방법, 필요한 인원과 기간, 예산 규모, 예상 입찰가 그리고 리스크 대비 보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등급을 책정했습니다.”


거기에 임하윤이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등급은 D부터 A까지 총 네 단계로 현재로선 A가 가장 합리적인 레이드 대상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흐음···.”


그렇게 받은 보고서를 휙휙 넘기던 최가빈이 작게 침음했다.


보고서에 올라온 레이드 보스는 다양했다. 


[스켈레톤의 왕], [탐욕의 집행자], [최후의 가고일], [잊혀진 여왕의 첨병] 등등···.


하나 같이 나쁘지 않은 레이드 보스들이긴 했다.


‘하지만 임팩트를 주기에는···.’


그 대부분이 고난도이긴 해도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의 보스는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이런 레이드 보스들은 보통 입찰가 경쟁도 심한 편이었다.


고난도 레이드 퀘스트 정도 되면 길드 간의 입찰을 통해서 수주가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이는 발이 빠른 길드가 수주를 채간다는 식으로 경쟁이 붙던 시절.

무턱대고 일단 수주부터 한 길드가 막상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해서 사고가 나버리는 참사가 자주 일어났기에 이를 막고자 협회가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문득 등급 D에 속하는 한 레이드 보스에게 머물렀다.


[오룡 하이드라]


사방이 독으로 가득 찬 늪지대에서 서식하는 머리 다섯 개의 파충류 형 괴물.

머리를 잘라도 잘라도 무한 재생하는 이 괴물은 산성 브레스를 뿜어대는 것도 골치 아픈데 맷집도 엄청나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보스 중 하나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공략 방법은 목을 자른 직후 3초 안에 강력한 ‘치료’ 스킬을 사용하여 잘린 목 부위를 강제로 아물게 만드는 방법뿐.

흔한 선입견과는 달리 불에 대한 내성도 매우 높아 이 공략법을 알아내는 데에도 많은 인적 자원이 소모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도 레이드를 성공할 수만 있으면 정말 대박인데···.’


정말 까다롭고 어려운 레이드 보스지만 그만큼 보상도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하이드라를 잡으면 나오는 부산물들은 게이트 집회소에서 아주 비싸게 매입하는 재료일 터.

하지만 그런데도 말이 안 되는 난이도 때문에 [오룡 하이드라]는 등급 D로 책정되어 있었다.


‘산성 브레스에 잘못 맞으면 엔간한 고등급 각성자도 자칫 즉사할 수 있으니···.’


귀환석도 일단 숨이 붙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한 방에 몸의 절반이 녹아내리면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버틸 수는 없었다.

그녀가 시선을 들었다.


“조경태 전무는 요새 어떻죠? 듣자 하니 중국으로 파견을 나갔다고 하던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번에도 순조롭게 고난도 퀘스트를 클리어할 거 같다고 합니다.”


한국 국적의 각성자라고 해서 꼭 다른 나라의 퀘스트를 수주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무한정으로 수주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3개월 마다 횟수에 제한이 걸려 있기는 했다.

그래도 이를 제외하면 자국과 똑같은 난이도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

이 때문에 정말 절박한 국가의 경우 퀘스트 실패율에 여유가 있는 다른 국가에 황급히 원조를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다만 그 대가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

어쨌든 파견할 수 있는 횟수는 정해져 있는 데다, 결국 급한 건 멸망 위기에 놓인 바로 그 국가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더 많은 각성자와 길드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가 경쟁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더 많은 길드는 더 많은 파견으로 이어지고 이는 더 많은 국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번 시즌 들어서 가장 뜨거운 파견 시장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근래 들어 내부 사정으로 긴급 퀘스트를 연달아 실패하면서 퀘스트 실패율이 60% 넘게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만일 중국이 이번 시즌을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면 역대급 제노사이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그들은 지금 필사적이었다.


“고난도 퀘스트라면?”

“원망의 꼭두각시라고···.”

“그거 굉장히 까다로운 퀘스트 아닌가?”

“네, 맞습니다.”


끄응, 하고 최가빈이 침음했다.

랭가 레이드 이후 그녀의 기세가 좀 살아났다곤 하나, 그래도 여전히 길드 전반을 틀어쥔 건 조경태 라인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원망의 꼭두각시는 좀 센데···.’


그 정도면 클리어 시 중국에게 상당한 보상을 약속받았을 터.

이 이상 조경태 전무에 대한 입지가 올라가는 건 조금 곤란했다.

그녀가 오룡 하이드라에 대해 정리한 페이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역시 하이드라는 좀 무리겠죠?”

“하이드라는···.”


임하윤과 그녀의 부하직원이 서로를 힐끗했다.


“네, 아무래도 리스크가 너무 커서···.”


그런 그때, 그들 앞으로 출력되는 전체 공지.


[전체 공지] [발신자: 명예의 전당] 

[제목: 주목! 모두 주목하십시오!]


“!!”

“전무님, 방금···.”

“네.”


최가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공략을 시작한 모양이네요.”

“대체 이게 몇 번째 S 랭크죠?”

“7번째 S 랭크로 알고 있습니다.”


[S 랭크 달성자의 등장으로 국가 ‘대한민국’의 퀘스트 실패율이 1% 감소합니다.]

[대한민국의 퀘스트 실패율은 현재 32%입니다.]


“성마 길드가 저지른 실수를 무명이 다시 수습해주는 꼴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여직원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임하윤이 물었다.


“지나씨, 무명 팬이에요?”

“네? 네?”


그 갑작스런 물음에 아담한 신장의 그녀가 당황하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꼬았다.


“팬이라기보단, 그···. 어, 네에···.”


그걸 본 임하윤이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팬이면 팬인 거지 뭘 또 숨겨요.”

“아, 그게 어쨌든 저희 길드 소속이 아니다 보니··· 아! 어디까지나 아직이요. 아직.”


그렇게 말하며 김지나가 최가빈의 눈치를 봤지만 정작 그녀는 딴생각 중이었다.


‘무명, 무명인가.’


최가빈이 살짝 붉은 기가 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 번 물어볼까?’


하이드라의 약점이 뭔지?

하지만 곧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없어 보이잖아.’


거기다 구질구질하게 먼저 일방적으로 도움을 청한다고? 

천하의 최가빈이?

그녀로선 상상도 한 적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이드라···.’


만일 무명이 하이드라에 대한 약점도 알고 있다면?


최가빈이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하이드라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건 다름 아닌 쉽게 가고 싶은 욕망과 자존심.


“으으···.”

“···전무님?”

“자, 잠깐만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줘요.”

“···??”


그녀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래, 최가빈. 이미 읽씹에 차단까지 당했는데도 모양 빠지게 선물까지 갖다 바쳤잖아. 이제 와서 뭘 가리겠어.’


상대는 무명이다. 항마의 가능성을 지닌 희귀 인재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다.


그렇게 몇 번 자신에게 최면을 건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거기 앉아서 잠시 기다려요.”

“네?”


휙, 의자를 돌린 그녀가 재빨리 명전톡을 열었다.


[타로의 정령사]

- 님.


[타로의 정령사]

- 혹시 오룡 하이드라의 약점도 아세요?


[무명]

- ?


톡을 받은 선우가 도살자에게 물었다.


“살자야. 혹시 오룡 하이드라의 약점도 알아?”

<그야 안다만. 혹시 그때 그 여자인가?>

<여자???>


갑자기 생기가 돌아온 신실자가 선우의 볼때기에 딱 붙더니 들뜬 얼굴로 물었다.


<이쁨까?!>

“이 미친놈 이거.”


신실자를 떼어낸 선우가 냅다 뒤로 던져버렸다.


<아아아악!?>


[무명] 

- ㅇㅇ 알고 있는 듯


“??”


알고 있는데도 아니고 알고 있는 듯은 뭐야.

고개를 살짝 갸웃한 최가빈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가 알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타로의 정령사]

- 그럼 혹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례는 꼭 할게요.


[무명] 

- 님 이번에 하이드라 공략 준비하심?


[타로의 정령사]

- 확답은 못 드리지만, 네. 일단은요.


거기에 선우가 작게 침음했다.


‘사례라···. 잠깐만.’


그가 인벤토리에서 썩고 있는 붉은 지옥의 마석 50g을 떠올렸다.

마침 이걸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상현 길드 정도 되면 매입해줄 수도 있지 않나?’


“뀨윽.”

“오구, 그래 우리 라임이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역시 우리 라임이. 아빠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러면서 다시 슬라임을 쓰다듬어주는 그 주책에 도살자가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선우가 빠르게 답장했다.


[무명]

- 그럼 약점을 알려주는 대신, 마석 좀 시장가로 매입해줄 수 있음?


[타로의 정령사]

- ?? 네? 마석이요?


[무명]

- ㅇㅇ 붉은 지옥의 마석 50g


“붉은 지옥의 마···?!”


깜짝 놀란 최가빈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다 입을 막았다.


“···전무님?”

“붉은 지옥의···?”


어리둥절한 얼굴의 임하윤과 김지나에게 그녀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일 보세요.”

“네? 네에···.”


‘쟤가 오늘 뭐 잘못 먹었나?’


대학 친구이기도 한 임하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최가빈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붉은 지옥의 마석? 지금 붉은 지옥의 마석이라고 한 거야?’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빠르게 톡을 입력했다.


[타로의 정령사]

- 정말 붉은 지옥의 마석을 50g이나 가지고 있어요?


[무명]

- ㅇㅇ 


‘세상에.’


붉은 지옥의 마석은 최소한 악마 정도는 토벌해야 드롭되는 소재가 아닌가.

그래서 고난도 퀘스트에서도 꽤 희귀한 편에 속하는 마석이었다.


‘그걸 50g이나 들고 있다고?’


이는 곧 명료했다.


‘설마 특별 퀘스트에서 악마를 때려잡기라도 했다는 거야?’


레벨 100도 안 되는 각성자가?


‘말도 안 돼.’


하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지옥의 하수인은 엄밀히 따지면 악마 축에도 못 끼었던 데다.

잘 생각해보면 대악마도 현현했는데 그 직렬의 다른 악마가 함께 소환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저도 모르게 제 입에 손을 올렸다.


‘이게 고작 항마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항마는 엄밀히 따지면 어디까지나 악마에게 ‘저항’하는 스킬.

결국 상대적인 약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항마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압도적인 능력치 차이까지 이겨낼 수 있는 건 아닐 터.

그리고 악마는 설사 하급일지라도 그 능력치가 하수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무명은 이를 이겨냈다.

100 레벨도 안 되는 능력치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악마란 벽을.

이는 항마만으론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무명 이 사람···.’


그녀는 명전의 정보나 장비 설명으로만 언급되었을 뿐, 여태까지 한 번도 발현한 적이 없는 스킬을 떠올렸다.


‘실은 항마가 아니라 멸마(滅魔) 스킬 보유자인 거 아니야?’


멸마란 말 그대로 악마를 멸하는 데 특화된 전설급 스킬로 항마의 압도적인 상위 호환일 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최가빈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정말로 무명이 멸마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대악마에게서 생존한 것도 합리적으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대악마라고 해도 멸마 보유자에겐 인과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는 용살 속성의 무기에 용족이 극도로 취약해지는 것과 동일한 이치였다.


‘만일, 만일 내 추측이 맞다면.’


그녀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무명은 세계 최초의 멸마 스킬 보유자···.’


최가빈이 떨리는 눈동자로 명전톡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타로의 정령사]

- 바로 프리미엄 붙여서 매입해드릴게요. 혹시 다른 거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말씀만 하세요.


어느새 자존심 같은 건 머릿속에서 싹 사라져버린 최가빈이었다.


*


콰직! 하고 불쾌한 소리가 화장실 한 구석에 울려 퍼진다.


“커, 어···.”


콰직! 촤아아악!


그와 동시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건, 다름 아닌 짐승의 소리.


“그르르르···.”

“제, 제발··· 살려··· 쿨럭, 살려줘···.”


솟구친 검은 발톱이 푹, 촤아악! 하고 그 숨통을 마저 끊어낸다.


“흐흐···.”


칸막이에 비치는 건 다름 아닌 거대한 늑대의 그림자.

그리고는 고기를 저미고 다지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이어졌다.


“큭, 크크크···.”


길고 사나운 주둥아리로부터 시뻘건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흐으음··· 하아···.”


마치 오랜만의 갈증을 풀어내듯 제 몸을 부르르 떠는 늑대.

어느새 형체조차 남지 않은 시신을 밟고 선 ‘혈귀’ 디안 록시안이 길쭉한 혓바닥을 내밀어 입가를 훔쳤다.


“아직 이 세계는 신선하군···.”


[성좌 ‘광암의 심판자’가 야만적이기 따로 없다고 질색합니다.]


“흐흐, 어찌 되었든 ‘가죽’만 구하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그가 저며진 시체에 대고 길쭉한 손톱을 밀어 넣었다.


“맛을 알았으니 조건은 충족되었습니다.”


그 순간 희미한 불빛과 함께 늑대 인간의 모습이 마치 찰흙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스킬 ‘가면무도회’가 발동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자리에 서있는 건, 다름 아닌 방금 잡아 먹힌 바로 그 남자였다. 


마치 불편한 가면이라도 뒤집어쓴 듯 제 얼굴을 구석구석 만지고 잡아당기던 록시안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잘 된 거 같네요.”


[성좌 ‘광암의 심판자’가 볼 때마다 기묘한 스킬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편리하죠. 피와 육을 취하기만 하면 그 자의 기억과 성격, 외모, 입고 있던 옷까지 전부 카피할 수 있으니까.”


낯선 세계에 잠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스킬은 없을 터.

이는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청부도 실패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성좌 ‘광암의 심판자’가 제대로 된 무대를 난이도 12에 준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각성자가 다른 퀘스트를 수주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입니다.]

[성좌 ‘광암의 심판자’가 준비해둔 물건은 잘 받았냐고 물어봅니다.]


“아, 그거요. 물론이죠.”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다름 아닌 불타서 걸레짝이 된 가죽 갑옷의 일부.

거기에 제 코를 박은 그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흐흐흐···.”


그의 눈동자가 맹수처럼 갈라졌다.


“기억했습니다. 무명의 냄새.”


작게 웃음을 흘린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스킬 ‘귀기 어린 부식’.

그러자 급속도로 녹아내리는 남은 시신.

감쪽 같이 사라진 살해 현장에 록시안이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 그가 방금 잡아먹은 남자의 기억을 복기했다.


“이름은 전석현, 길드는 호완 길드··· 꾼? 꾼이라. 재밌는 일을 하고 있군. 음? 원래 무명을 찾고 있었다? 호오···.”


그렇게 록시안이 집회소 광장에 도착한 그때였다.


“야! 전석현! 이 새끼 시발 말도 없이 어디로 사라졌다가 인제 튀어나오는 거야?!”


저를 알아보는 각성자의 모습에 그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풀어진다.


“아, 죄송합니다, 행님! 갑자기 배가 아파가자고!”

“뭐? 아니 저 병신 진짜.”


그곳에 있는 건 누가 봐도 ‘전석현’ 본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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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폭염 +18 24.09.16 4,132 129 13쪽
38 베이징 (수정) +25 24.09.15 4,812 108 12쪽
37 매국 +7 24.09.14 4,620 121 13쪽
36 페널티 +23 24.09.13 4,842 149 17쪽
35 식은땀 +13 24.09.12 4,905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98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41 119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75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13 129 19쪽
30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8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64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13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33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6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64 139 18쪽
» 꾼이 되었다 +5 24.09.01 6,860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11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34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7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200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98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64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85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7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9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6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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