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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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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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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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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맛있게 빨아 먹자

DUMMY

*


특별 퀘스트에서 비롯된 여파는 며칠간 계속 이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퀘스트 실패율의 상승만큼은 각성 여부와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공지되는 사항이었기 때문이었다.


무명의 화려한 귀환과 동시에 그가 기껏 어렵게 내린 실패율을 다시 되돌린 성마 길드는 기자들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발판으로 더욱 쇄신하여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성마 길드의 발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뉴스란은 이번 일로 시끄러웠지만, 어느샌가 그러한 얘기도 가라앉았다.


이번 일이 성마를 넘어 길드에 대한 여론 자체에 영향을 끼칠까 염려한 협회가 게이트대책관리부를 통해 언론사에 외압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야, 기사 엎어! 시정 권고 내려왔다!”

“아, 벌써요?”

“선 넘지 말란다. 에효, 시발. 아주 지들 좆대로에요.”


어차피 언론 통제는 기본이 된 시대였다.

사회의 혼란을 막고 국민 정서를 안정시키고자 마치 게이트 이전의 시대를 흉내 낼 뿐.

느슨해진 고삐는 언제든 조여질 수 있었다.

물론 언론사라고 해서 그렇게까지 깨끗한 건 아니었다.

성마 길드를 끊임없이 비방하는 기사를 낸 언론사도 결국 경쟁 길드와의 유착이 있는 경우도 태반이었을 정도.

그런 와중에 협회가 칼을 뽑았다면, 이제 적당히 빠질 때가 되었단 소리였다.

협회야말로 상위 10개의 대형 길드가 모은 총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런 와중에 각성자 커뮤니티에선 근 며칠 새 갑작스럽게 발생한 길드 간 대규모 인사이동 이야기로 한창이었다.


- 뭐임? 우리 길드에 팀 하나가 통째로 정리됐는데.

└ 헐, ㄹㅇ? 우리도 지금 그럴 분위긴데.


- 지금 특별 퀘스트 수주했던 팀들 대부분 물갈이하는 중인 거 같음


- 이유 아는 사람?

└ ㅁㄹ 아는 사람 있어서 물어봤는데 뭐, 비밀유지계약서라도 작성한 듯?


- 대체 특별 퀘스트에서 뭔 일이 있었길래 단체로 입막음이냐

└ 뭔진 몰라도 ㅈ같은 일이 있었던 건 확실한 듯;; 

└ 걍 거기 팀 애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더라 

└ ㅇㅇ 우리 길드도 서로 죽고 못 사는 커플 있었는데 그 퀘스트 이후로 완전히 결별함 ㄷ


- 시발 존나 찜찜하네···.

└ 무명 한테 물어보고 싶다 뭔 일 있었는지

└ 누가 여기다 폭로 안 해주나 ㅋㅋ

└ 미친 ㅋㅋㅋ 어떤 간 큰 놈이 그러겠음 ㅋㅋ 길드들한테 찍혀서 매장 당하게?? ㅋㅋ


- ㅋㅋㅋㅋ 길드 강점기 ㅈ되긴 해

└ 그래도 돈은 존나게 많이 주시잖아 한 잔해.

└ ㄹㅇ ㅋㅋ 길드 생활 개 같아도 다니는 메리트는 크지

└ 애초에 길드 없이 이 바닥 생활 가능하긴 해? 

└ 무명은 가능할 듯

└ 시발 걔는 걍 존나 논외고. 애초에 뭐 하는 놈인지도 모르겠음;; 

└ ㄹㅇ 진짜 감이 안 잡힘 아예. 스킬도 모르겠고.


- 근데 대악마가 나타났었다는 건 진짜 확실한 거임? 아님 예리니가 또 들갑 박은 거?

└ 그건 진짜 맞다. 왜냐면 한 놈 악마한테 저주 받은 걸로 추정되는 놈이 있거든.

└ 저주?


“환자분! 환자분!!”


“아아악! 살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넓직한 1인실 침대 위에는 입에 게 거품을 문 채 발광하는, 판금 갑옷을 입었던 박동하가 있었다.


“대체 이 사람 왜 이래?!”

“모, 모르겠습니다!”

“일단 진정제부터 투여해 당장!”


“아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나 좀···!”


“제 목 조르지 못하게 막아!”

“가, 각성자라 힘이 너무···!”

“1층에 다른 각성자 없어?!”


베갈리안의 하수인에게 흡성대법에 당했을 때 그의 저주도 함께 깃들었던 것이다.


- 성보의 박동하가 저주 받은 것 같다더라 ㅇㅇ 멀쩡하던 사람이 퇴원 며칠 전에 갑자기 맛탱이가 갔다던데


- 소름 돋는 게 시발 분명 그제만 해도 존나 멀쩡했었다는 거임;; 병실에서 멀쩡히 치킨 뜯고 그랬었음

└ 님 성보 길드 사람임?

└ ㅇㅇ;;

└ 와, 저주 존나 무섭네···. 

└ 그럼 일단 난이도가 개헬이었다는 건 팩트네? 무명 그 자식 대체 어떻게 S랭크 딴 거야 ㄷㄷ

└ 진짜 항마인 거 아님? 그런 얘기 돌던데.

└ 항마면 진짜 개레전드인거 아니냐 

└ 레전드지 미국 말고는 항마 보유국이 지금 없는데.


‘항마는 무슨.’


그건 항마 같은 치트키로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는 걸 류연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위태롭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이따금 떠올리곤 했다.


무명의 S랭크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S랭크였다.


‘그리고 그걸 성마 길드가 의미 없게 만들었고.’


그게 그녀가 속한 길드라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였다.

시스템 창에서 시선을 뗀 류연서가 작게 한숨을 삼켰다.


그날 이후, 며칠이 지났지만 새로운 S랭크 공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로서도 이미 예상한 일이긴 했다.

대악마의 저주로 갉아 먹힌 몸과 정신은 모래성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다. 

공동에서 본 그의 마지막 모습 또한 그런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아직도 제 안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명은 평범한 각성자가 아니니까.’


마치 전설 속의 영웅처럼 그런 저주조차도 그는 견뎌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어린아이 같은 생각.

거기에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설사 어떻게 저주에 좀 더 저항할 수 있더라도, 그가 퀘스트를 다시 수주할 일은 없을 터였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저주는 더욱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 테니.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딘가에서 조용히 보낼 가능성이 높겠지.

그리고 그 사실이 그녀는 못내 안타까웠다.

자신이 처음으로 만난 진짜 ‘각성자’가, 이런 식으로 사라진다는 게.

그가 사라지면 또다시 하이에나들이 그의 이명을 물어뜯고 모욕할 거라는 사실이.


그런 그녀 앞으로 검은색의 고급 세단이 멈추어 선다.


내려가는 앞 유리 너머로 드러나는 얼굴은 다름 아닌 성마 길드장 권용준이었다.


“이제 집 들어가나?”

“······.”

“타. 어차피 가는 길이니 태워 줄게.”


그가 앞문의 잠금을 풀며 말했다.


“잠깐 할 얘기도 있고.”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던 그녀가 작게 한숨을 삼키곤 차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자 부드럽게 출발하는 세단.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지던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류연서였다.


“할 얘기가 뭔데?”


그녀가 마스크를 벗자, 마치 조각처럼 유려한 얼굴이 드러난다.

새하얀 우윳빛 피부에, 도톰한 입술. 

그런 류연서를 힐끗한 권용준이 운전대를 돌리며 말했다.


“저번 특별 퀘스트. 하마터면 봉변당할 뻔했다며.”

“······.”

“연서야.”


도로의 신호등이 반짝인다.


“굳이 각성자 활동 계속해야 겠어?”

“그런 얘기할 거면 그냥 여기서 내려줘.”

“회장님께서 하도 걱정하셔서 그래.”

“설마 할아버지한테 얘기한 거야?”


그녀가 날카롭게 쳐다보자, 권용준이 침음했다.


“그럼 어쩔 수 없잖아. 명색이 네 약혼자가 될 사람인데 회장님이 손녀딸 걱정하시는 걸···.”

“오빠가 왜 내 약혼자야. 그건 내가 어릴 때 얘기잖아.”

“연서야.”


권용준이 고개를 저었다.


“집안과 집안 간의 약속은 그리 쉽게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야.”

“하···.”


집안? 이해관계에 따라서 제 아들의 죽음조차 묻어버린 그 할아버지의 집안?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 류연서가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


“됐고, 약속이나 지켜. 내가 S급이 되어서 전속 계약을 맺으면, 김선우의 소재를 알려주겠다고 한 거.”

“······.”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권용준이 왼쪽 입가를 말아 올렸다.


‘참 쉽다. 쉬워.’


최근 들어 그는 김선우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 시간 높은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각성자 활동을 하지 않던 류연서였다.

그런 그녀의 마음에 복수심이란 장작을 떼어주었으니, 어떻게 고맙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나.


‘류연서는 새로운 S급 각성자가 될 인재다.’


어쩌면 박형태 보다도 더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성좌는 ‘천칭의 인도자’.

미국에서 S급 중의 S급, S+의 평가를 받고 있는 각성자와 같은 성좌였으니까.


‘아~ 김선우 그 새끼. 마지막까지 요긴하게 잘 써먹게 되는걸.’


그러니 부디 김선우는 그때까지 최대한 오래, 들키지 않고 살아남아 줘야만 했다.

그렇게 그가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야 대한민국 최초의 S+급 각성자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테니.


‘그나저나 문제는 무명인데···.’


이미 호완 길드 때문에 영입 가능성 자체는 크게 어그러져 버린 상황.


‘주호완 이 개새가 감히 내 전화를 피해?’


그리고 그 원흉인 주호완은 며칠 전부터 잠적한 상태였다.

그 괘씸하기 그지 없는 행각에 눈썹을 꿈틀거린 그가 이내 감정을 추스르며 생각했다.


‘하여간 조만간에 손 좀 써야겠어.’


안 그래도 특별 퀘스트에서 대악마가 현현했단 얘기 때문에 무명이 ‘항마’ 보유자가 아닌가 하는 소문까지 도는 판이었다.

그런데 만일 그게 진짜라면? 심지어 그런 각성자가 상현 같은 곳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그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절대 안 될 일이지.’


거기에 류연서가 아까부터 시스템 창을 자꾸 흘깃하는 걸 눈치챈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왜. 누가 명전톡이라도 보냈어?”

“···아니.”


작게 한숨을 삼킨 그녀가 시스템 창을 종료한 그때였다.


[전체 공지] [발신자: 명예의 전당] 

[제목: 주목! 모두 주목하십시오!]


“?!”


그 익숙하기 없는 명전 공지에 얼음 같았던 류연서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녹아내리고.


“···!”


이를 본 권용준은 그만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그건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동안 자신에겐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각성 시스템을 계속 신경 쓰던 게 설마···.’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이 떨렸다.


‘무명의 공지를 기다렸던 거라고?’


그 순간 권용준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굴욕감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마치 얼굴도 모르는 그 놈이 천하의 권용준조차 아직 손에 넣지 못한, 류연서란 여자의 마음을 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도로를 보는 권용준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다.


*


한편, 퀘스트 ‘소용돌이의 개미지옥’.


너도나도 도망치는 개미 괴수들 가운데, 선우 앞으로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명쾌한 통찰로 시나리오의 숨은 원흉을 찾아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시나리오를 기획한 성좌가 다 좋은데 대악마는 대체 어떻게 엿 먹인 거냐며 자꾸 묻습니다.]

[퀘스트 기여도 10000점이 주어집니다.]

[정산 중···.]


[축하합니다! 퀘스트 ‘소용돌이의 개미지옥’에서 기여도 순위 1위를 달성하였습니다! 기여도 지분은 총 99.9%입니다.]


[퀘스트 ‘소용돌이의 개미지옥’에서 최초로 기여도 랭크 S를 달성하였습니다!]


오늘도 편안하게 달성한 S랭크에 선우가 이어지는 전체 공지 창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난이도 9까지 순조롭게 클리어인가.”


그런 그의 앞으로 기다렸다는 듯 S랭크 전용 보상이 떨어졌다.


[모든 능력치 레벨 + 1]

[마석 1.2kg]

[VIP 귀환석 x 1]

[혼의 조각 x 1]


“? VIP 귀환석?”


생전 처음 보는 귀환석에 고개를 갸웃한 선우가 그 정보를 펼쳐보았다.


[VIP 귀환석]

[이 귀환석은 VIP 전용 아이템으로, 귀환석 사용이 불가능한 퀘스트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오···!”


귀환석 사용이 불가능해도 사용할 수 있는 귀환석이라.


<이건 꽤 괜찮은 아이템 같지 말임다.>

<음.>


빙의된 상태인 도살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그런 악질적인 퀘스트가 더 많이 발주될 거다. 그럴 때 이런 아이템이 있다면 상당히 유용하겠지.>


거기에 선우가 허공에 대고 물었다.


“앞으로 그런 퀘스트가 더 많아질 거라고?”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저번 특별 퀘스트를 보고 확신했다.>

<그렇슴다. 생각해보면 게이트가 언제까지고 꿀 빨게 내버려 둘 리가 없지 말임다.>

<그리 친절한 놈들이었다면 다른 세계가 멸망하는 일도 없었겠지. 분명 새로운 방식의 시련들이 이 세계에도 시작될 거다.>


그리고 그 시련들을 넘지 못하면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단 얘긴가.


고개를 주억거린 선우가 중얼거렸다.


“그럼 지금처럼 잠잠할 때 최대한 S 랭크를 따둘 필요가 있겠네.”

<바로 그거지 말임다.>


S 랭크 보상인 혼의 조각을 모으면 모을수록 더 많은 ‘설화의 수집가’ 전용 특전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전이 모이면 모일수록 빙의술사로서 더욱 강해질 것은 분명할 터.

거기에 도살자가 거들었다.


<되도록이면 하루빨리 ‘영웅 빙의’ 스킬이 올라가서 빙의혼을 3명까진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3명 정도 되면 엔간한 돌발 상황에도 대응이 가능할 테니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설화 수집가의 공방’은 확인해봤나, 마스터?>

“어, 확인해봤지. 근데 오늘도 꽝이던데.”


며칠 동안 쉬면서 공방의 상품들을 지켜본 그였지만 아직 필요한 상품이 입고되진 않은 상황이었다.

잠가둔 ‘스킬 전수권’을 제외하면 뽑지 않은 영웅의 전용 무기나 설화집이 대부분이었던 것.


‘하다못해 우리 미새의 설화집이라도 좀 떠줬으면 좋겠는데.’


여미새인만큼 기원 스킬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구광절맥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솔직히 일일이 마기 모으는 거 귀찮아···.”

<엑.>


그놈의 마기 때문에 오늘도 공격 마법을 쓰는 돌연변이 개미 주술사 앞에서 10분 동안 일부러 마법을 맞아준 그였다.

저번 특별 퀘 이후로 S 랭크 조건과 클리어 시간 사이엔 그다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눈치챘기에 가능한 여유이기도 했다.


그런 그때 어느새 무기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슬라임이 끄물끄물 선우의 손가락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끄욱, 꾸우.”


그러자 갑자기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선우의 얼굴.


“오구, 그래. 우리 라임이 배고파요?”


마치 강아지 턱 간지럽히듯 슬라임의 부드러운 피부를 슥슥 긁은 선우가 인벤에서 ‘설화의 파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자, 맘마 먹자. 맘마. 오구오구, 그렇지. 잘 먹는다.”


그러자 그들 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황금 슬라임의 성장 경험치가 10 상승하였습니다.]


맛있게 파편을 집어삼킨 슬라임이 ‘끽!’ 하고 작게 트림하자 선우가 그것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그래. 우리 라임이 잘 먹고 잘 커야 한다~.”


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도살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어투로 물었다.


<대체 마스터가 왜 저러는지 실자 넌 알겠나?>

<선배가 모르는 데 제가 어떻게 알겠슴까. 그냥 여자보다 슬라임이 더 취향이신 거 아님까?>

<미친 소리를 가볍게도 내뱉는군.>

<이래 봬도 성직자라 편견은 없는 편이지 말임다.>

<그런 편견은 좀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직자라면 더욱이.>


하여간 요 며칠 새 황금 슬라임을 완전히 복덩이 대하듯 하고 있는 선우였다.


‘그럼! 내가 어떻게 뽑은 전설 무기인데!’


선우가 싱글벙글 웃었다.

심지어 세계 최초의 전설 무기가 아닌가. 그것도 어떤 무기로도 변신이 가능한.

그야말로 이뻐하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성장한 슬라임이 전설 등급 답게 새로운 사기 능력까지 개화한다면?


그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래도 설화의 파편을 더 모아야겠어. 너무 부족해.”

<그러게 그 귀한 걸 맨날 슬라임 밥으로 던져주니 당연히 부족하지 말임다.>

“어쩔 수 없잖아. 우리 라임이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라는데!”


이게 바로 반려견을 사랑하는 마음인 걸까.

한없이 말라 있던 그의 마음에 한 줄기 새싹이 돋아났다.

거기에 휙! 하고 나무 위로 올라간 선우가 중얼거렸다.


“살자야. 혹시 어디 위험에 빠진 사람 한 명쯤 없을까?”

<이번 퀘스트엔 없는 것 같다.>

“유감이네···.”


신실자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유감은 대체 무슨 유감임까···.>

<없으면 직접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만.>

“오.”

<선배까지 대체 왜 그러심까! 마스터도 솔깃하지 마십쇼!>


신실자가 제 머리를 짚었다.


<그보단 차라리 못된 놈들을 때려잡는 건 어떻겠슴까.>

“못된 놈들?”

<왜, 이 세계에선 꾼인지 뭔지 하는 악질 각성자들이 꽤 많다고 하지 않았슴까. 그러니 저난도 퀘스트를 졸업하기 전에 최대한 그 놈들을 빨아 먹고 가는 검다.>

“음.”


생각해보니 좋은 생각 같았다.

확실히 일전에 호완 길드를 조졌을 때도 악의 무리 어쩌고 하면서 설화의 파편이 떨어지지 않았던가.

선우가 손뼉을 쳤다.


“그러네. 꾼들은 지금 아니면 못 빨아 먹네.”


그자들은 일부러 낮은 레벨을 유지하는 만큼 좀만 더 올라가면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겸사겸사 걔네가 챙긴 템이나 마석도 털어먹고 일석이조이지 말임다.>


그러자 도살자가 조금 들 뜬 목소리로 말했다.


<음, 나도 찬성이다. 안 그래도 마수는 슬슬 질리던 참이었다.>

<아니, 마수 도살자가 마수 잡는 걸 질려하면 대체 어떡함까···.>

<이 세상에 질리지 않는 건 함바그 밖에 없다.>


함바그에 미친 놈 같으니라고.

고개를 저은 선우가 결정했다는 듯 말했다.


“오케이. 그럼 내일부턴 퀘스트를 팍팍 밀면서 겸사겸사 꾼들도 싹싹 긁어가지고 호로록 빨아 먹는 걸로.”

<아주 좋은 생각이다.>

<저도 그건 찬성이지 말임다.>


그렇게 그들이 그만 귀환 지점으로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띠링! 하고 울리는 명전톡.

확인해보니, 발신자는 다름 아닌 상현 길드의 전무 이사 최가빈이었다.


[타로의 정령사]

- 님.


[타로의 정령사]

- 혹시 오룡 하이드라의 약점도 아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Lv.99 화염천
    작성일
    24.08.31 23:11
    No. 1

    정보비 얼마나 주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g7******..
    작성일
    24.09.01 19:57
    No. 2
  • 작성자
    Lv.76 vel
    작성일
    24.09.01 21:35
    No. 3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kkminn
    작성일
    24.09.03 08:55
    No. 4

    시발, 좆 : 좋은 단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k3******..
    작성일
    24.09.03 21:20
    No. 5

    수준미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하늘짱
    작성일
    24.09.06 21:55
    No. 6

    설화 파편 2개면 영웅 스킬을 받을수 있고 10개면 전설장비를 구매하는데 이걸 슬라임한테 준다고?
    설화 파편만 먹는거도 아니고 다른 장비도 먹을수 있는데 설화 파편을 준다는게 말이 되나요?
    파편 2개짜리 영웅 스킬 안 사는거도 어의가 없었는데 먹이로 준다니 지능 문제가 있는듯
    하루 한번 초기화에 3개인데 1개를 잠금 해놓는게 말이 되나?
    3개와 2개는 50% 차이임
    한달에 40가지 보는거와 60가지 보는거
    영웅 스킬 사고나서 또 나올수도 잇고 설화 나올 확률도 더 높고...
    하여간 오버 밸런스였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올리던지 설정을 잘 짜야지, 멍청한 짓거리를 하고 있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9.08 12:03
    No. 7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th****
    작성일
    24.09.15 17:22
    No. 8

    ....할아버지가 회장인데 자기아들죽음이 길드내 누구때문인지 모른다고?? 어릴적 옛날 집안약혼자 관계인데? 약점이라 숨기고? 길드장이 머리가 좋은건지 사람들이 멍청한건지.....회장이라불리우고 길드장이 말하는거보면 분명 재벌인데....역시 글은 작가의 지능인건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6 글읽는살암
    작성일
    24.09.16 03:27
    No. 9

    슬라임 먹이로 파편을 준다 -> 상점에서 쓸 일 많은데 왜? 다른 댓글에 있는것처럼 상점 잠가놓는거랑 회장이 누가 참사를 일으킨건지도 몰랐다건 뭐 그렇다고 쳐도 순수하게 의문이 드는 부분임. 슬라임한테 먹이로 파편을 줬을 때 어떤 리턴값이 돌아오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다가 파편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흔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아이고 우리 라임이 이러면서 파편을 슬라임 먹이로 주는 상황이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듦. 물론 후의 전개에서 이를 통한 리턴 값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개 자체는 알기 쉬우나 그 리턴값이 나타나는 전개를 볼 의지를 꺾는 묘사임. 정 그러면 파편으로 전수권처럼 다른 상품을 미리 사 놓고 상태창에서 주인공이 슬라임에게 파편을 먹이로 주었을 때 어떤 리턴 값이 돌아오는지를 알 수 있게 한 뒤 슬라임에게 파편을 준다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현재 머리 깨져서 지능에 문재 생겨서 파편을 슬라임한테 주는 주인공 보다는 개연성도 챙기고 독자들도 납득 할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을까 싶게됨. 전에 호완길드를 팔다리를 자르거나 죽이는 등 복수를 하지 않은 부분은 주인공이 현대인이기 때문에 살인이나 남의 팔다리를 자르는 등의 행위에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어찌저찌 이해가 가능함. 그런데 슬라임에게 파편을 준다는 행위는 순수하게 어떤 이해도 불가능하고 주인공을 단순하게 지능에 문제있는 인물로 만드는 상황이라고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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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8편 '베이징 (전 빨간약)'의 내용이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2 24.09.15 203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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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식은땀 +13 24.09.12 4,897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89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36 118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67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08 129 19쪽
30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2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59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07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25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2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57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54 140 17쪽
»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07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26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2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195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89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57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79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3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6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1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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