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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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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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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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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때아닌 선물

DUMMY

*


“허억, 헉, 허억···!”


매마른 벌판을 한 여자가 절박한 얼굴로 내달린다.


“대체, 왜. 왜!”


이미 엉망진창이 된 그 얼굴을 가득 채운 건 다름 아닌 공포감.


“제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같이 퀘스트를 수행하던 파티원들과의 연락은 더 이상 닿지 않았다.

그 인간도 아닌 것들에게 멀쩡히 살아서 도망친 건 오로지 그녀 혼자뿐.


여자가 벅찬 숨을 집어삼키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다리를 재촉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귀환 지점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때였다.


휘리리릭! 하고 수풀을 가르고 쏘아진 날카로운 그림자가 눈 깜짝할 새에 여자의 오른 발목을 낚아챈다.


“아아악?!”


그 순간, 마치 낚아 올리듯 숲속으로 다시 끌려가는 여자.

공포에 질린 그녀가 제 다리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핏빛으로 물든 시퍼런 낫과 쇠사슬들이 있었다.


“아, 안돼!!”

“돼.”


그와 동시에 여자는 위로 끌려 올라가고, 어느새 거꾸로 매달리게 된 그녀 앞으로 두건을 쓴 남자 세 명이 나타났다.


“이야, 쫄래쫄래 잘도 도망가네 아가씨?”

“그럼 안 되지. 의리 없게 동료들을 버리고 가면 쓰나.”

“···!”


그 남자들을 알아본 그녀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이익!”


그렇게 몇 번이고 발에 묶인 쇠사슬을 벗기려고 해보지만, 소용없다.

그정도로 벗겨지면 속박 스킬이 아니었기에.


“애쓴다.”

“병신 같은 년.”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검은 마스크의 남자가 발버둥 치는 여자의 턱을 힘으로 붙잡고선 작게 속삭였다.


“야, 뒤지고 싶어?”

“!?”

“그냥 가만~히 있으면 금방 끝날 걸 왜 이렇게 사람 피곤하게 만들어.”


거기에 침을 꿀꺽 삼킨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제,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대? 네 장비랑 인벤토리만 가져가겠다는 거잖아.”


마스크의 그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눈웃음을 지었다.


“물론 겸사겸사 재미도 살짝만 보고. 응? 괜찮지?”

“제, 제발요···!”

“쉿. 쉿. 울면 그 이쁘장한 얼굴이 어떻게 될지 우리도 몰라요? 예?”

“···!!”

“그래, 착하지.”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쇠사슬들이 한순간에 그녀의 양팔을 묶어버린다.

이윽고 툭! 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여자.


“악!”

“흐흐, 그럼 어디, 어느 장비부터 벗겨볼까. 이야, 여기 가슴 쪽 방어구는 값 좀 나갈 거 같은데~?”

“킥킥킥.”


불길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다가오는 검은 마수들.

거기에 여자가 벌벌 떨며 두 눈을 질끈 감은 그때였다.


갑자기 콰아아앙!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검은 마스크.


“···?”

“?”

“어···?”


거기에 여자와 두 남자가 놀란 눈을 끔뻑였다.


“억···어억···.”


들려오는 신음에 그들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나무에 처박힌 채 부들거리는 검은 마스크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가슴에 박혀 있는 건 다름 아닌 금빛 가루의 쇠방패.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


그런 그때 뒤에서 들려온 태평한 목소리에 놀란 꾼들이 소리쳤다.


“누, 누구냐?!”

“그건 당신네들이 알 거 없고요.”

“뭐?”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검은 가면을 쓴 선우.

그가 손을 들자, 마스크의 남자를 한 방에 보내버린 방패가 마치 자석처럼 그의 손으로 빠르게 되돌아왔다.


“?!”


[대장장이 록터의 검방 세트 (강화)]

[등급: 희귀 (황금 슬라임의 효과로 인해 상승)]

[전설적인 대장장이 록터가 수습 시절에 만든 검방 세트. 요왕 유리오스의 황금 슬라임에 의해 강화되어 이전보다 날카롭고, 방패는 더욱 단단해졌으며 빠른 자가 수복이 가능하다.]

[황금 슬라임에 의해 숨겨진 세트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세트 효과 ‘일심동체’]

[슬라임으로 인해 강화되는 한, 록터의 검과 방패는 거리를 불문하고 서로를 끌어당기는 성질을 지닌다.]


받아든 방패를 절도 있게 다시 쿵! 하고 제 등에 멘 선우가 시스템 창을 눈앞에 띄웠다.


“내가 가디언 컴퍼니 소속 꾼 새끼들을 찾고 있는데요. 어··· 그러니까 곡낫 트리오라고 하는데. 아니 뭐 이런 웃기지도 않는 팀명이 다 있지? 하여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여러분이 바로 그 꾼 새끼들 되실까요?”

“뭐?”


선우가 양팔로 제 몸을 가린 채 벌벌 떠는 여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꾼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맞는 거 같은데?”


거기에 어깨 위로 올라온 신실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자다!!>


이 정신 나간 여미새가 진짜.


한숨을 삼킨 선우를 향해 곡낫 트리오가 소리쳤다.


“너, 너 이 새끼 뭐야. 뭐하는 새끼야!”

“자, 어디 보자. 잠깐 아가리 좀 하고 있어 봐요.”


시스템 창의 메모장을 펼친 선우가 중얼거렸다.


“가디언 컴퍼니의 곡낫 트리오. 꾼들에게 피해당한 사람들의 모임. 꾼피모에 따르면 묻지마 폭행 24건, 상해 및 약탈 32건, 살인 2건, 납치 7건, 성폭행 및 성희롱 13건···.”


그가 저를 올려다보는 여자를 힐끗하며 덧붙였다.


“그리고 성폭행 미수 1건 추가.”

<저저저저! 감히 아녀자를 희롱하다니 천하에 찢어 죽일 놈들이지 말임다!>

<마스터, 이놈들은 돈··· 아니 파편이 좀 되겠다.>

“그러게.”


거기에 곡낫 트리오, 아니 듀오가 시퍼런 날의 낫을 뽑아 들더니 눈알을 사납게 부라렸다.


“이 씨발 새끼가!”

“죽어!”


<그리고 눈치도 없다.>

“그러게.”


나였으면 검은 마스크가 아작난 순간 그냥 엎드려 빌었을 텐데.


등의 방패를 재빨리 뽑아 든 도살자가 반신을 휘감아 이를 사납게 쏘아냈다.


파아아아앙-!!


황금 슬라임 특유의 금빛 똥가루를 휘날리며 쇄도한 쇠방패가 눈 깜짝 할 새에 코앞으로 파고들고.


“억?!”


파칵! 하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아구창이 박살 나는 제 동료의 모습에 마지막 남은 곡날 꾼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슨···!?”


보이지도 않···!


그 순간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선우의 신형.


“잠시 땅바닥이랑 뽀뽀 좀 하실 게요.”


그의 머리채를 움켜쥔 도살자가 힘껏 흙바닥에다 면상을 처박아버렸다.


“커어억?!”


그리고는 그의 오른팔을 틀어 잡아 뒤로 우둑! 하고 꺾는다.


“어어억!?”


부러진 어깨뼈에 도살자가 혀를찼다.


<이런, 실수로 힘을 너무 줬다.>

‘괜찮아. 괜찮아. 각성자잖아. 뼈는 다시 맞추면 돼.’


거기에 신실자가 반대편의 왼팔을 가리며 물었다.


<그럼 이왕 하는 거 보기라도 좋게 대칭을 맞춰주는 건 어떻슴까.>

‘그럴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그런 그때, 방금까지 덜덜 떨고 있던 여자의 두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호, 혹시 꾼 사냥꾼이신가요?”

“뭐요?”

“꾸, 꾼 사냥꾼 맞죠?! 요새 SNS에서 화제인!”


꾼 사냥꾼? 그건 또 뭐야.


선우가 미간을 찌푸리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그녀가 각성 SNS를 켜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오늘도 정의 실현 당한 악질 꾼 놈들 - 이번엔 엘릭서 길드임] 

#악질꾼놈들다죽어라 #엘릭서길드꼴좋다 #꾼사냥꾼사랑해요 #꾼꾼이응원해 


그런 제목과 해시태그 위에는 몰래 찍기라도 한 듯 단체로 병원에 실려 온 꾼들의 모습이 올라와 있었다.


이를 함께 들여다본 신실자가 작게 감탄했다.


<뭔가 하트 같은 게 엄청 많이 찍혀있지 말임다.>

<댓글도 엄청 많다.>


- 꾼 사냥꾼님 열일 하시는 거 미쳤다.

- 제발 이 세상의 악질 꾼들 싹다 족쳐주세요 꾼꾼님.

- 사랑해요 꾼꾼이! 

- 꾼꾼이가 있으니 든든!

- 확실히 이전보다 저렙존이 깨끗해지긴 한듯;;

- 마굴 채굴하다 털릴 일이 적어져서 너무 좋음.

- 그저 꾼크나이트···. 믿습니다···.

- 나도 꾼꾼이 한 번만 영접해봤으면 ㅠㅠ


“꾼꾼이는 대체 뭔···.”

“꾼 사냥꾼을 줄여서 꾼꾼이에요!”


그 안 어울릴 정도로 폭신폭신한 어감에 선우가 정신이 멀어지는 걸 느꼈다.

아니 그동안 파편 벌이한답시고 저난도 퀘에 머물며 꾼 좀 때려잡았을 뿐인데.

설마 그가 모르는 사이 SNS에서 자신이 이딴 컬트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 어뜩해. 내가 꾼꾼님을 영접하다니! 정말 소문대로 저 개새끼들 잡아 족치기 전에 지금까지 지은 죄목을 일일이 읊어주시네요? 꺄, 댕멋있어!”

“······.”


그 말이 안 되는 텐션에 눌린 선우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여자 방금까지 큰 변을 당할 뻔한 여자 맞지?’

<원래 각성자들 중에 제정신 박힌 인간은 드물다. 마스터.>

<그거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님까···?>


그런 그들 앞으로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랜 시간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러온 악질 범죄자 무리를 소탕하였습니다!]

[당신의 영웅적인 행동을 찬양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선행은 탁한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법.]

[특성 ‘이야기꾼’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꾼 전용 보상 ‘설화의 파편 x 2’가 주어집니다!]


‘오.’


파편 2개. 

3명 잡은 것치곤 이건 꽤 쏠쏠한 보상이었다. 

엔간해선 열 댓명을 한 번에 때려잡아도 1개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그동안 틈틈이 저난도 퀘스트를 순회 돌며 모은 설화의 파편은 슬라임 먹이를 준 걸 제외하면 총 9개.


‘나중에 우리 라임이 밥 또 줘야지.’


하루가 멀다 하고 파편을 먹여준 덕분에 황금 슬라임의 성장 경험치는 어느덧 40에 달해 있었다.


‘경험치가 100이 되면 진화하는 걸까?’


그럼 어서 진화해줬으면 좋겠는데.


‘전설 무기니 분명 개쩌는 능력이 나오겠지?’


그런 그때 갑자기 쓱 눈앞에 나타나는 유성 펜.

고개를 돌리니 여자가 수줍은 얼굴로 꼼지락거리는 게 보였다.


“꾸, 꾼꾼님. 호, 혹시 괜찮으시면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사인이요?”

“네!”


그러더니 등을 돌리고는 방어구를 보이는 게 아닌가.


“여, 여기다 by 꾼꾼하고 사인해주시면 정말 소중히 간직할게요!”

“······.”


<꾼꾼 푸흡··· 큼.>

<선배 웃참 실패했지 말임다.>

<아니 난 귀엽고 좋다고 생각한다. 꾼꾼.>

<꾼꾼.>

<꾼꾼.>


이 새끼들이.

집에 돌아가면 기강 좀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선우가 한숨과 함께 펜을 집어 들었다.


“이름이···.”

“아! 저 유주희에요! 유주희!”

“네, 유주희 씨···.”


대충 여자의 등에다가 북북 유성 펜을 그으며 선우가 되물었다.


“근데 퀘스트를 혼자 수주하신···?”

“아, 아뇨.”


그러자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유주희.


“동료들이 있었는데··· 꾼들한테 습격받아서 저만 간신히···, 흑.” 


찍찍 하고 ‘유주희 씨 화이팅’에 온점까지 찍은 선우가 영혼 없이 대답했다.


“저런.”

“네, 갑자기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포위해오니까 손쓸 도리가 없어서···.”

“10명?”


그 순간 바로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온 그가 물었다. 


“곡낫 트리오 말고 더 있었습니까?”

“네? 네에···. 그, 머리에 이상한 뿔 투구를 쓰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뿔 투구···!’


거기에 선우가 재빨리 시스템 창을 띄웠다.

그곳에는 일전에 최가빈에게 받은 ‘꾼 길드 소속 각성자 신원 리스트’가 펼쳐져 있었던 것.


그가 얼마 전, 최가빈과 나눴던 마지막 명전톡을 떠올렸다.


[타로의 정령사]

- 네? 꾼 길드 소속 각성자들의 신원을 전부 알고 싶다고요?


[무명]

- 가능하심?


[타로의 정령사]

- 그거야 가능하긴 한데··· 그건 왜···?


[무명]

- 자꾸 질문하면 님도 차단함 ㅅㄱ


[타로의 정령사]

- 아ㄴㅣ 미아 ㄴ 미안 해요 


[타로의 정령사]

- 안 물어볼게요 정말이에요


[무명]

- ㅇㅋ


‘음. 만족스러운 거래였지.’


곧 받게 될 붉은 지옥의 마석 대금을 떠올린 그가 싱글벙글 리스트의 스크롤을 내렸다.


‘뿔 투구, 뿔 투구, 뿔 투구···. 아, 찾았다.’


같은 가디언 컴퍼니 소속의 정예 2팀 팀장이 뿔 투구였던 것.

그들의 죄목까지 확인한 선우의 두 눈이 지극히 세속적인 욕망으로 번뜩였다.


‘이놈들도 보통 개새끼가 아닌데?’


“그래서, 갑자기 막 환영 마법으로 진형을 붕괴시키는 바람··· 꺗!”


갑자기 제 어깨를 돌려 잡는 꾼꾼이의 박력에 깜짝 놀란 유주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왜 그러···.”

“어디야. 당신 동료들이 당한 곳.”

“어, 그 저기 동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언덕쯤에···.”

“오케이.”


팬 뚜껑을 닫아 그녀에게 돌려준 꾼꾼이가 말했다.


“중간에 어디 새지 말고 째각 귀환해요. 알았어?”

“네, 네?”


설레는 반존대에 멍때린 그녀가 제대로 대답하기도 전, 마치 바람처럼 동쪽으로 사라져버린 꾼꾼이.

불의를 참지 못하고 몸부터 반응하는 그의 모습에 심쿵한 유주희가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리곤 중얼거렸다.


“어떡해. 개멋있어···.”


그런 그녀가 귀환하자마자 꾼꾼이의 사인을 SNS에 인증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


한편, 성마 길드 본사. 


“그래서 다음에 공략할 퀘스트는···.”


드넓은 회의실에선 공략 팀장인 박요한을 필두로 간단한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었다.


“제대로 숙지만 한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기믹을 가진 던전이기 때문에···.”


그런 그때였다. 


[전체 공지] [발신자: 명예의 전당]

[제목: 이럴 수가! 잊을 만하면 그가 돌아온다! 오, 무명이여!]


갑자기 뜬,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명전 전체 공지에 회의의 흐름이 뚝 끊긴다.


“허어···.”


이를 기가 막힌다는 듯 바라보는 박요한과 각성자들.


“어째 요 일주일은 좀 잠잠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걸로 몇 번째 S랭크지?‘

“9번째일 걸.”

“와, 말 안 된다. 진짜.”


그들은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자기네 길드가 아닌 각성자가 자꾸만 세간의 주목을 쓸어 가는 건 분명 그들에겐 손해였지만.

동시에 성마 길드가 싼 똥을 무명이 대신 치워주고 있는 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무명은 진짜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네.”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길래 S랭크에 끝이 없어.”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박요한이 손뼉을 쳤다.


“자자, 무명은 무명이고. 우린 우리다. 다시 집중들 해!”


거기에 길고 긴 회의실 테이블.

그 끝자락에 앉아 있던 류연서는 작게 침음했다.


‘끝이 없는 게 아니야.’


하루가 멀다 하고 S 랭크를 달성하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 무명의 등반 속도는 현저히 느려져 있었다.


‘난이도 10 퀘스트는 사흘 만에 클리어했는데···.’


이번에 클리어한 난이도 11의 퀘스트는 일주일이나 걸렸다.

그럼 다음에 클리어할 난이도 12의 퀘스트는?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걸까.


그녀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점점 저주 때문에 체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거야.’


사실 대악마의 저주를 달았음에도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 터.


‘대체 왜 그렇게까지···.’


특별 퀘스트 때처럼, 제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는 그의 모습이 그녀는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런 그의 치열한 사투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그 결과, 어느덧 무명은 성마 길드로 인해 증가했던 실패율을 다시 되돌리는 데 이르렀다.


[S 랭크 달성자의 등장으로 국가 ‘대한민국’의 퀘스트 실패율이 1% 감소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퀘스트 실패율 30%가 되었다.

일본마저 제치고,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


“······.”


이런 각성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마치 말로만 전해지던 1세대의 영웅들이 돌아온 것만 같다.


거기에 그녀가 전체 공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뭔가, 뭐라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없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그때, 류연서는 문득 명전톡에 ‘선물하기’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 뭔가 체력에 도움이 되거나 치유와 관련된 아이템이라도 선물하면···.’


무명이 저주를 견디는 데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터.


다행히 그녀는 지금까지 각성자 활동을 하면서 번 돈을 거의 통장에 모아두기만 했기에 자금적으로는 여유가 꽤 있었다.


‘그런데 뭘 선물하지···?’


아직 업계에 대한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류연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잘 몰랐다.


‘이럴 때 필요한 장비를 잘 알만한 사람이···.’


그런 그녀의 뇌리로 성마 길드장, 권용준이 스쳐 지나간다.


‘이 사람한테 연락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그보다 이런 쪽으로 해박한 사람은 드물 터.

무엇보다 무명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다.

숨을 삼킨 류연서가 권용준에게 명전톡을 보냈다.


*


띠링!


업무 도중 울리는 명전톡에 권용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거기에 톡을 확인한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연서?”


그녀에게 먼저 연락이 온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급속도로 얼굴이 풀어진 그가 류연서에게 온 톡을 확인했다.


“호오?”


내용을 확인해보니, 체력 향상이나 치유 관련 장비를 하나 추천해달라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가격은 상관없이 최대한 좋은 걸로.


‘갑자기?’


권용준이 작게 침음했다.


‘일단 본인이 쓸 거라곤 하는데···.’


둘다 딱히 류연서에겐 굳이 큰돈을 들여가면서까지 구할 필요는 없는 아이템일 터.

거기에 그가 한쪽 눈썹 치켜세웠다.


‘이거 선물용이군?’


그런 권용준이 낮은 웃음을 흘렸다.


‘이 기특한 녀석.’


그의 시선이 책상 한구석의 캘린더로 향했다.

거기엔 일주일 뒤인 24일 위로 자그마한 별표가 처져 있었다.


‘말은 그래도 내 생일을 잊지 않은 건가.’


그가 아는 한 류연서에겐 달리 선물할 친구도 없을 터.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

잠깐 기다리라며 답장을 보낸 그가 업무를 잠깐 미루고 눈앞에 거래소 창을 띄웠다.


그리고 두 시간 뒤. 

권용준이 정성껏 찾아준 매물이 류연서에게 전해졌고.


띠링!


[‘명예의 전당’ 메신저]

[‘무명’님 앞으로 도착한 선물이 1건 있습니다.]


“????”


그 뜬금 없는 메시지에 한창 라면을 끓이고 있던 선우가 두 눈을 끔뻑였다.


“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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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베이징 (수정) +25 24.09.15 4,812 108 12쪽
37 매국 +7 24.09.14 4,616 1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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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식은땀 +13 24.09.12 4,897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89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36 118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68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08 129 19쪽
30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2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59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07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26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2 140 16쪽
» 때아닌 선물 +8 24.09.02 6,759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54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07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27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2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195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89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57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80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5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6 15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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