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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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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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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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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철성의 정상화

DUMMY

그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10% 확률로 성불을 시킬 수가 있다고?”


그야말로 개사기 스킬이 아닌가.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스킬로 성불 되지 않은 혼백 계열의 몬스터는 ‘취약’ 상태에 빠집니다.]

[취약 상태에 빠진 혼백 계열의 몬스터는 3시간 동안 능력치 레벨이 10% 감소하고 받는 피해가 30% 증가합니다.]

[‘취약’ 상태가 해제되면 해당 대상에게 다시 ‘무자비한 영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90% 확률로 성불 되지 않더라도 강력한 디버프가 걸린다는 소리였다.

이마저도 디버프가 풀리면 다시 ‘무자비한 영혼’이 적용될 수 있는 모양.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 부분이지 말임다.>


신실자가 두 번째 줄을 가리켰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는 부분?”

<맞슴다.>

<사실상 그거야말로 이 퀘스트를 누워서 함바그 먹기로 만드는 열쇠라 보면 된다.>

“그렇구만.”


그런 그가 빙의혼들에게 물었다.


“그럼 너희도 이 스킬을 얻었었어?”

<전 제 동료가 습득했지 말임다.>

<난 얻었었지만, 이런 특수 스킬은 영웅 스킬로 계승되지 않는 모양이더군.>

<영웅 전용 스킬은 아무래도 그 영웅의 업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라 그런 걸검다.>


하긴, 딸깍으로 얻은 이 스킬이 그 영웅의 특색이라고는 할 수 없을 터.


“뭐, 어쨌든 개꿀이네.”


시작하자마자 야무지게 인벤토리를 털어먹은 것도 그렇고.

이번 퀘스트는 그야말로 노다지가 따로 없었다.

거기에 그를 향해 노쇠한 숨을 토해내는 샐러맨더.


“크르르···. 크엉···.”


트럭보다 거대한 덩치치곤 동글동글한 눈망울이 사뭇 불쌍하게 느껴졌다.


“내 생각보다는 뭔가 인상이 귀여운 편인데?”

<샐러맨더가 나이를 먹을수록 인상이 유해지긴 한다.>

“왜 북부 대공이 도마뱀을 애완용으로 삼았는지 알거 같기도 하고.”


“크어어엉···.”


그러자 희망이라도 본 듯 두 눈을 반짝이는 샐러맨더. 

가까이 다가가 그 촉촉한 가죽을 쓰다듬던 선우가 말했다.


“근데.”


그 순간 섬광처럼 뽑힌 한손검과 함께 그대로 날아가는 샐러맨더의 목. 


“그래봤자 괴수잖아.”

<음. 맞는 말이다.>


[철성 지하에 숨겨진 늙고 병든 샐러맨더에게 안식을 선물했습니다!]

[보상으로 ‘샐러맨더의 마력이 깃든 병’이 지급됩니다.]


너무도 깔끔한 검격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검을 다시 회수한 도살자가 말했다.


<그래도 고통은 짧았을 거다.>

“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죄책감이 느껴진 건 아니었다.

애완용이고 뭐고.


“괴수인데 사람 한 명 잡아 먹어본 적 없는 놈이 있을 리가.”

<역시 마스터. 괴수의 본질을 아주 잘 보고 계시지 말임다.>

“그럼 그럼.”


애초에 퀘스트는 방심하면 언제 이쪽의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야생이었다.

그로선 적들이 하는 얘기를 일일히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동정해줄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풍부한 F 감성으로는 도저히 롱런할 수 없는 업계. 

극악무도한 T라서 미숙하기보다 능숙한 업계.

그것이 바로 각성자 업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진리를 인천 대참사의 그 지옥 속에서 배웠다.


“그럼 이제 준비도 갖췄겠다, 어서 올라가 볼까.”


룰루랄라 샐러맨더가 남긴 유품을 인벤토리 안에 넣어둔 선우가 지하 던전의 문을 열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그때였다.


“엥?”


“사, 살려줘!”


갑자기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남자 위를 덮치는 녹슨 칼날.

콰직! 하고 솟구치는 선혈에 선우가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시발 내 파편이!”


그러자 말하지 않아도 냅다 손에 든 한손검을 투척하는 도살자.

휘릭! 날아간 칼날이 믿을 수 없는 운동 에너지를 흩뿌리며 망자의 모가지를 꿰뚫고 벽에 처박힌다.


“케엑?!”


<스킬 ‘무자비한 영혼’이 발동되었습니다.>

<10%의 확률이 적중하였습니다!>

<대상이 그 자리에서 성불합니다.>


그 순간 문자 그대로 바스러져 흙으로 돌아가 버리는 망자.

후다닥, 칼 맞은 남자에게 달려간 선우가 재빨리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보쇼! 정신이···!”

“······.”


이미 숨이 끊어진 듯 느껴지지 않는 온기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리가 낀 듯 얼어붙은 피부에 군데군데 곯은 상처가 보인다.


거기서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에 고개를 든 선우가 계단 위의 지하실 문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왜 각성자가 여기까지 밀려와서 망자랑 싸우고···?”

<···! 마스터!>


순간 뇌리를 스친 생각에 두 눈을 크게 뜬 그가 황급히 땅을 박찼다.

도살자의 압도적인 능력치로 인해 한 번에 10계단 이상을 건너뛴 선우가 쾅! 하고 문을 박찬 그때였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냉기가 샐러맨더의 온기를 스쳐 지나가고.

그곳에 펼쳐진 건 천천히 동이 트는 가운데 서서히 물러나는 수십의 망자들과, 죽은 것으로 보이는 몇몇 각성자들.


“······.”


누가봐도 며칠은 지난 듯한 모습에 선우가 도살자에게 말했다.


“···야. 어긋나봤자 몇 시간이라며.”

<······.>


도살자가 침묵했다.


*


두 번째 공세가 끝나고, 세 번째 공세마저 끝났을 때.

각성자들을 직감했다.


[거센 눈보라에 버티지 못한 푸른 등불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시, 시발 또 등불이!”

“잠깐만! 이게 말이 돼?!”

“내 것도 꺼졌어!”

“여기도!”


이제 남은 등불로는 더 이상 지금의 방어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런 식이면 대체 어떻게 클리어하라는···!”


거기에 한 각성자가 깨달은 듯 제 옆의 길드원을 바라보았다.

그 손에 아직 남아 있는 푸른 등불.


- 퀘스트 내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등불을 소지하고 계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설마.”


그 순간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거였구만?”


위이이이잉!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도끼의 그림자가 그들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


두 눈을 부릅뜨고서 저를 올려다보는 각성자들에게 호완의 황성빈이 입가를 말아 올렸다.


“바로 그런 거였어!!”


촤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사방으로 빗발치는 핏물.

어두운 내성을 밝히는 소름 끼치는 단말마가 알려주는 듯했다.

지금부터는, 완전히 다른 게임의 시작이라는 걸.


“흐흐흐···.”


피가 뚝뚝, 흐르는 도끼 아래로 땅에 떨어진 등불의 온기가 흘러간다.


황성빈이 그 손에 등불을 쥔 그때였다.


[곧 네 번째 공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각성자들은 개인 정비를 끝내 주십시오.]


그 순간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망자들의 노랫소리.


- 온다. 온다. 그들이 온다.

- 온다. 온다. 그들이 온다.


이를 들은 각성자들이 굳어진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전열.

한정된 등불.

그에 반해, 너무도 혹독한 눈보라와 공세.


그 사실을 모두가 눈치채버린 걸 시작으로, 성안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등불! 등불을 내놔!!”

“이, 이 미친 새끼가! 잠깐! 잠깐만! 아아악!!”

“등불을 중심으로 진형을 갖춰! 씨발 이거 뺏기면 다 죽는 거야!”

“티, 팀장님! 우린 등불이 하나 밖에!”

“뭐해 그럼! 시발 저 새끼들 꺼 뺏어!”

“가까이 오면 시발 다 썰어 버릴 줄 알아!”

“뒤져!”


삽시간에 지옥으로 돌변한 철성.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사람들이 최소한 길드 단위로 뭉칠 수 있는 정도의 등불은 남아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그날 뿐이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웨이브가 지나가면서.

모두가 등불의 온기가 닿는 곳에 달라붙어 망자들의 파도가 끝나기만을 바라던 그때.


[거센 눈보라에 버티지 못한 푸른 등불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아아악!”


갑자기 꺼져버린 등불에 중소 길드 두세 개가 통째로 망자들에게 갈가리 찢겨나갔다.


“이런 게! 이런 게 어디있··· 아아아악!!”

“살려, 살려주···!!”

“꺄아아아악!!”


“그러게, 병신들아.”


거세게 활활 타오르는 등불을 손에 쥔 황성빈이 입가를 말아 올렸다.

그가 힘차게 내려친 도끼에 놈을 피해 가던 망자들이 피를 튀기며 썰려 나간다.


“등불을 미리미리 키워뒀어야지.”

“하, 하지만 그러려면···!”


이미 하나, 내지 두 개의 등불에 파티 전체가 의지하고 있는 곳은 등불을 쥔 사람이 그렇게 움직이며 싸울 수가 없었다.


자칫 그랬다간 누군가는 등불의 온기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망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게 될 터.


하지만 거기에 꾼들은 그저 반문할 따름이었다.


“그게 뭐?”

“···!”

“아니면, 다음 웨이브에 그 불도 꺼지고 함께 죽을래?”


황성빈이 낮은 웃음을 흘렸다.


“잘라내 이 머저리들아. 살고 싶으면.”


그러자 등불을 쥐고 있던 팀장이 제 팔을 붙잡고 있는 막내에게로 향한다.

그 시선에 새하얘지는 그녀의 안색.


“티, 팀장님···. 아니죠?”

“미안, 미안하다. 수현아.”

“팀장···! 꺄아아아악!”


여자가 온기 밖으로 밀쳐지자 망자들의 파도가 사정없이 그녀를 난도질했다.


“시발!!”


그리고는 칼을 뽑아 든 그가 불길을 밝히며 그 망자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키이에엑!”

“에에엑!”


몇 번이고 죽여야 그제야 되살아나지 않는 망자들.

그러나 그 자리에 남은 건 이미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여자의 시체뿐이었다.


그걸 본 황성빈이 유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이거이거 강단 있는 놈이었네.”


[망자들의 다섯번째 공세가 종료되었습니다.]

[동이 틉니다. 망자들의 군세가 잠시 물러납니다. 하지만 날이 저무는 때, 눈보라와 함께 그들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주의! 망자들의 군세가 내성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군주의 알현실에 도달하게 되면 푸른 등불의 철성은 함락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등불을 들고 다가간 그가 팀장이라 불린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


“너, 마음에 들었다. 어디, 이번 퀘스트 동안 우리랑 연합 한번 해볼래?”

“예, 예?!”


그 순간 그들 앞으로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처치 수에 비례하여 푸른 등불이 더욱더 강하게 타오릅니다.]


그와 동시에 화르르륵! 강하게 타오르는 황성빈의 등불.

아까보다 더 넓게 번져가는 온기에 그들의 눈동자가 떨렸다.


“어때. 솔깃하지?”

“···!”

“흐흐흐···.”


황성빈이 음흉하게 웃었다.


*


그렇게 찾아온 닷새째 아침.


[망자들의 열 번째 공세가 종료되었습니다.]

[동이 틉니다. 망자들의 군세가 잠시 물러납니다. 하지만 날이 저무는 때, 눈보라와 함께 그들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주의! 외성이 무너지고 내성의 절반 이상이 돌파당했습니다!]


“······.”


멎어든 눈보라에 장롱 속에 숨어 있던 유주희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차갑지만, 시릴 정도는 아닌 한기가 코끝을 스치고.

거기에 그녀는 가지고 있던 푸른 등불을 인벤토리 안에 넣어두었다.


유주희가 숨어 있던 곳은 다름 아닌 내성 2층에 자리한 접대실 근처.

각성자들이 첫 번째 웨이브를 맞이했던 곳이 외성 정문이었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깊숙이 들어온 편에 속했다.


이내 꼬르륵, 하고 울리는 소리에 그녀가 제 배를 쥐었다.


‘배고파···.’


상처가 난 입술을 습관처럼 깨문다.


벌써 아무것도 먹지 못한지 이틀째였다.

성이 꽤 큰 만큼 내성의 식량 창고엔 말린 육포 등 절인 식량들이 보관되어 있었지만. 

아무나 거기에 손을 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몰래 침실을 빠져나와 복도의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성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쇠문이 그곳에 자리해 있었다.


이미 여러번 공격받은 듯 헤지고 닳아 보이는 모습.

그 앞에는 손에 무기를 든 각성자들이 여러 명 서 있었다.


“이거 시발 우리가 못 부수나?”

“빨리 함락시키고 좀 귀환하고 싶은데.”

“망할, 스킬을 써도 꿈쩍을 안 하네.”


그들은 한때 각자 다른 길드였지만 지금은 전부 호완 길드와 손을 잡은 자들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각성자들은 서로 연합했지만, 결국 가장 득세한 건 다름 아닌 호완 길드의 꾼들일 터.

그들은 특유의 잔인한 성정과 행동력으로 현재 몇 남지 않은 등불들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즉, 이 퀘스트에서 밤을 안전하게 보내고 싶다면 호완 길드에게 엎드리는 게 최선이었던 것.


그러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각성자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와, 이 새끼 여기서 뒤졌었네.”

“어우 냄새 진짜. 망자 새끼들 죽일 거면 좀 점잖게 죽일 것이지.”


간밤에 사지가 찢겨 죽은 것처럼 보이는 시체를 피해 가는 각성자들.

그런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식량 창고였다.

현재 호완 길드는 등불뿐 아니라 창고까지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

거기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손톱을 뜯었다.


‘어쩌지?’


식량에 접근하려면 그곳을 지키고 있는 각성자들을 뚫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녀의 스킬은 어디까지나 후방 지원에 특화되어 있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먹어야 제힘을 낼 수 있는 법.

아니, 오히려 각성자이기에 더욱 많은 칼로리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며칠을 더 버텨야 할 지 모르는데···.’


“!”


갑자기 위를 쳐다보는 시선에 그녀가 황급히 난간 뒤로 몸을 숨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유주희가 숨을 삼켰다.


‘이, 일단 자리를 이동하자.’


그렇게 복도를 지나 계단을 타고 내려가려던 그때였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나 했더니···.”

“!!”


섬뜩한 목소리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발걸음.

화들짝 놀란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팀장이자 버스 기사인 노경준이 서 있었다.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곳에 있었구나?”

“?!”


놀란 유주희가 재빨리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따라잡은 노경준이 그녀의 하앟고 가는 목을 틀어쥐고서 냅다 빈방으로 내던졌다.


쾅! 


“꺄악!”


박살 나는 문틀과 동시에 차가운 바닥 위로 내팽개쳐지는 그녀.

그런 유주희를 향해 노경준이 낮은 웃음을 흘렸다.


“하하. 귀엽네, 우리 주희 씨.”

“이, 이 쓰레기 자식이!!”


그녀가 허리춤에 숨겨둔 단검을 뽑아 들었지만 스킬의 차이는 절대적이었다.

순식간에 쏘아진 속박마법이 유주희의 손목을 휘감아 틀었다.


“크으읏···!!”


쩅그랑! 하고 떨어지는 단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노경준이 냅다 팔을 걷어붙였다.


짜아악! 소리와 함께 터지는 붉은 입술. 


“쓰레기라니. 그런 소리를 하면 섭하지. 난 그냥 주희 씨를 지켜주고 싶었을 뿐인데. 주희 씨가 등불을 가지고 도망치는 바람에 내가 꾼들에게 얼마나 난처해졌는지 알아?”

“알···빠야! 이 새끼야!”


유주희가 두 눈에 물기를 머금고 그를 노려보았다.


누가 사람은 목숨이 걸리게 되면 그 숨겨진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고 하던가.

눈앞에 있는 노경준은 사태가 급변하자마자 빠르게 호완 길드에게 붙은 자들중 한 명이었다.

여기서 더 최악인 건, 호완 길드와의 연합을 위해 그와 그의 팀원들이 몇몇 여자들을 잡아다 꾼들에게 갖다 바쳤다는 점이었다.


대낮에 이뤄진 그 끔찍한 현장을 유주희는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유주희가 아직 꾼들에게 넘겨지지 않은 건, 순전히 그녀의 외모가 노경준의 취향이었기 때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 어쨌든 이렇게 다시 잡았으니까 됐어. 혹시라도 등불을 되찾지 못하게 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쏘아진 마법이 유주희가 입고 있던 방어구의 이음새를 절단낸다.

이윽고 드러나는 블라우스에 노경준의 눈동자가 욕망으로 물들었다.


“그건 그렇고···”


그가 입가를 말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참 이쁘네, 우리 주희씨.”


거기에 유주희는 갑자기 설움이 막 북받쳐 오르는 걸 느꼈다.

저번 숲에서 꾼들한테 쫒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맨날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새 가까워진 불쾌한 숨결에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은 그때였다.


“아니, 무슨 던전 좀 짧게 다녀왔다고 성은 이미 개판에, 시체는 사방에 널려 있고. 뭐야, 여긴 또 왜 부서져 있···.”


마침 툭, 하고 계단을 타고 올라온 선우와 그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

“······.”

“······.”


이를 본 선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 좋은 시간 보내시길. 예.”


플레이가 좀 하드하시네.


유주희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 역시?”

“뭐야 당ㅅ···!”


그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쇄도한 방패가 있는 힘껏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가 처박히는 노경준.


“어, 어억···.”

“어휴. 아주 그냥.”


맥없이 쓰러지는 놈을 향해 선우가 한숨을 삼켰다.


“며칠 사이에 노났네 노났어.”


아무래도 철성의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임은 분명했다.


그런 그때, 그의 가면을 알아본 유주희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꾼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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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주조자 +10 24.09.17 3,303 102 15쪽
39 폭염 +18 24.09.16 4,132 129 13쪽
38 베이징 (수정) +25 24.09.15 4,812 108 12쪽
37 매국 +7 24.09.14 4,620 121 13쪽
36 페널티 +23 24.09.13 4,840 149 17쪽
35 식은땀 +13 24.09.12 4,904 141 16쪽
34 나도 모르겠다 +7 24.09.11 4,998 112 13쪽
33 위?기 +4 24.09.10 5,141 119 17쪽
32 역지사지 +6 24.09.09 5,273 121 12쪽
31 나의 이름은 +13 24.09.08 5,612 129 19쪽
» 철성의 정상화 +6 24.09.07 5,768 129 17쪽
29 히든 스킬 +6 24.09.06 5,964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12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33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6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64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58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11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34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6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200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98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63 1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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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자랑이다 +5 24.08.24 7,437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9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6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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