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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가챠로 EX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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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로우
작품등록일 :
2024.07.28 23:41
최근연재일 :
2024.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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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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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히든 스킬

DUMMY

갑작스럽게 사라진 등불에 각성자들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뭐야, 왜, 왜 안나와!”

“내 등불도 꺼졌어!”

“그쪽 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등불이 꺼진 건 아니었다.


“아직 내 꺼는 살아있어!”

“여기! 여기로!”


운 좋게 들고 있던 불이 꺼지지 않은 자가 있다면.


“괜찮아! 내 등불은 화력이 강해!”

“첫 웨이브에서 괴수들을 많이 죽인 덕을 이렇게 보는 건가···!”


괴수들을 많이 죽여 등불의 불씨를 키운 자들은 여전히 그 손에 푸른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 순간 성벽의 안쪽까지 파고들기 시작하는 붉디붉은 눈보라.

미치도록 차가운 눈발이 각성자들 사이를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너무 추, 추워서 사, 살이! 살이 아파!!”

“부, 불! 불을 부, 부불 좀 줘!!”


[상태 이상 ‘둔화’에 걸렸습니다.]

[종합 능력치 레벨이 30% 감소합니다.]


“등불이 꺼진 사람은 모두 불이 있는 사람에게 붙으세요!”


버스 기사 노경준이 제 손에서 활활 타오르는 등불을 치켜세우며 제 길드원들에게 소리쳤다.


“저, 저도 아직 불이 살아 있어요!”


유주희의 말에 바로 근처에 붙는 팀원들.


“등불이 있는 사람이 가장 앞에 서서 괴수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후방 지원이 특기인 각성자한테 불이 있으면요?!”

“그건···.”


노경준이 입을 열었다.


“전위에게 불을 넘겨주세요.”

“···!”

“주희 씨도.”


거기에 유주희 눈동자가 동요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노경준의 팀원들.

그리고 그녀와 그들은 이제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었다.

유주희의 전 팀원들은 꾼들로 인해 지금 모두 병상 신세였기 때문이었다.


“주희 씨.”


거대한 방패를 등에 멘 각성자가 손을 뻗었다.


“불을.”

“······.”


그렇게 잠시 망설이던 유주희가 이내 제 등불을 그에게 넘겼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녀는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


‘그래, 여차하면 귀환석을 쓰면 되니까.’


괜찮을 것이다.


거기에 성벽 너머, 눈보라의 어둠으로부터 하울링처럼 섬뜩한 괴성이 울려 퍼진다.


“···! 두 번째 웨이브가 옵니다!”

“주희 씨. 어서 제 쪽으로.”


노경준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다.


“그렇게 떨어져 있다간 둔화에 걸립니다.”

“···네.”


왠지 모를 찜찜함을 삼키며 그녀가 노경준에게 다가간 한 편.


“불 내놔 이 새끼야!”


제 길드 중 가장 화력이 강한 등불을 낚아챈 호완 길드의 황성빈이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 넣었다.

그 직후 튀어나오는 건 마치 전기톱같이 날카로운 거대한 양날 도끼.


“시발, 그래. 어쩐지 너무 쉽다고 했다. 이 정도의 기믹은 있다는 거지?”


콰아앙! 하고 제 앞에 도끼를 내려찍은 그가 소리쳤다.


“손에 불 있는 새끼들은 전위에 붙어! 꾼이란 새끼들이 뉴비마냥 찔찔 대면 싹다 뒈질 줄 알아!”

“지원조는 어떡할까요?!”

“그냥 이 악물 버텨 시발. 능력치 좀 까인다고 안 뒈져!”

“옷 벗고 서로 비비면서 체온이라도 나누던지!”

“푸하하하하하!!”

“이 개새끼들이! 지들 일 아니라고!”


<그래도 아직은 웃을 여유가 있을 거다.>


잽싸게 벽을 타고 내성의 지하로 달리며 도살자가 말했다.


<왜냐면 아직 진형을 유지할 정도의 등불은 남아있을 테니까.>


그러니 그들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괴수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두 번째 공세가 끝나가는 그 순간.


[배신당한 북부 대공 ‘철혈의 아니스’의 원혼이 괴수들의 울부짖음에 반응합니다.]

[주의하십시오! 철혈의 핏빛 혼백이 망자들의 오랜 겨울잠을 깨우고 있습니다!]

[78번 퀘스트 ‘망자의 푸른 등불’의 시나리오가 변동되었습니다!]


“뭐?”

“시나리오가 뭐 어째?”


격전으로 정신없던 사람들이 저마다 두 눈을 찡그린 그때였다.


[히든 퀘스트 ‘망자의 푸른 등불’]

[난이도 25] [인원 제한: 300명]


[퀘스트 시나리오]

[누가 말하길,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고 했습니다. 연전연승으로 북부 대공의 위세가 올라가자, 이를 시기한 중앙 정치의 귀족들이 그에게 반역의 누명을 씌웠습니다! 선조들처럼 괴수들과 싸우다 죽길 바랐던 그의 소원은 복수심으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북부 대공의 차가운 원한을 달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등불에 의지한 채 그 하찮은 목숨을 비루하게 부지하는 것이 다일까요?

선택은 어디까지나 당신에게 있습니다.]


[성공 조건: 망자의 군단으로부터 생존 혹은 군단의 괴멸]

[실패 조건: 사망]

[퀘스트 기여도에 따라서 보상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주의! 이 퀘스트에서는 귀환석의 사용이 중지됩니다!]

[주의! 이 퀘스트에서는 상태창과 인벤토리를 제외한 각성 시스템의 기능이 정지됩니다!]


“이, 이게 무슨···!”

“난이도 25?! 이런 게 어딨어!”

“자, 잠깐! 일단 진정들 하고 전열 유지해!!”

“일단 유지해!!”

“시발 귀환석 사용 중지는 또 뭔데!”


그와 동시에 더욱더 격해지는 붉은 눈보라.


그리고 세번째, 진짜 공세가 다가오기 시작하면 각성자들은 곧 눈치채게 될 터였다.

이제 이건 수성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에 빠진 각성자들 사이에서 유주희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쾅! 하고 내려 찍힌 천둥의 번쩍임 가운데서, 마치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 까마득한 설원 너머 이제껏 본적 없는 흉측하고도 거대한 무언가를.


그 순간 콰직, 콰직, 하고 붉은 눈밭을 뚫고서 썩어 문드러진 팔이 튀어나온다.

이를 시작으로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는 원혼들.

그 녹슨 흉갑 위에 새겨진 문양은 다름 아닌 ‘푸른 등불’일 터.


- 온다, 온다. 그들이 온다.


해가 멎어든 새벽의 날에. 휘파람을 불며 그들이 온다.

설산의 악마들이여.

부디 북부의 전사들을 우습게 보지 마시오. 

이들은 악독하고, 잔인하며, 죽음조차 우스운 자들이니.

오로지 공포를 모르는 자들만 이 철성의 벽을 오르길 바라오.


- 온다, 온다. 그들이 온다.


그와 동시에 번쩍, 하고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의 흉광들이 끝도 없는 설원을 뒤덮는다.


“저게··· 대체 뭐야?”


- 온다, 온다. 그들이 온다.


바람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그 노랫말에, 유주희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었다.


*


쾅!


선우가 바닥의 숨겨진 장치를 누르자, 아무것도 없던 바닥이 갑자기 아래로 꺼진다.


그와 동시에 드러나는 건 다름 아닌 낡은 돌계단.


그가 그 안으로 들어서자 한파의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던전 ‘철성의 숨겨진 은신처’를 발견했습니다.]

[입장 가능한 파티 0/1]


이를 본 선우가 물었다.


"그런데 던전 들어가도 괜찮나? 던전 시간은 바깥과 가끔 어긋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러자 도살자가 대답했다.


<어긋나봤자 몇 시간일 거니 염려할 거 없다.>

"그렇구만."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자 눈앞에 출력되는 입장 메시지.


[던전 ‘철성의 숨겨진 은신처’에 입장했습니다.]

[입장 가능한 파티 1/1]

[파티 제한을 충족했으므로 더 이상 던전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이 은신처는 눈보라의 한파로부터 보호받습니다.]

[알림! 추위가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올라오는 따스한 기운에 선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여긴 또 따뜻하네?”

<심지어 여기선 등불의 불도 다시 붙일 수 있지 말임다.>


던전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놓인 건 다름 아닌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장작이었다.


인벤토리에서 꺼진 등불을 꺼낸 선우가 장작을 꺼내 불을 붙여 보았다.

그러자 다시 화르륵! 하고 타오르는 푸른 등불.


[퀘스트 전용 아이템 ‘철성의 푸른 등불 +’]

[대공의 선조가 제 영혼을 매개로 지펴낸 등불로 사악을 물리치고 주변에 온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등불은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꺼지지 않으며 불을 나누는게 가능합니다.]


“뭐 이런···.”


사실상 이제부턴 등불이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니.


<말했잖나. 모든 퀘스트에는 반드시 공략법이 존재해야만 한다는 게 룰이라고..>

<물론 어디까지나 ‘존재’만 하면 되는 게 함정이긴 하지 말임다.>

“진짜 말장난도 정도가 있지.”


하다못해 이 지하 던전을 발견할 수 있는 팁이라도 던져주던가.

애초에 날아다니는 공략본 1과 2가 없었다면 선우는 죽었다 깨어나도 여길 찾지 못할 자신이 있었다.


<에이, 그래도 단서를 아예 주지 않는 건 아니지 말임다.>

“주긴 주나?”

<성벽 밖을 잘 뒤지다 보면 지하 던전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가 있슴다.>

“······.”


그 악랄하기 짝이 없는 위치에 선우가 입을 벌렸다.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괴수들이 쏟아지는 성벽 밖을 뒤져볼 생각을 한단 말인가.

거기에 도살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바깥의 괴수들까지 전부 썰다 보니 보였다.>

<전 실수로 성벽을 날려버렸다가 우연히 발견했슴다.>


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선우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영웅 타이틀 달은 놈들치고 어째 정상이 한 놈도 없어요.”

<무슨 말인가, 마스터. 쟤는 몰라도 난 정상이다.>

<예?? 아무리 선배라 해도 그 발언은 좀 긁히지 말임다??>

“야야, 싸우지 마. 확 그냥 함바그랑 새우깡 둘 다 평생 몰수해버릴라.”

<······.>


그 즉시 조용해진 두 빙의혼이었다.

쯧쯧 혀를 찬 선우가 인벤토리에서 설화의 파편을 하나 꺼냈다.


“역시 내 마음을 치유해주는 건 우리 라임이 밖에 없어. 그치 라임아.”

“끽! 끄윽!”


어느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파편을 잘도 받아먹는 슬라임의 모습에 선우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 우쭈쭈.”

“뀨윽.”


[황금 슬라임의 성장 경험치가 10 상승하였습니다.]

[요왕 유리오스의 황금 슬라임의 성장 경험치는 현재 60 입니다.]


“이거 먹고 쑥쑥 자라야 한다?”

<저 말투만 좀 어떻게 안 되는 건가.>

<그러려니 하십쇼 이제.>


그렇게 그들이 검은 복도를 지나자 작은 공동과 함께 연기로 자욱한 입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뭔가 보스룸처럼 생겼네.”

<그렇게 틀린 감상은 아니다. 실제로 저 방 안에는 보스가 있을 테니까.>


아무래도 성 안에 존재하는 던전인만큼 구조는 별 거 없는 모양.


“후딱 끝내고 올라가자. 파편 손실 난다.”

<동감이다.>

“라임아.”

“끅.”


그러자 다시 손에 쥔 록터의 검방 세트 위로 스며드는 황금 슬라임.

이를 가볍게 휘두른 도살자가 말했다.


<아마 괜찮을 테지만, 아무쪼록 당황하지 마라. 마스터.>

“왜, 안에 뭐가 있는데.”

<이 던전의 기믹이 일종의 환영이라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그럼다.>

“아하.”


뭐,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선우가 연기로 뒤덮힌 문고리를 잡은 그 순간.

갑자기 쏟아진 새하얀 연기가 그들의 눈앞을 덮쳤다.


*


그건,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선배.’


콰쾅!! 하고 불타는 폐허 위로 차가운 빗물이 추적추적 떨어진다.


‘그렇게 발버둥 쳐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고.’


주변을 둘러보면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그와 동시에 저 먼 곳에서 빗발치는 비명 소리.

마치 세상의 종말처럼 솟구쳐오르는 붉은 기둥 가운데, 현현한 게이트가 그 입에서 무수한 괴수들을 쏟아낸다.


‘긴급 퀘스트를 실패하면,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리고 참상의 중심에서, 그가 잘 알던 후배는 그렇게 말했다.


‘대체···.’


돌변한 후배에게, 핏물을 삼키며 물었던 기억이 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왜냐고?’


거기에 그 새끼가 입가를 흘리며 말했다.


‘재밌네.’


그런 그의 시선이 불타오르는 밤하늘로 향했다.


‘난 그냥 각성자의 본질에 충실한 것뿐이야. 선배.’

‘뭐?’

‘하하, 그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보아하니, 선배도 어쩔 수 없는 범부구나.’


다가온 후배가 그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역시, 선배는 언제까지고 이렇게··· 내 발밑에서 기는 역할이 딱 어울려.’


그런 그가 선우를 짓밟기 위해 발을 들고.

이를 바라본 선우의 눈동자 위로 공포심이 깃들···진 않았다.

몰입이 깨졌다는 듯 파악 얼굴을 구긴 그가 말했다.


“이거 내 기억과는 조금 다른데?”

‘?!’


그 순간 콰아앙-! 하고 솟구친 방패가 박형태의 아구창에 그대로 후려 박힌다.


‘커어억?!’


그러자 화려하게 비명을 지르며 냅다 뒤로 처박히는 박형태.

거기에 언제 엎어져 있었냐는 듯 멀쩡히 자리에서 일어난 선우가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과연, 이런 느낌이구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라지는 도심의 풍경.

다시 돌아온 어두운 지하 던전에 선우가 손을 들었다.

거기에 휘릭! 하고 돌아온 방패가 그의 손에 잡힌다.


“본격적인 환영은 처음이라 조금 신기했네.”

<확실히 완성도가 좀 있는 편이긴 하다.>

<여기 환영술이 4D 감성으로 촉각까지 실감 나게 구현되어서 나쁘지 않지 말임다.>

“그런데 살짝 디테일이 아쉽긴 했어. 박형태 그 새끼는 오른발이 아니라 왼발잡이거든.”


근데 방금 그가 들었던 발은 다름 아닌 오른발이었다.

신실자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대체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는 검까···?>

“그 새끼랑 학교에서 축구를 한 두 번 해봤어야지.”


나름 인싸랍시고 골은 더럽게 못 넣는 주제에 스트라이커만 주구장창해서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에 쓰러져서 경련하던 박형태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체 어, 어떻게 내 환영술을···.”


[스킬 ‘강인한 정신 (M)’]

[고통에 극도로 둔감해지며 공포, 저주, 환각, 최면 등 대부분의 상태 이상에 저항할 수 있다.]


선우가 살짝 하품하곤 대답했다.


“그런 거에 잘 안 걸리는 체질인지라.”

“그딴 체질이 어딨어!”

“여기 있잖아.”


도살자가 스르륵 허리춤의 한손검을 꺼내 들자 박형태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덜덜덜 떨었다.


“자, 잠시만! 잠시만!”


그 순간 갑자기 연기에 휘감기더니 그 자리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은색 갑주의 잘생긴 미청년.

거기에 도살자가 냅다 그의 아구창을 후려갈겼다.


“대체 왜엑?!”

<사람 기억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좀 맞아도 된다.>

‘그건 맞지.’

<사실 그냥 패고 싶어서 팬 거 아님까?>

<정답이다.>

‘야.’


거기에 도살자가 말했다.


<어차피 혼백의 결정을 얻으려면 이 놈을 처치해야만 한다.>

<꼬락서니가 활어마냥 팔딱거려도 저놈 이미 죽은 놈이니 거리낄 것도 없지 말임다.>

‘아, 그래?’


이미 죽은 놈이야?


“그럼 성불시켜주는 게 맞지.”


난 또 왜 사람 같은 게 보스랍시고 나타났나 했네.

아무래도 이게 말로만 듣던 혼백계 보스인 모양.

그렇게 도살자가 검을 높게 쳐들자 미청년이 황급히 두 손을 뻗었다.


“잠깐! 잠시만요! 제 말 좀 들어주십쇼!”

‘살자야. 잠깐만.’

<알았다.>


선우가 턱을 까닥였다.


“뭔데. 나 바쁜 사람이야.”


그러자 혼백이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여러분은 제 아버지··· 그러니까 철혈의 아니스를 막기 위해 여기로 오신 분들이시죠?!”

“그런데?”

“그걸 다시 생각해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차피 퀘스트야 생존만 해도 클리어할 수 있는 데다, 북부 대공의 분노는 정당한 것입니다!”

“그건 또 뭔 개소리야.”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 푸른 등불을 밝혀라···!


몰려오는 설산의 괴수들을 상대로 제 한 몸을 헌신하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제국 최강의 각성자이자, 군인이었으며, 명예로운 전사였다.

결코 그런 식으로 반역자란 오명을 뒤집어 써선 안 될···.


“저런.”


대충 그의 회상을 자른 선우가 기계적으로 공감했다.


“그랬구나.”


그 순간 휘둘러진 검에 혼백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근데 서론이 기네.”

<서론이 길다.>

<서론이 김다.>


[히든 보스 ‘아니스의 적자’를 토벌하였습니다!]

[던전 ‘철성의 숨겨진 은신처’가 클리어되었습니다.]

[던전 보상의 문이 개방됩니다.]


그와 동시에 쿠구구궁! 하고 바로 앞의 벽이 옆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드러나는 건 다름 아닌 거대한 샐러맨더.


“크르르···.”


늙고 노쇠한 그 도마뱀 앞에는 고고한 빛을 뿜어내며 진열대 위에 둥둥 떠있는 검은 돌이 있었다.

그 신묘한 기운에 시선을 빼앗긴 선우가 그 돌을 손에 움켜쥔 그때였다.


[히든 아이템 ‘혼백의 결정’을 습득하였습니다!]

[각성자 ‘무명’이 퀘스트의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각성자 ‘무명’에게 히든 스킬 ‘무자비한 영혼’이 추가됩니다.]


“히든 스킬?”


선우가 빠르게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특수 스킬 ‘무자비한 영혼’]

[보스를 제외한 망자, 유령과 같은 혼백 계열의 몬스터들을 공격 시 10% 확률로 영혼을 성불시킬 수 있다.]

[이 스킬을 지니고 있는 한, 혼백 계열의 몬스터들은 사용자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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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 스킬 +6 24.09.06 5,966 134 17쪽
28 좀만 서두를까? +6 24.09.05 6,114 136 19쪽
27 잠시만 얼굴 좀 봅시다 +6 24.09.04 6,435 139 17쪽
26 내겐 공략본이 있어요 +6 24.09.03 6,596 140 16쪽
25 때아닌 선물 +8 24.09.02 6,765 139 18쪽
24 꾼이 되었다 +5 24.09.01 6,862 140 17쪽
23 맛있게 빨아 먹자 +9 24.08.31 7,012 153 18쪽
22 청부업자 +18 24.08.30 7,134 151 16쪽
21 약 주고 병 주고 +8 24.08.29 7,167 159 17쪽
20 너의 이름은 +9 24.08.28 7,201 156 18쪽
19 성염술 +12 24.08.27 7,298 160 13쪽
18 충분하고도 남는다 +5 24.08.26 7,265 149 12쪽
17 정답이지? +8 24.08.25 7,386 156 15쪽
16 자랑이다 +5 24.08.24 7,439 145 13쪽
15 이제 가볼까 +6 24.08.23 7,559 150 17쪽
14 루미네의 마굴 +3 24.08.22 7,666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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