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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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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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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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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깨어난 회장님

DUMMY

2


깨어난 회장님 (1)






“현재 바이탈 사인은 정상이세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곧 병실로 옮겨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유진의 생각과 무관하게 그녀는 그의 몸에 붙어 있는 다양한 의료 기구들을 능숙하게 제거해 나갔다.

조치를 마치자 그녀는 찰랑거리는 황금색 머리카락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금발?’


하지은 박사가 염색한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화장한 모습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유진의 눈 앞에는 슈퍼모델 같은 금발 미녀가 서 있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회장님.”


이때 다른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점차 시야가 돌아오고 인지 능력이 회복되면서 방 안의 풍경이 보였다.

유진이 누워있던 캡슐 주변에는 최소한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백 년 전에 인공 동면에 들 무렵의 방 안 모습과도 달랐다.

그때보다 천장도 훨씬 높아지고 방의 크기도 훨씬 컸다.

아주 잠깐 잠들었던 사이에 지니가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


“닥터 에이프릴.

회장님과 대화하고 싶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죄송합니다.

회장님은 백 년 만에 눈을 뜨셨어요.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릅니다.”


“멀쩡해 보이시는데?

잠시면 됩니다.

백 년 만에 깨어나신 분이 저런 완벽한 건강 상태를 보이시다니.

오, 마이 하.”


“회장님의 소생을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 어젯밤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됩니다.

모두 아시잖아요.

하 박사님의 유언에 따르면 회장님이 동면에서 깨어나신 직후 48시간은 의료 책임자의 판단이 우선 순위라고 되어 있습니다.

미스터 스미스, 저를 도와주셔야죠.

당신이 제일 앞에서 압박하시면 어떡해요.”


“그런데, 저렇게 건강하시잖아요.

7인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최소한 인사는 드려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은 이제 최고령 한국인이십니다.

대통령님도 통화 한 번 정도는 해주셔야죠.

지금 대통령궁에 기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언제까지 두 사람 하고만 이야기하십니까? 닥터 에이프릴.

동맹국의 외교 사절로서 나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UN을 무시하는 겁니까?

이번 임시 총회에서 규탄 성명이 발표될 수도 있습니다.”


유창한 한국어, 어눌한 한국어, 유창한 영어, 어눌한 영어,

잘 모르는 언어까지.

유진 주변은 완전히 시장판 같은 분위기였다.


“그만, 그만요.

내가 이래서 회장님이 일어나시는 순간은 비공개로 하자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회장님이 깨어나시는 순간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하박사님의 유언이오.”


도대체 뭔 소리인지.

그래도 주위의 소란을 통해 몇 가지는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하박사의 유언.

하지은 박사가 죽었구나.

그래, 백 년이 지났는데 살아 있다면 이상하겠지.

그래도 유진이 거의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이었는데.


다음에 회장이라는 단어.

그들은 유진을 계속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그것도 아주 확고한 태도로.


거기까지는 일단 이해는 간다.

무슨 회장인지는 몰라도.

그런 게 있나보지.


그런데 7인 위원회, 대통령, 동맹국, UN은 또 뭐야?

백 년 사이에 경로사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나?





***





“역시 염색이 아니었어.”


“네?”


유진의 혼잣말에 바로 에이프릴 박사가 반응했다.

제니퍼 에이프릴.

그녀의 이름이다.

하지은과 같은 점은 저명한 의학박사라는 점.

다른 점은 순수 한국인인 하지은 박사와 달리 그녀는 금발의 미국계 여성이었다.



“일단 현재 진행된 검사 결과는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점이 또 있다.

한국어가 정말 유창하다는 것.


“박사님 덕분이에요.”


“아뇨. 무슨 그런 말씀을.

위대하신 하지은 박사님의 안배 덕분이죠.

현재 통증 같은 건 전혀 없으시죠?”


백 년 전에 유진을 그렇게 괴롭혔던 정체불명의 통증.

하지만 이틀 전에 캡슐을 연 이후 지금까지 괜찮았다.

다소 무기력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인공 동면의 부작용인가 싶다.

큰 욕심없이 그냥 이대로만 갔으면 싶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좋겠다.


“하박사님의 비망록 그대로네요.

그렇지만 그게 완치된 건 아니래요.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성이 필요할 거라고 박사님이 적어놓으셨어요.”


“각성...”


“네,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게요.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세요.”


유진이 캡슐에서 나오고 이틀이 지났다.

에이프릴은 소생 후 48시간은 의료팀이 전적으로 그를 책임진다 했다.

그 뒤, 그러니까 몇 시간 뒤에는 교육팀이 참여한다.

그리고 백 년 간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질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백 년 후의 삶은 전적으로 내게 지식을 주입한 이들의 영향을 받게 되겠지.’


너무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누군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조직만 믿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백지인 유진을 교육시키기 위해 백 년 간 준비한 조직이라면.


좀 더 다양한 정보 루트가 필요하다.

진실 여부를 교차검증할 수 있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일단 눈앞에 있는 이 금발벽안의 여자 의사와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몇몇의 다른 의사나 간호사들이 그녀의 지휘를 받아 움직였지만, 확실히 지금 유진을 케어하는 의료팀의 책임자는 제니퍼 에이프릴이 맞았다.

그렇다면 꽤 고위직일테고, 제법 고급 정보를 알 확률이 높았다.


“닥터 에이프릴은 정말 한국어를 잘하네요.

얘기 나눌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머, 회장님.

섭섭한 말씀이세요.

한국 사람이 한국말 잘하는 게 이상한가요?”


그녀의 증조부모는 60여 년 전에 한국에 이주해서 정착했다 한다.


“입한(入韓) 4세대예요.

그 정도면 토종 한국인이죠.

영어는 직업상 필요한 것 외에는 잘 못하는 걸요.”


그건 아닌 것 같던데.

어쨌던 그녀의 한국어가 완벽한 건 확실했다.


“그런데 주위 의료진을 보니까 흑인, 백인, 동아시아인 등이 골고루 섞여 있더군요.

특별히 나를 위해 구성한 드림팀 같은 건가요?

세계 각국에서 유능한 사람들만 모아서 구성한.”


“호호. 드림팀이라...

맞겠네요. 정말 뛰어난 실력자들을 회장님을 위해 소집한 거죠.

조선 팔도에서 최고의 명인들을 모았답니다.

물론 다 한국인들이에요.”


그러고보니 다들 한국말을 잘했다.


“그렇군요.

아직 22세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21세기에도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꽤 많았죠.

22세기에는 더 많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사는군요.

한국이 그렇게 배타적인 사회가 아닌 모양이네요.”


유진이 군대를 전역하고 해외로 나갈 때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한국에 와 보니 정말 외국인들이 도처에 보였다.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던 한국 남자와 외국 여성 커플도 자주 눈에 띄었다.


“외국 사람들 많죠.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국이니까 기회가 많아서요.

그런데 너무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오니 강력범죄도 종종 일어나고 치안이 나빠졌어요.

아, 물론 모든 외국인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마세요.”


파란 눈의 금발미녀가 외국인이 너무 많다고 한탄하니 뭔가 더 어색했다.

그거야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니.


“내가 유진 그룹 회장이라고 했죠?”


진짜 중요한 건 이거다.

유진 그룹은 또 뭐야?


“우리 불쌍한 회장님, 얼마나 궁금한 게 많으실까요.

조금 있다 교육팀이 들어오면 회장님의 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해줄 거예요.

잠시만 참으시면 돼요.

다만 한번에 너무 많은 얘기를 들으시고 상상하면 안 됩니다.

아직은 조금 무리예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것보다 유진 그룹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겁니까?

뭐하는 회사예요?”


캡슐에서 일어날 당시 상황이나, 지금 병원 환경을 봐도 작은 기업 같지는 않았다.

현재 유진이 있는 곳이 유진 재단 소속의 유진의료원 특실인 펜트하우스룸이라고 했다.

특실에도 펜트하우스가 있는지는 몰라도 51층답게 전망은 좋았다.


“우리 유진 그룹은요?

세계 최고의 기업 집단이에요.

바로 회장님의 회사죠.”


파란 눈에 자부심이 반짝거렸다.




***




“그러니까 하지은 박사가 만든 회사군요.”


그럴거라 생각했다.


“네, 천재 과학자셨던 하지은 박사님이 천재 발명가가 되셨고, 천재 기업인이 되셔서 일구신 회사예요.”


일구었단다, 저 금발머리 여자가 단어 쓰는 센스 봐라.

진짜 토종한국인 같았다.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거의 신적인 존재죠.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도 21세기에 열리기 시작한 게이트를 연구하고 이세계(異世界)와 접촉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신 예언자셨어요.

지금도 관용어로 남아 있잖아요. 오 마이 하.”


하지은 박사.

정말 엄청난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왜 내가 회장인가요?


“유진 그룹은 하박사님과 회장님이 함께 이룩한 회사잖아요.

최고의 과학자인 하박사님의 잠재력을 믿고 전재산을 투자하신 회장님의 안목이 빛나신 거죠.

그래서 우리는 하박사님을 최고의 기업가, 회장님을 최고의 투자가라 배워요.

유진 그룹에 처음 입사하는 새내기들은 본사 로비에 있는 회장님 동상 앞에서 선서해요.

조국과 민족, 회장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요.”


점점.

그런데 투자는 뭐야?

용병하면서 번 돈은 치료하느라 다 날렸고, 남은 건 정말 몇 푼 되지 않았다.

그나마 정부 재단에서 지원해주지 않았으면 노숙자가 될 신세였다.


‘그러고보니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 내 소지품을 어떻게 했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백 년 전이라 하지만 유진에게는 바로 며칠 전과 마찬가지였다.


‘하박사한테 전부 줬구나.’


맡길 수도 있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위탁하는 게 정상이겠지.


그러나 유진은 정말 남은 게 없었고, 그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하지은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그녀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 지도 알 수 없는 일.

맡기는 것도 웃기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다 줬지.

알아서 처분하라고.

백 년 뒤에 일어날지, 천 년 뒤에 일어날지, 영원히 못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저축도 웃기잖아.’


그런데 그게 왜 투자가 되었을까?

유진이 하지은 박사에 넘긴 것 중에 귀중품이나 값나갈 만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하 박사님은 회장님이 캡슐에 들어가고 얼마 안 있다 회사를 창립하셨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회장님은 항상 우리 유진 그룹의 회장이셨어요.

한번도 바뀐 적이 없죠.”


하긴 사망 신고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난 백 년 동안 유진은 법적으로 여전히 살아 있었다.

상속세 물 일은 없었겠다.


“하 박사님은 처음부터 회사의 모든 지분을 회장님 이름으로 등록하셨어요.

그리고 회사 경영은 항상 회장님의 법률대리인으로 하셨어요.

물론 동면에 들어가 계신 동안 모든 것을 하 박사님이 대리하기로 회장님이 사인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사인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백 년 전이라 하는데, 유진의 기억에서는 사흘 전이다.

어차피 다른 가족도 없다.

하지은 말고는 맡길 사람도 없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이었는데, 하 박사가 로또라도 샀던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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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5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6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6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30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8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7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0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5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5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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