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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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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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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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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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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3 공중섬의 비밀 (2)

DUMMY

63


공중섬의 비밀 (2)






“이렇게 넓은 공간을 해적들이 못 찾아냈다고?”


“네, 폐하.

이 섬을 해적들이 사용한 지 20년, 페리몬 일당이 섬을 장악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이들이 발견하지 못한 공간이 아주 많습니다.

여기 복도만 해도 입구에 간단한 위장이 되어 있었는데 해적놈들은 그것 조차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긴 해적들이라고 지하에 들어오고 싶지는 않았겠지.

여기 복도를 따라 있는 방들은 조사하고 있나?”


“네, 폐하.

전사들이 장악한 뒤에 기술자들이 계속 섬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 곳곳을 살피고 있으니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좋은 물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군.

그래도 식량은 없겠지?”


“적어도 20년 이상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라 식량을 찾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엄청난 보존 마법이 걸려있지 않으면 그렇게 오래 보관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유진은 드워프들의 지휘부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섬의 중앙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에 보고를 받았던 커다란 문을 마주하였다.


“처음에는 철이나 미스릴로 만들어진 문이 아닌가 싶었는데, 계속 살펴보니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이한 금속으로 제작된 것 같습니다.”


광물의 전문가인 드워프들도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걸 보면 뭔가 특이한 재료로 만들어진 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문을 열지 못했나?”


“네, 폐하.

다른 방의 문들은 속속 개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문만은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중하게 살펴보십시오.

폐하라면 열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유진을 따라 온 페리언이 옆에서 조언했다.


“지하 공간에 있던 라테안의 셸터를 깨우고 칼을 뽑으신 분이 폐하십니다.

뭔가 여기에도 기연이 있을 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좋겠는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억지였다.

수십 킬로미터 지하의 공간과 수십 킬로미터 상공의 공간이 똑같은 방법으로 열릴 리가 있나.


이때 유진의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었다.


“저건 뭔가?”


“네, 폐하.

아까 보고드렸던 그 문양입니다.

그림인지 문자인지 아직 알 수는 없었습니다.

현재 드워프들 중에서 저 문양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섭정.

그대가 보기에도 그렇습니까?”


“네, 폐하.

저도 적지 않은 문자를 보아왔지만 저런 글자는 처음입니다.”


유진은 고개를 들어 문 위에 새겨진 그림을 다시 한번 눈여겨 살펴보았다.


“직선이 교차하면서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군요. 원 모양도 네 개 있고.”


“그러게요. 저런 문자는 처음입니다.”


“나도 처음...”


유진은 눈을 다시 크게 뜨면서 문자를 살펴보았다.


“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뭐지?

이 묘한 느낌은...


‘지읒, 우, 이응, 이응, 아, 이응...’


“오! 폐하!

이 문자를 읽을 줄 아시옵니까?

아니, 진짜 문자가 맞기는 하옵니까?”


“오! 폐하.”


“신왕 폐하께서 하늘 위에 문자까지 읽으시다니!”


유진을 둘러싸고 있는 드워프들은 온통 감동의 도가지였다.

평소 같았으면 최창현이나 에이프릴 같은 지구인들이 주변에 있어서 어느 정도 중화를 시켜주었겠지만.

지금 유진의 주변에 있는 자들은 모두 이세계(異世界)에 속한 인물들.

게다가 모두 신하들이다.

당연히 앞다투어 유진의 위대함을 찬양할 수 밖에 없는 멤버 구성이었다.


“폐하!”


“하늘이 내리신 거룩하신 성상 폐하시여!”


“이천 년 전 인간들의 성황제 라테안도 폐하처럼 위대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이건 너무 나갔다.

유진은 짧지만 강렬했던 이세계(異世界) 경험으로 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천 년전의 황제인 라테안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지구에서 이천 년 전에 존재했던 카이사르나 진시황제도 아마 라테안만큼의 영향을 갖지는 못할 거 같았다.

그런데 라테안보다 위대하다니.


‘이런 어이없는 자들이 있나!!

너희같은 아첨꾼들이 짐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나라의 해악이 되는 것이야!

친위대장!

당장 이 놈들을 내치거라!

뭐? 네 놈이 앞장서서 아부를 했다고?

이 놈부터 당장 가두어라!’


라고 소리를 지를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다.


왜냐하면 일단 아부가 싫지 않았다.


일단 환호는 즐거운 일이고, 아직은 서로 어색한 드워프들의 충성도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자꾸 이러다 아첨에 중독되면 안 되는데.’


이 맛에 권력자들이 간신을 가까이 하는구나.

그래도 올바른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간신의 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런데 지금 저런 아부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건 그냥 한글인데.’


문에 쓰여져 있는 낯선 글씨는 유진이 볼 때 분명히 한글이었다.

그가 처음에 바로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쓰여있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글씨체부터, 현대의 지구인들이 쓰는 일반적인 폰트가 아니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옛날의 고풍적인 글씨체로, 오늘날은 장식용으로나 사용하는 글씨체였다.

게다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한글을 조합한 것이 아니라 자모를 풀어서 한줄로 글을 써놓았기에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컴퓨터가 등장하고 워드프로그램으로 한글을 쓰는 게 일반화되기 전에는 한글 기계화에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 받침이었다.

그래서 초창기 타자기는 받침을 구현하기 위해 3벌식이니 4벌식이니 하는 자판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당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글을 ‘ㅎㅏㄴㄱㅡㄹ’이라고 풀어쓰는 방식으로 쓰자고 주장한 한글 학자도 있었다고 백여 년 전에 국어 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유진이 읽어낸 글은 다섯 글자였다.

‘중앙 통제실’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했다는 이세계의 공중섬 한 가운데에 왜 한글로 명판이 새겨진 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유진에게 드래곤하트가 반응한 거며, ‘스타테이라’와 접촉한 것도 이상했다.

정말 하지은 박사가 뭔가 안배를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폐하!

한 번 여는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옆에서 페리언이 침착하게 말을 건넸다.

글자를 읽을 줄 안다면, 여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거라는 표정으로.


유진도 왠지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은?


지금까지 이세계에서 유진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났을 때 이를 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는 일단 문을 살펴보았다.

침착하게 아래에서 위까지 모두 살폈지만, 손 모양의 그림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대어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유진이 계속 걸고 다니던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문에 갖다 대었다.

백 년 전 그날.

유진이 인공동면 캡슐에 들어가던 그날, 하지은 박사가 걸어준 목걸이다.

이세계로 넘어와서 아이네스를 만날 날, 그의 드래곤하트를 통제하도록 도와준 목걸이였다.


하지은 박사의 안배는 그가 백 년 만에 캡슐에서 눈을 뜬 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곳곳에 있었다.


이건 될 거 같았다.


‘안 되는데?’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사실 처음보는 문을 못 여는 게 당연한 일인데, 문자를 읽었다고 주장해서 옆에 있는 드워프 신하들의 기대감을 잔뜩 키워놓았다.


어쩌면 문자를 읽었다고 생각하는 게 착각일 수도 있다.

최소 수천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중섬에 한글이 쓰여졌다는 게 말이 되나?

한글이 만들어진 게 15세기니까, 한글이 등장한 게 600년이 안 될텐데?




『접속 시도가 확인되었습니다.

적대 여부를 점검합니다.』


...


『적대적인 접속 시도가 아닌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시도자의 관리자 권한을 확인합니다.』


...


『접속 시도자의 관리자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관리자 권한의 우선 순위를 확인합니다.』


...


『우선 순위가 확인되었습니다.

제3 순위에 속한 관리자 코드립니다.

현재 제1 순위, 제2 순위 관리자 존재 여부를 확인합니다.』


...


『제1 순위, 제2 순위 관리자가 현 세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접속 시도자의 관리자 순위를 조정합니다.』


...


『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접속코드를 부여합니다.

SA-03A.

귀하는 초공간요새 SG-56L 「안타레스」의 최종 관리자로 인정되었습니다.

현재 본 관리자 인식번호 FFLB-112의 모든 권한을 귀하에게 개방합니다.

이제부터 귀하는 본 관리자의 상위 관리권을 보유합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유진의 머릿속으로 연속된 알림음이 울렸다.

이건 마치.


‘스타테이라?’


지하 도시에 있던 라테안의 창고, 최종 셀터라고 했던가?

스스로를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의 관리자라고 소개했던 스타테이라를 처음 만났던 순간과 유사했다.

목소리조차 비슷하였다.


‘스타테이라?’


『스타테이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요.

그 친구가 아직도 기능을 유지하고 있나요?』


‘너는 스타테이라가 아니구나?

그런데 스타테이라를 알아?’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프로그래밍 시스템에 의해 제작되었으니까요.』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사람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해두죠.』


‘그러면 너와 스타테이라를 만든 존재가 그 지하의 셸터와 여기 공중섬도 만들었겠네.

그게 누구지?

여기 통제실에 왜 한글이 쓰여져 있는 거지?’


『죄송합니다.

아직 당신의 관리권은 거기에 대한 질문을 들을 수 없습니다.』


‘질문하는 데도 자격이 있나?

스타테이라와 말하는 것도 거의 비슷하게...’


재수없다는 뒷말은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무리 인간이 아닌 인공 지능이라고 해도 초면에 험담을 하는 건 안 좋겠지.


‘너도 스타테이라와 비슷한 이름이 있나?’


『제 정식 명칭은 인식번호 FFLB-112.

그런데 인간의 논리 구조는 그런 간단한 번호 조차 못 외우고 귀찮아 하더군요.

그래서 제 창조주는 다른 이름을 추가로 붙였습니다.』


‘그게 뭐지?’


『드리페티스.』



***




“오! 신기합니다. 폐하.”


“그러게요. 폐하.

사무실 같은데 좌석과 가구의 배치도 특이하군요.”


드리페티스가 열어 준 문으로 들어간 드워프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신기한 눈으로 감상했다.

그들의 섭정인 페리언 조차도 자신이 다스리는 드워프와 마찬가지로 신기한 눈으로 방을 살폈다.


하지만 유진의 눈에는 익숙한 구조였다.

21세기 지구에서 지휘 벙커나 함선의 전투정보실(Combat Information Center),

작전통제실(Operations room)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던 것이다.

즉 이 방이 글자 그대로 ‘중앙 통제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모든 것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방을 가득 채울 지휘 장교나 오퍼레이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이력을 가진 스타테이라와 드리페티스지만 보여지는 양태는 전혀 달랐다.

스타테이라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없이 스스로 작동하면서 유진을 돕지만, 여기 드리페티스가 관리하는 중앙통제실은 관리자를 지원할 인력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았다.


“폐하. 여기는 아무래도 폐하와 함께 왔던 그 이방인들이 어울리는 장소 같습니다.”


페리언이 유진에게 건네는 말은 유진의 생각과 일치했다.

이런 현대식 통제실을 운영하려면 이런 환경에 익숙한 지구인이 적합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세계에서 도전의식을 가진 젊은 세대를 새로 육성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여기 통제실을 어떻게 깨우지?

스타테이라는 스스로 깨어나서 작동했다.

하지만 드리페티스는 아까 유진에게 관리자 권한을 부여한다고 말한 이후 다시 침묵에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운영 방식이 다른 것 같았다.


“폐하! 저기를 보십시오!”


유진을 따르던 드워프 친위대 한 명이 급하게 뛰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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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7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8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31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9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9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6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6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7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40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1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4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9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2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6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6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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