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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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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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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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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8 애꾸눈 선장 (1)

DUMMY

58


애꾸눈 선장 (1)






유진이 감금되어 있는 방에 들어온 해적들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굴러다니던 그를 대충 집어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유진의 앞에 놓인 의자에 낯선 남자가 앉았다.


“잡담이나 좀 할까?”


남자는 빙긋 웃으면서 유진을 바라봤다.


예전 유진이 살던 21세기에 유럽 어느 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미중년으로 이름을 날린 적이 있었다.

여심을 저격하던 잘생긴 그 남자는 카메라가 비치는 중에도 코를 파는 행동을 서슴치 않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지만.


그런데 지금 유진 앞에 앉은 이 남자도 그 감독 이상으로 멋진 중년의 사나이였다.

나이는 40대는 넘었을 것 같은데, 거친 머리를 제대로 손질하지도 않았지만 정말 잘생긴 남자였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남자의 눈이었다.

오른쪽 눈은 황금색, 왼쪽 눈은 녹색의 오드아이였다.


“오랜만에 고향 사람이 왔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네.

옛날 친구 소식도 궁금하고.”


‘응? 고향 사람.

한국인인가?’


남자는 유진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해적 소굴에 잡혀오니 좀 당황스럽지?”


“예정에 없었던 일이긴 합니다.”


“배짱이 좋구만.

자네도 해적을 하면 잘 하겠어.”


“해적은 배짱이 좋은 것보다 비겁하고 뒤통수를 잘 쳐야 잘하는 거 아닙니까?”


“뭐, 정통파 해적들은 그렇지.

하지만 나처럼 좀 특이한 해적도 있지.”


“더 비겁하다는 건가요?”


유진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쏘아붙이자 남자는 오히려 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나?”


“대충은요. 해적들 집단에서 제법 높은 자리에 있는 놈 아니십니까?”


“선장이면 제법 높으니 자네 말이 맞겠군.

샤일로라고 하네.

나도 이 해적무리의 두목인 페리몬이랑 같은 패거리에 속하는 나쁜 놈이지.”


“나쁜 놈처럼 생기긴 했군요.

내가 알던 해적의 얼굴은 아니지만, 뭐 어차피 악당 얼굴이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오! 아는 해적이 있나보군.

의외인데?

누군가?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해서.”


아는 해적이 있을 리가 없잖아!

유진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본 해적들을 떠올렸다.


“잘생긴 애꾸눈 선장을 한 놈 알기는 하는군요.

아마 모르는 사람일 겁니다.”


“애꾸눈?

그 친구도 나와 마찬가지로 한쪽 눈 밖에 없는 모양이군.”


응?

저 오드아이 중에 하나가 가짜라고?


“내 눈 중에 하나는 의안義眼)이야.

자네 눈에는 어느 쪽이 가짜 눈 같나?”


“글쎄요.”


“한번 맞춰보게.

내기를 걸어도 좋고.”


“내기를요?”


“그래.

좋은 기회 아닌가?

확률이 무려 반반이야.

자네가 맞추면 탈출시켜달라고 해봐.”


“싫습니다.”


“왜?”


“그 얘기는 당신이 먼저 꺼낼 것 같아서요.”


남자는 잠시 한 방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보고 탈출시켜주겠다고 제안하러 온 거 아니었습니까?”


“맞았네. 어떻게 알았나?”


유진은 어깨를 으쓱올리면서 웃었다.


“고문하러 온 거 같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고향 사람을 만나러 왔다니.”


“음... 좋아.

그러면 맞춘다면 다음에 자네가 필요할 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네.”


“그러죠.”


“만일 못 맞춘다면 나한테 뭘 해줄 건가?”


“오른쪽 눈이요.”


유진은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질렀다.


“응?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눈이 좀 더 인간적이군요.”


“푸하하.”


샤일로 선장은 진심으로 즐거운 듯 폭소를 터뜨리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번쩍


선장의 한쪽눈이 빛을 발했다.




***




페리몬 해적 무리의 근거지인 공중섬.


공중섬의 한 가운데에는 작은 언덕이 솟아 있고 그 언덕의 조금 아래에는 제법 그럴싸한 저택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이 섬의 주인인 페리몬의 집이었다.


이층으로 지어진 저택의 집무실에는 주인인 페리몬과 손님 한 명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후작 나으리의 약속 같은 건 믿지 않소.

내가 믿는 건 오로지 누런 골드 금화지.”


해적들의 두목인 페리몬은 냄새나는 입을 크게 벌리면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압박하고 있었다.


페리몬의 앞에 있는 남자는 타키투스.

육척의 큰 체구를 가진 타키투스는 페리몬의 거구에도 전혀 밀리지 않은 강인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타키투스는 눈앞에 있는 해적 두목이 혐오스러웠다.

흉터로 가득한 얼굴이나 위협적인 큰 체구, 재수없는 행동 모두 싫었지만

특히 귀족을 깔보는 무례한 말투가 가장 싫었다.

저 해적 나부랭이 놈은 푸른 핏줄에 대한 존중심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은 이 해적무리의 가장 큰 후원자의 대리인이다.


그런데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라니!


“후작님은 분명히 약속하셨소.

공주를 보내면 선지급한 계약금의 3배를 더 주겠다고.”


“알고 있소.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지.

그때는 공주가 내 손에 없었고, 지금은 현물이 아니 공주가 내 손아귀에 들어왔지.”


“그렇다고 500만 골드라니 말이 돼?

당초 약속한 액수의 두 배가 넘잖아!”


타키투스는 이 놈이 미쳤구나 하는 표정으로 페리몬을 바라보았다.


“허허. 싫으면 관두든지.

그 정도 돈도 못 만들면서 우리한테 공주를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되지.”


페리몬은 자신이 있었다.

저 놈들은 반드시 돈을 가져올 것이다.


“제길.

그건 내가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니요.

후작님께 연락한 뒤에 다시 대답하겠소.”


“알았소.

귀족 나으리들의 결정을 기다려야지.

하지만 너무 기다리게 하지는 마쇼.

어쩌면 딴 데 팔아버릴 지도 모르니까.

파하하.”


이때 페리몬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비상 소집! 비상 소집!


-당장 물과 모래를 가져와라!


-방화 당번은 뭘 하느냐!




“뭐지?”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저택을 지키던 그의 부하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두목님!

큰일 났습니다!

불이 났습니다!!”


화재가 발생했단다.


바다 위 5,00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항상 날고 있는 공중섬에는 엄청난 바람이 늘 불었다.

그런 바람 때문에 어설픈 화재는 저절로 진압되었지만 반면에 대형 화재는 순식간에 섬 전체로 퍼져나갈 위험이 있었다.

물론 해적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나름 화재에 대한 대비는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왠만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충분히 진압할 수 있었다.


“불이?

이 놈들이!

내가 그렇게 자나깨나 불조심하라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페리몬은 불이 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조금전까지 자신이 으스대던 귀족 나으리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이 더 화가 났다.

불을 끄고 나면 책임있는 놈들은 전부 바다로 던져버려야지!


“어디서 불이 났느냐?”


식료품이나 귀중품은 지하 창고에 보관되어 있어서 화재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아마 선술집이나 사창가에서 술 취한 놈들이 불을 질렀으리라.


“선착장입니다.”


“뭐?

어느 쪽이야?”


선착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여기 공중섬에는 두 곳의 선착장이 섬의 양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선착장에는 이 섬에서 가장 귀중한 진짜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비공함, 비공정들이 자리잡고 있다.

만일 그 배들이 없다면 섬의 해적들은 다 굶어죽는 수 밖에 없다.


“양쪽 다입니다!”


“뭐? 그게 말이 돼?”


공중섬에는 포트 해리와 포트 다스컨이라는 두 개의 선착장이 있다.

두 선착장은 서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서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선착장 두 군데에서 동시에 불이 났다는 건 정말 기막힌 우연의 일치거나.


“방화 아니요?

페리몬?”


타키투스가 해적 두목이 지금 걱정하는 일을 지적했다.


“내가 알아서 할 일이요!

안전한 여기서 기다리시오!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한 페리몬은 부하를 데리고 현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이렇게 큰 불을 지르다니 대단하군.”


“우리 선장님이 좀 화끈하시죠.”


유진은 앞에 있는 해적의 안내를 받아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샤일로 선장은 유진에게 밤에 그를 탈출시킬 부하를 보내겠다고 했고, 그렇게 밤에 찾아 온 자가 지금 옆에 있는 ‘텔로’였다.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해적을 해치우면서 자신을 구출하러 올거라는 상상과 달리 텔로는 유진이 누워있던 방의 바닥을 열면서 나타났다.


“선장님이 주방에서 그 방 지하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고 알려주셨소.”


“너희 선장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는 거지?”


“우리 선장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지.

배에 대해서도, 섬에 대해서도.”


경망스러워 보이는 텔로지만 묘하게 자신의 선장에 대해서는 확고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었다.


유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건 배신 아니냐?”


“배신? 무슨 배신?”


“너희들이 속해 있는 해적 무리를 배신하는 거잖아.

나 때문에.

선장이 해적단을 배신하라고 했는데 너희 선원들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따랐어?”


텔로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소리를 죽여 큭큭대며 웃었다.


“난 또 ‘배신’이 뭔가 했네.

이보슈. 댁이 귀족인지 이방인인지는 모르겠는데 해적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구만.”


“해적을 왜 몰라.

강도질하고 사람 죽이고 이런 놈들이 해적이잖아.”


“맞아. 그리고 돈 몇 푼에 사람 팔아버리는 건 기본이지.

신뢰가 없으니 배신이 어디 있어?

그냥 여기서 떠날 때가 되었으니 떠나는 거지.”


“그렇게 신의없는 놈들인데 선장 말은 어떻게 믿어?

선장이 너희들을 팔아버릴 수도 있잖아.

아니면 네 놈들이 선장을 배신하거나.”


“이 양반아.

우리 선장님은 그런 사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나!

그리고 우리 ‘아카데아’ 식구들은 배신 안해.

그놈들은 그놈들이 우리는 우리야.”


텔로는 해적의 세계에 대해 유진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해적들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집단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충성심 같은 것도 없었다.

‘같은 배를 탔다’는 연대 의식 같은 건 당연히 없었고, 선원들은 선장들의 개별적인 통제를 받았다.

계약 관계인 선원들도 있고, 포로나 노예가 강제로 해적이 되기도 하는데 도적질을 한 탕한 이후에는 배를 옮기거나 선원을 바꾸는 일이 다반사란다.


원래 지구에서도 배의 ‘선장’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탑승한 선원들의 생살여탈의 권한을 가졌다.

여기 해적의 세계에서도 대부분의 해적선은 선장의 개별적인 능력에 크게 좌우되는데, 샤일로 선장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인 것 같았다.


“우리는 선장님이 죽으라면 죽고 싸우라면 싸우는 거야.

선장님은 항상 옳다고!”


“해적 집단이 아니라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 같군.”


“그게 뭐야?”


“그런 게 있어. 좋은 거지.”


‘해적이나 해볼까?’


유진은 만일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세계(異世界)에서 뭘 해야되나 하는 고민을 늘 하고 있었다.

지금은 지하 도시 아보르의 ‘왕’이라는 확실한 정규직이 되었지만.

글쎄? 지하에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차라리 하늘을 나는 해적이 될까?


유진의 망상은 점점 발전해서 샤일로에게 인턴 해적으로 받아달라고 해볼까 하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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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8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31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9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30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6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6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6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7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40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4 0 12쪽
»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5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1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4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9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2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6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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