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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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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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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6 엘프녀

DUMMY

76


엘프녀






“타키투스! 살아있었구나.

네가 어떻게 이 사람들과!”


“후작님.

후작님이 주신 사명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작과 타키투스는 서로 어색한 표정으로 대면했다.


“유진 공.

타키투스를 어떻게 데려왔소?

그렇다면 해적의 무리에서 공주를 구했다는 사람이 당신이요?”


갑자기 공주가 혼자서 돌아오는 바람에 궁에서 난리가 난 것은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온 나라에 그 이야기가 퍼지면서 온갖 말이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난리는 직후에 제국 황태자가 함대를 이끌고 알스메르에 나타나는 바람에 더 큰 난리가 나서 묻혔다.


후작도 그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소.

나와 내 부하들이 해적들을 모두 소탕하고 공주를 구했소.

그리고 해적들의 본거지를 수색하다보니 이런 색다른 사람이 나타나더군.”


“당신이 해적들을 소탕했다고?

그 해적들은 대양(大洋)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자들이요.

당신에게 그 정도 군사력이 있다고?”


유진은 자신을 보고 있는 후작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아까부터 자신을 공(公)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어떻소?

이 정도면 내 제안에 귀를 기울일만 하지 않소?”


후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끼이익


다들 유진과 후작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순간적으로 모든 일행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낯선 그림자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새로운 존재의 출현에 놀란 듯 했으나 유일하게 엘가만이 태연했다.


“산드리아!”


후작이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

‘산드리아’라는 이름을 듣자 유진은 이곳에 침투하기 전에 드워프 여행가 릴로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




“후작에게는 친자식이 한 명 있습니다. 딸이고 이름은 산드리아입니다. 나이는 20살입니다.”


“자식이 하나 밖에 없나?”


유진이 짧은 시간에 경험한 이세계(異世界)의 귀족들은 자손이 꽤 많았다.

본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도 있고, 합법적인 첩을 통해 낳은 아이들도 있다.

게다가 혼인 관계 외에서 태어난 사생아들까지 합치면 열 명의 후손을 둔 자도 드물지 않았다.

하기는 과거의 지구에서도 귀족이나 양반들은 후손들을 많이 두었고 키도 평민들보다 훨씬 컸다.

여기라고 다르겠는가?

더욱이 노골적으로 힘을 숭배하는 세상이 아닌가?


“엘프는 원래 후손이 많지 않습니다.

자연적인 불임도 많고 아이를 가진다고 해도 한둘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릴로의 설명에 따르면 엘프는 일반적인 혼인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한 명, 한 명이 나르시시즘과 에고이즘의 극치인 엘프들이 부부를 이루어서 평범하게 살기에는 그들의 수명이 너무 길다고 했다.


“엘프들의 수명이 어느 정도이지? 릴로.”


“네, 폐하.

그게 통계를 내기가 애매합니다.

인간들보다 오래 사는 건 확실한 데, 어떤 엘프는 그냥 조금 더 오래 살고 전설상의 어떤 엘프는 수천 년을 살았다고 그러더군요.

혈통과 거주지, 생활 방식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수천 년을 산다고?

그 정도면 동물이 아니라 식물 아닌가?

혹시 광합성도 하나?”


“광합성이 뭡니까?”


“아니네.

그럼 알데브란 후작은 현재 정식 부인이 없나?”


“네, 인간 정부만 몇 명이 있는데 그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과 엘프 사이에 혼혈도 가능한가?”


“네, 폐하.

그들은 하프엘프라고 부르면서 대단한 미모와 건강, 긴 수명을 지녔기에 굉장히 인기가 많습니다.”


“그럼 산드리아라는 딸은 하프엘프인가?”


“아닙니다. 보기 드문 순수 엘프라고 합니다.”


알스메르 초기에는 라테안을 도와서 제국을 건국한 엘프 출신의 공신이 꽤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생산이 어려운 엘프들의 숫자는 점점 줄면서 이제는 몇 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엘프 귀족의 대표자가 알데브란 후작이고?”


“네, 폐하.”


그럼 순수 혈통인 후작의 딸은 엘프의 딸, 그냥 엘프네.

엘프녀.




***




그런 엘프녀가 지금 유진의 눈앞에 있었다.


“아버님이 너무 늦게까지 안 주무시기에 모시러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 분들은 누구신가요?”


미모의 여자가 예의까지 바르다.


유진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예쁘기는 정말 예뻤다.

인간들 사이에 선다면 어디서나 눈에 번쩍 뜨일만한 미모였다.


레아 공주나 리디아 공주, 에이프릴 같은 인간 미녀와 비교하면 어떨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절대 그녀들의 뒤에 설 만한 미모는 아니었다.


“산드리아.

손님들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네가 끼어들만한 자리는 아니구나.

미안하지만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련?”


오만하기로 유명한 엘프 후작의 입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였다.


‘엘프도 딸바보인가?’


유진은 고개를 흔들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리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


“그것이 가능하다고?”


“약속하겠다.”


“만일 그 약속을 정말로 지키겠다면 나는 그대의 깃발 아래 서겠다.”


“나는 약속을 지킨다.”


“그대의 선의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약속은 악의에 의해 깨지기도 하지만 무력(無力)함에 의해 지킬 수 없기도 한다.”


후작의 말은 타당하고 논리적이었다.

유진이 후작에게 제안한 것은 간단했다.


함께 손을 잡고 제국에 대항하자.

그리고 그 깃발은 유진의 깃발이어야 한다.


하지만 후작의 의문도 당연했다.


“이길 수 있는가?

승리의 희망을 보여준다면 내가 다른 귀족들을 설득하겠네.”


유진에게는 여러 개의 카드가 있었다.


그중에 후작에게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카드가 무엇일까?


“신사 숙녀 여러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유진은 방안에 있던 사람들을 한쪽 벽에 붙어 서 있도록 했다.


“엘가.”


유진이 홀로 우두커니 서 있던 엘가에게 향했다.


“잠시 본체 일부를 보여줘.

방 안 부서지게 주의하고.”


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스윽


아공간에 감춰져 있던 엘가의 본신 일부가 현신했다.


“아악!”


“헉!”


“으음.”


“어머, 예뻐라.”


엘가의 본신을 처음 본 네 사람이 각자의 소감을 내어뱉었다.




유진은 후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떻소? 이 정도면.

질 것 같지는 않지 않소?”


“허어.

상상도 못했군.

내 평생에 드래곤을 다시 볼 줄이야.”


후작은 유진을 향해 고개를 아래위로 움직였다.




***




그리고 유진의 다음 카드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어떻습니까? 준기사님.”


“준기사님이라니!

이 자가 감히 폐하에게 무엄하게!”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드디어 하늘배가 완성되었고, 아르말로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었다.


길이 60미터의 대형 하늘배.

일반적인 하늘배 건조 비용의 열 배를 쓴 걸작이었다.


“이 배는 귀족 나으리... 아니 폐하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배를 완성시킨 기술자 아르말로는 드워프 친위대장인 파레이온의 눈치를 보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거 같군.

아주 마음에 들어.

고맙네.”


유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옆에 서 있는 에이프릴은 뭔가 아쉬운 표정이었다.


“회장님.

배는 예쁜데 디자인이 좀 그래요.”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겁니까? 박사님.”


최창현이 궁금한 표정으로 에이프릴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뚱뚱하잖아요.

하늘을 날아가려면 날렵해야 하지 않나요?”


에이프릴의 지적처럼 완성된 배는 통통한 서양배나 참외처럼 보였다.

길이가 60미터인데 비해 가장 폭이 넓은 쪽이 30미터 가까이 되었기에 아무리 보더라도 흔히 생각하는 날씬한 유선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에이프릴.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했으니까.”


“그래요. 박사님.

회장님이 원래 요구했던 것이 범용성입니다.

이 배는 단순한 전투함이나 수송선이 아닙니다.”


그럼.

이 배는 유진의 움직이는 본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지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배의 이름이 문제가 아니었다.

배에 태울 유진 집단의 이름 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맞습니다. 여왕님.

이 배의 폭이 다른 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큽니다.

그래서 속도를 손해보기는 하지만 대신 내부 공간이 아주 넓습니다.

이것도 고객... 아니 폐하의 요구대로 만든 것입니다.”


“전 여왕이 아닌데... 호호.

여왕... 호호.

듣기는 좋네요.”


“폐하의 옆에 항상 계시니 여왕님 아니신가요?”


“아니, 여왕은 아니지만 회장님 옆에 늘 있기는 하죠.”


에이프릴이 ‘여왕’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을 때 유진은 최창현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도대체 이 집단에는 통일된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배 모양이 좀 기괴하긴 합니다. 회장님.

이건 배가 아니라 그냥 좀 길쭉하게 생긴 성(城) 같네요.”


“그럴 겁니다.

이 배는 움직이는 성의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움직이는 성은 공중섬도 있지 않습니까?

회장님은 그 섬을 이동시키는 방법도 알아내시지 않았습니까?”


얼마 전에 유진은 드리페티스의 도움으로 공중섬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아냈다.

드리페티스는 그 섬을 ‘안타레스’라고 불렀다.


“공중섬은 왠만하면 노출시키지 않을 생각입니다. 본부장님.

섬은 섬대로, 배는 배대로 할 일이 있죠.”


유진이 본 이세계(異世界)는 비공함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세상이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배는 그런 세상에서 유진의 네 번째 기지가 될 것이다.


지하 도시 아보르

알스메르 외곽 숲에 있는 세계수의 뿌리

공중섬 안타레스


그들의 뒤를 이을 진정한 ‘움직이는 요새’였다.


“하지만 저렇게 배가 둔중하면 속도에서 너무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요? 회장님.”


“그렇지 않습니다. 나으리.”


아르말로가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유진의 호칭이 준기사와 고객, 폐하 사이에 왔다갔다 하는 판인데 최창현의 호칭까지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하늘에서의 속력이 꼭 배의 모양에 따라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넓은 폭 덕분에 측풍에 덜 흔들리기에 안정적인 항해가 가능합니다.

저항력 때문에 손해보는 속도는 배의 구조와 돛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조선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다.

그래도 대충 지구의 배 길이가 폭의 8배 정도라는 것은 안다.

그런데 지금 완성된 배는 그 길이가 2배 정도인 희한한 모양의 배였다.


하지만 유진에게도 계산이 있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본부장님.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요.”


유진과 최창현, 그리고 아르말로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거기에는 상당히 불만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아르지스!

뭔가 불편한가?”


“그게... 아무래도 그게...”


“뭐가 불만인가?

아르지스!

드래곤하트 하나가 너무 많아?”


“아, 아닙니다.”


솔직히 조금 불쌍한 생각도 든다.

한때 하늘과 지하의 지배자였던 그 거대한 생물체가 지금 배의 엔진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르지스가 지하 도시의 왕이 되었던 것은 그가 강했고 싸움에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진에게 패배하고 종속된 상태.


“좀 잘 싸우지 그랬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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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 엘프녀 23.12.29 55 0 11쪽
75 75 망국의 비즈니스 23.12.28 18 0 12쪽
74 74 망국의 준비 23.12.23 27 0 11쪽
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5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5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6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5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9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4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0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4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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