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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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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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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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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망국의 비즈니스

DUMMY

75


망국의 비즈니스






“비즈니스라...

요즘 그대가 가져와서 풀고 있는 드워프제 물건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소.

하지만 나랑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 밤중에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것은 아닐 테고.”


유진은 알데브란 후작의 말을 들으면서 웃었다.

그가 주목했던 것은 후작의 말이 아니라 사용한 단어였다.

불과 얼마 전이었다면 후작은 유진을 ‘너’나 ‘자네’라고 칭하면서 하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대’라고 불렀다.

뭔가 후작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이오. 후작.

그런 물건이야 우리 대화만 잘 되면 몇 배는 가져올 수 있소.”


과거에 ‘람부르스의 기둥’이라 불렸던 세계수의 뿌리는 지금 24시간 내내 정신없이 운행되면서 지하 도시와 알스메르를 연결하고 있었다.

드래곤 아르지스의 통치 하에서 위축되어 있던 아보르의 경제는 섭정의 현명한 통치와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면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럼 그대의 용건을 듣고 싶군.”


유진은 미소를 지었다.

이 노회한 늙은이 같으니.

충분히 짐작할 텐데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요즘 고민이 많은 걸 알고 있소.”


“고민이야 늘 많지.”


“후작.

당신이나 나나 바쁜 사람들이니 서로 솔직합시다.

제국의 강요 때문에 불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소.”


“제국은 항상 우리에게 강요를 해왔소. 수백 년 동안.”


“하지만 나라를 빼앗겠다는 요구를 하지는 않았던 걸로 알고 있소.”


후작은 유진을 노려보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제국은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주권은 존중해왔소.”


“그랬겠지.

내가 알기로 왕국은 수백 년 동안 항상 제국에게 순응해왔소.

그러니 그놈의 형식적인 주권이야 누구에게 있든 의미가 없었겠지.”


“이방인치고 왕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군.”


“내가 온 세상에서는 역사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소.”


서로 평대를 하면서 팽팽한 대화가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적대적인 느낌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유진은 후작의 반응을 보면서 이제 본론을 꺼낼 때가 왔음을 느꼈다.


“우리가 밤새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면 진심을 듣고 싶소.

후작과 다수의 귀족은 나라가 없어지기를 바라지는 않겠지?

그렇지 않소?”


후작이 유진을 바라봤다.

긍정의 대답을 할 수도 부정의 대답을 할 수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알스메르는 2,000년 역사를 가진 나라요.

당연히 국가의 자존심이 있겠지.

그리고 자존심을 떠나서 보더라도 제국에 병합되는 것이 그대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소?”


후작은 말없이 유진의 말을 듣고 있었다.


“후작, 당신이 말했듯이 나는 이방인이요.

그래서 당신 나라와 이 세상에 대해서 잘은 모르오.

하지만 잘 모르기에 오히려 본질이 잘 보이지.

당신이 보기에 황태자가 저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뭐라 보시오?

황태자는 불과 20대 초반이라 들었소.

그렇다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있을텐데, 왜 황위에 앉기도 전에 왕국을 병합하려는 욕심을 내는 거요?”


알카트로스는 아직 젊다.

그래서 시간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직 젊기에 이루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고, 그러기에 더더욱 성급해질 수 있다.


“역사를 말했으니 나도 우리 세계의 역사를 하나 말해주리다.

우리 세계에서 2,400년쯤에, 아니 이제 2,500년 가까이 지났군.”


아직도 자신의 시간 관념에 100년을 더해야 한다는 것을 자꾸 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훌륭한 왕이 있었소.

그는 군대를 개혁해서 자신의 병사들을 강병으로 만들었지.

그리고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모두 정복했소.”


“라테안 황제 같은 사람인가?

대왕으로 불리었겠군.”


“비슷하오.

하지만 그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소.

사실 그가 정복한 지역보다 백배나 넓은 땅을 지배하는 대제국이 이웃에 있었소.

그 왕은 그 제국을 정복해서 자신의 이름을 불멸로 만들기를 염원했지.”


“대단하군.

자신의 나라보다 백배나 큰 나라를 정복할 야망을 품었다니.

그래서 성공했나?”


“성공하지 못했소.”


“아무래도 그렇겠지?

아무리 위대한 군인이라도 전장에서 백 배의 숫자를 이기기는 힘들지.

드래곤이라도 있지 않는 한.”


“아니, 그것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오.

왕은 정복 전쟁에 나서기 직전에 암살당했소.”


“어쩐지.

결국 그 왕의 계획이 가능한 것이었는지는 영원히 미제로 남겠군.”


“아니, 그 계획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소.

입증이 되었지.”


“백배나 넓은 땅을 정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리고 그걸 누가 입증했다는 말인가?”


“그 왕은 위대했소.

하지만 그 아들은 더 위대했지.”


“호오. 아버지의 뜻을 아들이 이었군.

대견한 아들일세.”


“물론이오.

아버지 암살의 배후에 그 아들이 있다는 의심을 받기는 했지만.”


“흠.”


“놀랍지 않소?

아들이 아버지를 시해했다는 의심을 받다니.”


“보통 가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왕가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오.

우리 세계에서도 종종 일어난 일이고.”


그렇구나.

유진은 시간나면 이 세계의 역사에 대해 천천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소.

그런데 왜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군대, 당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이끌고 끝없이 광대한 세계를 정복했소.

그가 정복한 지역은 당시 알려진 거의 모든 세계였지.

그래서 그는 수천 년 동안 대왕(大王)으로 불멸의 이름을 남겼소.

2,000년 뒤에 내가 이렇게 기억할만큼.”


“대단하오.

왕의 아들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정말 가슴 뛰는 이야기겠소.

하지만 그게 왜?

당신이 그런 왕이라도 되고 싶다는 건가?”


그건 아니고.

유진은 웃었다.

이런 이상한 세계의 왕보다 22세기의 재벌 회장이 좋다.

젠장,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그럴 리가.

내가 아니라 알카트로스라는 제국의 새 황태자가 그런 마음이 아니겠소?”


후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진의 말은 후작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찔렀다.

현재의 제국 황제 라테안 38세는 종교적인 광신자였다.

황위에 즉위하면서 제국의 전통적인 국교인 라테안 정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를 엄격하게 탄압해서 정신적인 통일을 추진했다.

그 부작용으로 제국에 저항하는 불온한 움직임이 커졌지만, 어쨌든 황권은 극도로 강화되었고 제국의 군사력은 사상 유래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 막강한 황권과 군사력으로 새로운 황제를 무엇을 하려 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후작과 왕국의 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었다.


“대대적인 정복 전쟁에 나설 것이오.

아마 후작도 짐작하고 있지 않소?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는 원래 늦게 항복한 신참일수록 다음 전투에서 화살받이로 최전선에 내몰리는 법.

후작과 후작을 따르는 귀족들의 운명이 바로 그거겠지.”


후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무거운 침묵이 유진과 후작 사이에 맴돌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에 주변 사람들은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사 제국과 황태자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소.”


잠시 후 무겁게 입을 연 후작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제국에 반기를 들면 즉시 파멸할 것이고, 제국에 복종하면 천천히 파멸하겠지.

어차피 우리에게 남은 건 파멸뿐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후작은 지극히 현실적인 엘프였다.

지금 바로 죽는 것보다는 1년 뒤에 죽는 길을 선택하면서 조금이라도 살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진의 눈에는 후작의 다른 모습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지.

그게 인간의 현실적인 욕망이고.

하지만 후작.

2,000년 왕국이 후작의 대에서 끊어지오.

제국의 역사는 아주 작은 페이지에서 후작을 제국에 복속된 수많은 패배자 중에 하나로 열거할 것이오.

어쩌면 이름조차 언급이 안 될 수도 있지.”


후작이 이를 꽉 다물면서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유진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지금 저 분노가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이방인인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왕국의 마지막 순간을 나와 귀족들이 함께 하라고?

무너지는 왕국의 역사에 내 이름이 영원히 남을 거라고 격려하고 싶소?”


“뭐,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오.”


“다르다고?”


“옛 왕국의 마지막 순간 뿐만 아니라 새 왕국의 첫 순간을 보고 싶으니까.”


유진은 웃으면서 후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후작의 본심은 짐작하고 있소.”


“내 본심?”


“여왕에 대한 충성심은 거의 없지만, 알스메르 자체에 대한 후작의 애착 말이요.

그러니까 제국의 요구에 대항해서 이런 계획도 세웠겠지.”


유진의 시선이 잠시 옆으로 향했다.


“엘가!”


조용히 유진의 옆에 서 있던 엘가가 고개를 끄득였다.


“헉.”


“헉.”


후작과 그의 뒤에 서 있던 두 남자가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엘가의 뒤에서 조용히 포털이 열리면서 세 명의 남자가 등장했다.


“타키투스!”


놀란 후작의 고함 소리가 터졌다.


공중섬의 해적들에게 보낸 후작의 심부름꾼이 두 명의 드워프들에게 이끌려 포털 안에서 걸어나왔다.




***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황태자 전하.”


알카트로스 앞에서 두 명의 남자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알카트로스 옆에서 시립하고 있는 제국 군인들과는 다른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내일 오후란 말이지.”


“네, 전하.

그날 여왕이 나와서 교시를 발표할 것입니다.”


“교시라.”


“네, 현재 전문을 입수했습니다.

제국과 왕국의 우호를 강조하고,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그런 상투적인 내용입니다.”


“2,000년 왕국의 마지막 교시치고는 너무 별 볼 일 없군.”


“그러게 말입니다.

물론 그 교시는 발표되지도 못할 것입니다.”


알카트로스의 정면에 서 있던 왕국의 후작 케로스가 고개를 들면서 황태자와 눈을 맞추었다.

차기 황제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케로스 후작은 자신의 출세와 가문의 존속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 결심이었다.

설사 자신의 나라라도.

어차피 망할 나라이다.

누가 팔아먹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러면 그 교시를 대신할 새로운 교시는 준비되었는가?”


알카트로스 옆에 있던 이바르돈 공작이 나서면서 왕국의 두 배신자들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케로스 후작 옆에 서 있던 돈코이 백작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공작님. 당연히 교시가 아닌 칙령의 형태로 발표될 것입니다.

예언 칙령이지요.”


“예언 칙령이라.

그게 뭐지?”


알카트로스가 조용히 말을 받았다.


“왕국의 오랜 관습입니다.

여왕이 발표하는 칙령 중에 최상위 칙령입니다.

단순한 칙령이 아니라 예언의 형태로 발표하는 것입니다.

왕국 여왕의 권위가 바로 이 예언에서 나옵니다.

그 예언이 왕의 명령 형태로 발표되는 것으로, 그 칙령에는 왕국의 모든 구성원들이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합니다.”


케로스 후작은 자신의 새로운 주군에게 자신이 팔아먹을 나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여왕은 언제든지 자신의 뜻을 예언이라면서 발표하면 되지 않나?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해도 될 텐데.”


“그럴 리가요. 전하.

예언이라고 나오는 것들은 전부 대귀족들이 조율한 것들입니다.”


“왕의 명령이 아니라 어느 귀신의 예언이 왕국의 절대적인 법이 되다니.

그것도 나라의 주인이 아닌 귀족들의 사기극이라...

참으로 어리석은 관습이로다.”


“네, 전하.

전하께서 알스메르를 손에 넣으시면 폐지해야 할 관행입니다.”


이바르돈 공작이 알카트로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전하.

당분간은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입니다.

병합 직후에는 여왕의 권위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공작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알카트로스와 공작은 기분이 좋았다.


“이제 전하의 이름은 제국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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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엘프녀 23.12.29 59 0 11쪽
» 75 망국의 비즈니스 23.12.28 21 0 12쪽
74 74 망국의 준비 23.12.23 28 0 11쪽
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6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6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7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8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31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9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30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6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6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6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7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40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4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1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4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9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2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6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6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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