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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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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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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8 람부르스의 기둥 (2)

DUMMY

48


람부르스의 기둥 (2)





“어디로 가야하지?

아르지스. 안내해 봐.”


“그게... 저도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딜로라고 했나?

자네는 어디가 어딘지 알겠나?”


“릴로입니다. 폐하.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람부르스의 기둥이 이런 곳인지도 몰랐습니다.”


릴로.

유진 일행이 데리고 온 드워프였다.

페리언이 따라가지 않는 이상,

이세계(異世界)에서 그들을 안내하고 정보를 제공해줄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드워프 원로원의 추천을 받아 유진 일행에 합류한 존재였다.

용맹한 전사이고 경험많은 여행가라고 했는데,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지하 도시 안의 구조물에는 한 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회장님, 그냥 이쪽으로 쭉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오히려 낯선 공간에 더 잘 적응한 이들은 유진을 따라 온 지구인들이었다.


“그러게요.

재질이나 디자인은 좀 다르지만, 그냥 지구 안에 있는 대형 건물에 들어온 느낌인데요?”


‘람부르스의 기둥’

수천 년 전부터 드워프의 지하 도시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정체불명의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지구인들의 눈에는 왠지 낯익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기둥의 내부는 다양한 너비의 복도가 복잡하게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주요 통로와 보조 통로가 구분되어 있었고, 어떤 길이 중요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지구의 마천루 안에 들어온 듯 했다.


“그냥 이쪽으로 쭈욱 움직이시죠.

이 길을 따라가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공간을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일행 중에 최고의 모험가인 최창현이 선두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문 앞에 이르렀고, 사람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아르지스를 향했다.


“왜 자꾸 저를 쳐다보시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회장님. 아르지스는 정말 이 장소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나 봐요.

드래곤하트를 잃은 용은 딱히 쓸모가 없네요.”


“아닙니다. 드래곤하트 일곱 개가 다 있었을 때도 어차피 몰랐어요.”


에이프릴과 아르지스의 대화를 무심히 흘러보내면서 유진은 스타테이라를 불렀다.


‘스타테이라.

이 문을 열 수 있을까?

아니,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겠다.

이 문은 무슨 문이지?’


유진의 뇌리에서 스타테이라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게 울렸다.


-『그 공간에는 제 출력이 약해서 들어가기 힘들어요.

갖고 가신 중계기를 설치해주세요.』


원래 스타테이라는 지하에 설치된 셸터를 지키는 관리자.

유진 일행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통신은 가능했다.

이를 위한 중계 장치를 준비해서 가져왔던 것.


‘알았어.

일단 급한 질문부터 대답해줘.’


-『드워프들이 ‘람부르스의 기둥’이라고 불렀던 것은 실제로는 세계수의 뿌리 부분이에요.』


‘세계수? 세계수의 뿌리라고?’


-『제 데이터에는 아주 오래 전에 세계가 창조될 때 지상과 천상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의 일부였다고 입력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의 근본적인 정보는 저도 입수하기 힘듭니다.

저도 창조 당시의 데이터만 갖고 있으니까요.』


‘알았어.

일단 이 문을 어떻게 열지?’


-『그 문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여는 법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열 수 있을 거 같네요.』


‘내가 열 수 있다고?’


-『아르지스나 아이네스의 드래곤하트를 꺼낼 때와 같은 방법을 쓰면 열릴 것 같아요.』


‘드래곤하트를 꺼낸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열 수 있다고?

여기는 용과 상관없는 장소잖아.’


-『드래곤하트가 그 공간을 개방하는 열쇠로 사용되는 것 같아요.』


‘드래곤하트로 가능하다고?’


-『뒤를 보세요.』


유진이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일행들도 모두 그들의 회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앗?”


“쟤가 왜?”


그리고 가장 반가워하는 사람은 최창현이었다.


“엘가!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일행의 뒤에는 엘가가 조용히 서 있었다.




***




“페리언이랑 드워프 귀족들이 기둥에서 다 떠난 이후 기둥을 열고 들어왔다고?”


“이 기둥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엘가는 다른 일행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우리를 따라왔지?

어디든지 가고 싶은 대로 가라고 했잖아.

이제 너도 당당한 드래곤이잖아.”


그랬다.

아르지스에게 빼앗은 일곱 개의 드래곤하트 중에 하나가 지금 엘가의 심장 안에 들어가 있다.


유진은 아르지스를 굴복시킨 이후 엘가에게 드래곤하트 하나를 건네주었다.

왜 그랬는지는 자신도 잘 몰랐다.

아르지스와 싸움을 벌일 때 엘가가 뛰어들어 최창현의 생명을 구하기는 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준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유진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녀 스스로 끼어든 것이었다.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지?

나에게 생명을 준 아르지스도 하나도 주지 않았던 드래곤하트다.”


“그냥...”


“그냥?”


엘가는 ‘그냥’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용이잖아.

드래곤하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엘가는 용으로 태어난 존재다.

아르지스의 모든 유전자를 다 물려받은 존재.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용으로 살아보지 못했다.

유진은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럼 내가 뭘 해줘야 하지?

나도 아르지스처럼 너와 종속의 계약을 맺기를 바라느냐?”


그렇지.

아이네스에다 아르지스까지 그의 손에 들어왔다.

만일 엘가까지 유진의 수하가 된다면 드래곤 셋이 수중에 들어오는 셈이다.


“아니다.

그냥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진심이었다.

그리고 엘가는 말없이 사라졌었다.




“그런데 왜 따라왔지?”


“그냥.”


응? 그냥?


순간적으로 유진은 자신의 통역 마법이 잘못 되었는지 의심스러웠다.


“가고 싶은 데로 가라고 했잖아.

그래서 가고 싶은 데로 온 것이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엘가에게 드래곤하트를 주는 조건으로 도시에서 떠나라고 하고 싶었다.


유진이 임명한 섭정 페리언에게 드래곤하트 하나를 주었다.

그 한 개의 드래곤하트가 페리언이 지하 도시를 통치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텐데, 엘가도 드래곤하트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엘가가 페리언에게 맞선다고 하면 골치아픈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왠지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을 따라왔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


“멀리서 지켜보니 아르지스가 이 문을 열더군.

그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해보았다.”


확실히 드래곤하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엘가의 몸 안에는 아르지스보다 커다란 대형 드래곤하트가 하나 자리잡고 있다.


“엘가!

혹시 이 문도 열 수 있을까요?

입구의 문도 열었는데, 여기도 가능할 거 같은데?”


에이프릴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슈우욱


엘가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문으로 손을 뻗었고, 그리고 마치 터치패드를 누른 것처럼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다.


“우와!”


“열렸어.”


감탄사를 내뱉으며 안으로 들어간 일행은 안에서 또다시 낯익은 풍경을 만났다.


300~400 평방미터 정도의 넓이를 가진 공간은 마치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제실이나 제어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니터와 오퍼레이터는 보이지 않았지만 의자와 책상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가장 뒤쪽에는 누가 봐도 책임자의 자리로 보이는 책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신기하네요. 회장님.”


“그러게요. 회장님.

제가 이세계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지구랑 비슷한 광경이네요.”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요?”


-그으응


이때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면서 각자의 감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지금 빠른 속도로 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엘가에게 향했다.


엘가가 자연스럽게 어깨를 위로 쓰윽 올리면서 말했다.


“난 몰라. 아무 것도 안했어.

그런데 다들 위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렇다.

지금 이 방은 모두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상승이 드디어 끝났다.


“도착했나 봐요.

그런데 어디로 도착한 거죠?”


“한참 올라온 것 같아요.

수천 층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느낌이랄까...”


유진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문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해보고 싶었다.

정말로 자기도 여기를 통제할 수 있는지.


‘할 수 있겠지?’


-『······』


스타테이라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지하에서 너무 멀어진 것일까?


-슈우욱


하지만 문은 열렸다.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쉽게.


“어머, 회장님도 문을 여실 수 있네요?”


“혹시 회장님도 용이신가요?”


“앞으로 회장님의 얼굴을 용안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회장님!”


한 마디씩 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유진은 문을 나섰다.

궁금한 게 있다.


여기가 어디일까?


분명히 ‘세계수’의 뿌리라고 했다.

유진이 기억하는 세계수와 같은 의미의 세계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알고 있는 세계수는 저 먼 하늘까지 끝없이 뻗어있는 거대한 나무였다.


그렇다면 여기는 하늘인 걸까?

유진은 문 밖을 나와 정신없이 복도를 달려갔다.


복도가 아까와 비슷하게 복잡한 모습으로 얽혀 있었지만 들어올 때와는 달랐다.

위로 상승한 것은 아무래도 그 방 뿐인 것 같았다.


잠시 후 처음 기둥에 들어올 때와 비슷한 모습의 문이 보였다.


‘열려라, 참깨!’


무슨 주문을 기대했던 건 아니다.

혹시 자신의 의지만으로 문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서 아무 말이나 던져본 것이었는데 문은 당연하다는 듯이 열리기 시작했다.


▷『‘열려라 참깨’를 새로운 문의 개폐 암호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이건 뭐지?’


스타테이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낯선 알림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유진은 밖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낯선 대지에 발을 내닫었다.


하늘 위는 아니었다.




***




“이곳은 ‘알스메르’라는 도시 인근의 숲입니다.”


“알스메르?”


“네, 같은 이름의 도시 국가의 수도입니다.”


온종일 밖을 살펴보고 돌아온 릴로는 유진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릴로는 지하 도시 출신이지만 지상의 사정에도 밝았다.


“지하 도시 ‘아보르’를 나왔더니 이제 지상 도시 ‘알스메르’라니.

회장님, 우리는 언제 집에 돌아가는 거죠?”


옆에서 에이프릴이 푸념을 했다.


“에이프릴 박사님. 그래도 지하보다는 낫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본부장님.

저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오면 바로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 지구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중도는 알 수 있는 장소이기를 바랬어요.

그런데 아니잖아요.

지하에서는 드래곤과 싸웠는데, 여기서는 또 뭐랑 싸워야 하는 걸까요?”


에이프릴과 최창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어보자고.”


“뭘요? 회장님.”


“집에 돌아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누구에게 물어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여기도 왕국이라며?

왕에게 가서 물어보자고.”


“폐하.”


릴로가 고개를 숙이며 유진을 불렀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를 폐하로 부르는 사람은 이제 릴로 밖에 없었다.


“왜?”


“왕이 아니라, 여왕입니다.”


“뭐가?”


“여기 알스메르는 대대로 여왕에 의해서 통치되는 도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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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5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5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6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5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9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0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5 3 12쪽
»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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