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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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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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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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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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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황태자, 방문하다.

DUMMY

70


황태자, 방문하다.






“현재의 여왕이신 어마 마마께서는 제97대 여왕이십니다.

우리 알스메르 왕국은 97대를 여왕으로만 이어간 나라지요.”


“대단하군요.

2천 년 역사에 97명의 여왕이 있는 유구한 전통의 나라.

역시 알스메르는 위대한 왕국입니다.”


유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한국 역사에서 천년 왕국이라고 하면 신라이다.

신라는 992년을 이어 내려오면서 56명의 왕이 존재했다.

그런데 2천 년 역사라니?

고대 로마 제국에 비견될만한 전통 아닌가?


그러나 이런 유진의 반응과 달리 레아 공주의 표정은 쓸쓸했다.


“역사는 길죠.

그래서 이제 그 역사를 닫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98대 여왕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예요.”


“아니, 왜?”


신라가 망할 때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태자였던 마의 태자는 아버지의 결정에 눈물로 반대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왕국의 98대 여왕이 되어야 할 공주가 나라의 문을 자기 손으로 닫겠다고?


“그런 긴 역사의 문을 공주님이 닫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너무 아까운 역사 아닙니까?”


진짜로 아까웠다.

유진은 이 나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그런 긴 전통이 끊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레아 공주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아까워요?

누구에게 아까워요?”


“누구라기 보다, 알스메르 국민 모두에게...”


“알스메르 국민 모두에게라고요?

알스메르라는 사람이 있나요?

모두에게 좋고 모두에게 아까운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공주의 표정은 심각했다.


“유진 공.

우리 왕실에게, 우리 여자들에게 알스메르는 거대한 감옥이었습니다.

알스메르라는 나라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렇구나.

왜 여왕과 공주가 자기 나라를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조금 전에 충분히 들었다.


“알스메르라는 나라가 없어진다면 아쉬운 건 진짜로 이 나라를 지배하는 대귀족들이겠죠.

유진 공! 알스메르가 작은 나라이지만 굉장히 부유한 곳이라는 건 들으셨죠?”


“네, 교역의 중심지이고 상공업이 크게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공이 원래 오신 세계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주요 교역은 게이트를 통해 이루어져요.

게이트가 주변에 몇 개나 있는지, 그리고 그 게이트가 어디로 통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알스메르는 축복받은 곳이죠.”


“그래서 라테안 황제가 첫 수도로 삼았겠죠.”


“그렇죠. 교통의 중심지죠. 수평으로건 수직으로건.”


“수직이라고요?”


수평이라면 다른 도시와의 연결을 말하겠지.

그런데 수직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유진 공은 ‘세계수’에 대해 들어보셨죠?”


“네, 땅밑과 지상, 그리고 하늘을 연결하는 거대한 나무가 옛날에 있었다고.”


“그 나무를 통해 옛 선조들은 지하와 하늘을 자유롭게 오갔다고 해요.”


“지금도 그 세계수가 모두 사라지지 않았나요?”


“대부분은 사라졌죠.

그 세계수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던 곳이 여기 알스메르였어요.

지금은 모두 없어졌지만 성황제가 제국을 건국할 당시에는 몇 그루 남아있었다고 해요.”


“성황제가 그 세계수를 타고 승천했다고 듣긴 했습니다.”


“네, 그래서 알스메르가 더욱 중요했던 것이죠.”


유진이 지하 도시 아보르에서 세계수를 타고 올라온 것이 알스메르의 교외에 있는 숲이었다.

그 세계수가 알스메르를 향해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유진은 문득 나머지 람부르스 기둥 세 개는 어디로 뻗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중요한 건 더 있어요.

유진 공은 우리 세계에서 하늘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죠?”


알다마다.

유진도 처음에 세계수 뿌리를 타고 올라오자마자 처음 본 것이 하늘배였다.

배가 하늘을 난다는 사실에 매료되기도 하였지만, 지구로 돌아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비공함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늘배를 갖기 위한 허가를 받으러 왔다가 이렇게 알스메르 왕실과 엮인 것이 아닌가?


“여기서는 하늘배를 갖지 못하면 사람 취급을 못받는 것 같더군요.”


사람 취급을 못받는다?


유진이 경험한 이세계(異世界)는 하늘의 사람과 땅의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늘의 사람은 여러 도시를 자유롭게 다니면서 교역과 전쟁으로 부를 축적했다.

땅의 사람은 평생 자기가 태어난 지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지구의 역사에서 중세 농노와 비슷한 신세라 할까?


실제 이 세상에서도 귀족만 하늘배를 가질 수 있고, 그들은 평생 땅에서 붙어 살아야하는 평민이나 천민들을 경멸했다.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하늘을 지배하는 자에게 할 수 있는 건 복종 밖에 없었다.

만일 그들이 하늘의 지배를 거부한다면 도저히 손도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져 내리고 멸망당할 뿐이었다.


하늘배를 탄 자들은 그렇게 땅을 지배하고, 자신들끼리 싸워서 세력을 넓혀나갔다.


“사람 취급? 재미있는 말이네요?

사람이 특별히 받아야 할 ‘취급’이 있나요?”


“공주님.

우리 세계에는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권리가 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고 있죠.”


적어도 유진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회장과 직원의 관계도 계약의 관계일 뿐이고, 종속의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신민이 된 드워프와의 관계는?

공중섬에서 포로로 잡아서 노예로 만든 해적들이나 그들에 빌붙어 살던 자들은?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오, 놀라운 생각이네요.

저희 어머님께서도 항상 비천한 자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동정심의 문제는 아닙니다.

비천한 자들은 동정을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같은 권리를 누려야 될 사람이죠.”


아차.

유진은 계몽주의자도 아니고 인권운동가도 아니었다.

여기 사람들은 지구 기준으로 고대인이나 중세인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과 쓸데없이 사상의 문제로 충돌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생각은 법황청이 지정한 금서(禁書)에나 나올 이야기인데...

그렇군요. 유진 공은 생각은 제가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금서?

이 동네에도 이런 게 있나보네.

어설프게 사상범으로 몰리면 큰일이다!


“아닙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잊어버리시고요.

하늘배 이야기를 하셨죠?”


“네, 그 하늘배를 만드는 재료가 용목이라는 거 아시죠?”


“들었습니다.

용목이라는 특별한 재료가 있고, 거기에 부유마법과 같은 필요한 마법과 아이템을 사용해서 만드는 게 하늘배라고요.”


용목(龍木)

용의 나무라는 이름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에서 따온 이름이겠지.


용목에 대해서는 유진도 관심이 많았다.

지금 그의 하늘배를 만들고 있지 않는가?

갑자기 자신의 배가 언제 완성되는지 궁금해졌다.

나가면 바로 아르말로의 작업장을 찾아가 봐야겠다.


“그 용목이 뭔지 아시죠?”


“아주 특별한 성질을 가진 나무 아닌가요?”


공중에 둥둥 뜨는 나무라니.

하지만 용이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특별히 놀라울 건 없다.


“네, 바로 세계수의 줄기와 가지랍니다.”


“세계수라고요?”


하늘에서 본 그 배들의 재료가 세계수였다니!


하기야 하늘까지 뻗어 있는 나무라면 강철같이 무거운 재질이라면 자기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지겠지.


아주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세계수라고 하는 게 실은 인공적인 구조물이었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유진이 아닌가?


“네, 그래서 용목을 구하기 쉬운 곳이 여기 알스메르에요.

옛날에 세계수가 많이 있었던 곳이니까요.

그게 이 도시가 번성하는 또 하나의 이유랍니다.”


“그렇군요.”


“유진 공은 이 도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두시는 게 좋겠어요.

정말로 이 도시를 갖고 싶으시다면요.”




***




“이 도시는 마땅히 내 것이 되어야 한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전하.”


여덟 척의 비공함이 급속도로 지면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개미만 하게 보이더니 점차 얼굴의 윤곽을 알아볼 만큼 커지고 있었다.


“최후의 수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초의 수도 알스메르까지 가져야 진정한 제왕이다.”


“그렇사옵니다. 황태자 전하.”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알스메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부유해 보였다.

잠시 바라보는 짧은 시간에도 쉴 새 없이 교역선은 오르고 내렸으며, 공장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계속 피어나고 있었다.


“제국에서 크라쿠프를 제외하면 알스메르처럼 하늘배를 많이 가진 도시도 없습니다.”


“그리고 부유하고 인구도 많지.”


“그렇습니다. 전하.

알스메르를 손에 넣으시면 전하의 군대는 훨씬 강해질 것입니다.”


알스메르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도시의 부를 이용해서 군비를 확충한다.

알스메르는 헤븐스피어의 끝까지 뻗어가는 알카트로스의 정복 전쟁의 소중한 병참 기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제국 제일의 미인들도 손에 넣고 말이지.”


-쿵

-쿵쿵


가벼운 접촉음과 함께 알카트로스의 비공함이 착륙했다.

그를 호위하기 위한 일곱 척의 비공함도 마찬가지였다.


황태자 전용의 비공함이 착륙하자 공항에는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전하.”


알스메르의 왕실을 대표해서 여왕의 시종인 트레랑 백작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왕실 시종장 트레랑 백작이옵니다.

여왕 폐하를 대신하여 제14 황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순간적으로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무엄하다!”


‘황태자’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구합니다.

아직 저희들이 용어를 정리하지 못하여.”


트레랑 백작은 식은 땀을 흘렸다.

그가 ‘황태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건 14황자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 당연히 아니었다.

비록 실질적으로 알스메르가 제국의 속국이라 하더라도 어쨌던 독립된 국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국가 대 국가의 외교에는 의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

트레랑 백작의 눈앞에 있는 저 사람의 법적인 지위는 분명히 ‘제14황자’이지 ‘황태자’가 아니었다.


“제가 대신해서 무례를 사과드리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거기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표현은 거칠 것 없었다.

알스메르를 대표하는 귀족들이 나와서 일제히 알카트로스를 황태자라고 부르면서 아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이들 앞에 있는 것은 대표적인 친 제국파 귀족인 알데브란 후작.

그가 방금 사용한 ‘대신한다’는 표현도 엄청난 불경의 표현이었지만, 이 자리에는 아무도 이것을 지적하는 자들이 없었다.

심지어 여왕의 시종장 트레랑 백작 마저도.

알데브란 후작이 무슨 자격으로 ‘여왕을 대신해서’ 사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왕국의 귀족들에게 여왕이란 본래 그런 존재였으니까.




***




“그런데 공주님 말이 이해가 안 되는군요.”


“어떤 점이요? 유진 공.”


“알스메르의 여왕은 아무런 힘이 없고, 왕국이 유지되어도 왕실의 여성들에게는 고통뿐이라는 사실은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똑똑하시네요.”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되네요.

그렇게 힘이 없는 왕실이.

그것도 여왕도 아닌 공주님이 어떻게 제게 왕국을 넘겨주겠다는 거죠?”


조선을 팔아먹은 을사 5적은 조정 대신들이었다.

물론 레아는 차기 여왕이지만, 일개 대신들보다 힘이 없어 보이는데?


“맞아요. 힘이 없죠.

하지만 우리 왕실에게는 마지막 카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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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엘프녀 23.12.29 56 0 11쪽
75 75 망국의 비즈니스 23.12.28 19 0 12쪽
74 74 망국의 준비 23.12.23 27 0 11쪽
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5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5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6 0 12쪽
»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6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9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4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5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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