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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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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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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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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 여왕의 나라 (1)

DUMMY

49


여왕의 나라 (1)






“다음 접견인을 부르겠습니다. 폐하.”


“다음 사람이 누구였죠? 시종장.”


알스메르의 여왕 라크레티아는 온화한 표정으로 시종장에게 물었다.




알스메르.

작지만 부유한 나라이다.

비록 지금은 제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알스메르가 있는 지역은 과거 라테안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가 부유하다고 통치자가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왕국을 지배하는 것은 대귀족들이고, 여왕은 그들이 세운 꼭두각시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크레티아는 항상 자신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여왕이었다.


“우리 왕국에 처음 온 상인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한유진’이고, 드워프 상단의 추천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여왕의 공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접견인을 만나는 것이다.

여왕을 만나서 청원을 하려는 사람은 늘 많았고, 이들을 만나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이 여왕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오늘의 접견인 중에 하나가 여왕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왔는데,

바로 여왕과의 접견을 허락받을 정도면 상당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 같군요.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에요.”


왕국에서 여왕은 거의 아무런 실권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과 접견하는 사람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게 알스메르의 여왕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을 품는 것은 그녀의 자유였다.


“네, 폐하.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궁내부에 한 번 확인해볼까요?”


“아니에요.

어차피 지금 들어올 테니 직접 물어보면 되죠.”


귀족이나 상인의 추천서를 가져오는 청원인도 꽤 있다.

하지만 지금 여왕의 호기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접견인의 국적이었다.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 나라죠?”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여왕의 비서인 호르시오가 들어왔다.


“여왕님. 다음 접견인이 준비되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




“여왕께서 부르십니다.”


“알겠습니다.”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복장을 점검했다.


여왕이라니...

그래도 드래곤보다는 낫지 않을까?


유진은 왕실 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접견실을 향했다.





“어서오세요.

고개를 들어도 좋아요.”


속성으로 배운 예법대로 무릎 한쪽을 꿇고 여왕에게 머리를 조아리자 고개를 들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유진에게 왕실 예법을 교육했던 비서관은 여왕이 말을 걸기 전에 먼저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고 여러번 강조했었다.


“감사합니다. 여왕님.”


여왕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여서 인사를 하는 건 유진에게도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백년 전에는 고개 숙일 일이 많았는데, 22세기에 깨어나면서 갑자기 재벌 회장이 되더니 먼저 인사할 일이 거의 없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을의 입장이 되어보니 새로웠다.


“멀리서 온 이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고요?”


“네, 여왕님.”


“우리 세계에는 참으로 많은 종족과 나라가 있지요.

그렇지만 그런 나라를 처음 들어보는 군요.

당신과 같은 모습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가요?”


여왕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보았고, 유진도 그만큼이나 흥미롭게 여왕을 관찰했다.


여왕의 모습은 대기실에 걸린 초상화를 통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초상화 속에는 상당한 수준의 미모를 가진 여성이 커다란 옥좌 위에 앉아 있었다.

다만 초상화는 미화되기 마련이기에 적당히 너프해서 상상했었다.


‘상당한 미모잖아?’


하지만 그런 유진의 예상을 비웃듯이 눈앞에는 대단한 미모의 중년 여성이 웃으면서 앉아 있었다.

나이는 조금 들어보이지만 젊을 때는 정말 엄청난 미인이었을 것이다.

유진의 세계에서 드라마나 영화의 주연을 맡아도 부족하지 않을 수준의 미녀였다.


“네, 여왕 폐하.

제가 살았던 나라는 저와 같은 검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


자신과 같은 검은 머리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라고 말할 뻔 했다.

그런데 아니잖아!

아무리 지구가 아닌 이세계(異世界)라지만 말은 정확하게 해야겠지.


“저와 같은 검은 머리의 사람들은 극히 드뭅니다.

금발 머리, 빨간 머리, 갈색 머리, 레게 머리 등등의 다양한 머리색과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다민족 국가가 대한민국이죠.”


“그렇군요.

나는 그대 나라에는 그대와 같이 잘생긴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어요.

역시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폐하.”


“아닙니다.

잘 생긴 남자들은 많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엄청나게 가꾸는 이들이죠.

문란한 사람들도 많고요.

그대처럼 착하게 잘 생긴 남자들은 많지 않아요.”


‘이거 칭찬이겠지?’


칭찬인지 비난인지 애매했지만

여왕의 표정은 온화하고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백 퍼센트 진심인 듯 했다.


‘그래, 설마 저렇게 생긴 여자가 거짓말을 할까...’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여왕 폐하!

그런 말씀은 조금 민망하옵니다.”


옆에 젊잖게 서 있던 시종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여왕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여왕은 친절하지만 접견인에게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당황한 것이다.


“괜찮아요. 시종장.

궁금한 게 있어서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제 나이는 백... 아니 서른 여섯 살입니다.”


“서른 여섯 살...”


여왕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생각보다 조금 많군요.

사실 당신 같이 착하고 멋진 젊은이가 내 사위가 되었으면 어떨까 하고 잠깐 생각을 했더랍니다.”


“폐하! 그건!”


옆에 시종장이 놀라서 끼어들었다.


“안 되는 거 아니까 이해해주세요. 시종장.

어차피 하나를 왕위를 이어야하고, 또 하나는 제국에 인질로 가야되는 거 알아요.

그냥 딸을 둔 엄마의 주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여왕의 시종장인 트레랑 백작은 진짜로 당황한 표정으로 여왕을 말렸다.

그가 20년간 모셨던 여왕은 항상 침착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말이 가진 무게를 잘 알았기에 어떤 경우에도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트레랑은 진심으로 여왕을 존경하고 좋아했다.

왕국 시종장의 진짜 임무는 귀족들을 대신해서 여왕을 감시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정말로 여왕을 모신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마 왕국 귀족 중에서 그만큼 여왕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오늘 여왕은 정말로 평소와 좀 달랐다.


“여왕 폐하.

유진 공은 외부인입니다.

더욱이 제국의 이야기라니요.

자칫하면 오해를 가져오실 수 있는 말씀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왕과 그녀의 시종장.

이러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유진의 머릿속에서 오늘 아침에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




“현재의 여왕은 이 왕국의 제 97대 여왕입니다.

그리고 공주가 두 사람 있습니다.”


뛰어난 여행자라 하더니 확실히 릴로는 유능했다.

도시에 도착한지 이틀 만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찾아서 유진에게 전해주었다.


“왕자는 없나 보지?

그럼 차기 국왕도 여왕이 되는 건가?”


“폐하.

이 나라는 항상 여왕으로만 대를 잇는 나라입니다.

여왕은 공주만 낳을 수 있습니다.”


“딸만 낳는다고?

그게 가능해?”


이세계에 그렇게 유전 공학이 발달한 나라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유진을 스쳤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항상 왕실에서 발표할 때는 공주가 태어났다고만 발표합니다.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공식 발표가 나온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그럼 비공식적인 경우도 있겠네.”


“소문에 따르면 옛날에는 태어난 아들을 없앴다고 합니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요.”


“딸이 아니라 아들을 없앴다고?”


유진이 사는 지구에도 비슷한 경우는 있었다.


20세기 초, 상하이에서 어느 외국인 선교사가 길거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성별을 계산해보니 성비가 230이 넘었다고 했다.

여자 100명에 남자가 230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대부분 딸들이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반대라는 것이다.


유진이 경험한 이곳 세상은 지구의 고대나 중세 수준의 사회였다.

힘이 지배하는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남자들의 가치가 높을 것 같은데 의외였다.


“네, 폐하.

제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와 진짜 이유, 이런 두 가지 원인으로 알스메르는 여왕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릴로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 알스메르는 2,000년 전 라테안이 제국을 세울 때 첫 수도였던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왕국의 첫 번째 여왕은 제국 창건 당시 황제와 함께 했던 신녀였다고 한다.

신녀는 당시에 최고의 예언가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의 여왕들은 모두 그 신녀의 혈통을 이어받았고, ‘예언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언을 한다고?”


솔깃한 얘기였다.


“릴로! 진짜예요?

회장님, 접견할 때 저도 데리고 가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타로나 사주보는 거 엄청 좋아해요.”


“에이프릴.

우리가 무사히 귀환하면 내가 홍대 사주카페에 데려가줄테니 일단 조용히 들어요.”


유진은 에이프릴을 무시하고 릴로를 재촉했다.


“예, 폐하.

그 예언의 권능은 오로지 여인을 통해서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가에는 반드시 여자만 태어나고 왕위는 여왕만이 앉을 수 있다는 것이 알스메르 왕실의 공식적인 설명이죠.”


“예언의 권능이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가 있나 보지.

그러면 비공식적인 설명은?”


“알스메르의 정치 상황 때문입니다.”


알스메르는 지하의 아보르와 다른 의미에서 국가가 개판이었다.

여왕은 아무런 실권이 없고 모든 것은 귀족들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심지어 여왕의 즉위도 귀족 회의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귀족들의 마음에 안 들어서 폐위당한 여왕도 여럿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귀족들의 입맛에 맞는 허약한 자를 왕위에 올려야 하니까 계속 여왕으로 세운다는 말인가?”


“네, 폐하.”




“확실히 이세계(異世界)는 좀 미개한 세계인 거 같아요. 회장님.

여자가 허약하다니요. 성질 더러운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박사님. 그건 지구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예요.

여기는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니까요.”


“본부장님.

저기 아르지스도 여자였잖아요.

아니 지금도 여자인가?

싸움 잘 하던데요.”


“드래곤하트가 있으니까요.

아니 드래곤은 성별 구분이 무의미할까요?

그건 좀 연구해봐야겠어요.”




***




“미안해요. 유진.

이야기를 계속 하죠.

드워프 상단의 추천서를 받았다면서요?”


“네, 폐하.”


“드워프는 굉장히 오만하고 인간들에게 배타적이에요.

인간에게 추천서를 써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텐 데요.”


여왕이 말한 것처럼 드워프가 인간에게 추천서를 써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유진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 도시의 왕’이 아닌가?

하지만 아직 여왕에게 ‘사실은 나도 당신과 같은 직업입니다’라고 밝힐 때는 아니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원래의 제 세계에서는 드워프들이 인간과 친하거든요.”


그랬다.

유진이 백년 전에 본 영화에서는 인간과 드워프가 동맹을 맺고 함께 싸우곤 했다.


인간과 드워프의 동맹.

그런데 뭔가 하나가 빠진 게 아닌가?


“하하하.

폐하, 제가 왔습니다.

아, 이런 손님이 계셨군요.”


비서의 안내도 없이 문이 불쑥 열리면서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유진과 여왕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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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5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9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0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5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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