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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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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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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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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 애꾸눈 선장 (2)

DUMMY

59


애꾸눈 선장 (2)






“오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


“괜찮았습니다.”


낮에 본 잘생긴 미중년의 사내가 유진을 맞이해주었다.


“공중섬이라는 데가 다 그래.

정신 못차리면 그냥 순식간에 날려가서 바다에 떨어지지.”


유진이 공중섬에 끌려온 건 어제였지만, 실제로 공중섬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건 방금 잠깐이 전부였다.

처음 공중섬에 왔을 때는 기절한 채 끌려와서 바로 감금되었기에 아무 것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위험한 곳은 전부 터널이나 참호로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중요한 곳은 전부 지하로 내려가 있고요.

다닐만 하던 데요.”


“튜닝이 잘 되어 있는 공중섬은 외부 대기도 안정되어 있어서 화초가 자라기도 하지.

여기야 무식한 해적놈들의 본거지니 그런 기대는 못하지만.”


그 해적 선장에 그 해적이라고 할까.

샤일로 선장은 부하인 텔로만큼이나 해적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런데 왜 해적을 하는 걸까?


“공중섬은 처음입니다.”


“그래? 자네가 살던 곳에는 공중섬이 없나 보군.”


“없습니다.

높이 수백 미터의 마천루는 제법 있습니다만 움직이지는 않죠.

도대체 이 공중섬은 어떻게 떠 있는 겁니까?”


유진이 살았던 21세기에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영화 중에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이 떠 있는 공중 산맥이 나오는 작품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영화의 배경은 외계의 행성이었는데.

하기는 여기는 이계(異界)구나.


“글쎄... 아무도 모르지.

옛날 선조들이 만든 것이라고도 하고, 드래곤이 만든 레어라고도 하고.”


“이런 공중섬이 많이 있습니다.”


“발견된 것만 해도 제법 되지.

아직 못 찾은 건 더 많을 거야.

왜 자네도 하나 갖고 싶나?”


“내가 살던 곳에서는 다들 부동산을 엄청 좋아하죠.”


“부동산(不動産)?”


샤일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공중섬은 동산(動産) 아닌가? 움직이잖아.”


“그렇군요.”


유진은 속으로 결심했다.

동산이건 부동산이건, 반드시 하나 갖고 말겠다.




“이제부터 여기로 들어갈거네.”


샤일로는 눈앞에 보이는 지하 통로의 입구를 가리켰다.


“공주가 갇혀 있는 곳인가요?”


“그렇네.

이 섬은 생각보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대충 용도에 맞는 곳은 정해져 있네.”


“그런데 인원이 좀 적은 것 아닙니까?”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샤일로에게 말을 건넸다.


샤일로 선장 뒤에 서 있는 남자가 세 명.

지금 유진을 데리고 온 텔로에다 선장까지 포함하면 다섯 명이다.

설마 유진을 전투력의 상수로 계산하지는 않았을 테니 여기 다섯 명으로 공주를 구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유진을 포함한 여섯 사람의 종족은 모두 인간.

우르크하이나 트롤 급으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종족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 영웅은 소수 아닌가?

다른 친구들은 따로 할 일이 있지.”


샤일로는 웃으면서 턱으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조금 있다 배를 몰고 와야 하는 친구들도 있고.

자, 천천히 가자고.

자네는 뒤에서 두 번째에 서서 따라오면 돼.”


이윽고 일행들은 지하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하 통로.

이 또한 유진에게 묘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요즘 지하로 많이 다니네...”


“뭔 소리요?”


“아냐. 텔로. 그냥 혼잣말이야.”


강력한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는 던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어서 입구에서부터 전투가 벌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한참 동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일행들은 빠른 속도로 지하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선장은 앞에서 두 번째 위치에 섰고, 가장 선두에서 일행을 이끄는 남자는 능숙하게 일행들을 안내했다.

수시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길을 바꾸면서 안내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을 굉장히 잘 아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선두를 따랐고, 유진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뒤에서 따라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멈칫


“여기입니다.”


복도 끝에서 철로 테두리를 보강한 나무 문 하나를 발견하자

선두가 걸음을 멈추었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일제히 멈추었다.

선두의 남자가 선장을 향해 돌아보았고, 선장이 고개를 끄뜩이자 일행들은 모두 무기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이보슈. 이방인.

이제부터 전투가 벌어질거요.

그러니 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 옆에 딱 붙어 있으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없이 무사할테니. 히히.”


텔로도 단검을 꺼내들고 유진 옆에 섰다.

선장 입장이 텔로에게 유진의 경호를 당부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유진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할 이야기였다.

유진은 텔로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나름 백년 전 지구에서는 용병으로 활동했던 사람이 아닌가?

비록 이세계의 전투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 저렇게 왜소한 애송이에게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걱정하지마. 내 몸 정도는 내가 지킬 테니까.”


유진도 아공간에서 검을 하나 꺼냈다.

어제 해적선의 습격 당시 사용하던 검이 더 적당했지만 그건 잃어버렸다.

그래도 지금 꺼낸 검도 충분히 쓸만한 병기였다.


뒤에서 일어난 이런 사소한 자존심 싸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샤일로는 힘껏 발로 문을 걷어찼다.


-쾅

-뿌지직


튼튼해 보이던 나무문은 종이짝처럼 이지러지면서 떨어져 나갔다.

문이 약했는지, 샤일로의 발길질이 그만큼 강했는지는 몰라도 일행을 가로막던 장애물은 완전히 제거되었다.


-다다다


문이 떨어져 나가자 일행은 아무런 구령이나 함성 없이 조용하게 문 안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뭐야?”


“습격이다!”


오히려 고함을 지른 건 문 안쪽에 있던 자들이었다.

그들도 즉시 무기를 빼어들고 샤일로의 패거리에 대항했지만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네 놈이 지키고 있었네요.

모두 해치웠습니다.”


선두에 섰던 남자가 샤일로에게 보고했다.

눈앞에서 그 남자는 두 명의 해적을 해치웠다.

유진은 저 자의 이름을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리장님 솜씨가 대단하쥬?”


“조리장?”


텔로가 그가 조리장이라고 일러주었다.

이름은 아직 모르겠지만 조리장이었구나.

어쩐지 칼을 잘 쓰더라.


“리디아는 아마 저 방에 갇혀 있을 거다.”


방 안에는 다시 여러 개의 문이 있었고, 그중 한쪽 방에서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샤일로가 발길질을 하나 싶었는데,

앞에 있는 선장의 부하 하나가 잽싸게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었다.


“식사 시간인가?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에요?

못보는 사람들이네.”


예상한 대로 문을 열자 리디아가 나왔다.

다행히 다치거나 한 데는 없어 보였다.


“어머, 유진 공.”


뒤늦게 유진을 발견한 리디아는 반색했다.


“공이 나를 구하러 와주었군요.

그렇지 않아도 여기 갇혀 있는 동안 라테안 성황제와 아나히타 여신님에게 빌었답니다.

꼭 멋진 왕자님이 나를 구출하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옷이 어제랑 똑같은데 이해해주세요. 다른 옷이 없어서요.”


공주의 기도와 무색하게 그녀를 구출한 것은 멋진 왕자가 아니라 흉악한 해적들이었다.

유진도 끼어있지만 그는 왕자가 아니라 왕이었다.


“옷이 무슨 상관있겠습니다.

무사하셔서 기쁩니다. 공주님.”


유진은 리디아에게 다가가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가 리디아를 구출한 것이 아니라 같이 구출당한 입장이 아닌가?


“그런데 저 분들은 누구죠?

같이 배를 탔던 최창현 공이신가 했는데 아닌 거 같은데요?”


당연히 유진 그룹의 임원인 최창현이 해적일 리가 없지.


“소개해드리죠.”


“빨리 나가야 한다.”


유진이 가장 먼저 샤일로를 소개하려고 했지만 그는 무뚝뚝하게 재촉했다.


“이 근방의 해적들은 대부분 선착장의 불을 끄러 뛰어갔지만 페리몬은 바보가 아니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되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얼른 위로 올라가야 한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출입구가 많아서 도망가기 쉬워.

여기 그대로 있으면 우리는 독 안에 든 쥐다.”


독 안에 든 쥐가 되기 싫은 해적들은 밖으로 나와서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하로 조심스럽게 내려올 때는 한참을 들어온 것 같았는데,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달리던 일행들은 점차 숨이 차오르면서 지쳐갈 무렵, 드디어 바깥의 불빛이 환히 비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한층만 더 올라가면 됩니다. 선장님.”


“수고했다.

이제 내가 선두에 선다.”


선두 자리를 넘겨받은 샤일로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고, 일행들도 그를 따라서 외부로 나갔다.


“하하하.

여기서 마주치는구나.

샤일로.

설마 여기로 나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원래 일행이 선택한 출입구는 평소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방향이었다.

그러나 조용해야 할 장소에 수십 명의 해적들이 무기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어서 두목님을 불러라.

두목님 말씀이 맞았다고.

여기 반역자가 있다고 말씀드려라!”


헬론은 부하 한 명을 불러 두목인 페리몬에게 보냈다.

그리고 샤일로에게 고개를 돌렸다.


“샤일로!

나는 평소부터 네가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반란을 일으킬 줄은 몰랐는 걸!

같이 재수없던 네 무리들과 함께 전부 목을 잘라서 바다로 던져주마.”


“누군가 했더니 페리몬의 개, 헬론이구나.”


샤일로가 앞으로 나서면서 헬론에게 칼을 겨누었다.


“우리가 이쪽으로 나올 줄 어떻게 알았느냐?”


“우리한테 예언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지만 두목님께서 너희들이 나올만한 곳 몇 군데를 정해주셨다.

마침 이쪽을 맡은 게 나지.

두목님도 근처에 계시니 금방 오실 거다.”


“페리몬이 생각보다 똑똑하군.

이렇게 금방 눈치채다니.”


“누구를 바보로 아느냐?

선착장 두 군데에서 동시에 불이 나는 게 말이 되느냐?”


샤일로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그의 일행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좀 꼬였군.”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선장님.

항상 다수한테 포위되는 건 우리 ‘아카데아’ 식구들에게 늘 있는 거 아닙니까?

지금 칩시다!”


“그래요.

더 실랑이해봤자 놈들 숫자만 늘어납니다.”


샤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텔로를 바라봤다.


“텔로, 부탁한다.”


“네! 선장님.”


다음 선장의 눈길이 닿은 곳은 유진이었다.


“유진이라고 했지?

텔로를 따라 가라.”


“무슨 소리요?

여섯 명도 불리한데, 당신들 네 명으로 저들을 상대한다고?”


“일곱 명이잖아. 지금 우리가.”


선장의 무심한 눈길이 공주에게 닿았다.


“텔로는 자네를 안내하고, 자네는 공주를 지켜주게.”


유진은 갑자기 이 남자가 해적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공주한테 애착을 보이는 거야?


“저 안으로 도망간다고 해서 나와 공주가 살아날 수 있소?”


“공중섬의 내부는 엄청난 미로야.

완전히 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텔로는 정말 많은 통로를 알고 있지.

그를 믿고 따라가면 돼.”


“그렇게 땅속으로 숨어서 살아나면, 그 다음은?

두더지처럼 숨어서 살거나, 아니면 굶어 죽으라고?”


샤일로는 웃으면서 유진을 바라보았다.


“정 힘들거든 해적에게 투항하면 돼.

저들은 공주는 죽이지 않을 거다. 비싼 존재거든.

자네야 죽이겠지만. 살고 싶으면 같이 해적이 되는 방법도 있고.”


유진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둘 다 싫소.”


“그래서 같이 싸우겠다고?

어쩌면 같이 죽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니, 나는 죽지 않아.”


유진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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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9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6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6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7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40 0 12쪽
»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4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1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4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9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2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6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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