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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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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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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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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공주와 공주 (3)

DUMMY

55


공주와 공주 (3)






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바람은 좀 심했지만.


“엄청난 바람이군요.”


“네, 유진 공.

이 높이에서는 시속 100km 이상의 바람이 흔히 붑니다.”


지금 유진이 탄 배는 적어도 해발 5,000m 이상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 높이에서 태풍급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엄청나군요.”


“네, 하지만 덕분에 배가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현재 아주 적당한 높이에서 좋은 바람을 만났습니다.”


다스카렌 자작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호의인지 계속 유진의 옆에서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었다.

유진 입장에서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하늘배에 대한 지식들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알스메르에 있을 때 하늘배의 중개상인과 조선 기술자를 만나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창공에서 운행하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상공에는 다양한 고도에서 다양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배를 운행하는 뱃사람들은 여기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지요.

지금 우리도 최적의 코스를 순조롭게 타서 가고 있습니다.”


자작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정도 크기의 비공함은 평균적으로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한다.


“그 정도는 최소한의 속력이고 실제로는 두 배 이상의 속도도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엄청나군요.”


유진이 어릴 때 본 만화에서 나오는 공중 전함들이 떠올랐다.


그 공중 전함들은 프로펠라 비행기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던 것 같았는데,

설정상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엔진으로 움직이던 만화 속의 배와 달리 지금 유진이 타고 있는 비공함은 바람에 의지해서 움직이고 있다.

아무래도 만화 속의 배들보다는 느릴 것 같았다.




다스카렌 자작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최창현은 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대단합니다. 회장님.

시속 50km라면 지구 자동차의 속도 못지 않네요.

느려보이지만 이 배는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그러면 하루에 적어도 1,200km를 움직인다는 건데 그 정도 속도라면 서울에서 도쿄까지 하루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까지는 일주일이면 가능하고요.

엄청납니다.”


최창현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에서 도쿄까지 직선 거리가 1,147km, 뉴욕까지는 11,047km라고 한다.


“그런 걸 본부장님은 어떻게 외우고 있어요?”


“지구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요. 회장님

이세계(異世界)의 방대한 스케일을 지구에 비교하다보면 만날 찾아보는 게 그런 겁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외웠죠.”


“아까 자작이 이틀 정도 순항한 다음에 게이트를 통과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틀 만에 필리핀 정도까지 날아간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죠. 회장님.

우리가 이런 배를 갖게 된다면 주변 반경 수백km 정도를 수색하는 건 금방일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출발한 선유도 게이트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장담할 수 없어요.

우리가 쉽게 찾아낼 수 있다면 여기 사람들도 쉽게 찾았을 텐데, 백년 동안 서로 몰랐잖아요.”


“그렇긴 하죠.

이 세계에는 인간이 사는 곳은 거의 없고 미개척지가 어마어마하다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선유도 게이트는 이곳 사람들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개척지 한 가운데에 있는지도 몰라요.”


이때 공주의 시종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유진 공. 공주 마마께서 부르십니다.

두 분 다 이만 객실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




“공주님을 뵙습니다.”


“유진 공은 배가 출발한 이후 한번도 객실에 들어오지 않고 뭘 그리 열심히 보고 계셨나요?”


리디아 공주가 유진을 맞이하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제가 하늘배를 타는 게 처음입니다.

그래서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유진 공은 참 호기심이 많으시네요.

저도 배를 타는 건 처음인데 하늘을 나는 모습도 좀 보니까 질리던데요.

그리고 여기 방에서도 바깥은 잘 보여요.”


공주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귀빈실답게 화려하게 장식된 유리창으로 바깥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함의 후미에 있는 귀빈실이었다.

바로 앞에는 함장의 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름 제국군 입장에서는 그녀를 예우하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지금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공주 마마.

참으로 송구합니다.

신하로서 저희가 본분을 다하지 못해서 공주님에게 이런 굴욕을 겪게 하였습니다.”


시종무관인 바트로 남작이 굳은 표정으로 공주를 위로했다.


“마땅히 화려한 왕실 전용선으로 공주님을 편안하게 모셔야 하는데, 이따위 제국의 군함에 왜 공주님이 타셔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국이 그렇게 하라는데 어쩌겠어요.

그리고 제국 군함도 나쁘지는 않네요.”


진심인지 아닌지 공주는 꽤 밝은 표정이었다.


“게다가 솔직히 왕실 전용선이 뭐가 화려해요.

귀족 의회에서 예산을 주지 않으면 왕궁 운영 조차 못하는 가난한 왕실인데, 지금 있는 전용선도 너무 낡아서 위험하다고 어마 마마도 안 타시잖아요.

이 나라 귀족들은 왕실을 너무 무시해요.”


“그게... 공주님... 그게.”


자신도 왕국 귀족의 일원인 바트로 남작은 공주의 말에 당황하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뭘 그리 놀라세요.

남작님도 아시면서.

하지만 남작님에게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적대적인 귀족들로 둘러싸인 우리 가족들에게 몇 안 되는 우호적인 분이 남작님이잖아요.

그래서 편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거에요.”


그 뒤로도 공주와 시종무관의 대화는 좀 더 이어졌고, 유진은 그들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보통내기는 아닌데.’


큰 공주가 22살, 막내 공주가 19살이라고 들었다.

밖에서 들은 이미지로는 속을 알 수 없는 언니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철부지 막내였는데, 막상 옆에서 지켜본 리디아는 그렇게 단순한 어린애는 아닌 듯 했다.


한번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리 작은 나라의 공주라도 공주는 공주.

수행원 없이 혼자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설사 깊은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남의 나라 일에 섣불리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조만간 한번 이야기는 해봐야지.’


알스메르 왕실에서 전해 내려온다는 ‘예언의 권능’이 왕위 계승자가 아닌 리디아에게도 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녀를 통해서 그녀의 어머니와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




이틀간의 순탄한 항해 끝에 유진과 최창현은 다스카렌이 말했던 「게이트」를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게이트는 특정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텔레포테이션 정거장입니다. 회장님.

이 세계 곳곳에 수많은 게이트들이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들을 연결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거랑 비슷하군요.

이 사람들은 그런 게이트를 활용해서 장거리 이동을 하는군요.”


온종일 배 안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살피고 정보를 수집한 최창현은 유진에게 자신이 알아온 바를 설명했다.


“그렇죠. 회장님.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런 게이트 시스템을 만든 것이 저 사람들이 아닙니다.”


“게이트를 만든 게 인간들이 아니라고요?

이세계(異世界)의 마법사들이 높은 수준의 마법을 활용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해 놓은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여기 마법사들도 상당한 거리의 텔레포테이션 마법을 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게이트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군요.

우리 기준으로 수백 수천 톤의 배를 아무런 에너지도 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데, 이곳의 대마법사도 그런 수준의 마법은 불가능하답니다.”


“그럼 누가 만들었다는 건가요?”


“웃기는 게, 자기들도 모른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이 세상을 만들었던 위대한 선조들이 남겨놓은 시스템이라고 하는 데요.”


“지하의 비마나도?”


“지하에서 본 그 검은 캡슐도 비슷한 시스템이 아닐까요?”


유진과 최창현은 자신들이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타고온 람부르스의 기둥인지, 아니면 세계수의 뿌리인지 그것도 그런 과거의 잔재겠군요.”


“아마도요.

그래서 이들은 게이트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모른답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코스만 계속 쓴데요.

다른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르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항로가 정해져 있습니다.

제국 수도와 알스메르 사이에도 활용되는 게이트들이 정해져 있기에 움직이는 항로도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거죠.”


이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두 척의 제국 비공함은 게이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특별한 절차나 과정 같은 건 없었다.

높이 수천m의 고산 지대에 있는 거대한 바위 사이에 표식이 있었고, 그 표식을 통과하면 바로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게이트를 지키는 수비군이나 요새 같은 건 없나 보죠?

그냥 아무나 통과하나 봐요?

그럼 해적이나 범죄자들도 마음대로 이용하겠는데요.”


“이런 지형에 군대를 배치해봤자 제대로 된 통제력을 가질 수도 없고요.

군대 외에도 상선도 많이 지나가고 여러 나라의 배들이 모두 이용하고 있기에 게이트 주변은 일종의 중립 지대처럼 되어 있답니다.”


“재미있군요.

우리가 경험한 이 세계는 힘이 규칙이 세상이었는데, 그런 신사 협정이 잘 지켜지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들을 태운 두 척의 소규모 함대가 게이트를 통과하였다.

게이트를 지날 때는 뭔가 공간이 어그러진다던가 시간이 잠시 멈춘다던가 이런 느낌이라고 있을까 긴장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게이트」라고 이름 붙은 지점을 통과하자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어제 알스메르를 출발한 이후 그들은 거대한 숲과 고산 지대를 통과했다.

몇 시간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숲과 산맥에 질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달랐다.


“바다입니다. 회장님!”


“그러네요. 바다.

정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바다네요.”


지구의 바다도 육지보다 훨씬 넓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한 이세계의 스케일을 감안했을 때 지금 눈앞의 바다는 도대체 얼마나 거대할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데티스 해(海)래요.”


어느새 그들에게 다가온 리디아가 말을 걸었다.


“출발하기 전에 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첫 번째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면 거대한 바다가 나온데요.

그 바다는 세상 끝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는 바다인데 그 위를 일주일 정도 항해하고 나면 두 번째 게이트가 나온데요.

그 게이트를 통과하면 얼마 안가서 제국의 수도라고 얘기해주더군요.”


“공주님.

객실에 계시지 왜 위험하게 갑판에 나오셨습니까?”


“숲과 산은 알스메르에도 있는 풍경이니 별로 흥미가 없었는데, 바다는 처음이에요.

유진 공은 바다를 본 적이 있나요?”


바다.

유진의 고향이 바다가 있는 남쪽 도시였다.


“네, 바다는 자주 봤습니다. 공주님.

제가 살던 곳은 바다에서 가까웠어요.”


“어머, 멋진 곳이네요.

바다는 책에서 보고 상상만 해봤어요.

유진네 바다도 이렇게 거대한가요?”


“글쎄요.

저희 세계의 바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크기가 달라요.

어떤 바다는 작고 어떤 바다는 정말 거대하지요.”


“흥미롭군요.

바다가 여러 개라니.

거기도 바다 가운데에 공중섬이 있나요?”


“공중섬이요? 그냥 섬은 있는데...

공중섬이 뭔가요?”


“그게... 저도 언니한테 들은 얘기인데요.”


이때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온 배 안에 울려퍼졌다.


“해적이다! 해적!”


“해적이 나타났다. 총원 전투 배치!

비 전투요원들은 즉시 선실 안으로!

모든 전투요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명령을 기다려라!”


“전투 배치! 전투 배치!”


갑자기 제국 전투함이 긴장으로 가득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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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4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0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7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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