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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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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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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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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 여왕의 예언

DUMMY

71


여왕의 예언






“제국의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알카트로스를 맞이하기 위해 도열해 있던 알스메르의 귀족 중에 선두에 선 사람은

왕국 내의 친 제국파를 대표하는 알데브란 후작이었다.


알카트로스의 뒤에 서 있던 이바르돈 공작이 귓속말로 후작을 소개했다.


“전하. 저 자가 알데브란입니다. 오시는 길에 배에서 저 자의 마법화를 보셨죠?”


“기억납니다.

저 자가 현재 왕국의 최고 실세라고요?”


“현재는 그런 셈입니다.

친 제국파를 이끌고 왕실을 억누르고 있는 귀족의 대표자이니까요.”


“그러면 우리 편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하.

일단은 인사를 받아주시지요.”


공작의 설명을 들은 알카트로스는 알데브란 후작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오! 경이 알데브란 후작이신가?

우리 제국을 위해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영광입니다. 황태자 전하.

제국과 우리 알스메르 왕국은 비록 지금은 독립된 존재이나 원래 한 식구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닙니까?

제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알스메르 귀족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흠.

독립된 존재라.

알겠소.”


알카트로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 귀족을 맞이했다.


“존안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태자 전하.

알스메르의 케로스 후작입니다.”


“이렇게 누추한 나라를 방문해주시니 우리 도시의 큰 영광입니다. 전하.

돈코이 백작입니다.”


조금이라도 황태자 눈에 들려고 앞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것은 친 제국파 귀족들이었다.

그들과 한발 떨어져서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은 몇 안 되는 왕국의 근왕파들.


알카트로스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환영객들을 맞아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왕족들은 나오지 않았소?”


“네, 전하.

제국의 황태자께서 우리 도시를 방문한 전례가 없다보니 조금 준비가 덜 되어 그런 듯 하옵니다.”


여왕의 시종장인 트레랑 백작이 알카트로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역대 황태자가 알스메르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아닐 텐데.”


“저, 그게...”


정확하게 말하면 역대 황제와 황태자들이 알스메르를 방문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황태자가 아닌 다른 황자들이 왕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책봉식을 치르지 않았지만 사실상 황태자인 상태에서 방문한 전례가 없었던 것이다.


트레랑 백작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알카트로스보다 반발짝 뒤에 물러서 있던 이바르돈 공작이 앞으로 나섰다.


“무엇이 그리 어렵소?

황태자 전하가 오셨으면 여왕이 맨발로라도 뛰어와야 하는 것을.

자비로우신 우리 전하께서는 너그러우시오.

여왕이 늙어서 힘들면 어린 공주 두 사람이라도 나와서 전하 앞에 서는 것이 속국의 예의가 아니겠소?”


이바르돈의 오만한 태도에 도열해 있던 친 제국파 귀족들까지 얼굴을 찌푸렸다.

친 제국파라고 해도 제국에 병합되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제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현재 왕국의 체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지, 제국의 일부가 되어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네오-라테안 제국이 성립하고 알스메르에 영향을 미친 이후 제국에 협조하면서도 어떻게든 독립성을 유지하려 발버둥 치는 것이 왕국 외교의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제국의 실권자는 이러한 왕국의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언사를 한 것이다.




귀족들의 대열 후미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안 되겠군.’


안스 자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도...’


자작의 절친이고 동지인 테메르 백작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몇 안 되는 왕국의 근왕파 귀족, 그 중에서도 젊은 그룹을 대표하는 두 사람은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마지막 카드라고요?”


“네, 그렇게 말하더군요.”


유진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돌아보았다.


함께 여기에 온 지구인 그룹에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최창현과 에이프릴.

그리고 채일우가 있다.


얼떨결에 왕이 된 드워프 도시를 대표해서는

섭정 페리언이 있었다.

하지만 페리언은 드워프 도시의 섭정이지만 드워프는 아니었고

진짜 드워프로는 친위대장 파레이온, 그리고 알스메르에 와서 꾸준히 유진과 같이 활동한 릴로가 지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유진 일행에 합류한 해적 선장 샤일로.

물론 샤일로는 아직 측근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사이였지만, 어차피 여기서 유진과 애매한 사이가 한 둘인가?


어쨌든 이 정도가 지금 유진에게 가장 가까운 측근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진은 최근에 느낀 게 많았다.

옛날 21세기에 평범한 사람으로 살 때는 왜 그렇게 높은 사람들이 회의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회의는 시작하면 의례 오랫동안 진행되었고, 대부분 비효율적이고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회장에다 왕까지 되고 나니까 할 수 있는 게 회의 밖에 없구나.’


지금 유진은 주주에게도 백성들에게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책임져야 되는 존재라면 바로 그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바로 지금 그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에이프릴 밖에 없었는데, 어째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나마 해적들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회의를 열어도 유진이 진짜로 신뢰할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르지스는 어디 있습니까?”


“옆방에서 멍 때리고 있습니다. 회장님.

늘 저러고 있어요.”


그 녀석은 당연히 못 믿겠고.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의논할만한 마땅한 사람이 부족했다.


에이프릴은 본래 의사였다.

물론 지금 유진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생각 밖으로 너무 잘해주고 있지만 과연 이런 상황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최창현은 훨씬 노련하다.

하지만 뒤에서 작전을 세우고 지휘관의 참모 역할을 하고 이런 것보다 직접 현장에서 구르는 현장 체질이다.


이럴 때는 비서실장인 남강민이 있었으면 했다.

아니면 하지연이라도.

하지연은 어린 나이지만 하지은 박사가 유진을 위해 안배한 사람이 아닌가?


“안배를 했다는데 왜 이 난리가 난거야?

안배를 잘했으면 지금은 편안한 회장실 회전 의자에 앉아서 거드름이나 피우고 있어야 하는데!”


“네? 회장님?”


“아, 혼잣말이에요.”


지금 현재 가장 의지할만한 조언자는 페리언이다.

하지만 그는 지상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고, 아무래도 지구에서 온 유진과는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


‘결국 내가 결정할 수 밖에 없는 걸까?’




“그 마지막 카드는 예언이겠군.”


“네?”


“뭐라고요?”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여기서 알스메르 출신은 나 밖에 없군요.”


샤일로는 진한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레아 공주의 말이 다 맞기는 하지.

알스메르의 지배자는 실제로는 도시의 귀족들이요.

특히 그 중 몇몇 대귀족 가문이 2,000년간 왕국을 지배하고 있고요.

여왕은 첫 번째 여왕이었던 신녀부터 시작해서 단 한번도 진짜 권력을 가져본 적이 없네.

심지어 가족을 가질 권리조차 없는 게 사실이오.”


샤일로의 표정이 그늘로 가득했다.

그런데 저 표정,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를 거요.

여왕은 절대 그렇게 단순하게 무기력한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걸.”


“아무래도 전통에 따르는 권위가 있겠죠.

왕국의 상징이기도 하고.”


최창현이 샤일로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해보이고 어딘가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최근에 부쩍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거야 당연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오.

여왕의 진짜 힘은 따로 있지.”


“예언이겠죠?”


이번에는 좌중의 시선이 에이프릴에게 쏠렸다.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자 살짝 당황한 에이프릴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예언의 권능이 있어서 여왕이 되었다면서요?

당연히 그런 것 같아서 해본 말이에요.”


샤일로는 고개를 끄득거렸다.


“맞소.”


그때 최창현이 다시 끼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여왕에게 예언의 권능이 있다 하는데, 실제로 여왕이 예언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던 지구에도 그리스의 델포이 같은 신전에는 신의 신탁을 받아 예언을 하는 자들이 있었고, 주변의 국가에서 신전에 공물을 바치고 신탁을 받아갔다고 하죠.”




유진은 그런 이야기는 기억이 났다.


지금은 튀르키예가 있는 소아시아 반도에 리디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이었던 크로이소스가 이웃 나라인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를 공격하기로 하면서 델포이에 신탁을 청했다.

이때 받은 신탁이 그 유명한 "키루스를 공격한다면 위대한 제국이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


그리고 그 예언은 이루어졌다.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를 공격하여 패배함으로써 자신의 제국을 멸망시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리디아 공주와 이름이 똑같군.




“특별한 예언을 들어본 적이 없는 건 당연하오.

왕국의 법이 모두 여왕의 예언이니까.”


샤일로의 말에 따르면 왕국의 모든 법규는 여왕이 예언을 했다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게 진짜인가요? 선장님.”


에이프릴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진짜일 리가 있겠소? 아가씨.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시오.”


22세기의 총아인 의학자 에이프릴 박사가 고대적 세계관을 가진 해적선 선장에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법을 실제로 만드는 건 당연히 귀족들이요.

그들이 합의하여 왕국의 법을 만들고 여왕의 예언이라는 형식으로 발표하는 거요.”


“하지만 예언은 이루어져야 예언이잖아요.

예언으로 법을 만든다면 뭐가 이루어지는 거에요?”


“모든 예언은 이루어지오.”


샤일로는 에이프릴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왕국의 법은 ‘왕국의 번영을 원하시는 신의 뜻’을 전하는 여왕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거든.

그러니까 예언의 결과는 번영이오.

알스메르는 대체로 번영해왔소.

실현된 거지.

가끔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

하지만 결국은 다 극복해왔소.

그러니 법으로 표현되는 예언은 항상 이루어지는 셈이지.”


이때 최창현이 끼어들었다.


“그러다 더 이상 번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때요?

예를 들어 왕국이 멸망한다던가.”


“그건 그때 이유를 생각하겠지.”


“왕국이 멸망한다고 해도 그건 더 큰 영광을 위한 단계일 뿐이라고 발표하면 되겠군요.

어차피 우기면 되니까.”


유진이 입을 열자 에이프릴이 반색했다.


“그러네요. 회장님.

그러면 예언은 무조건 이루어지는 거군요.

역시 똑똑해요, 우리 회장님.”




이때 말없이 듣고 있던 페리언이 입을 열었다.

본래 지하 도시의 섭정인지로 정위치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어차피 지금 그들이 있는 세계수의 뿌리는 아보르와 연결되어 있다.

드워프들을 동원해 공중섬을 정복한 이후 드워프들이 섬을 드나드는 경우가 부쩍 늘었고, 섭정인 페리언도 자연스럽게 중간 지역인 세계수의 뿌리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페리언의 모습은 유진에게 큰 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엉터리 예언이 알스메르 왕실의 진짜 모습은 아닐 거요.

그들의 선조인 초대 신녀의 예지력은 정말 유명했소.

그리고 역사 속의 여왕들 중에서도 예언을 통해 유명해진 이들도 많소.

정말로 여왕의 예언이 그렇게 전부 엉터리라고 하면 알스메르의 왕실이 그렇게 유명할 리가 없지.”


“맞습니다.”


다들 유진의 입을 바라보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레아 공주가 그러더군요.

왕실의 예언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세 번째 단계의 예언이 아까 말한 법과 통치 명령의 형식으로 발동되는 예언.

그러니까 사실상 엉터리 예언이고.

왕실 내부에서 행해지는 진짜 예언이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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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5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5 0 11쪽
» 71 여왕의 예언 23.12.19 26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5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8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4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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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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