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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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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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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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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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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 공주와 공주 (1)

DUMMY

53


공주와 공주 (1)






“하늘배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니 신기한 일이군요.”


“하늘배를 쓰지는 않지만 비슷한 게 있기는 합니다.

우리는 그걸 비행기라고 부르죠.”


그러고 보니 비행기(airplane)도 앞에 ‘공기’가 붙어 있구나.


“흥미롭군요.

그렇다면 유진 공께서는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오신 겁니까?”


“그건 아니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비행기를 타고 온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서 올라온 건데.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드워프들은 오만하고 고집불통이긴 하지만 유용한 도구를 많이 만드는 재주꾼들이죠.

공께서는 드워프들과 친분이 있으신가 봅니다.

드워프 상단의 소개장도 가지고 오셨으니까요.”


‘그다지 친하진 않지만, 신하로 두고 있는 드워프가 수만 명이지.’


바트로 남작이라고 했던가?

앞에 앉아 있는 젊은 귀족은 유진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다.

싫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지만 대답을 하다보니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남작은 일부로 곤란한 질문을 해서 유진을 힘들게 할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호의가 함께 나타나 있었다.


“네, 드워프들과는 인연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활동하는 동안 그 인연이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물론입니다.

드워프들이 가져오는 광물과 아이템은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죠.”


그렇다면 드워프 도시의 왕이 된 유진은 이세계에서 굉장히 유용한 수단을 손에 쥔 셈이다.

그 외에도 바트로 남작과의 대화는 유진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다.

릴로를 통해 얻은 정보도 유용했지만, 인간 국가의 귀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큰 가치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유진은 남작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이세계(異世界)에 가진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스타테이라가 ‘헤븐스피어’라고 부른 이곳 세계는 엄청나게 광대한 공간이었다.

단순히 지구의 열 배, 백 배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 이상...

상상할 수도 없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백년 동안 인류가 이세계를 탐험했지만 지적인 종족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마치 인간이 아직도 외계인을 조우하지 못한 것처럼.


그리고 이세계는 너무나 광대하고 다양했기에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국가와 지역이 있다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말은 바로.


‘지구에 대해서 거짓말 할 필요가 없겠네.

대충 말해도 다 통하겠어.’


그동안 이곳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는 것이 상당히 곤욕이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게 가장 편하겠지만, 사람들이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고, 게이트를 통해 다른 공간이나 다른 차원과 연결된다는 데에 대해서도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어쩌면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국이나 소인국, 아니면 하늘을 떠다니는 섬이 있을 지도 모른다.


바트로 남작과의 대화가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할 무렵, 문이 열리면서 시종이 등장했다.


“공주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시종의 알림과 함께 유진과 남작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중단되었고,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 일어선 채 공주를 기다렸다.




“반가워요. 두 분.”


바트로 남작이 먼저 공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잠시 제가 손님 말상대를 해드리고 있었습니다.”


“잘하셨어요.

제 손님이 심심하지 않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시종무관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전하.”


바트로 남작이 인사를 마치고 옆으로 비켜서자 공주가 유진의 정면으로 다가왔다.


유진은 그동안 연습한 대로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왼발을 뒤로 빼면서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주 전하.

먼 나라에서 온 손님을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유진공.

기다리게 해서 제가 미안해요.

실은 언니한테 불려가서 잔소리를 좀 듣고 오느라 늦었어요.

이해해주시길.”


인사를 마친 유진은 고개를 똑바로 공주를 바라보았다.

사실은 아까부터 이 왕국의 둘째 공주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면서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구에도 여전히 왕국은 있고 공주들도 있지만 유진이 그런 공주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차원에 와서 인간의 모습을 한 진짜 공주를 만날 줄이야.


‘응?’


호기심에 차 있던 유진의 얼굴이 경탄으로 바뀌었다.


‘대단한 미녀잖아?’


어머니인 여왕의 미모를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다.

그런데 앞에 서 있는 여성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게다가 검은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전형적인 한국인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진이 살았던 21세기의 전형적인 한국 미녀의 얼굴이었다.

지금 22세기의 전형적인 한국인 미녀라면 아마 지금 세계수 뿌리에 있는 아지트에서 유진을 기다리고 있을 에이프릴 박사 같은 여성일 것이다.

금발 머리에 초록 눈을 가진 여성이 지금 22세기 한국의 대세 미녀이기에.


여성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기에, 미녀에 대한 항마력도 강한 유진도 움찔할 정도의 미녀 공주.

여자에 대해서는 별로 말재주가 없는 유진에게 그녀의 미모를 표현하라고 하면 아마 이 정도 말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잘 나가는 대세 걸그룹의 센터를 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그런 미모구나.’




“뭘 그렇게 빤하게 보시는 거죠?”


이런.

큰 실수를 했다.

왕정 국가인 이 나라에서 공주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일 것이다.


“아닙니다. 공주님.

한참을 기다리다 전하를 뵈었더니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잠시 생각이 안 나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소서.”


“아니에요.

저 때문에 많이 기다리셨죠.

제가 미안합니다.”


공주는 오히려 유진에게 미안해했다.


성격까지 착한 공주라니.

이러면 완벽한 데...

뭔가 흠이 있을 것이다.


이때 시종무관 바트로 남작이 끼어들었다.


“공주님.

조금 전까지 유진공과 공주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제국행(行)에 도움을 주실 생각이라 합니다.

여왕 폐하께서 친히 부탁을 하셨는데 공께서 기꺼이 수락을 하셨다 합니다.”


착한 바트로 남작은 유진을 위해서 뭔가 말을 거들어주고 싶은 것 같았다.


‘그건 고맙지만...’


그렇다고 유진이 공주를 호종(扈從)해서 네오-라테안 제국으로 가겠다고 확답을 한 건 아니다.

이게 은근슬쩍 기정사실화되어선 곤란했다.


“공주 마마.

먼 곳에서 온 이방인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다만 여왕님께서 특별히 저에게 베푸신 은혜도 있고, 당부하신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공주님께 도움을 드릴 방법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

처음 본 여자를 따라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제국까지 따라가기는 좀 그렇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야 유진 공께서 함께 가주시면 든든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을 외국인에게 드리는 것도 실례라 생각합니다.

마음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죠.”




***




유진은 며칠 전에 있었던 여왕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유진 공은 외국인이시니 우리 나라 사정에 대해서 잘 모르시죠?”


“네, 조금 공부하였지만 그리 깊이 알지는 못합니다.”


“우리 ‘알스메르’는 옛날 옛적 라테안 성황제가 건설한 첫 번째 수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왕국입니다.”


“네, 귀국의 유서 깊은 역사에 대해서는 항상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왕국이야말로 옛날의 진짜 라테안 제국의 계승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그렇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힘센 나라는 ‘네오-라테안 제국’이라고 했다.

그 제국은 자신들이 옛날의 제국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렇다면 그 제국 입장에서는 알스메르가 상당히 귀찮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네오-라테안 제국을 슬기롭게 상대해 왔습니다.

그들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자부심을 잃지 않았죠.

제국도 그만큼 우리를 존중해주었고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여왕은 담담하게 유진에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의 황제가 즉위한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주변에 강요하고 있고 우리 왕국에 대한 요구도 거칠어졌어요.”


힘없는 약소국의 신세는 지구도 여기도 비슷한 것 같았다.


“제국의 종교라면 라테안 정교 말씀인가요?”


지하 도시에서 페리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승천한 성황제 라테안을 섬기는 제국의 종교가 페리언의 종교를 탄압했다는 이야기.


“네, 우리 왕국은 항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왔습니다.

여전히 그들의 압박이 거세지만 백성들의 권리는 지켜줘야죠.

비록 못난 여왕이지만.”


“고심이 많으시겠습니다. 여왕님.”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백성들도 중요하지만 나도 어머니랍니다.

이해하시죠?”


“그럼요.”


여왕은 유진 앞에서 몸을 바르르 떨면서 분노를 표했다.

처음 본 사람 앞에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진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얼마 전에 제국이 우리 왕국에 통보해 온 것이 있어요.

조금 있다 황태자 책봉식을 거행한다고 하더군요.”


“황태자 즉위식을요?”


“네, 본래 황태자가 따로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황제가 그를 폐위시키고 다른 아들을 황태자로 세웠답니다.

그거야 그들의 내정이지요.”


“그렇죠.”


“그러면서 우리 왕국에게 책봉식의 축하 사절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옛날 한반도의 왕조들도 중국에서 새로운 황제나 황태자가 등장하면 축하 사절을 보내곤 했다.

여기도 비슷한 문화를 가진 걸까?


“그런데 그 축하 사절로 내 딸을...

리디아를 보내라고 통보해 왔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어떤 사절을 보낼지는 우리의 주권 사항이에요.

지금까지 우리는 한번도 공주를 제국에 보낸 적이 없어요.

유진공!”


“네?”


“왜 제국은 우리한테 그런 요구를 하는 걸까요?”




***




‘이렇게 예쁜 공주라면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하지.

늙은 황제나 젊은 황태자가 노리는 걸까?’


유진이 백년 전에 봤던 아침드라마의 내용을 생각하고 있을 때, 공주가 고개를 시종 무관에게 돌렸다.


“바트로 남작님.

언니가 저에게 심부름을 시켰어요.

남작님이 준비를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아요.”


“레아 공주님이요?

무슨 심부름을?

그냥 시녀나 시종에게 시키면 될 일을 왜 공주님에게 시키시는 거죠.”


레아 공주의 이름이 나왔다.

왕국의 첫 번째 공주이며 차기 여왕의 이름이었다.


“그게 알스메르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국 수도 크라쿠프에서 황실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오라더군요.”


“황실 도서관이요?

성황제 시절부터 내려온 자료들을 다 모아놓았다는 그 도서관 말씀이죠?”


“네, 거기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오라고 하더군요.”


리디아 공주는 들고 있던 종이 쪽지를 자신의 시종 무관에게 건네 주었다.


“음...

레아 공주님이 이런 데 관심이 있으신 줄은 몰랐군요.

「제국 항로 전도」, 「제국 주요 좌표집」, 「고대 항로 지식 연구초」.

대부분 지리학 책들인데요?

여왕이 되셔도 알스메르에서 꼼짝도 하실 수 없는 분이 이런 책을 왜?

이건 초장거리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책들인데요?”




“공주님!”


“네? 유진 공.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는지?”


“죄송합니다.

저도 꼭 같이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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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5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5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5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5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8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4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0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2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7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4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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