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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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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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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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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DUMMY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저게 뭐지?”




며칠 전 일행이 세계수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왔던 날이었다.


릴로의 설명에 따르면 아득한 옛날에는 세상 곳곳에 세계수가 하늘까지 뻗어 있었고, 신과 영웅들이 그 줄기를 통해서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수는 하나씩 무너졌고,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수는 몇 그루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유진 일행이 도착한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하늘 끝까지 뻗어 있던 세계수가 있던 자리는 폐허만 남고 거대한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행이 문을 열고 나온 곳이 바로 그 세계수의 뿌리가 지상으로 노출된 장소였다.

사람들은 숲속을 걸으면서 모처럼 맞이하는 햇빛을 만끽했다.

그들이 있었던 지하 도시가 완전한 암흑 천지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지구인들에게 익숙한 것은 태양과 하늘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을 살필 때 유진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눈에 띄는 물체가 있었다.




“릴로, 저게 뭔가?”


이세계에서 드워프도 보고 드래곤도 보았다.

무엇이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유진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지구에서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 저거 말씀입니까?

하늘배네요.

여기가 하늘배의 항로 부근인 걸 보아 근처에 도시가 있나 봅니다.

제가 도시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우리 드워프들의 조직은 어디든지 있으니 이곳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도시 말고.

저거 말야.

저게 배라고?

배가 하늘을 날 수 있는거야?”


배가 하늘을 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유진의 눈 앞에서 날고 있는 건 틀림없는 배였다.

21세기에서 온 한국인에게 익숙한 유선형의 날씬한 비행기가 아니라 과거 범선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양의 배.


“네, 보아하니 상선인 거 같군요.

그런데 그게 왜?

설마... 폐하! 하늘배를 처음 보시는 겁니까?”


항상 공손했던 릴로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런 것도 모르는 놈’이었다니 하는 표정이었다.


릴로의 반응을 보니 이 곳에서는 하늘에 배가 날아다니는 것이 당연한 상식인 모양이었다.

모르는 건 물어봐야지.

이제 릴로의 반응을 경계할 필요는 없다.

유진은 왕이고, 드워프 여행가는 그의 신하이니까.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인간이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저런 모양의 탈 것을 이용하지는 않아.”


유진은 문득 비행선을 떠올렸다.

20세기 초에 인간이 열심히 만들어 사용하던 비행선이 저거랑 비슷했으려나?

하지만 아무리 봐도 비행선은 아니었다.

비행선은 위에 거대한 기낭이 달려 있어서 비행기보다 훨씬 크지만 실제 인간이 탑승하고 짐을 실을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작다.

하지만 지금 유진의 눈앞에 있는 것은 진짜 배였다.


“그러셨군요. 폐하.”


릴로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왕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로 마음먹었다.

좀 더 쉬운 설명이 필요했다.


“우리 지하 도시와 달리 지상에서는 저런 커다란 탈 것을 이용해서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를 연결합니다.

우리는 저걸 ‘하늘배’라고 부르죠.”


릴로의 설명에 따르면 길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배도 있고, 몇 사람만 탈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배도 있다 한다.


“길이가 몇백 미터라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항공모함이나 대형 유조선만한 크기이군.

그런 게 하늘을 난다고?”


“항공모함이나 유조선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늘배는 재료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목과 용골을 구하기가 힘들죠.”




***




“반갑네. 대단한 기술자라고 들었네만.”


하늘배의 중개상인 다이렌이 소개한 사람은 아르말로라는 기술자였다.


“옛날에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배를 안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들었네.

그런데 왜 지금은 안 만들고 있는 거지?”


지구가 아닌 이세계의 사람 나이를 판단하는 건 쉽지 않지만, 유진이 보기에 아르말로는 끽해야 중년의 남성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 같은데?

잘은 모르지만 여기서 하늘배 만드는 기술자들은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고 들었네.”


“하하. 기사님.

여기 아르말로는 그런 평범한 조선공이 아닙니다.

기존의 배는 물론이고 새로운 배를 설계하고 만들어 띄울 수 있는 대단한 친구입니다.”


옆에 서 있던 중개상 다이렌이 말을 거들었다.


“정말 대단하군.”


유진이 살던 지구에는 이미 한 두 사람이 배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거대한 배를 만드는 건 기업과 조선소라는 거대한 조직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서는 우수한 기술자 한 두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는 듯 했다.


다이렌도 알스메르에 있는 드워프 상단이 믿을만하다고 소개한 중개상이었다.

그런 다이렌이 자신있게 소개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범상한 기술자가 아닐텐데, 왜 지금은 배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바로 그게 문제였죠.”


유진이 진심으로 감탄해주자 아르말로의 경계심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저는 항상 최선의 기술로 최고의 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배를 만들 때는 원래 있던 배보다 나아야죠.

먼저 만든 배보다 뒤에 만든 배가 못하다면 그건 기술자가 아니라 장사꾼이죠.”


“당연히 그렇겠지.”


아르말로는 유진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지만 먼 곳에서 온 신분이 높은 사람으로 소개를 받은 상태였다.

그런 귀족이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하니까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선소 놈들은 배를 너무 엉터리로 만들어요.

그놈들이 장사꾼이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귀족 나리들은 달라야 할 것 아닙니까?

그 분들도 배를 주문하면서 늘 하는 말이 돈, 돈.

제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아르말로의 말을 요약하면,

그는 항상 최고의 배를 만들고 싶었는데 적당한 가성비의 배를 원하는 고용주와 생각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자들은 항상 자신의 기술에 대해 긍지가 있지 않나?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의 업을 접을 정도였다는 말인가?”


“그게, 기사님.”


다이렌이 끼어들어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음...

결국 여기 대귀족의 주문을 받아서 배를 만들다가 그의 비위를 거슬러서 더 이상 배를 만들기 힘들어졌다는 거군.”


역시 권력자가 갑질하는 건 여기나 지구나 마찬가지였다.


“네, 이제 알스메르에서는 이 친구에게 주문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존의 조선소에 취업하기도 힘들어졌고요.”


배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다른 도시로 가야되는데 그건 싫단다.


“저는 대대로 알스메르에서 배를 만들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무리 잘나신 엘프 귀족이라 해서 여기 토박이인 저를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알스메르만큼 용목을 구하기 쉬운 곳도 없고요.”


“엘프 귀족?

자네를 괴롭히는 그 귀족 말인가? 그게 누군데?”


“알데브란 후작입니다.

대대로 명가이지만, 당대의 알데브란 후작은 왕국 최고의 권력자입니다.

여왕 폐하도 그분의 눈치만 보시죠.

불쌍하신 우리 여왕님.”


알데브란 후작?

그때 그 재수 없던 놈?


유진은 아르말로를 만나기 전부터 웬만하면 그에게 배를 주문할 생각이었다.

이제 그 결심이 굳어졌다.


“내가 주문하지.

나를 위해 배를 만들어주게.

일단 한 척 부탁하네.”


“네? 제게 배를 주문하신다고요?

그게 지금은 좀 곤란합니다.”


“왜?

나는 왕국 사람이 아니라 후작 따위는 신경쓰지 않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배를 만드는 걸 쉰 지 1년이 넘었습니다.

만날 열심히 닦고 조이고 기름쳤기에 아직 작업장이야 멀쩡합니다만,

쌓아놓은 부품들이 거의 없습니다.

급료를 못줬기에 조수들도 거의 그만뒀고요.”


“그건 내가 해결해주겠네.”


이제 유진도 어느 정도는 이세계(異世界)에 대해 알 거 같았다.

여기나 지구나 인간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비슷하겠지.


“길이 60m 정도 되는 배를 주문하고 싶네.

모든 걸 최고의 부품으로 쓰고, 자네의 창의성까지 더 한 걸작으로 주문하겠네.

그러면 얼마 정도가 필요하지?”


“네? 걸작이라고요?”


미심쩍어하던 아르말로의 표정이 ‘걸작’이라는 단어를 듣고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 정도 크기의 배라면 일반적인 조선소에서 30만 골드 정도를 지불하시면 건조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배 정도의 건조비를 쓰기 때문에 돈을 더 주셔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 작업장을 다시 가동하려면 추가 비용이 더 들기에...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습니다. 나리.

다른 조선소를 찾으시는 게 좋겠어요.

대충 계산해봐도 저에게 주문하시면 다른 조선소의 다섯 배 정도는 지불하셔야 됩니다.

아무리 제가 남들보다 좋은 배를 만든다고 자부하지만 다섯 배의 가치는 없습니다.”


“이 봐. 아르말로.

이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내가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여기 귀족 나리를 자네한테 소개한거야.

기존의 부품들을 잘 활용하고 그러면 다섯 배 이하로 줄일 수 있잖아.”


아르말로를 소개해준 중개상 다이렌이 더 애가 타는 모양인지 그를 말렸다.


“기사님.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이 골통을 잘 설득해보겠습니다.

제국 황제를 위한 어용선을 건조하는 것도 아니잖아!

단가는 한번 잘 맞춰 보자고.

나는 정말 자네가 만든 배를 다시 보고 싶네.

수백 년 동안 똑같은 배만 만드는 그런 조선소들은 이제 지겹다고!

자네 같은 사람이 배를 만들어야 진짜 하늘배지!”


하지만 다이렌도 아르말로도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다.


“열 배 주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열 배를 주겠네.

제국 황제를 위한 어용선이라고?

그것보다 더 좋은 배를 만들어준다면 더 지불할 용의도 있네.”


그들 눈 앞에 있는 이방인 벼락 귀족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돈이 많았다.

지하에 있는 부유한 드워프 도시의 왕이며,

드래곤이 수 천 년 모아놓은 레어를 털어서 차지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유진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




아르말로에게 배를 주문하고 근거지인 숲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왜 그렇게 하늘배에 집착하십니까? 회장님.

배가 하늘을 나는 것이 신기하기는 하지만, 우리 세계는 비행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하늘을 날고 싶으면 날면 되잖아요.

우리는 용이 세 마리나 있는데... 아니 한 마리군요.”


에이프릴이 드래곤들을 바라보다가 얼른 단어를 바꾸었다.

아르지스는 몰라도 엘가나 아이네스에게 ‘마리’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물론 용들은 전혀 상관없는 표정이었다.

‘마리’라는 단어를 통해 자신들을 짐승 취급해서 개의치 않는 건지, 아니면 이세계에는 아예 ‘마리’라는 단어가 없기에 이해를 못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니요.

우리는 배가 꼭 필요합니다.”


“배를 하늘에 띄워서 우리가 들어온 게이트를 찾으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네, 본부장님.

처음에는 그것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릴로랑 이야기하고 여기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더군요.”


“그러면?”


“이곳에서는 하늘을 나는 교통 수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배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합니다.

배를 갖지 못한 자는 그들에게 복종할 뿐이죠.”


“하기는 법으로 배는 귀족만이 소유할 수 있게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회장님이 여왕을 찾아가신 거 아닙니까?”


“그렇죠.

처음에는 그냥 배를 소유할 수 있는 허가만 얻어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습니다.”


유진은 그의 일행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았다.


“돌아가면 최선이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죠.

그래서 나는 이 곳의 지배자가 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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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4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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