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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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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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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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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지켜야 할 보물 (2)

DUMMY

57


지켜야 할 보물 (2)






페리몬은 기분이 좋았다.


보스의 기분이 좋아보이자 덩달아 부두목 헬론의 목소리도 커졌다.


“손실은 374명입니다.

인간 23명, 오크 54명, 고블린 215명, 나머지는 기타 종족입니다.”


“그깟 싸구려 놈들은 아무리 잃어도 상관없어.

배가 중요하지.

잃어버린 배는 없나?”


“배는 한 척도 잃지 않았습니다.

두 척이 조금 수리를 해야 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제국의 정규 전투함 두 척과 싸웠는데 한 척의 배도 잃지 않았다니!

이건 운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었다.


해적이 얼마나 죽거나 포로가 되었던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해적이 되겠다고 몰려오는 뜨내기들은 넘쳐났고, 혹시라도 인력이 부족하다면 노예 시장에서 사와서 채우면 될 일이다.

배! 배! 배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국이나 해적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배를 하나도 잃지 않았다.


“두목, 하지만 놈들의 배를 한 척도 나포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전투함을 나포할 수 있었으면 대박이지.

하지만 그게 되겠어?”


제국의 전투함에는 같은 크기의 민간 선박보다 훨씬 많은 전투원들이 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숫자의 해적선이 전투함에 덤벼들어도 상대가 안 되었다.

게다가 전투원의 질적 수준은 천양지차.

애초에 게임이 안되는 싸움이었다.

결국 일곱 척의 해적선이 두 척의 제국 전투함에 달려들었지만 꼬리를 말고 결국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야.

우리는 진짜 보물을 얻었잖아.

나를 돈방석에 앉혀줄 진짜 보물을.

푸하하.”


페리몬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는 듯 크게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두목님.

그쪽에서 큰 대가를 약속했으니 이제 두목님은 엄청난 돈을 만지시겠군요.”


“하하. 그래.

하지만 헬론.”


“네, 두목님.”


“진짜로 돈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원래 귀족이라는 놈들은 왕국놈들이든 제국놈들이든 다 똑같아.

우리 같은 평민들은 대등한 인간으로 여기질 않지.

인간도 아닌 우리 같은 놈들한테 한 약속 같은 건 지킬 필요도 없다는 게 그놈들 생각이야.”


“그건 저도 잘 알죠. 두목님.

여기 있는 놈들 중에서 귀족놈들 찢어죽이고 싶어 무리에 가담한 놈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번에 잡아 온 보물을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약속받은 돈을 다 받기 전에는 구경도 안 시켜줄거니까.

애들 입단속도 좀 철저하게 시키고.”


“명심하겠습니다. 두목님.”


“아, 그리고 감시하는 놈들에게 분명하게 말해 둬.

얼굴 반반하다고 헛된 욕심 부리는 놈이 있으면 내가 배때지에 구멍을 내서 크라켄 먹이로 던져 버린다고 해.

그리고 헬론 너도 마찬가지야!”


“어이쿠, 두목님.

저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너한테도 한 몫 단단히 돌아갈거야.

그러면 그런 노예년은 열 명도 더 살 수 있어.

그러니 그 보물단지 철저하게 지키라고!”


두목의 목소리가 커지자 헬론은 고개를 굽신거리면서 열심히 비위를 맞추었다.

이 해적무리는 페리몬의 절대적인 카리스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헬론이 지금 부두목이라 해도 앞에 있는 저 괴물이 변덕을 부리면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해적들의 세계였다.


“그러면 다른 포로들은 어떻게 할까요? 두목님.”


“제국군 포로들은 평소대로 처리해.

우리 무리에 합류할 놈이 있는지 확인하고 싫다는 놈들은 전부 노예로 팔아버려라.

단 보물단지와 같이 알스메르에서 온 놈들이 있으면 그놈들은 따로 구분해서 가두어 둬.”


“네, 두목님.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뭐야?”


“잡아 온 포로 중에 좀 특이한 놈이 있습니다.

제국군은 아니고 공주를 수행해 온 자 같은데 그렇다고 알스메르 출신도 아니랍니다.

아주 먼 곳에서 왔다던데, 뭐 ‘대한민국’이라던가 하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합니다.”


끝도 없이 광대한 헤븐스피어의 세계에서 아무리 지리적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그들이 사는 모든 세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무식한 해적의 세계에서는 더 그랬다.


“그렇게 멀리 선 이방인 놈이 왜 공주랑 같이 있었데?”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 아이들이 보물을, 아니 공주를 데리고 올 때 그 놈이 공주를 구하려고 우리 배에 뛰어들었답니다.

전투력은 별 거 아니어서 금방 제압해서 쳐넣어놨습니다.”


“잘 했군.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야?

지금처럼 가둬두면 되잖아.”


“네, 두목.

어차피 그놈이야 죽던 말던 알 바 아니죠.

그런데 공주가 꼭 그놈이랑 같이 있겠다고 난립니다.

그놈이랑 같이 있게 해주지 않으면 밥도 안 먹을 거고 기회가 생기면 자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년이군.

해적을 협박하다니.

협박은 우리가 해야지.”


-똑똑


마침 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면서 경비를 서던 해적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두목님!

샤일로 선장이 두목님을 찾아왔습니다.”


“샤일로가?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늘씬한 장신의 인간 남자가 페리몬의 집무실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목님.”


“오, 샤일로.

오랜만이군.”


페리몬이 아무리 무리를 이끄는 두목이지만 그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존재가 있는 법이다.

지금 앞에 서 있는 샤일로가 그랬다.

그는 본래 페리몬과 같은 선장으로 자신의 배를 가지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볼 때 해적들은 다 똑같이 나쁜 놈들에 불과했지만,

해적 내부의 세계에서는 엄격한 질서가 있고 서열이 있었다.


그런 해적 집단의 최상부에 있는 것이 바로 해적선의 선장들이었다.

이들은 종사하는 업종이 문제여서 그렇지 본질은 자영업자랑 비슷했다.

각 선장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배를 구하고 선원을 구해서 노략질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 필요에 따라 연합하고 선장들끼리 주종 관계를 맺기도 하였다.


지금은 여기 공중섬의 주인인 페리몬도 원래는 해적선 선장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싸움질 밖에 모르는 다른 선장들과 달리 그는 머리가 제법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제국과 여러 왕국에 끈을 만들었고 숨은 후원자와 물주를 만들었고 그 힘을 이용해서 여러 선장들을 자신의 휘하에 넣었다.

그래서 지금은 무려 수십 척의 배를 거느린 대집단의 수장이 되었다.


그러나 여러 해적선 선장들 중에서는 만만한 자도 있고, 무시할 수 없는 자도 있었다.

앞에 선 샤일로가 후자에 속했다.


“무슨 일인가?”


“배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출장에서 재수 없게 제국군 전투함 세 척한테 쫓기면서 얻어맞았잖습니까?”


“그랬었지.

그래도 자네 정도 되니까 무사히 살아 돌아왔지.

다른 놈들 같았으면 붙잡혀서 제국군 돛대에 다 매달려서 교수형 당했겠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쨌든 그때 일로 배가 상해서 수리중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좀 부서진 줄 알았는데 오늘 확인해보니 용골에 균열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늘배는 세계수의 줄기를 이용해서 만든 용목(龍木)으로 만든다.

특히 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용골(龍骨)이다.

용골은 배 바닥의 중앙을 버텨주는 길고 튼튼한 용목인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줄 세계수 줄기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그런데 나도 용골이 남는 게 없는데?

최근에 나포한 배들은 다 팔아먹었고 말야.”


“알고 있습니다.

요즘 용골 남아도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단 다른 용목을 잔뜩 덧대어서 버텨봐야죠.”


“그래, 그런 거라면 최대한 지원해주겠네.

안 그래도 좀 전에 제국군과 싸움이 있었는데, 그때 배 한 척을 나포해올 걸 그랬군.

그럼 자네한테 통째로 넘겨줄 수도 있었는데.”


페리몬의 인사 치레를 들은 샤일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어쨌던 여유분이 있으면 좀 도와주십시오.

이 신세는 꼭 갚겠습니다.”


“신세라니.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가 걱정말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제국군 전투함 말입니다.

오면서 얘기를 들었는데 알스메르 공주를 잡아왔다면서요.”


페리몬이 헬론을 째려보자 헬론은 억울하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두목님, 저는 아닙니다.”


“됐다!

원래 해적놈들이 입이 싸기로 유명하지.

지금쯤 온 공중섬에 다 퍼졌겠군.”


해적들은 나름의 군율이 있는 정규군이 아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들은 배에서 내리면 바로 싸구려 선술집이나 사창가에 가서 그날의 모험담을 떠들어대고는 했다.

해적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라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아, 그러고보니 자네가 알스메르 출신이라고 했지?”


“출신이요?

노예 자식에게도 고향이나 출신이란 게 있습니까?

알스메르 쪽을 향해 침도 안 뱉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페리몬도 샤일로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었다.

샤일로는 해적치고 입이 상당히 무거웠기에 그에 대해 잘 아는 선장은 거의 없었다.

다만 그가 알스메르 출신이라는 건 페리몬도 알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알스메르의 대귀족의 사생아라는 말도 있고,

귀족과 노예첩하고 사이에 낳은 천출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걸 직접 샤일로에게 가서 물어볼만큼 간이 큰 해적들은 없었다.

아니면 그렇게 간이 큰 해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뒤졌을 지도 모를 일.


“그래도 저도 알스메르에 대한 기억은 좀 있는 법이죠.

궁금한 사람도 있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그 공주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눈치빠른 페리몬은 샤일로가 그를 찾아 온 진짜 목적이 이거라는 걸 눈치챘다.


무슨 일일까?

설마 공주를 데리고 탈출이라도 하겠다는 걸까?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샤일로는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그럴만한 동기도 없고.

게다가 샤일로의 배 ‘아카데아’는 지금 수리중이라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이참에 샤일로에게 뭔가 생색을 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공주를 만나게 하기는 뭔가 좀 찜찜한데...


“샤일로!”


“네, 두목.”


“당장은 공주를 만나게 하기가 좀 그래.

지금은 공주를 데리고 조사하는 게 있거든.”


‘개뿔을, 무슨 조사.

우리가 무슨 제국 감찰부쯤 되는 줄 아나.’


이런 헬론의 속마음과 무관하게 페리몬의 말이 이어졌다.


“대신 다른 놈이 있어.

공주랑 같이 알스메르에서 온 놈인데 그놈은 당장이라도 만나게 해주겠네.”


페리몬은 자신이 생각해 낸 기막힌 아이디어에 스스로 만족했다.


‘이방인이라고 했지?

지가 뭘 알겠어.’


어쨌던 샤일로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지 않았고 생색도 낼 수 있다.

설마 샤일로가 공주가 엄청난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와서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닐 거 아닌가?


생각대로 샤일로는 순순히 승낙했어.


“그것도 괜찮겠네요.

그 자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래. 이봐 헬론, 뭐하나?

얼른 샤일로를 그놈한테 데려가.”




***




유진은 바닥에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았다.

딱히 특별한 의도가 있어 천정을 보는 건 아니고 지금 자세에서는 그거 외에는 다른 자세가 힘들었다.

팔이 뒤쪽으로 결박되어 있었고, 다리도 족쇄로 묶여 있었다.


‘방심했다.’


한 달 전에 인공 동면 캡슐에서 눈을 뜬 이후 이상하게 일이 술술 풀려나갔다.

비록 게이트에서 지하로 떨어진 건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그 뒤 일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에는 무려 용을 때려잡고 비록 작은 지하 도시지만 어쨌던 ‘왕’이 되지 않았던가?


이런 행운이 이어지니까 경계심을 잃은 것 같다.


백 년 전의 자신이었으면 해적선 위로 혼자서 뛰어내리는 미친 짓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창현 본부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을 믿고 낯선 제국군 전투함에 탄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혼자 내버려 두고 해적선에 뛰어들었다.

만일 치명적인 부상이라도 입었으면 큰일이고, 멀쩡하더라도 그는 낯선 제국군 진영에 혼자 남겨진다.


‘지금까지 부하 직원들의 도움만 받아왔다.

회장으로서 책임감있게 챙겨주지를 못했어.’


그런데 희한한 것이 이렇게 최창현의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 천장에 떠오르는 건 리디아 공주의 얼굴이었다.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유진이 갇혀 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일어나라!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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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29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7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38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3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0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3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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