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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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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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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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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왕의 판결 (2)

DUMMY

65


왕의 판결 (2)






“먼저 해적의 수괴 페리몬은 사형에 처한다.

사형은 즉시 집행한다.”


“다음 페리몬의 고위급 부하들 중에 악행이 심한 자도 사형에 처한다.

단, 잘못을 뉘우치고 나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자는 정상을 참작한다.

이들에 대한 처형은 다음날 집행한다.”


“일반 해적선의 선장과 해적들은 전원 노예로 만든다.

해적들에게 봉사했던 소위 ‘민간인’들도 전부 노예로 만든다.

단, 이후 정황을 파악하여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자들은 방면한다.”


“현재 해적들의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은 전원 석방해서 돌려보낸다.

단, 만일 고향에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조건으로 신하로 받아들인다.”


왕의 입에서 판결이 떨어지자 모든 드워프들은 고개를 들어 복종을 맹세했다.


“현명하신 판결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용을 퇴치하셨고 지하 도시를 복종시키셨으며 이제 공중섬까지 정복하신 위대한 군주시여.

만세! 만세! 만만세!”


이제 드워프들이 부르는 만세 소리는 익숙해질 지경이다.

그나저나 지금 드워프들이 말하는 ‘만세’는 정확하게 무슨 의미일까?

통역 마법에만 의지하지 않고 그들의 언어를 좀 공부해야겠다.

그래야 신하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폐하.”


페리언도 유진의 판결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긍정의 뜻을 표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유진으로서는 최대한 현실과 원칙을 타협한 것이었다.


본래 제국과 같은 이세계(異世界)의 일반적인 국가의 군대가 이런 해적섬을 점령하였다면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해적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교수형, 그리고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은 노예가 되어 군인들에게 분배되었을 것이다.

억울하게 해적들에게 잡혀 온 피해자라 하더라도 군대를 보낸 국가의 신민이 아니라면 역시 전리품으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유진도 최대한 이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천 명을 한꺼번에 처형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체포한 해적의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반항하다 죽은 놈들이 천여 명, 부상으로 저항할 수 없어 잡힌 놈이 천여 명, 더 이상의 저항이 불가능해져 손들고 나온 놈이 천여 명 정도입니다.”


아직 살아 있는 놈들만 오천 명이란다.

아무리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하지만 아직 유진은 오천 명을 그 자리에서 처형할 정도로 감정이 메마르지는 않았다.


“그럼 이 섬에 주재했던 해적놈들이 삼천이 넘었다는 소리군요.”


“현재 있는 놈들만 그렇습니다.

노략질하려고 나간 놈들까지 다 돌아오면 오천은 되겠죠.”


“그럼 해적이 아닌 소위 ‘민간인’에다 감옥에 갇혀 있는 포로들까지 합치면 일만 명은 되겠군요.”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엄청난 숫자였다.

유진이 왕이 된 지하 도시 아보르의 인구가 드워프들만 2만, 다른 종족들까지 다 합치면 5만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 공중섬의 상주 인구가 1만이라니.


“섬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나요?”


“정확한 크기는 더 조사해봐야 합니다만, 현재 포악한 바로는 가장 긴 쪽의 길이가 1.5 킬로미터 정도 되는 고구마 모양, 그러니까 타원형입니다.”


생각보다는 작았다.

긴 지름이 1.5킬로미터 정도라면 서울 시내의 동 한두 개 정도의 크기였다.

여의도 면적의 1/3이나 되려나?

물론 표면에 노출된 부분은 극히 일부이고 지하에 넓은 공간에 있기는 하지만,

바다에 떠 있는 진짜 섬이라고 치면 상당히 작은 섬이었다.


“크기는 아보르의 수십 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섬은 생산 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농경지도 없고요. 그러다보니 면적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기는 도둑놈들이 농사를 짓겠나, 장사를 하겠나.

길이가 400미터가 안 되는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승무원이 5,000명 남짓이라는 걸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인구였다.


“억울하게 끌려와서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죽이거나 팔았겠죠.

아마 대부분의 해적들이 노예가 될 건데, 이 자들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막상 해적들을 잡고나니 마땅히 쓸 데가 없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갤리선처럼 대량의 노잡이 노예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보르의 광산에는 항상 다수의 광부가 필요합니다.

해적들을 광산에 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광산 도시 아보르의 섭정다운 페리언의 의견이었다.

하기는 전근대 광산의 상당수는 노예 노동력으로 돌아갔다.


“페리언.

여기 드워프들보고 하늘배를 타라고 하면 잘 탈까요?

배 위에서 해적들처럼 능숙하게 싸울 수 있을까요?”


“왕께서 타라고 하면 당연히 타겠죠.

하지만 한동안은 멀미하느라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 겁니다.”


그렇겠지.

드워프는 발을 딛고 땅 위에서 싸워야 제 구실을 한다.

그곳이 지하면 더 좋고.

그러나 비공함을 탄 드워프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장래 우리도 해군을 가져야 할 텐데.

해군은 배도 배지만 숙련된 승조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저 해적놈들이 아깝기는 합니다만.”


유진은 족쇄가 채워진 채 끌려가고 있는 해적들을 바라보았다.

저 놈들이 자신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거듭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역시 쓰레기는 분리수거해도 쓰레기일 뿐일까?




***




해적들의 처리 문제가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폐하.

이제 이 공중섬은 누가 다스립니까?”


“이 무슨 무엄한 망발인가?

당연히 이 섬은 폐하의 영토이지.”


“이 무식한 놈아!

누가 그걸 몰라?

그렇다고 폐하가 이 섬에 항상 계시지는 않을 거 아냐?

폐하의 대리인이 누구냐고?”


“그거야... 당연히...”


드워프들은 섬이 공중에 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드워프답게 이 섬의 지하에 훨씬 관심이 많았다.

이들 중에 광산 기술자들은 섬을 구성하는 광물 중에 희귀한 고가의 광물이 많다면서 채굴을 주장하는 자들이 많았다.


“폐하!

공중섬은 신비의 영역입니다.

이런 섬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평범할 리 없습니다.

저희들에게 채광권을 허가해주십시오.”


“폐하! 저희들이 먼저입니다.

소집령에 응해 제일 먼저 이 섬에 뛰어들어온 병사가 저희 가문 출신입니다.”


드워프 귀족들의 다수가 광산이나 제련 기술자 가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섬 자체’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당분간 채광은 불허한다.”


“폐하!”


“이 섬에서 채광한다는 것은 이 섬을 채광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니냐?

너희들은 내 영토를 없앨 생각이냐?”


채광을 하면 공중섬이 없어지는데?




그러다보니 이런 드워프들에게 공중섬을 맡기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에는 공을 세운 드워프 중에 적당한 자를 골라 섬을 지키도록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다시 섬에 왔을 때 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허허. 폐하.

하기는 드워프라는 자들은 그러고도 남을 이들이기는 합니다.”


“페리언.

그러니까 이 섬을 맡길 자가 필요합니다.

적당한 사람이 없겠습니까?”


“저 친구가 어떻습니까?”


페리언이 가리키는 곳에는 오드아이를 가진 해적 선장 샤일로가 있었다.


“샤일로 선장이라면...”


샤일로라면 믿을 수는 있었다.

지하 감옥에 갇힌 유진을 구해 준 사람이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신뢰할만한 태도를 보여준 사람이다.

물론 아직도 유진과 공주를 구출한 의도가 수상하기는 하지만, 그건 천천히 알아보면 되고.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폐하.

저 자는 폐하의 신하가 아닙니다.”


드워프 친위대장인 파레이온이 지적한 것처럼 샤일로와의 관계가 문제였다.


이제 이 공중섬은 유진의 것이다.

그런데 그가 섬을 차지하는 데는 샤일로 선장과 그 부하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섬을 정복한 이후에도 샤일로는 전혀 아무런 지분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게 더 찜찜했다.

차라리 승리의 지분을 요구하면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될 텐데.


하지만 샤일로는 유진에게 뭘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의 신하가 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선장님.”


“드워프들의 왕이여.

왕께서 허락을 해주신다면 잠시 이 섬에 머무르고 싶소.

이번 전투로 우리 배가 좀 많이 부셔졌소.

부하 중에 다친 자들도 있고.

배를 수리하고 부하들을 치료할 시간이 필요하오.”


원래 샤일로의 계획은 유진과 공주를 구출한 이후 자신의 배를 타고 섬을 탈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섬에서 벌어진 전투로 자신의 배가 많이 손상되었다.

원래 수리중이라고 위장했었는데, 진짜로 수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도 좀 있고.

왕이 허락하신다면 나도 알스메르로 가보고 싶소.”


그래.

공중섬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당분간은 드워프들을 주둔시켜야겠다.




***



유진은 샤일로 선장 일행을 데리고 포털을 통해 다시 세계수의 뿌리로 돌아갔다.


“공주는 어디 있지?”


“회장님! 공주는 다시 왕궁으로 돌아갔어요.”


에이프릴은 유진에게 공주가 엄마 품으로 다시 돌아갔음을 알렸다.


“아니, 그새를 못 참고?

내가 공중섬에 갔다 온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공주를 보냈어요?”


“붙잡아두라는 말씀을 안 하셨잖아요?

회장님의 지시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죠.”


하기는 공주가 인질도 아니고, 제 발로 가겠다는 사람을 잡아둘 수는 없었을 거다.

게다가 무서운 놈들에게 납치까지 당했었으니 당연히 엄마한테 가고 싶겠지.


“그러면 공주가 가서 겪었던 일을 다 말할 건데.

내가 원래 드워프 도시의 왕이었고, 우리 근거지가 왕궁 근처 숲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알려질 일이잖아요.

여왕이 그걸 안다고 문제될 게 있나요?

오히려 왕대 왕이니까 교섭하기는 더 좋지 않을까요?”


유진에 대한 사실을 여왕이 알았다고 별 문제가 있을 거 같지는 않다.

여왕은 유진에게 호의적이었고, 이번에 자신의 딸까지 구출해주지 않았는가?


“문제는 이 나라에서 여왕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거죠.

결국 실질적인 지배자인 대귀족들이 다 알게 된다는 게 문제인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다보니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럴 때 정말 조언자가 필요한데.

페리언도 지혜로운 조언자였지만 유진의 정확한 상황을 모른다.


지구에 있는 비서실장 남강민이나 하지연의 존재가 간절했다.


아쉬운대로 최창현이라도 있으면 의논 상대가 될 텐데.

최창현은 행동이 먼저인 사람이지만 경솔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럴 때 옆에 있으면 의지가 많이 될 텐데.




바로 그 순간 문이 활짝 열리면서 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반갑습니다! 무사하셨군요!

해적들 배에 타시면서 연락이 끊어져 걱정했습니다.

이렇게 공주까지 구출해서 무사히 돌아오실 줄 알았으면 그 배를 제가 타는 건데.

하하하.”


“아니, 본부장님!

본부장님이 여기에 어떻게?”


최창현은 유진을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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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왕과 공주 (1) 23.12.13 27 0 11쪽
»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5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3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3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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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3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6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4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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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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