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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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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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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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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분열하는 귀족들

DUMMY

72


분열하는 귀족들






“도대체 차기 황태자가 여기 온 이유가 뭐랍니까?”


“난들 알겠소.

아니, 이 자리에 그걸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


사람들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쏠렸다.


“칵칵.”


마른 기침을 잠시 뱉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다들 저를 주목하시는데, 저라고 뭘 대단한 걸 알겠습니까?”


“그래도 엑슨 경이 매국노들과 가까운 편이 아닙니까?

그러니 뭐라도 들은 게 있지 않습니까?

아, 공이 매국노라는 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야 그냥 다들 친척이고 하니 교류를 하는 거지, 제 뜻이 거기에 있는 건 아닙니다.”


“왕국을 향한 경의 충심이야 우리가 잘 알지요.

그래도 뭔가 들은 게 없으십니까?”


엑슨 경이라 불린 남자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엑슨 백작은 알스메르 왕국이 창건된 초창기 공신 그룹의 후손으로 왕국의 명문 귀족이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씨족 가문들은 지금 대부분 ‘제국 병합파’ 쪽에 서 있다.

그러다보니 엑슨 백작도 종종 병합파가 아닌가 하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히 그는 여기 있는 다른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현상 유지파’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가문에서도 저는 내놓은 사람이다 보니.

다들 저랑 대화하는 걸 꺼리지요.

시류를 모른다면서...

그래도 집안 사람들 눈치를 보면 이번 차기 황태자가 즉위한 뒤에는 많은 것이 달라질 거 같은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우리가 걱정하는 바로 그?”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귀족들은 왕국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왕실을 우습게 여기고 여왕은 그들의 장식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2,000년을 내려온 왕국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네오-라테안 제국은 자신들을 고대 진짜 라테아니아 제국의 후계자라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닌가?

제국은 자신들의 황실이 고대의 성황제 라테안의 혈통을 이어받은 직계 자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라테안의 진짜 혈통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의견이었다.

라테안이 승천한 이후 일어난 자칭 ‘사생아’들이 벌인 「서자들의 전쟁」은 황제의 핏줄이라는 후광을 노린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공개리에 할만큼 간이 큰 사람들은 없지만 말이다.


알스메르의 귀족들이 보기에 진짜 제국의 후예는 자신들이었다.

혈통조차 불분명한 제국보다 최초의 수도를 세운 사람들의 후손들인 자신들이 훨씬 떳떳한 옛 정통 제국의 후예들이 아닌가?

그래서 왕실 또한 옛날 라테안의 옆에 서 활동했던 신녀의 후손들로 세우지 않는가?


“말도 안 됩니다.

우리가 친 제국파 소리를 들은 것은 어디까지나 왕국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예 나라를 팔아먹자는 저 매국노 놈들하고는 달라요!

근본없는 도둑놈들 같으니!”


누군가 책상을 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왕국 안에서 분명히 제국 병합파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였다.

특히 건국 초부터 내려오는 전통 귀족이 아닌 신흥 귀족이나 상공업자들 사이에서 세를 불리고 있었다.

그런 자들에게 2,000년 역사의 자부심을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오히려 제국의 일부가 되면 관세를 면제받고 오히려 제국 경제의 중심지가 되어 더 번영할 거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정교에 미쳐서 광신자가 된 현재 황제도 우리의 국체를 건드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차기 황태자 따위가 무엇이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제국 내명부에 뇌물을 잔뜩 먹여 원래 황태자를 도울 걸 그랬습니다.

그 사람은 딱히 현상을 바꿀 생각 따위는 없는 사람이었잖습니까?”


“그렇지.

지나고 보니 참 좋은 사람이었소.

그때는 우유부단한 무골호인이라고 비웃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지.”


이 자리의 좌장인 후작의 말 한 마디에 다들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


“이제와서 어쩌겠소?

유폐되었다는 옛날 황태자를 다시 자리에 올릴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대책을 세워야지.”


“후작님.

좋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젠장. 그런 걸 알면 회의를 열었겠어?

다들 최선을 다해 제국놈들하고 접촉을 해봐요.

먼저 황태자의 진짜 뜻을 알아야 방향을 정하든지 할 거 아니오!”


“만일 진짜 차기 황태자의 뜻이 걱정하는 그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후작님.”


“어떻게 하면 좋겠소?

다들 제국 귀족 한번 되어 보시겠소?

천하 제일의 국가이니 제국 귀족이 되면 큰소리 떵떵치고 좋을 거 같은데.”


후작의 뜬금없는 말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후작님.

제국은 넓고 우리 같은 귀족들은 발에 채입니다.

굴러온 돌을 누가 대우해주겠습니까?”


“맞습니다. 소문에 차기 황태자는 굉장히 호전적이라고 합니다.

지금 제국에 편입되어 받자 정복 전쟁 최선두에 내몰려서 마법받이가 되겠죠.”


후작은 자신의 예상대로 반응이 나오자 잠시 표정이 풀어지는 듯 했다.


“그래도 제국이 우리 주권을 빼앗고 그들의 영토에 우리 도시를 편입시키겠다면 어떡하겠소?”


“하지만 후작님.

그런 일은 최대한 피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제국과 붙어봤자 며칠도 못 버틸 겁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황태자 함께 온 전투함만 일곱 척입니다.

만일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면 수백 척이 몰려올 텐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무기력하게 우리의 권리를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역대 여왕님들도 수천 년 동안 우리의 권리를 존중했습니다.

그런 신출내기 제국놈들에게 억압당할 수는 없죠.”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시다!

후작님, 우리를 이끌어주십시오!”


후작은 손을 들자 다들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일단 제국놈들의 의도를 최대한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 다음에 방향을 결정해야는데, 될 수 있으면 나에게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주시오.”


“네, 후작님.”


“물론입니다. 후작님.”


여러 귀족들이 후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후작은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저들이 내일은 제국에게 고개를 숙일 수도 있다는 것을.


“최대한 싸움은 피했으면 하오.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후작님.

정말 드래곤이라도 도와주지 않는 한.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요.”


“요즘 세상에 드래곤이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 드래곤이 왕국에서 목격된 지 수백 년이 지났습니다.”


귀족 한 명이 한숨을 쉬었다.




***




“배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군.”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유진도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진이 살던 21세기 지구에서는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데에 수 년이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


여기 세계에서도 표준적인 하늘배 한 척의 건조 기간이 6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유진은 6개월을 기다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열 배의 건조비를 지불하면서 최대한 빨리 만들어달라고 당부했고, 공중섬을 차지한 이후부터는 건조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 기술자인 아르말로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요즘 기사님이 보내주신 용목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원하는 사이즈의 재료들이 종류대로 다 있더군요.

덕분에 속도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랬다.

유진이 장악한 공중섬에는 해적들이 사용하는 배와 그 재료들이 다수 있었는데, 그것들을 총동원해서 배를 만들도록 재촉하고 있었다.


“그럼 언제쯤 되겠소?

최대한 빨리 완성하면 좋겠는데.”


“이게 용목은 충분한데, 용골이 문제입니다.”


용골(龍骨, keel)의 이야기는 계속 듣고 있었다.


본래 지구에서도 용골은 선박 하단의 중앙부를 앞뒤로 가로지르는 배의 중심축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유진도 알고 있었다.

용골은 집의 대들보나 마찬가지로 그 크기가 곧 배의 길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었다.


“용골이라는 게 사람으로 치면 척추나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배를 만들려면 반드시 좋은 용골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대충 쓸만한 용골들은 있습니다.

정 급하면 기존의 용목들을 연결해서 사용해도 그럭저럭 쓸 수 있죠.

그런데 이 배는 보통 배가 아니지 않습니까?

꼭 제작비가 열 배라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기사님한테 이 배가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저도 이 배를 정말 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르말로는 기술자로서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최창현이 끼어들었다.


“회장님.

굳이 여기서 배를 계속 만들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확보한 해적선들이 있잖습니까?

그중에 쓸만한 배들을 사용하면 안 됩니까?

어차피 우리는 돌아갈 길을 찾으려 하늘배를 만들려 한 거니까요.

꼭 늦게 완성될 배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하지만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본부장님. 내가 알아본 바로는 배들이 하나하나 전부 다르더군요.

같은 설계도로 만든 배라고 해도 같은 품질이 안 나오고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공장에서 제조한 배들도 그런데, 여기 세상에서는 수작업으로 제작하니까 더 그렇겠네요.”


“해적선이라는 배들은 대부분 히트앤드런 방식으로 치고 빠지는 용도로 만들어졌어요.

정규 전투함과 붙으면 박살이 나는 게 보통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회장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떤 간 큰 해적이 정규 해군과 일대일로 승부하겠습니까?

당연히 잽싸게 내빼야죠.”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배는 그런 수준의 배가 아닙니다.

우리 본부로 쓸 수 있는 그런 최고의 배를 갖고 싶습니다.”


“하기는 일을 너무 벌였어요.

정리를 좀 할 필요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지하 도시, 세계수 뿌리, 공중섬.

그중에 본부 역할을 할 곳도 정해야하고요.

지금 우리 본부가 세계수 뿌리인 셈인데, 심지어 거기는 아직 이름도 안 지었죠.”


“그래서 지금 만들고 있는 하늘배는 최강의 배로 만들고 싶습니다.

게다가.”


유진이 웃으면서 옆에 있는 아르말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최고의 기술자도 함께 있지 않습니까?”


“감사합니다. 기사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줘야지.’


유진은 지금 배가 완성된 뒤에는 다량의 배를 더 건조할 생각이었다.

알아보니 아르말로는 정말로 최고의 기술자였다.

게다가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을 얻었는데 계속 써먹어야지.


“하지만 회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아까 회의에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며칠 안에 일이 급박하게 전개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때까지도 적당한 용골을 못 구하면 그런 슈퍼쉽이 완성되지 않을 텐데요?”


“용골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최고의 용골이.”


유진이 자신 있게 말하자, 아르말로와 최창현이 모두 깜짝 놀랐다.


“기사님, 그런 게 있다고요?

엘프랑 만나서 세계수 줄기라도 얻으셨나요?”


“회장님, 해적선들을 싹 해체해도 그저 그런 용골 밖에 못 구할텐데요.”


반색하는 아르말로와 미심쩍어 하는 최창현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본부장님. 잊으셨나 보군요.”


“뭘 말입니까? 회장님.”


“우리에게 뭐가 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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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엘프녀 23.12.29 59 0 11쪽
75 75 망국의 비즈니스 23.12.28 20 0 12쪽
74 74 망국의 준비 23.12.23 28 0 11쪽
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26 0 12쪽
»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26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7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28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31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29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0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30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5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36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36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6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7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40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4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4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1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1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4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49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2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6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0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68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6 3 12쪽
48 48 람부르스의 기둥 (2) +2 23.11.12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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