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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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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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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8,667

작성
14.01.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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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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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42쪽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DUMMY

아지단이 그렇게 콜린을 찾아 카이다쵸의 외곽으로 날아가는 동안 첨탑의 앞쪽 광장, 율하가 펼친 주술의 범위가 닿는 그 안쪽은 철저한 파괴, 그 이상의 일방적인 폭력만이 남아 펼쳐지고 있었다.

그가 손을 가볍게 들어 한 번 휘두르는 것 만으로 지형이 변화한다.

대지의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바위송곳, 검은 꼬챙이, 갈색의 가시 같은 것들이 무작위로 솟아올라 그 대지를 밟고 있던 적들을 꿰어 죽여 버린다.


“꾸에에엑-”


“사, 살려...이, 이거 뭐야.”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가 잠잠해 지는 공간.

변형된 가시지옥의 풍경에 잠겨드는 대지 위에 서 있던 괴물들의 일진은 그 배경처럼 펼쳐진 풍경과 마찬가지로 꼬챙이와 가시에 찔려 죽어 거기에 걸려 널부러져 있었다.


이것이...율하의 힘인가?

아니, 이것은 율하의 힘이 아니었다.

다른 괴물들은 눈치를 챘는지는 모르지만 율하의 뒤쪽에 떠오른 커다란 환영의 남자의 모습이 보다 더 선명하게 그 형체를 갖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마도의 술법을 씀에 따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환영 내지 환압처럼만 보였던 그 남자는 이제는 마치 정말로 거기에 존재하는 양, 보통의 귀신이나 혼령보다도 훨씬 더 자연스럽고 실질적인 기운을 드러내며 이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더 드리밀고 있었다. 아지단이 경계했고, 대책을 강구하고자 콜린을 찾아갈 정도로 지금의 상황을, 율하를 오히려 역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남자.


이 지역에 펼쳐진 관살사령이라는 마도 주술을 창시했으며 그의 적을 맞아 자신의 땅과 백성, 그 뒤쪽의 대륙을 지킨 것으로 유명한 유럽 마도계의 대마도사인 블라드 체페슈가 바로 그 남자와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자가 이 자리에 얼마나 있을 것인가.


사라센 제국의 대마도사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마도술.

사악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납고 음침하며 음흉해 보이는 이상에 걸맞게 남자가 만들어 낸 이 주술 또한 섬세하거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오직 적대하는 것들의 비명을 보고 그들의 힘을 완전히 빼어 놓으며 동시에 자신의 것에 대한 침략의지를 꺾어 두기 위한 것에 주력을 두었기에 난폭하고 잔혹하며 파괴적인 주술이 수백년의 세월을 격해 이 자리에 펼쳐진 것이다.


그래, 그것은 말 그대로 율하의 주술이 아닌 블라드 체페슈 그 자체의 주술.

율하의 마도력은 물론이고 그의 육체에 대한 통제권을 거의 빼앗아 율하를 대신하여 그의 몸과 행동을 조종하여 원주인보다 훨씬 사납게, 훨씬 난폭하게, 하지만 훨씬 강하게 그 일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 채 비릿하게 뒤틀린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남자.


그 때문일까?

선명해지는 남자와는 정 반대로 흐릿하게 남자가 펼친 검붉은 기운에 감싸여 마리오네트처럼 무기력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율하의 모습. 마치 전에 인왕의 눈 때에 보였던 모습과 비슷하게, 그 보다 더 심하게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정상은 아니었다.


“......”


그러나 사실 의외로 율하는 냉정하고 또한 멀쩡한 상태였다.

아니, 물론 정말 엄밀하게 말을 하자면 블라드 체페슈에 의해 육체의 통제권과 마도주술에 대한 권한을 거의 반 강제적으로 강탈을 당한지라 완전히 멀쩡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의 정신은 정말 냉정하게 현재의 상황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우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술을 통해 새어나오는 새하얀 숨결.

그 숨결조차 마도의 힘이 담긴 안개주술처럼 그의 몸을 감싸 다른 괴물들에게서 자신을 감추려 한다는 게 보인다.


자신의 몸을, 마도력을, 주술을 빼앗았지만 그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뒤에 선명하게 그 존재를 드러낸 과거의 대마도사 블라드 체페슈 그 자체를 말이다.

자신에게 이해 할 수 없는 언어로 계속하여 속삭이는 존재.


그 뜻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거기에는 어떤 유혹의 기운이나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왤까?


담백한, 아니 담백함을 넘어 깔끔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건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음성.

외부로 표출되는 그 기운의 색이나 느낌은 어떤지 잘 알 수 없었지만 내면의 자신에게 전달되는 그의 목소리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절박하게까지 들려왔다.


도대체 이 존재는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자신이 마주했던 사라센 제국의 싱, 혹은 과거의 홀스마이뉴와 거의 같은 급이라 할 수 있는 대마도사 블라드 체페슈. 물론 그가 이끌던 트란실바니아 왕국과 사라센 제국은 지리도 지리였고 시대상으로도 100년에서 길게는 500년 넘게 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도라는 비교기준으로 볼 때 앞서 활약한 선배들에 비해 결코 꿀리지 않는 대마도사.


정말로 그는 자신의 부활을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블라드 체페슈의 계략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제 아무리 육체와 주술의 통제권을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율하 그도 바보가 아니었고 무수한 타인들의 마도주술을 빌려쓰면서 일어날 각종 부작용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 방책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율하는 사실 마음을 먹으면 이런 상황, 아니 이 보다도 더 나쁜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두고 있었고 그것을 쓰면 다시 자신에 대한 통제권과 제어권을 얼마든지 가지고 올 수 있었지만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적의...흔적들.”


자신의 입을 빌어 튀어나오는 그의 목소리.

갈라져 쇠끼리 부딪히는 것 같은 음성이 음침하게 주변을 울린다.

그는 분명히 눈앞에 펼쳐진 괴물의 군세를 향해 짙은 적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 적의가 짙어질수록 강해지는 관살사령의 풍경.

이제는 그곳이 야스미 일족의 마을인 카이다쵸인지, 아니면 과거 블라드 체페슈의 성이자 요새인 트란실바니아 성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변해버려 짙은 죽음의 풍경을 드러내어 거의 그 기운을 첨탑 앞쪽, 괴물들이 발을 딛고 있는 대지의 전반을 감싸 버린다.


“사, 살려!”


“어, 어떻게 하지?”


그 파괴의 풍경 앞에서 우왕좌왕할 뿐 아까 전에 보여주었던 질서정연하고 효율적인 군단의 힘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는 괴물의 군세들. 그들을 이끌던 대장인 도마뱀 괴물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버렸기 때문일까? 그 때문에 거의 공략 직전까지 몰렸던 야스미 일족의 첨탑에 대한 공격도 거의 멈추었고 괴물들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조만간 율하가, 아니 블라드 체페슈가 펼친 관살사령의 풍경 앞에서 전멸당하는 것은 거의 시간의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호오, 영감탱이의 말 그대론가? 완전 엉망이구만.”


어디에서 모습을 드러내었을까?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을까?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는 와중에 갑자기 허공에 드리우기 시작하는 거대한 그림자.

율하도, 블라드 체페슈도, 괴물의 군단도, 외곽에 있던 모든 요족들도 그 방향을 바라본다.


“하핫, 이거 너무 주목받고 있는데.”


“끼에-에에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괴수.

첨탑보다도 높게 떠올라 그 아래쪽에 펼쳐진 너른 마당 대부분을 그 그림자로 덮으며 거대한 지느러미를 펄럭거리며 너무나도 유려하게 떠 있는 거대한 괴수. 그 외형은 가오리를 닮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순수하게 가오리라고 하기에는 꽤나 기이한 모양이었으며 그 지느러미의 끝에 붙어 아래쪽으로 추욱 늘어진 수염 같은 촉수들이 제각기 꿈틀거리는 것이 무척이나 기이하고 괴이한 괴물이었지만 정작 문제는 그 괴수뿐이 아니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과거의 왕. 하긴...우리는 너를 인정한 적이 없으니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 하지만...지금으로서는 그런 나조차 알아볼 수 없는 몸이 된 것 같지만 말야. 게다가 저 뒤쪽에 저건 옛날의 그건가? 쓸데없이 거칠고 난폭하기만 했던 야만인. 하핫. 하긴 마도라는 게 다 그렇지 뭐.”


거대한 가오리 형태의 괴수 등 위에 탄 채 한 손으로 고삐를 죄어 잡고 앞쪽으로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 인간. 그래, 그것은 주변의 다른 괴물들에 비하면 확실히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마치 개나 늑대의 그것을 닮은 머리.

보통의 인간들에 비하면 두배, 혹은 세배 가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몸집.

율하는 그것을 보고 단 하나의 이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늑대인간.


제국의 황족인 호인족과 유사하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다른 수인족들과는 달리 [단절]이전부터 존재가 목격되었다고 들었던 그 일족의 이름을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일까?

저 위쪽의 존재가 전설상의 늑대인간인가?

그들은 호인등의 다른 수인족들과는 다른가?

아아...분명히 달랐다. 단지 근원이 되는 짐승의 모습 뿐 아니라 근본적인 존재의 성립요소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수인들, 다른 아인들...그러니까 단절 이후 번성하기 시작한 인왕계획의 부산물을 육신으로 하는 모든 존재와는 근원부터가 다른 존재.


“베른...뒤르크.”


“기억하는 건가? 하긴. 잊을 수 없겠지. 너와 네가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을 무참하게 짓밟은 이 몸을 잊을 수는 없겠지. 자아...그럼 자기 왕의 몸까지 잡아먹으면서 이번에는 무엇을 하려 하는지 한 번 볼까?”


“다시..뚫리지 않는다. 짓밟히게 둘 수 없다. 나는...지켜야 한다.”


간절함은 원념이 되고, 원념은 주술과 동화하여 현실에 그 문을 열어 시간을 잇는다.

과거 마도시대의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시기 자신의 땅과 백성을 지키고자 했으나 결국은 하지 못했던 비운의 왕이자 대마도사인 블라드 체페슈가 그렇게 수백년의 시간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지켰어?”


그렇지만 그의 현현에도 불구하고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것을 보기라도 하듯 심드렁하게 되묻는 늑대인간. 그는 그 위에서 아래를 향해 찍 하니 침을 내 뱉으며 노골적으로 율하와 블라드 체페슈를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었다.


“......”


“그렇지? 결국은 지키지 못했지? 하지도 못한 주제에 말은 참 더럽게 많아. 아, 아닌가? 하긴...이 몸의 앞에서 무려 10년간 밍기적거리고 있었으니 나름대로 성공이기는 하군. 그것도 일개 대마도사 주제에 말이야. 물론...그것도 우리 영감이 그쪽을 방치했으니 가능했던 것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나? 창살의 군주, 가시의 제왕, 대지의 대마도사를 표방한 블라드 체페슈의 죽은 덩어리?”


“침략자. 이번에는...죽이겠다.”


베른뒤르크라 그 늑대인간을 부른 블라드 체페슈의 음성이 좀 더 음산해지더니 그의 주변의 모든 것이 들끓어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공간을 얽어 땅 쪽으로 끌어당기는 검붉은 기운. 무겁게, 아주 무겁게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 그 힘 때문인지 대지가 검붉은 기운과 함께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조금씩 탁탁 작은 돌멩이 같은 것이 튀기 시작한다.


아니,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분명 고정되어 단단하게 세상을 고정시켜야 할 대지가 자기 멋대로 출렁거리며 그의 손끝을 따라 일렁거리듯 움직여 일어나기 시작한다. 단지 꼬챙이나 가시, 송곳을 만들어 대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아닌 대지 그 자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과 술법.


이것이 베른뒤르크가 말한 대지의 대마도사의 힘인 것인가?

그가 공용마도열람망에 남긴 관살사령이라는 술법은 그저 그가 지닌 힘과 술법의 일부, 그것도 약한 축에 속하는 것이었던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지. 그 가운데 일부는 블라드 체페슈의 뒤쪽으로 마치 절벽처럼 솟아올라 살아생전에 그가 지켜야 했던 트란실바니아의 낡은 성채 성벽의 형상으로 변화하며 그 자리는 수십년 동안 외적을 막아선 죽음의 언덕 그 자체로 변화한다.


“호오, 그때의 풍경인가? 과연 섬세하군. 자기 백성들의 시체들도 저렇게 생생하게 남겨 다시 투영할 줄은. 과연 대지의 마도사라는 건가?”


“닥쳐라. 늑대.”


“능력있으면 그렇게 만들어 보던가. 하긴...그게 불가능하니 여기까지 온 거겠지? 보잘것없는 마도사.”


“이놈-”


분노와 함께 일어난 대지는 정면의 적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린다.

갈라진 흙더미는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가 되고 가시는 그 아가리의 이빨이 되어 대지를 지키는 수호룡처럼 일어나 하늘에 떠 있는 괴수와 그 괴수의 위에 타고 있는 누군가를 향해 크게 울부짖는다.


“가서- 적을 물어라. [천구의 성룡(Planet dragon oof the thousand mouth)]”


버려진 입은 하나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천개의 입을 지닌 거대한 별의 수호룡, 어떻게 보면 말 그대로 대지의 수호룡은 마력으로 뒤덮인 땅의 여기저기에서 솟아올라 하늘 높이 솟아 오른 괴수와 그 위의 베른뒤르크를 향해 사납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헷, 또 그건가? 정말...여전해. 여전히 발전이 없어. 하긴 죽었으니 당연한 거겠지. 그럼 무류. 네가 알아서 막아라.”


“키에에에-”


베른뒤르크의 말을 들은 가오리 괴수가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주인을 닮아 오만한 것인지 그가 덮고 있는 범위보다 더 넓은 범위의 대지에서 자신을 향해 솟아오르는 무수한 용의 입을 향해 조금도 미동하지 않은 채 그저 지느러미로부터 아래로 늘어뜨린 촉수들을 움직여 맞서 싸우는 괴수.


하지만 그 촉수들의 힘과 움직임은 말 그대로 상상 이상이었다.

하나하나가 섬세한 손처럼 움지이며 둘 셋이 하나의 조를 이루어 달려드는 용의 목과 턱을 붙잡아 옆으로 꺾거나 아니면 감싸조르며 본체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촉수들.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인지 대지의 용 또한 하나의 입이 막히면 그 아래쪽 목에서 새로운 입을 갈라내어 반다른 쪽을 노려 들기 시작했고 그런 입을 또 다른 촉수들이 막아서며 밀고 밀리는 싸움을 벌이는 괴수들.


그 싸움은 말 그대로 인외의 것이었다.

가끔 가다가 지느러미를 강하게 펄럭여 바람을 일으키거나 아래쪽의 아가미 비슷하게 생긴 곳에서 물줄기를 내 뿜어 대지의 용을 차근차근 분쇄하는 가오리 괴수와 그런 괴수를 향해 득달같이 입을 쪼개고 또 쪼개어 달려들고 이따금은 물줄기에 대응하여 흙줄기를 내 뿜거나 커다란 바위 같은 것을 던지기도 하는 등 인세의 싸움이라고 보기 힘든 격투가 거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말, 혹은 글로 전달되는 신화, 전설 속의 싸움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초월자, 거기에 가까운 것들의 전투란 이런 것일까?


통제권을 완전히 잃어버린 율하도, 다른 괴물들도, 다른 요족들도 그저 멍하니 괴수들의 싸움을 그렇게 한동안 지켜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아직도 들리지 않는 건가?-


“어?”


내면에서 대체 뭘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며 말도 안 되는 인외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던 율하에게 간신히 와서 닿는, 마침내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게 된 그 목소리는 분명 블라드 체페슈의 그것. 그는 베른뒤르크와 싸움을 벌이면서도 계속 율하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던 것일까?


-만약 이것도 닿지 않는다면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렇다면 이번에도 틀린 것이겠지.-


“들려. 하지만 그건 대체 무슨 뜻이지? 그리고 넌 대체...”


율하는 말 하지 않았다.

다만 떠올렸을 뿐이다.

아니, 그것은 그저 떠올리는 것에 지나는 작업이 아니다.

물질적인 [음가]를 지니는 언어는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주변에 흐르는 영적인 흐름에 담아 일정하고 인위적인 표기를 거기에 새겨 상대에게 흘려보내는 작업. 그래, 그것은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나 다름없는 [영언]이라는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 하지만 그 말은 블라드 체페슈 역시 영언을 안다는 이야기인가? 게다가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들리나? 아니, 들립니까? 다행이군요. 영언은 통해서. 제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율하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정중한 존대로 전환하는 블라드 체페슈의 말. 그의 목소리에는 영기를 통해서 분명하게 전달되는 안도가 깃들어 있었다.


“다행이라고? 당신은...블라드 체페슈? 헌데 어째서.”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보아하니 아직 당신은 당신이 원했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적은 벌써 저렇게 자신들의 계획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도저히 율하가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말을 빠르게 흘리는 블라드 체페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율하는 침착하게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기억하려 하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적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자 역시 동해용신과 마찬가지로...


“적이라고?”


-네. 적입니다. 잘 보아두십시오. 아직 저것 역시 온전히 자신의 힘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대체 당신은...누구지?”


-아시지 않습니까? 블라드 체페슈. 당신의 명을 받아 최후의 성지를 지키고자 했던 최후의 마도사. 당신께서 지키라고 하셨던 [성지]의 수호에는 실패했지만 아직 [감실(監室)]은 남아 있습니다.-


“감실?”


-아직 거기에도 이르지 못하신 겁니까?-


“그, 그게...”


-큰일이군요. 적은 벌써 저기에 이르렀는데 당신이 이러신다면...잠시 당신의 기억을 살펴도 좋겠습니까?-


“응? 아아.”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 이후 얼마간 침묵을 지키는 블라드 체페슈.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실 그와 영언을 통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외부의 시간은 그리 빠르게 흘러가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거의 정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느릿하게 흘러가는 실제의 시간. 그 말은 영언을 통한 교감의 시간이 그만큼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것 역시 시스템을 통해...


-그렇군요.-


“마, 많이 안 좋아?”


-제가 우려 했던 것 보다는 좋은 상황이군요.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적의 행보 역시 빠르다는 것이겠죠.-


“한 가지...물어도 돼?”


-무엇입니까?-


“그 적이라는 게 뭐지? 원주민 같은 거야?”


-원주민. 살아남은 자들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당신이 동면을 통해 이번 회차를 위해 남겨두었거나 혹은 예기지 못한 사건을 통해 [종말]에서 살아남은 자들. 확실히 그들 가운데 일부는 당신께 적의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당신께 [적]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은 아닙니다.-


“적이...아니라고?”


-네. 적어도 당신에게는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그렇게 이끌었던 원 관리자에게 있어서는 적이 될 수도 있겠지요. 엄연히 의견차이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분명히 적이라 불러야 할 세력은 있습니다.-


“나의...적.”


-물론 저 역시 자세한 것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대마도사의 경지에 이르러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조력자의 자격을 얻었지만 저는 그 가운데 거의 말단에 가까운 자. 물론...제가 아니라고 해도 진정으로 당신의 계획과 생각을 아는 자들은 거의 없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말단이라고? 네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동해용신님, 당신께서 조력자로 봉하신 자들 가운데 제법 위에 계신 분을 만나뵈었으니 제가 드릴 말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생전에 명을 받은 대로 성지를 당신의 적으로 부터 지키고자 노력했고...그 결과 감실과 거기에 봉해진 그분의 흔적 일부와 당신의 힘 일부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성지, 그리고 감실...”


-네. 관련 정보 및 좌표는 남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가 생각하던 것 보다 당신께서 당신에게 스스로 건 제약 단계를 많이 풀지 못한 탓에 완전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말이지. 아니, 잠깐. 아까 전에 물은 거지만 적은 대체 뭔데?”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저 역시 당신께 있어 하나의 장기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들은 바를 말씀드리지만 그 적들은 스스로를 [계승의 별빛]이라 불렀으며 스스로를 [계승자]로 자처하는 존재를 위해 당신, 그리고 당신을 이 세상에 불러온 원 관리자와 당신들이 만든 [마도세계]를 방해하고 몰락으로 몰아넣으려 하는 자들이라 들었습니다.-


“계승의 별빛? 계승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마도세계를 받아들인 저희들, 특히 저와 같은 마도사들은 저들과 척을 질 수 밖에 없었고 저 위의 뒤른베르크는 성지를 걸고 10년 동안 싸워야 했던 저의 맞수였습니다. 결국은 제가 패배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블라드 체페슈. 당신이 패했다고?”


-당신이 사라지고, 당신이 남긴 선대의 마도유산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춘 이후 마도사의 명맥이 끊겼으니 어쩔 수 없었던 노릇이지요. 물론 그것도 전부 당신께서 어떤 계획이 있으셔서였겠지만 말입니다.-


“......”


-지금 그것을 당신께 설명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군요. 아직 당신은 완전은 고사하고 3단계의 해금도 아직이니 말입니다.-


“끄응.”


-그나마 이렇게...오랜만에 당신을 만나 뵈어 좋았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당신도 확실히 재미있군요.-


“재미있다니. 잠깐.”


-그럼. 저는 여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이며 시간도 부족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당신의 마도력이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거에 조금 남겨둔 저의 마도력을 접목시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곧 이런 저항도 끝이겠죠. 그리고 저는 이번에도 저녀석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블라드 체페슈.”


-아마도 저것 역시 지금 당장 당신을 건드릴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저게 깨어난 이상 저 뒤에 있는 [계승자]역시 어느 정도 자신의 힘과 기억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지금보다 더 행보가 빠르지 못하다면 감당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는 대체...하아.”


-게다가 저들이 저 괴수. 분명히 [외계]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 괴수를 함부로 꺼내드는 것을 보아 세계의 구성과 유지를 위한 권한 일부를 손에 넣었거나 혹은 타협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대해서...아니, 분명 그것은 당신께서 남긴 또 다른 안배가 처리를 하겠지요.-


“난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것은 지금일 뿐입니다. 게다가 모른다고 하여 당신의 적이 멈추는 것 또한 아니지요.-


율하는 블라드 체페슈의 말을 들으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느릿하게, 거의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이 펼쳐지는 대지와 괴수의 싸움.

처음에는 그저 수십개에 불과했던 대지의 용은 블라드 체페슈가 외친 주술의 이름 그대로 천개 가깝게 불어나 거의 괴수에게 엉겨 붙었고 괴수의 촉수 역시 처음보다 그 숫자가 불어나 그 용의 입을 역으로 벌려 턱을 망가뜨리거나 목을 조여 잘라내는 등 거세게 저항을 하고 있었다.


“외계의 괴수라.”


-모든 룰은 이미 처음부터 적용되었습니다. 그 룰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는 당신의 몫. 저는 그 이상의 말씀을 드릴 수 없을 것 같군요.-


“....아무튼 고마워. 블라드 체페슈. 아니...블라디.”


-제 애칭. 기억해 주셨군요.-


“어? 아, 아니. 그러니까.”


율하는 어째서 자신이 그를 그렇게 불렀는지 몰랐다.

떠올린 것도 아닌, 그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말.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블라드 체페슈의 음성이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말보다 부드러워지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아니면...


-알고 있습니다. 기억해내신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무의식 속에 저를 그리 불러주신 것은 저를 그만큼 각인하고 계셨다는 것. 제게는 그 보다 더한 영광은 없습니다. 마도의 진정한 왕 되시는 분. 다시 한 번 당신께 경배를 드립니다.-


“......”


-그리고 이렇게라도 다시 한 번 당신을, 당신께서 맡기신 백성들을 지켜내고 싶었는데 지금의 저는 미숙한 모양입니다. 그럼...부디...-


“자, 잠깐. 블라드 체페슈. 블라디?”


-.......-


사라지는 음성.

아니, 사라지는 것은 음성만이 아니었다.

한 번 강하게 빛을 발하다가 이내 다시 희미하게 흐려지는 블라드 체페슈의 환영.

그와 함께 그가 억지로 발하고 있던 대지의 용과 죽음의 언덕의 풍경 역시 거짓말처럼 사라져 가라앉는다.


“쿠에에에.”


“응? 뭐야. 벌써 끝난건가? 하긴...자기 자신의 몸도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으으...윽.”


승자는 괴수.

물론 괴수 역시 그 자리에 유려하게 떠서 아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것 치고는 상당한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살아남아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 괴수였으며 그 위에서 그 싸움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베른뒤르크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응? 정신을 차린 거야? 헤에? 그 몸으로? 차라리 기절하는 게 편하지 않아?”


그리고 그는 블라드 체페슈의 환영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 자리에 쓰러지지 않고 간신히 버티고 서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율하를 바라보고 이죽거린다.


“......”


“하긴 꼴에 과거에 왕이었다는 건가? 그래봐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아아...정말로 같은 거 맞아?”


베른뒤르크는 진정으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율하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도발에도 율하는 별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아니, 별 다른 감정은 고사하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저 정도의 도발은 거의 매일 듣는 것.

아니, 그가 상관으로 모셨던 환주와의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생각해 보면 보다 유치하고 약한 수준의 것이었다. 다만...


“크윽.”


느껴진다.

아까전에는 블라드 체페슈에 의해 통제당한 탓에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주변에 흐르는 영적인 흐름이 자신에게 분명히 말을 해 주고 있었다. 눈앞의 적은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 보았던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싱? 가이젠 주르? 홀스마이뉴? 만상회의 회주? 검은 입?

그 모든 거대한 존재들을 그 앞에 가져다 놓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앞의 그 존재는 말 그대로 차원 자체가 다른 [규격 외]의 상대.

만약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자가 있었다고 하면 그것은 아마도 [영왕] 정도일까?

대체 저 존재는...


“아, 정말로. 그놈의 [룰]만 아니었어도 이 자리에서 그냥 밟아버리는 건데. 응? 그러면 간단한 거잖아.”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고삐를 죈 손의 반대편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원반 같은 것을 잠아 율하를 향해 가볍게 흔들거리는 베른뒤르크. 하지만 그 거리와 가벼워 보이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율하는 그가 그것을 던졌을 때 자신이 그것을 피할 가능성이 한 없이 영에 가깝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만약 저 자가 저것을 던진다면...말 그대로 끝이다.


“......”


“칫. 마음에 안 들어. 하긴 알고 있겠지. 내가 여기에서 [끝]을 내어 봐야 그건 끝도 아닐 뿐더러 우리 쪽 진형에 패널티만 생길 뿐이겠지. 그래 버리면 영감이 불같이 화를 낼테니 뭐.”


하지만 그런 앞에서 의연한, 아니 사실은 의연한게 아니고 포기하고 있던 율하를 향해 혀를 한번 차고는 등을 돌리는 베른 뒤르크.

끝? 패널티? 진형?

그 말은 저 자는 이게 가상세계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건가?

처음부터? 그리고 저자가 영감이라 말하는 존재, 그게 아까 블라드 체페슈가 말한 진정한 적, [계승자]라는 건가?


하지만 대체 그 계승자란 뭐지?

살아남은 자들과는 어디가 다른거지?

그리고 그런게 있었다고 하면 대체 왜 지금까지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거지?


혼란스럽게 정면을 바라보는 율하.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아니, 사실 경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1차 해금을 하면서 게이져의 조각이 자신에게 경고했던 것은 있다.


자신이 1차 해금을 한 이후로 [원주민]이라는 것이 깨어나서 자신을 적대할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그는 그 원주민을 살아남은 자들, 자신이 기억도 못하는 과거의 자신이 마도의 세계를 멸망시킨 이후 거기에서 살아남아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원망하는 살아남은 자들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그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이상한 점이 분명히 많이 있었다.

그녀는 이 세계가, 이 [가상세계]가 원래 있던 세상, 몰락해 가던 원래의 세상에 가상의 요소를 덧씌워 새롭게, 하지만 가상의 요소로 리뉴얼한 세계라고 했다. 그 당시의 자신은 그 이야기가 [지금]의 세계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회차, 이율하로서, 이 세상의 메인플레이어로 살아가는 자신과 작금의 세계를 의미하며 마도세계란 그 이전에 이 세상에 존재했던 원래의 문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그러기에는 많은 것이 이상했다.


과거의 왕, 마도세계를 만들고 발전시키고 멸망에 이끌었던 과거의 자신.

그런 과거의 자신은 이 세계에 속한 자였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런 자신 역시 그 당시의 가상세계를 진행하던 플레이어였을까? 분명 전자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이 지닌 [현실]의 기억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과거 마도세계를 만들 당시의 자신이야 말로 진정으로 진실된 회차를, 순수한 가상세계의 플레이어로서 살아갔던 사람이었으며 지금은 그 당시에 있었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보면 그녀가 남겼던 [원주민]이라는 것의 정체는...


“뭐, 그럼 나는 내 역할을 하고 가면 되나? 이봐, 과거의 망령덩어리. 이번에는 운 좋은 줄 알라고. 아직 [보호]속에 있다는 걸 다행으로 알아. 하긴 이렇게 말하는 우리 영감 역시 아직은 비슷한 꼴이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 율하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려 소강상태에 이른 첨탑과 그 앞에 몰려 있는 괴물들의 군세를 한 번 내려다보는 베른뒤르크. 그리고 이내 그는 오른손에 든 원반을 다소 올려 잡고 손을 자연스럽게 뒤로 옮겼다. 그리고...


“흡-”


서-걱.


그의 손을 떠난 원반이 그려내는 궤적.

아니, 그것은 단순한 궤적이 아니었다.

공간을 자른다는 말이 그만큼 잘 어울리는 광경이 있을끼?

말 그대로 그 원반의 끝에 닿는 공간의 점이 궤적을 따라 오그라들며 기이한 일그러짐을 보인다. 마치 그 궤적을 따라 세상이 잘려나가거나 혹은 빨려 들어가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궤적이 그리는 타원의 반환점. 그곳은 당연한 이야기로 거센 괴물들의 공격으로 부터 아직까지 굳세게 자신을 지키고 있던 첨탑의 벽이었다.


쿠룽-드르르륵-


거짓말과도 같았다.

그 어떤 거센 공격도 굳건하게 막아서던 첩탑의 벽이, 아니 첨탑 전부가 단지 원반의 궤적에 걸리는 것만으로 절단되어 그 절단면을 따라 너무나도 매끄럽게 무너져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제 아무리 절단이 되었다고 해도 한 건축물이 절단면을 따라 그렇게 단숨에 미끄러져 내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아니, 설사 그렇다고 해도...


“히-익?”


“뭐, 뭐야.”


“어, 엄마....”


“우와아아앙.”


그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경고, 경고...[유지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메인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공격 감지. 경고, 경고- 지금부터 공격원구축 및 유지보수에 대한 작업을...”


“거 참. 시끄럽네. 알았다고...곧 사라질 테니까 일단 찌그러져 있을래?”


첨탑이 절단되며 그 안 한곳에 모여 있던 모든 요족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앞까지 괴수를 움직여 다가선 베른뒤르크.

방금 전에 그가 첨탑과 함께 공간을 절단한 원반에 가상세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이 타격을 입은 것인지 이전 홀스마이뉴의 때와 유사한 시스템의 경고음과 함께 그 근처에 갑작스럽게 기계병기 같은 것이 몇 개 나타나 공격을 가한 대상자인 베른뒤르크를 향했지만 그는 그 기계병기를 향해 손을 내뻗어 가벼운 뇌전 비슷한 것을 발하는 것으로 그 병기들의 앞쪽에 -System down-이라는 문구가 시스템창에 뜬 채 죽어버리게 만든 다음에 아래쪽에 모여 있는 요족들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찾았군. 열쇠.”


“......”


씨익 웃음을 지으며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에 잡히는 것은 그 많은 요족들 가운데서도 꽤나 어린 축에 속하는 한 여자아이. 다른 아이나 여인들과는 달리 비명을 지르지도, 무서워하지도 않은 채 뻔하니 베른뒤르크와 눈을 맞추는 야스미 미리.


“과연, 자신의 운명을 눈치채고 있는 건가?”


“운명. 그런 건 없어.”


“호오?”


“그리고 난 괜찮을 거야. 응.”


“하아, 저런 것을 믿고 있는 건가?”


자신이 괜찮을 거라 말하는 그녀의 말에 저 멀리에서 여전히 멀쩡하지 않은 몸을 비틀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율하를 돌아보는 베른뒤르크. 하지만 그는 그 직후 고개를 저으며 아래에 모여 있든 군세를 향해 그런 율하를 향해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그래, 자신이 직접 그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룰 위반이지만 저 군세는 엄연히 룰의 안쪽에 있는 요소. 게다가 꼴을 보아하니 저 몸으로는 주인영감이 부리는 군세를 막아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율하오빠는...저런 것이 아냐.”


“미, 미리.”


“아, 안 된다. 우리 미리는...”


그리고 그와함께 그의 앞을 막아서는 두 요족의 여인.

아마도 그들은 미리의 엄마와 할머니일터. 그녀들은 잔혹한 적의 손에 자신의 딸, 손녀딸을, 그것도 일족의 미래이자 전부라 할 수 있는 미리를 쉽게 내어 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몸을 감싸며 앞을 막아섰다.


“...역겹군. 그런 쓸데없는 믿음. 자신감. 지금은...마도의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미리의 말과 그녀를 막아서는 그녀들을 향해 지금까지 지어보인 그 어떤 표정보다 싸늘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올리는 베른뒤르크. 어느덧 그의 손에는 아까전에 그런 모습을 보였던 원반이 다시 잡혔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그런 원반을 쓸 필요조자 없다는 듯 고삐를 죈 손에 옮겨 쥐고는 텅 빈 오른손에 불길한 검붉은 기운을 만들어 보였다.


“그런 건...아무래도 좋아.”


“그래? 계속 그런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보여주지. 네가 지닌 그 믿음이라는 게 얼마나 같잖은 것인지를 말이야. 우선은...할멈부터 해 볼까?”


“어, 어머니!”


“얘야. 나는...괜찮다. 커-억.”


하지만 그녀가 괜찮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그녀의 가슴을 꿰뚫는 두 줄기의 섬광. 하나는 심장, 하나는 명치를 꿰뚫는 검붉은 빛이 번뜩임과 함께 요족의 노파를 꿰뚫는다. 눈을 부릅뜨는 것은 한 순간. 도저히 회복의 여지는 찾아 볼 수 없이 노파는 그 자리에서 명을 달리한다.


“할...머...니?”


미리의 앞에 튄 한줄기의 핏물.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경악이 어린다.

믿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괜찮다고 했는데...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어째서?


“와라. 이번에도 거절하면 이번에는 네 어미다.”


“어...엄마?”


“얘야. 도망쳐라. 너는...우리 일족의, 아니 모든 요족들의...”


“쓸데없는 말을 하는군. 하-”


“너야 말로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음?”


다시 한 번 베른뒤르크의 손에서 번뜩이는 섬광.

하지만 아까 전과는 달리 미리의 엄마로 여겨지는 요족여성을 향한 그 섬광은 중간에 다른 무언가에 가로막혀 옆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울리는 또 다른 존재의 목소리.

베른뒤르크와 같은 규격외의 존재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

그 목소리와 등장에 지금까지 여유만만하기만 했던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뒤틀린다.


“너, 너는...”


“1억년이 지났다고 감시가 끝났다고 생각하나? 차원의 죄인. 게다가 직접 끼어드는 것은 엄연히 룰위반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여, 영왕 유천. 다, 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당신은 분명!!”


“불법행위가 있는 곳에 언제나 이 몸이 있지. 게다가 시스템까지 건드리는 만용이라...대체 머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군.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겠지.”


“크, 크윽...무, 무류! 튀자!”


“어리석은 생각. 저번에는 네가 힘을 숨겨서 몰랐지만 이번에는 방심한 모양이군. 그리고 계승자들이라...너 같은 것과 계약한 것 또한 엄연히 불법, 즉 룰 위반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는 것은...각오하고 있다는 거겠지?”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영왕 유천.

그는 모습은 어리지만 베른뒤르크를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그의 주변 공간을 결정화시키며 그를 사방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가 일시적으로 다운시킨 시스템의 기계병기 역시 다시 상태를 회복하여 베른뒤르크를 향해 반짝이는 입자포 같은 것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칫. 이 치욕은 잊지 않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무류에게 각종 공격과 견제, 추적입자들을 대신 맞게 한 다음에 간신히 연 공간의 균열을 통해 자신의 몸을 던져 사라지는 베른뒤르크.


“...미안하구나. 조금, 늦어버렸다.”


“거짓말쟁이.”


“미안...”


하지만 베른뒤르크를 그렇게 막아 쫒아낸 유천은 뒤를 돌아 씁쓸하게, 그리고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미리를 향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


“우리 할머니, 다른 어른들...다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미안...하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드는 유천.

그래, 그는 약속을 했었다.

야스미 미리에게 직접 그녀가 멀쩡할 것이라 약속을 한 것은 그였다.

하지만 그가 생각보다 사건이 빠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 현장으로 달려오는 동안 그를 방해하는 여러 적들의 방해를 받아 생각보다 몇 초 늦게 도착을 했고 그 결과는...지금과 같았다.


“...아니야. 그래도 고마워. 영왕 아저씨.”


“미안하다.”


“나는 괜찮아. 나만 괜찮은 거지만...그래도 아저씨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응. 우리 일족을 지켜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리는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왕을 향해 한 걸음을 다가서 그의 소매를 잡고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표했다. 물론 그녀의 인상에는 아직 할머니가 그렇게 쓰러진 모습이 남아 있었다. 자신을 지키고자 했던 할머니의 최후를 눈앞에서 보았으며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그는 다 괜찮을 거라고 했었다.

자신의 꿈에 나타나 율하가 갈 것이며 그가 늦거나 힘겨울 시에는 자신이라도 직접 나서서 그녀를 지켜줄 것이라 했다. 그녀의 일족이 모시는 신, 정령왕, 대정령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존경을 받고 모든 정령들이 고개를 숙여 경배를 표했던 높은 존재.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말처럼 다 괜찮을 거라고, 아무리 무서운 일이 일어나도 결국은 다 멀쩡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 뿐이다.

그게 아무리 높은 존재라고 해도, 신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 그 뿐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렇게...운명을 달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안하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할머니...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거지?”


“......”


“저어, 감사합니다....그, 그게...”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과 사건의 전개에 얼어 있던 다른 요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선 미리의 몸을 감싸며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다졌던 미리의 어머니로 보이는 요족이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유천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그녀. 그녀 역시 읽은 것이다. 딸인 미리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정령과 친숙했던 그녀는 그 주변에 살아남은 모든 정령들이 그를 향해 진정으로 경건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예를 갖추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알고 있던 바다의 대정령이나 다른 대정령은 아니었다. 그 보다 훨씬 높은, 훨씬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미리는 이 분께서 오실 거라고 알았던 걸까? 확실히 그랬다고 하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분으로 인해 자신은...그리고 다른 요족들은 구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아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조금만 더 집중했어도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을...너무 신경을 기울이다가 더미에 발목을 잡히지만 않았어도...정말 미안하다.”


“아니야. 아저씨는 최선을 다했어. 할머니는...슬픈 일이지만. 응, 그걸 아저씨의 탓이라고 하면 안될 것 같아. 그러면 안 된다고 하네.”


“정령들이 그러더냐.”


“응.”


“그렇다면 내 탓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게다. 정령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말을 할 것이니.”


“...그 보다는 율하오빠를 보아줘. 오빠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다. 아니, 이제는 슬슬 3단계의 해금을 할 때가 되었지.”


“해금?”


“그래. 그를 위해 네 도움이 필요하구나. 이 아저씨가 밉겠지만 조금만 도와주지 않겠느냐.”


“...오빠를 위해서?”


“그래. 율하를 위해서, 너희 일족 전부를 위해서. 그리고 너 스스로를 위해서.”


“알겠어. 지극히 높은 영왕 아저씨.”


“미리.”


“잠깐만 다녀올게. 엄마. 할머니는...”


“손을 잡아도 괜찮겠니?”


“괜찮아. 나, 아저씨 미워하지 않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그보다는...위험해 보여.”


“괜찮아. 그 아이는 그리 약하지 않으니까.”


미리는 그렇게 잘린 첨탑의 끝에서 영왕의 손을 잡은 채 허공에 떠서 영문을 알지 못할 다른 요족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은 채 저 아래쪽,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괴물들의 군세에 둘러싸인 율하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작가의말

네, 갑오년 새해에 드리는 첫 인사로군요.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용량을 조금 채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늦은 건 늦은 거겠죠.


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하지만 앞으로 한두달 정도 작가 개인의 사정에 의해 연재주기가 불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ps. 전작이었던 네크로세이지 전기 1부가 1월6일 부로 이북런칭을 개시합니다. 물론 전작을 보시지 않아도 TES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주시면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훌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4.01.03 21:29
    No. 1

    독자 : 차라리 봉인이라도 하라고 했을거 같군요.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제부터니..
    이제 하렘에 한발 더 다가가는 율하. 과연?
    미리 : 와아~따라다닐래.
    영왕 : 도와주지. 그럼 봉인을 풀어야 겠는데..
    율하 :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ShahEltz
    작성일
    14.01.04 10:44
    No. 2

    ㅋㅋㅋ 엄청 기네요 ㅎ 근데 언제 올리실지 모른다는 전제가... ㅋㅋㅋ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새해 시작부터 다들 바쁘시네요 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하시는일 잘되시길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경
    작성일
    14.01.04 11:27
    No. 3
  • 작성자
    Lv.53 고냥남작
    작성일
    14.01.04 20:51
    No. 4

    하아... 또하나 겟!! 지인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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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17 1,293 2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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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93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83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4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44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7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6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4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3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1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0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8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1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6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6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3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4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7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4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7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8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7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6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1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0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2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2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0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6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7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8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1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5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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