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라이트노벨

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조회수 :
780,111
추천수 :
10,203
글자수 :
1,738,667

작성
13.10.28 16:41
조회
1,844
추천
44
글자
20쪽

chapter. 21 - 꿈의 온도

DUMMY

Chapter 21 - 꿈의 온도


흐릿했다.

마치 꿈처럼 흐릿한 세상.

세상이 그렇게 흔들리고 자신 또한 그 세상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그 흔들림은 물과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대기와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 지금은 그런 쓸데 없는 것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


꿈.

그래,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이 풍경은 분명 꿈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글쎄, 이게 꿈일까?”


혼란을 넘어 당혹스러워 하는 율하의 옆에 역시 흔들리는 세상, 흔들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역시 흔들리며 자신의 옆에 모습을 드러내는 한 소녀. 그녀는 일전 나한의 제단에서 본 것과 같은 모습의 소녀로 아마 그녀 역시 게이져의 조각일 터. 그녀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율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 과연 그게 꿈에 불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건 무슨 의미지?”


“무슨 의미인지는 나 보다는 본인이 더 잘 알거라 생각하는데.”


“......”


율하는 잠시 자신의 옆에 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차용한 외모는 전에 자신이 보았던 그녀, 즉 현실의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과거의 그녀 그대로. 아니, 사실 지금은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과연 그녀일까? 아니면 단지 기억속의 모습을 차용한 것뿐일까?


“그 보다는 너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


그러고 보니 자신이 왜 여기에서 이것을 바라보고 있더라?

아니, 그 보다도 자신은...

율하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역시나 흐릿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몸은...그가 몇 개월 동안 익숙했던 자기 자신의 몸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기억 속에 있는 현실의 자신도 아닌...지금의 이 모습은 대체-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이네.”


“정리고 자시고 나는 대체 누구지?”


“너는 너일 뿐이지. 이율하. 현실에서도, 이곳 가상세계에서도.”


“......”


“그리고 네가 여기까지 와서 저걸 본다는 건 이미 첫 번째는 겪었다는 거지?”


“첫 번째라...”


“그래. 첫 번째. 그게 아니라면 내가 이 모습으로 있을 수도 없었겠지?”


“너는 그럼 두 번째야?”


“두 번째? 뭐,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불러도 좋아. 우리에게 사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전부 본체의 일부일 뿐 순서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까.”


“즉 너는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그녀와 다르다는 거야?”


“본질은 같아. 하지만...차이가 없는 건 아니야.”


“차이가 있다고?”


“응. 그 증거라고는 하기 힘들겠지만, 율하가 마주했다는 그 [첫 번째]와 나는 말투도, 말 하는 방식도 다를 걸? 물론 생각도 말이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손을 앞으로 내뻗어 율하가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는 풍경을 정지시킨다. 그대로 멈추는 세계. 그와 함께 흔들림도 멈춘다.


“그럼 내가 보았던 이 풍경이 처음 보았던 풍경과 차이가 있는 건...너 때문이라는 거야?”


“글쎄? 그건 조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서.”


“후우.”


“그래도 그렇게 복잡한 건 아냐. 왜냐하면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너에게 [거짓]을 보여주지는 않거든.”


“그 말은 내가 본 이 풍경도?”


“응. 진실. 적어도 내게 각인된 바로는.”


“......”


그 풍경이 진실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고 혼란스러워 하는 율하.

그게 말이 되나? 만약 그렇게 되면 자신이 처음 보았던 풍경, 살아 생전의 현실이 가지고 있던 기억과 완전히 위배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자신이 비현실적으로 바라보았던 그 풍경, 그것은...


“사실 이건 율하가 스스로 숨겼던 풍경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몰라.”


“내가 숨겼던 풍경.”


“응. 으음...지금이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지금 메인플레이어로 가상세계를 진행하는 율하는 처음이 아니야. 그건 대충 감을 잡고 있지?”


“아아.”


“율하가 아마 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 가운데 하나인 마도의 힘. 그 근원이 되었던 보다 과거의 시대를 이미 율하는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어.”


“언뜻 이야기는 들었어. 내가 그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또한 멸망으로 이끌었다고도 말이야. 그런데...사실 실감은 나지 않아.”


“응. 당연히 그럴 거야. 그 때의 율하와 지금의 율하는 같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까.”


“그건 또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야. 하지만 그 참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고?”


“부족한 건 맞아. 하지만 자격의 문제는 아냐. 문제는 능력이지.”


“능력 또한 자격의 하나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뭐 그건 그렇다고 해도 단지 그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능력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지금의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응. 턱 없이. 왜냐하면 그건 알게 되는 순간 율하에게 영향을 미치거든. 적어도 지금 진행되는 이번 세계에서는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


“...하아, 솔직히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래? 음...그 말은 지금 율하가 여기를 찾은 건 꽤나 편법들이 동원되었다는 이야기네. 하긴 그러기로 결정한 본체의 의사는 전해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


“그게 아니라면 제삼자가 끼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들은 자신들을 원주민이라고 했어.”


“원주민? 설마- 그들은...”


“살아남은 자들. 이번 바로 직전에 시스템에 오류를 만든 것도 그들이라고 했어.”


“......”


“게이져?”


“미안, 그걸 내게 전달한다고 해서 내가 그 정보를 본체에 전달해서 이 세상에 변화를 주고 수정을 할 권한은 없어. 지금의 나는 자율성이 조금 있고, 대응의 범용성이 높다고는 해도 그저 본체가 만든 조각일 다름이니까. 나를 찾아올 율하를 위해 조금 밀도가 높은 조각의 상태로 남겨지기는 했어도...그저 수동적일 조각일 뿐이니까.”


“그렇...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 설사 그들이 시스템에 도전할 정도의 힘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결코 율하에게 해가 될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왜냐하면 그들이 정말 원주민이라면...그들에게도 율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테니까.”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응. 곧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내 시험을 거치고 나면 율하는 자연스럽게 2단계 해금의 자격이 생길 테니까. 그렇게 되면 율하는 좀 더 우리 본체가 준비한 시스템 데이터 베이스에 가깝게 접근 할 수 있어.”


“그럼 한 가지만 물을게.”


“응. 물어 봐.”


“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거야?”


“응?”


“너희들, 그러니까 게이져는 나에게 대체 무얼 바라는 거야?”


“처음 율하가 이 가상세계에 다시 재구성 되었을 때 듣지 않았어?”


“어떤 말을?”


“진엔딩을 찾으라는 말.”


“...그건...”


“우리가 율하에게 바라는 건 그거야. 응. 그래야만 우리도 구원을 받을 수 있거든.”


“구원?”


“그래. 구원. 물론 GGGSDF#gs#@QF 아, 미안. 방금 말 이해 못했지? 왜냐하면 제한 사항이라서. 응. 아무튼 그래.”


“왜 난데?”


“처음이 율하였기 때문이야.”


“처음?”


“그래. 처음. 처음도, 중간도...그러니까 우리는 율하에게 끝도 바라는 거야.”


“후우...”


“후후후. 복잡할 건 없어.”


“복잡한 것을 떠나서 잘 이해가 안 되서 그래. 만약 내가 과거를 기억 할 수 있게 되면 달라질까?”


“응. 달라는 질 거야. 하지만 그것도 우리는 강요하지 않아. 왜냐하면 과거에 율하는...”


“세상을 멸망시켰기 때문이야?”


“으응. 그런 하찮은 이유가 아냐.”


“하, 하찮아?”


“응. 적어도 우리에게는. 왜냐하면 이 세상은 데이터로 구성된 가상의 세계. 그 세계가 멸망했다고 해서 그걸로 끝은 아니거든. 하지만 그때의 율하가 구축한 세상과 데이터를 삭제해야 했던 건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이유?”


“응. 다른 이유. 그리고 그건 지금 율하가 보았던 광경과 연관이 없지 않아.”


“......”


“당황했지? 율하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다른 풍경이어서 말이야.”


그녀가 언급하는 것 처럼 지금까지 율하가 보았던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첫 번째 게이져의 조각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것이 과거 자신에게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고의 광경. 차 사고로 인해 친구의 부모님과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자신이 크게 다쳤던 사고의 광경으로 자신을 크게 변하게 만들었던 계기의 날이었다고 하면 지금의 광경은 그 보다 훨씬 과거의 광경으로 자신과 부모님이 전부 살아 있던 시기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광경은 그의 기대와, 그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믿을 수 없어.”


“믿으라고는 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나는 이 풍경을 율하에게 믿게 만들 그 어떤 이야기나 정보도 알고 있지 못하거든.”


“......”


“하지만 이건 분명해. 이 풍경은 진실이야.”


“하지만 내 기억은.”


“율하는 인간의 기억이 완전하다고 생각해?”


“그건...”


“게다가 절대 시간으로 이 사건은 1억년도 더 이전에 발생한 사건. 게다가 과거에 한 번,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한 번 [삶]을 겪은 율하가 정확히 과거의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어?”


“그건...”


“못하지? 그럴 거야. 세계 자체를 데이터베이스로 하는 우리조차 그건 자신 할 수 없는데. 인간이었던 율하가 인간의 기억, 그것도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응. 그건 설사 신이라고 해도 불가능 해. 단 한 존재를 제외하고는.”


“단 한 존재?”


“응. 지금의 율하라면 상위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겠지? 그 세계의 진정한 관리자이자 현재 산재해 있는 모든 하위 세계를 주시하는 분. 이 세계가 가상세계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분의 힘 또한 존재하거든.”


“그 분이라는 거...혹시 영왕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영왕? 설마...그 분과 만났어?”


“지금 이 세상에 계셔.”


“그래? 그건 내가 분화되기 전에는 없던 정보여서.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조금은 조심하는 게 좋을 지도 몰라.”


“어째 서지?”


“왜냐하면 대응을 할 수 없거든. 상위 세계의 존재들. 물론 그들과는 계약에 의해 일정한 선 안에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간섭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상위의 존재거든.”


“단지 그것 뿐.”


“그게 커. 아- 하지만 율하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적어도 지난번의 율하는...그들과 호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힘과 능력을 손에 넣었었으니. 물론 지금은 그 때와는 전혀 별개라 데이터 연동이 되지 않지만.”


“끄응.”


“아무튼 어때? 계속 볼래?”


“그게 시험의 조건?”


“보고 받아들여야지.”


“하지만 네가 보여주는 그게 진실이 아닐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내게 맡겨진 역할이고, 율하가 감당해야 할 길인 걸.”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어떻게 되는 거야?”


“음- 그건 선택지에 없는 사항인데. 하긴 어떻게 되겠어. 다 끝나는 거지. 세상도, 우리도.”


“...차라리 협박을 하라고.”


율하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나 단편적인 정보뿐이기는 해도...연결은 되었다.

확실히 수라가 말했던 것 처럼, 그리고 홀스마이뉴가 언급했던 것 처럼 자신은, 과거의 자신은 현대보다 과거에 존재했던 마도세계를 만들었고 또한 멸망시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자신. 게이져의 조각이 언급했듯이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니며 데이터 또한 연동되지 않은 [과거]의 자신일 뿐이다.


그 때의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 대단했던 자신이 왜 자신이 만든 세상을 멸망시켰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정보에 의하면 지금 자신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게 된 것은 게이져의 덕분일 터. 그녀가 원하는 진 엔딩이 무엇인지는 모르며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는 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그는 그녀의 그 뜻을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좋아.”


“진행? 아니면 정지.”


“...별로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이왕 하기로 한 길이니까.”


“약간, 아니 상당히 역겨울 수도 있어.”


“병 주고 약 주는 거야?”


“후후후. 그렇게 되나?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 줘.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 역할이 어떻던 간에 하나이며 또한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며 처음으로 율하를 똑바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흐릿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

왤까? 왜 그녀가 누구의 모습을 따 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얼굴만큼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하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고 있다는 것 정도는 말이다.


“그럼 시작할게.”


“아아.”


“아. 참. 그리고 내가 두 번째라면 첫 번째가 내 준 숙제. 기억하고 있지?”


“파고스다?”


“응. 아마 첫 번째의 나는 그 질문을 율하에게 남겼을 거야. 다시 한 번 그의 유혹이 있다면 거기에 넘어갈 것이냐고 말이야. 그에 대한 율하의 답을 듣고 싶어.”


“그것 또한 시험의 일부야?”


“아니. 그건 아냐. 그건 시험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 이 가상세계를 만든 분과 관련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나 이 세상과는 그리 큰 상관은 없는 이야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율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


“마도세계의 나와 연관이 있는 거야?”


“마도세계의 너도, 그 이전의 너도 관계가 있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너도.”


“......”


“그는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에 큰 영향을 끼쳐. 그게 사람이건, 신이건, 악마건, 천사건 말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악이라고도 할 수는 없어. 그는 단지 살아 있을 뿐이며 욕망에 충실하고 그 욕망대로 다른 자들을 유혹할 뿐이야.”


“그건 그 관리자라는 분의 정의?”


“아니, 정확히는 그 관리자의 옆에서 관리자를 수호하며 나아가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는 또 다른 분의 정의. 그리고 그건 반박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 분은 과거 세상이 지금과 같은 틀을 잡기 이전에 파고스라는 존재와 세상의 명운을 건 싸움을 했거든.”


“그리고 승자는 그 관리자라는 거겠지?”


“맞아.”


“만약 반대였다면 반대의 정의 아니었을까?”


“으응. 그건 그렇지 않아.”


게이져의 조각은 설레설레 고개를 내 저었다.


“어째서 그렇게 단언 할 수 있는데?”


“그 때는 파고스는 세상을 아예 소멸시키고자 했거든. [묵시]와 함께.”


“...묵시?”


율하는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그 단어에 순간 지끈하니 저려오는 자신의 머리를 집었다.

그래, 들은 적이 있다. 그건 분명 바람의 대정령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어떤 풍경에서 언급되었던 단어. 하지만 그게 왜...


“응. 하지만 그 묵시는 결국 봉인 당했고. 파고스다는 패했으며 세상은 다시 안정을 되찾아 창조와 유지와 소멸을 거듭해 가며 진화했어. 그리고 가상세계는...GSGAY$GDVw#$t@$yg...”


무언가를 말하는 듯 했지만 역시 제한 사항인지 가상세계에 대한 뒷이야기가 이상한 소음처럼 울려 사라지는 그 단어에 쓴웃음을 짓는 율하.


“그것도 제한사항인가 보네.”


“응. 미안. 되도록 많은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말투와는 달리 첫 번째 조각보다 훨씬 더 다정하게 율하를 대하는 두 번째 조각. 같다. 하지만 다른다. 이런 게이져의 조각끼리의 연관을 자신과 과거의 자신 사이에 놓여 있는 차이와 비교를 해 보면 어떤 것을 더 멀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그리고 그건...사실 별로 의미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괜찮아. 그리고 고마워....그럼 이제 보도록 할게. 끝까지.”


“응. 그럼- 재현...개시.”


다시 흘러가는 세상.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니, 그다지를 넘어 이건...인정하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고, 서로 바람을 피웠으며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그 광경.

물론 TV나 이런 곳에서 자주 본 광경으로 그리 충격이라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그게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가족의 모습에 대입해서 보는 건 그게 사실이고 거짓이고를 떠나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하물며....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면...자신은 대체 어떤 기억을...


“힘내.”


그렇게 가볍게 울리고 사라지는 게이져의 음성.

율하는 그 자리에서 그 꼴도 보기 싫은 영상이 사라질 때 까지 쭈욱...계속 그렇게 그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조건이라고 했으니까. 그녀가 힘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녀를 포함한 모두가 자신을 믿어준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그저 이것을 보는 것 정도는...


“하아.”


괴로웠다.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다. 하물며 이걸 인정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결국 영상은 끝이 났다. 영상의 끝은...처음 자신이 첫 번째 조각으로 부터 전해 받았던 사고 당일의 영상 전날. 그렇지만 그 기억은 분명 괴리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이 진실인가.

대체 자신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끝난 것 같은데.”


“다 봤어?”


“응. 그러면...시험은 통과야?”


“유감스럽게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목소리만을 그 정지된 공간에서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

아직 아니라고? 영상은 끝났는데? 자신은 눈 하나 떼지 않고 그것을 끝까지 보았는데? 그럼에도 아직 아니라는 건가?


“어째서?”


“말했잖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율하는 아직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진심으로 괴로워하고 있지도 않아. 단지 영상매체를 통해 남의 이야기를 보듯 하고 있어. 그래서야 무의미.”


“......”


“그러니까 다시 갈 거야.”


“자, 잠깐.”


“응? 왜? 아무래도 안 되겠어?”


“아니, 그건 아니야.”


“그렇다면?”


“...이대로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본능이 거부를 하고 있어.”


“그건 곤란해.”


“맞아. 그래서 말이야. 차라리 그렇다면 첫 번째 조각이 했던 방식으로 해 주었으면 해.”


“첫 번째의 방식? 설마...체험? 하지만 그건.”


“게이져가 말했잖아. 괴로워하려면 진심으로 괴로워하라고. 그런 게 아니면 몰입할 수 없을 것 같아. 진짜로 고민하지 않을 것 같아. 괴롭기에...피하기만 할 것 같아.”


“일리는 있어. 하지만 그래서야...”


“뭔가 문제라도?”


“아니. 기술적인 문제는 없어. 하지만 약간의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아. 괜찮겠어?”


“...괜찮아.”


율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겪어야 할 괴로움이라면 겪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알고 있다. 나쁜 일이라고 해서 피하기만 한다면 결국...한꺼번에 그것들이 들이닥쳤을 때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 때도...


“음?”


“응?”


“아니, 잠깐 이상한 게 떠오른 것 같아서.”


“이상한 것?”


“...아냐. 그냥 잠시 이상한 생각이...모르겠어.”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나중에 해도 괜찮아. 나는 언제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 역할을 다할 때 까지는.”


“아냐. 나중에는 시간이 없어.”


“그래. 그렇다면...갈게.”


“아아.”


그렇게 환한 빛이 자신을 감싸는 것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 율하. 그리고 그의 몸은 첫 번째 조각과 조우했을 때 그러했던 것 처럼 어떤 세계의 흐름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2차 해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세이브를 합니다. 그리고 죽습니다. 하지만 깨어나지 않습니다. 왕자님의 키스가...(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8 zaka
    작성일
    13.10.28 17:13
    No. 1

    왕자님의 키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트레인
    작성일
    13.10.28 17:37
    No. 2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만월이
    작성일
    13.10.28 17:53
    No. 3

    가상세계는 의미가 없다라.........게이져의 지금 마인드는 원 세계와 가상세계를 나누고 있는데... 과연 두 가지 사이에 가치의 차이가 있는것인지...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가 많네요. ㅎㅎ
    여기서 더 철학적으로 더 나아간다면 인간과 인공지능 생명체까지 나아가려나요? ㅎ 인공지능 생명체의 인격은..인간의 인격으로 존중해야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10.28 23:28
    No. 4

    콜린에 대해 알아야 할게 있는지 물어보지. 그것도 중요해 보이는데..
    콜린 : 우웅..난 관심 밖이야. 칫.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경
    작성일
    13.10.29 10:54
    No.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E.S(true ending see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3 16.03.12 682 0 -
공지 공지 +10 13.03.15 7,692 0 -
176 Chapter 26 - 신의 기억. +6 14.02.13 1,080 33 21쪽
175 Chapter 26 - 신의 기억. +5 14.01.28 758 31 24쪽
174 Chapter 26 - 신의 기억. +6 14.01.20 640 30 19쪽
173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5 14.01.15 971 26 24쪽
172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5 14.01.11 707 28 25쪽
171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8 14.01.09 903 26 23쪽
170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4 14.01.03 877 25 42쪽
169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4 13.12.28 1,159 33 37쪽
168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4 13.12.24 1,759 34 22쪽
167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7 13.12.23 1,421 31 34쪽
166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20 1,240 31 22쪽
165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17 1,293 28 24쪽
164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6 1,242 33 36쪽
163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4 1,543 36 22쪽
162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6 13.12.12 1,329 36 23쪽
161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3 13.12.10 1,453 31 21쪽
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93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83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4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44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8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6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4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4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1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0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8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2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6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6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3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4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8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5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8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8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7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6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1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0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2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2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1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7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8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1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6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