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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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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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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12.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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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4쪽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DUMMY

Chapter 25 - 잃어버린 섬.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콜린이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간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물론 그건 아닐 것이다.


아까 전의 일도 있었고 또한 어제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저지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그녀가 잘못되면 즉각 자신의 쪽으로 불러 올 수 있는 영적인 장치까지 마련했고 그녀에게 조금의 이상이라도 생기면 알 수 있도록 경계장막까지 씌워두었기에 그런 일은 있지 않을 것이다.


“그분을 상장히 소중하게 여기시나 보네요.”


“네. 소중하지요.”


그런 율하의 노력과 기다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표정에 서려 있는 걱정을 바라보며 메이신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는 혼령 아닌가요?”


“맞습니다. 제 수호령이지요.”


“수호령...과연.”


율하의 그 말에 무언가 수긍한 듯 경탄을 내 뱉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녀 역시 절벽의 거의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율하의 옆쪽에 와서 선 이후 그 아래를 함께 내려다본다. 무엇이라도 사양하지 않을 것 처럼 넘실대며 입을 벌리는 검은 물결.


“무엇이 과연 인지요.”


“그냥...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저 조금은 알 것 같아서요. 또한 부럽기도 하고요.”


“부럽다고요?”


“네. 조금이지만요.”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한 다음에 율하보다 한 발 더 앞으로 나서 절벽의 끝자락을 밟고 양팔을 활짝 벌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상당히 아찔하고 또 위험하게 다가왔을 광경. 그렇지만 그녀는 매서운 바닷바람과 아래에서 부터 모든 사람을 유혹하는 검은 바다의 손길, 그리고 그 발등 위를 기어 다니는 갯강구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듯 그대로 빙글 몸을 돌렸다.


몸을 살짝 덮고 있는 푸른 비늘이 없다고 하면 보통의 여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보통의 여인도,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단절의 시대, 즉 인왕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육체로 재탄생된 현생의 생명체가 아닌 그 이전의 존재로 동해용족이라 부르는 반인반용의 일족이었으며 또한 살아 있는 것도, 콜린처럼 혼령의 상태가 아닌 반혼(返魂), 즉 육체적으로는 죽었지만 그 혼령이 육신을 완전히 떠나기 전에 아주 작게나마 연결점을 통해 그 혼을 육신과 그 육신에 남은 백에 연결해 둔 불안정한 존재.


“잘 모르겠군요. 저는.”


“그러신가요? 저는 율하님께서 잘 모르겠다는 걸 잘 모르겠네요.”


“......”


“처음에 말씀을 드렸지만 저는 반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저 묶인 자랍니다. 물론 살아 있는 것도, 죽어 있는 것도, 저 같이 둘다 아닌 것도 결국에는 잊히고 사라질 몸.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가 오랫동안 기억해 줄 수 있다면...그것은 결국 단순한 삶과 죽음을 넘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의미라면 메이신님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답니다. 네...그렇지 않지요. 이미 동해의 백성들은 저희들을 잊은지 오래. 그들을 있게 만들었던 동해의 용신님조차 이미 그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할 거랍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아직은 그렇지요. 단적인 예로 아직은 요족의 고마운 분들을 통해 동해의 용신님께서 기억되고 있으며 또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니 그 분은 아직 세상에 계실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닐 것이에요. 왜냐하면 요족의 분들은 그 분을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을 뿐 직접적으로 그 분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네. 왜냐하면 용신께서는 단순한 생명이 아니니까요. 엄연히 신격을 지니신 분이니까요. 저 같은 것과는 다르지요.”


메이신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께에 얹고 슬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말과 행동을 묵묵히 듣고 바라보던 율하.


“신은...다릅니까?”


“네. 다릅니다. 적어도 신격을 지닌 존재는...보통의 존재들과는 다르지요. 그분들의 신격은 신앙을 통해 완성되며 신앙을 통해 쇠퇴합니다.”


“즉 믿는 사람이 많으면 강해지고 없으면 약해진다?”


“단지 그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에요. 비록 제가 직접 용신님께 답을 들은 적은 없지만 아마도...”


“흠.”


율하는 그녀의 그 말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신...그가 생각하고 있던 신과 이 세상의 신은 조금 다른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그가 알고 있는 [상위세계]의 존재들은 또 무엇인가.

그들 역시 신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그들을 신앙으로 하는 종교는 보지 못했고, 그들의 신자 또한 알지 못했다. 먼 곳을 볼 것도 없이 그가 알고 있는 [영왕]만 해도...


“그리고 어쩌면 지금 율하님께서 생각하시는 그 분들은 제가 말씀드린 신과는 다른 존재일 거랍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네. 제가 모시는 용신님도 자주 언급을 하셨지요. 그 분들을 일컬어 그 분도 [상위 세계]의 관리자 분들이라고 하셨지요.”


“역시, 상위의 세계...로군요.”


“네. 그래서 제가 여쭈어 본 적이 있답니다. 그 분들 또한 신이냐고, 혹은 용신께서 모시는 보다 높은 신격이냐고 말이에요. 하지만 거기에 대해 용신께서는 그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네. 그 분들은 신은 아니라고요. 단지...창조자이자 유지자이자 파괴자...그리고 관리자라고.”


“그게...신 아닌가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분께서는 아니라고 하셨어요.”


“흠...아무튼 그렇군요. 즉 동해의 용신께서는...”


“네. 최후의 신자인 제가 사라지게 되면 그 분께서는 곧...”


“하지만 그렇다면 야마타노오로치는...아, 그렇군요. 아직 그를 신격으로 하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율하는 여전히 구슬픈 그녀의 표정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그 말에 초반에 약간 의문으로 하고 있던 것들 가운데 몇 가지는 해소가 된 느낌이었다. 그동안 꽤나 오랫동안 시간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해의 용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거의 전해지지 않던 것도, 자신들의 앞에 직접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도 말이다.


그는 지금 극도로 약해진 상태다.

처음에는 동해의 용신이라는 말과 야마타노오로치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말에 막강한 힘을 지닌 용신을 떠올렸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 과거에 그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신앙으로 하는 동해의 용족의 힘과 숫자가 많고 신실하게 그를 믿었기 때문. 반면에 지금은 그 반대로 용신을 신앙으로 하는 동해용족은 멸족했고 그 백성들 역시 과거를 거의 잊어가고 있는 반면에 야마타노오로치를 자신들의 신으로 여기는 북방의 교룡족은 강세에 있는 상황. 비록 과거에 결정적인 패배를 당해 봉인당한 상태라고는 해도 그 힘은 야마타노오로치가 훨씬 더 큰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려운...문제로군요.”


“죄송해요.”


난감한 표정을 짓는 율하의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는 메이신.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고개를 번쩍 들고 율하를 바라보았다.


“음.”


“그러니까 뻔뻔하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동해의 용신과 관련된 일입니까?”


“네.”


“죄송하지만 저는 신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네. 그것은 알고 있어요. 율하님께서는 그러기에는 너무 큰 분이시죠.”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아니에요. 율하님께서는 크신 분이에요. 제가 율하님께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저 자신이 율하님께 강한 힘을 느낌 것도 있지만...용신님께서 직접 율하님을 지목하신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잘 모르겠군요.”


“저도 잘은 몰라요. 하지만 제가 들은 것은 그것 뿐이에요.”


“그 분께서 저를 지목하여 메이신님의 소원을 이루어줄 사람이라 하신 겁니까?”


“아니요. 단지 그 분께서는 율하님께서 이 땅에 내려질 대재앙을 막고 그 대재앙을 일으키고 추종하여 새로운 [악의 질서]를 세우려는 자들을 막아서실 분이라 하셨어요.”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다.

물론 완전하게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그 시점 역시 다를 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너무나도 높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나도 컸다.


“......”


“그리고 때가 되면 그 분께서 직접 율하님의 앞에 나타나신다는 것 역시 처음 말씀드린 그대로랍니다. 그 때까지는 제가 옆에서 율하님을 도우라고 하셨어요.”


“동해의 용신...신격이라.”


율하의 입에서는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처음 용산의 최가에서 비슷한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큰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 가상 세계의 플레이어로서 당연히 해나가야 하는 위업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면서 단지 그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문뜩 들었다.


이 가상세계라는 것은 대체 정확하게 무엇이란 말인가.

게이져의 위치는? 그리고 영왕들 상위 세계의 존재들, 관리자들은? 왜 이 세계는 진짜 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인가? 처음부터 가상의 세계였던 것일까? 그리고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는? 자신은?


어쩌면 처음 이 세상에 떨어졌을 생각했었어야 했을 것들에 대한 의문들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물론 그것들은 나중에 차차 진행하면서 알게 될 것이라면서 자기 자신과 타협하고 속에 담아두었던 내용.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신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은...누구인가?

왜 자신이 그런 짐을 짊어져야 하는가.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같은 사람일까?


모르겠다.

아직은...그저 모를 뿐이다.


“무언가 이상하신가요?”


“아니요.”


“물론 용신께서 말씀하신 것은 무척이나 무거운 말씀이에요. 하지만 그 분께서는 율하님이라면 가능하다고, 또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하셨어요.”


“정말로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끄응, 지었다면 지은 것이겠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 문제겠죠.”


“네?”


“아뇨. 그보다는 이제 슬슬 오는 군요.”


“아...그, 그런데 제가 드린 말씀은...”


“어쨌거나 용신님을 도와서 힘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도와달라는 것 아닙니까? 최소한 메이신님께서 최후의 신자로서 세상을 떠나 그가 잊혀지기 전에 말이지요.”


“아-”


“말이 너무 거칠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도와드릴 수 있는가의 여부겠지요?”


“...네.”


“지금으로서는 확답을 드릴 수 없겠네요. 제가 그 용신님을 직접 만나 뵌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아직 확답을 드리지 못한다고 말씀드린 건데요.”


“율하님이라면 분명 도와주실거에요. 네.”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양손을 기도하는 자세로 꼭 잡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니, 감은 것은 눈만이 아니었다. 흔들흔들- 지금까지 조금의 흔들림도 없던 그녀의 몸이 갑가기 거세게 흔들리면서 뒤로 넘어가는 듯 했다.


“!!!”


“괜찮아요. 아-”


조금의 흔들림이 커짐에 따라 뒤로 완전히 몸이 기우는 그녀.

하지만 놀라서 손을 내 뻗는 율하와는 달리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몸을 허공에 누이는 그녀.


출렁-


대기가 흔들린다.

마치 이나가 그러하는 것 처럼 순간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와 그녀의 몸을 받치는 녹색의 기운.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파란 기운과 검은 기운등 녹색의 기운과 함께 각양색색의 기운이 그녀의 뒤에서 부터 시작되어 해안 절벽의 앞쪽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안녕-

-인간? 아니 신인?-

-꺄하하하-

-못생겼어-

-이상해-


그리고 그 순간 율하의 감각에도 잡히기 시작하는 각양각색의 작은 존재들과 그들의 목소리가 그의 영감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이...건?”


“이 땅의 정령들이에요.”


물론 그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법 자주 보았던 바람의 정령들을 위시하여 바다의 정령, 물의 정령, 흙의 정령, 뇌전의 정령등등으로 여겨지는 각종 정령들이 흐릿한 형태를 갖추어 메이신과 율하의 사이를 어지럽게 뛰놀기 시작한다. 이것은 그녀가 부른 것인가?


“메이신님께서?”


“아뇨...그렇지 않아요. 제게 그런 능력은 없어요. 하지만 이건 징조에요.”


“징조라면-”


설마 용신의 등장?

하지만 괜찮은 것일까?

그녀의 말을 들으면 힘이 굉장히 약해진 것만 같은데 지금 이렇게 나타나도 된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벌써 때가 되었다는 건가?


“아니에요.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하지만 말씀이 곧 내릴 것 같네요.”


“전언인가요?”


“네. 하지만 매개는...아, 설마?”


그녀는 허공에 몸을 살짝 띄운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칠흑같이 검에 넘실거리는 물결.

하지만 그 위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그림자는 그 바다보다 더 검게 수면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쿠어-”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완전히 낮선 것도 아닌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산이 떠올랐다. 아니, 그것은 산이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보았던 것 가운데 가장 거대한 바다괴수, 하지만 동시에 야스미 일족의 수호신으로 일컬어지는 바다거북 카메카메. 역시나 멀쩡했던 것일까? 사실 그 등껍질만 보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상처도 많아서 무어라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다녀왔어!”


“응. 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


그리고 카메카메와 함께, 아니 그보다 더 힘차게 떠올라 메이신을 넘어 율하의 품에 파고들듯 안기는 콜린. 그녀는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일을 제대로 했다는 듯 보람찬 얼굴로 율하의 목 언저리에 매달렸고 율하는 그런 그녀의 몸을 받쳐 머리를 쓰다듬었다.


“쿠어...음. 불편하고.”


“용신...님을 뵙습니다.”


그리고 해안가의 수면에 몸을 온전히 떠올린 카메카메의 입에서 뛰어나오는 인간의 소리.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가 함께 섞여 새어나왔으나 이내 그 소리는 제자리를 잡았고 메이신은 그의 말에 천천히 정령과 그 정령의 기운과 함께 몸을 아래로 내려 카메카메의 머리 앞에서 예를 갖추었다.


“네가 수고가 많구나.”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모시는 신실한 종. 그리고 이 일이 저희 일족과 세상의 빛을 위한 일음에 한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부디 제게 말씀을 내려주십시오.”


“......잘 해주었다.”


“아-”


“이건...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리고 당신께서 그 [용신]이십니까?”


메이신이 동해의 용신에게 예를 갖추고 일정한 양식에 따라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역시나 정령의 힘, 그리고 그가 지닌 영적인 힘에 마도력을 섞어 메이신 보다는 느리지만 함께 해안 절벽의 아래쪽에 도착한 율하는 함께 그 압도적인 크기의 바다거북을, 하지만 지금은 그 거북이 아닌 거기에 서린 [용신]이라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특별한 느낌은 없다.

신격을 지닌 자라고는 했지만 그의 영감에 잡히는 존재의 거대함은 사실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최가에서 느꼈던 용신의 크기와 존재감이 좀 더 크다면 컸지 이것은 보통의 거대한 괴수의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감. 그렇기에 율하는 처음에는 의심스러웠지만 이내 극히 약화되어 소멸되기 일보직전에 있는 신격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이내 측은하다는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러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대리자이신 분. 크게 세상을 그리시는 분. 세상과 함께 스스로를 잠재우신 분.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서 이 세상을 구원하실 분. 그 분께 저 동해의 담당자가 인사를 올립니다.”


“....네? 아니...그러니까.”


“용신...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반응에 율하도 메이신도 당황한다.

마치 메이신이 그에게 그러했던 것과 비슷하게 율하에게 예를 갖추는 카메카메, 아니 동해의 용신. 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현재의 당신께서 모든 것을 아시건, 모르시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간의 흐름이란 처음부터 끝을 연결 지을 수 있다면 다르지 않은 것. 네- 그속에서 당신께서 가장 낮은 위치에 계신다고 하여 당신께서 이룬 시작과 끝이 미미한 것은 아니지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건...시작과 끝이 결정되어 있다는 것입니까?”


“결정되기로...결정된 것이지요.”


결정되기로 결정된 것.

그 말을 곱씹으며 율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결정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결정을 결정지은 것은 누구라는 말인가.

사실 하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말이다.


“게이져...그녀입니까?”


“아닙니다. 그 결정은 당신께서 내리신 겁니다.”


“...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네. 저 역시 당신께 현재 걸려 있는 금제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신격이 그러하는 것 처럼 저 역시 거기에 관여를 할 수 없고 말입니다.”


“금제. 끄응.”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것 처럼 끝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그 끝에 당신께서 다다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물론 그런 당신께서 끝에 다다를 수 있도록 인도자들이 있으며 각 단계에서 당신께서 일정한 수준에 올라 금제사항을 풀게 되면 그 보다 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도자 가운데 하나가 당신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저는 인도자가 아닙니다. 되고 싶었지만 될 수 없었습니다.”


“네?”


“지금의 당신께서는 기억하시지 못할지는 몰라도 저는 과거의 당신께, 마도의 왕으로 계시던 시기의 당신께 결코 갚을 수 없는 깊은 은을 입었습니다. 그렇기에 저 또한 당신께서 모든 것을 [다시]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리셨을 때 그 인도자가 되고 싶었습니다만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신격이라서 그런 것입니까?”


“아닙니다. 다만 당신의 인도자로 적합한 것은 이 세상에 단 한 분 밖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네. 그 분께서 바로 저희들 전부를 아우르는 이 세계의 진정한 관리자, 그리고 신. [게이져]님이십니다.”


절반은 알던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그가 알고 있던 것과 몇 군데 다른 것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임명한 게 아니라 반대로 자신이 그녀를 인도자로 삼았다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이었다고?

기껏 이룩한 마도세계를 멸망으로 이끈 파괴자인 자신과 지금 용신을 통해 알게 된 자신 가운데 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아니...어쩌면 그 둘 다 진실일 수도 있었다. 결국은 시간과 의도, 관점의 차이일 뿐 다를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


그것을 알았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다.

분기가 아닌것일까?

하긴, 그것을 알게 된다고 하여 목적이나 방향이 변하는 건 아니다.

단지 알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의 방향이 조금 더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무엇을 위해 제 앞에 나타나신 겁니까?”


“그것이 저의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역할?”


“네. 비록 제가 인도자는 되지 못했지만 게이져님께 이 지역을 담당할 것을 부탁받은 하위의 신격으로 율하님께서 불완전하신 동안에 몇 가지 편의를 보아 드리며 또한 길로 인도하는, 네...즉 인도자께 인도드리는 역을 맡게 되었답니다.”


“당신 말고도 다른 분들 또한 계십니까? 당신처럼 그런...”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저와는 달리 당신께 불만과 의혹을 품고 반심을 품은 자들이 꽤 많다는 것은 말입니다.”


“후우-”


“물론 그들의 입장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보기에 그들은 멀쩡히 존재하는 그들의 세상을 당신께서 변덕으로 파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아닙니까?”


“네.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확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당신께서도 분명히 이유가 있으셨으며 저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제가 아는 것은 전부가 아니며 그 보다 더 깊고 중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거기에는 제가 이르지 못했지만 적어도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알려주실 수는...없겠지요?”


“네. 아직은 [금제사항]이랍니다.”


“......”


“하지만 제가 인도해드리는 길을 따라 이번 인도자께 이르시게 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실 수 있을 것이고, 저절로 당신께서는 과거의 당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카메카메의 몸을 빈 용신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런 둘의 대화를 옆에서 바라보던 메이신과 콜린.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구보다 가깝게 진실에 접근한 콜린은 그 대화를 이해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메이신은 혼란에 빠져 있었을 뿐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지금 그 대화가 무엇을 말하는 지도 알지 못했다. 단지 그녀로서는 용신과 대등하게, 아니 오히려 더 높은 입장에서 용신을 대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희망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저 절박함에, 다른 길이 없었기에 용신의 말을 그대로 실행한 것 뿐이었지만 정말 이 사람이라면...


“어려운 문제로군요.”


“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당신께 편한 길을 열어드리고 싶었지만...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건...아닙니다. 헌제 정말 문제는 무엇입니까?”


“문제는...모든 것입니다.”


“모든 것 말입니까?”


“네. 다행이도 이 일대에 과거 저의 직속 권속이었던 이 녀석이 있었기에 몸을 빌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저는 한참 동안 당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때가 되어도 불가능했다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때가 되었다면 제 본신으로 당신의 앞에 나타나서 이해를 구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이 크게 잘못됩니까?”


“네. 정말로 송구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북방의 교룡족, 그리고 야마타노오로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군요.”


율하는 잠깐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번쩍 뜨고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습니다. 물론 그들의 문제 또한 보다 더 큰 문제의 한 조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더 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입니까?”


“잠시 이 아이의 몸을 빌리는 동안에 기억을 보았지만 이미 다소 늦은 상황이더군요. 당신께서도 겪으셨겠지만 스스로를 [검은 입]이라 부르는 고대의 괴물이 무엇인지 혹시 아시는지요.”


“...제가 추론 할 수 있는 한은 잊힌 신격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됩니다만-”


“아닙니다.”


거대한 거북의 머리가 크게 흔들린다.

그는 가볍게 흔든 것이겠지만 주변의 크게 울리고 바로 앞의 율하가 살짝 위협을 느낄 정도의 진동과 함께 땅이 우르릉 하고 울린다.


“아니라고요?”


“네. 그것은 그릇입니다. 당신께서 과거에 세우셨던 마도의 제국에 대해 완전히 기억을 하지는 못하시겠지만 그 당시의 마도사들은 보통은 용납되지 않은 여러 마도의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것은 그 가운데 하나. 당연한 이야기로 당신께서 마도제국을 세우실 때도, 그 이전에도 저희 [신격]들은 세상에 존재했고 그 당시보다 더욱 강하게 세상에 영향을 끼쳤지요. 하지만 마도의 시대에 접어들어 저희들의 힘 보다 인간의 힘이, 마도의 힘이 더 강화되면서 저희들의 영향은 그리 크지 못했고 그 과정중에서 잊히고 소멸되는 신격 또한 상당히 되었습니다. 아, 물론 그것은 당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단지 당연한 수순을 뿐이지요. 그 시점에 조금, 아주 조금 일었을 뿐 언젠가는 찾아왔을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에 있었습니다. 저희 신격들은 대다수 잊히고 저처럼 소수나마 신자들이 있는 신격들이 살아남았지만 그 마도사들의 욕망에는 끝이 없었습니다.”


“설마-”


“그 가운데 하나가 현재의 인류를, 현생의 존재들을 있게 만든 [인왕의 계획]. 그렇지만 이것은 그저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극소수의 말단들을 제외하면 상당힌 온건한 통제 속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그렇지 않고 남용하던 마도사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


“그리고 지금 말씀드린 [검은 입]은 인왕의 계획 가운데 일부를 뒤틀어서 자신들만의 [신]을 그리고 [신격]을 만들 그릇을 실험했던 자들이 획책한 계획의 결과물의 일부입니다.”


“설마-”


“네.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검은 입]은 그 흔적. 물론 그들의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세상의 끝이 찾아왔기 때문에 완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들이 남긴 실험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살아서 스스로를 그릇으로 하여 바다를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먹어치운다는 것은...혼령입니까?”


“혼, 백, 자아...즉 영적인 구조를 이루는 모든 것을 그것은 마치 폭군처럼 집어삼켜 이미 그가 과거에 서식하던 남쪽의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북상한 것입니까? 하지만 대체 왜 하필 이쪽으로...”


“그 당시에 이 땅이 급격한 해일과 지진, 그리고 화산폭발로 인해 가라앉고 무수한 인명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렀지요.”


“맙소사.”


“네. 그 전까지는 검은 입은 잠재력은 있었지만 그리 강한 괴물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것은 마도사들이 손을 대기 전부터 특수한 체질을 타고난 고대의 심해어의 피를 타고 났으며 저희 용신의 신격들에게도 나름 주의의 대산이 되었던 생물입니다. 그런 것이 마도사들의 손을 거치면서 절제 없는 괴물이 되어 주변의 모든 영적인 것들을 먹어치워 버렸으며 일전에 있었던 일본 서부의 침몰로 인해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설마 그것이 계속 땅을 흔드는 것은 계속 땅을 무너뜨리려는 계책입니까?”


율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간접적이지만 체험한 적이 있는 그 위험한 생물.

해일과 지진으로 인해 침몰하는 일본의 서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대재앙 속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무수한 인명과 그들의 원망에 찬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니, 사실은 들렸어야 정상이다. 보통 큰 사건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비명횡사를 한 장소에 가면 율하에게 그 원한과 사념이 만들어내는 불길한 영적인 노이즈가 잡히고는 했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어쩐지 그가 그 바다를 보며 적막하고 또한 죽어 있는 것과 같다고 느꼈던 것은 그 때문일까? 남아 있어야 할 원망에 찬 사념과 혼령들이 전부...그 검은 입에 잡아먹혀서 아무것도 남지 않고 죽어버렸기 때문일까? 율하는 그 광경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심각하게 몸을 떨어야 했다.


“유, 율하? 괜찮은 거야?”


“괜찮으십니까?”


“...아. 네. 잠깐...상념에 빠져서.”


“조심하십시오. 비록 당신께서 지니시는 영적인 격은 감히 그런 것이 삼킬 수 없이 크다고는 하지만 자칫 잘못되게 되면 그것에 먹힐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모든 것은 끝이지요.”


“......”


“그리고 아까 당신께서 말씀하신 그런 것 때문에 그것이 그러는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아시겠지만 이 땅의 아래 깊은 곳에는 과거제가 봉인을 해 둔 야마타노오로치, 저와 대치되기는 하지만 엄연히 신격을 지닌 또 다른 용신이 봉해져 있지요.”


“설마...?”


“물론 아무리 검은 입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진화를 했다고 해도 신도를 많이 갖춘 야마타노오로치를 상대하고 먹어치울 수는 없는 노릇.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방법이지요?”


“그것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아니,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야마타노오로치를 여덟조각으로 나누어 봉해 두었고 그 봉인 가운데 하나가 깨져도 다른 봉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결코 완전히 부활 할 수 없도록 해 두었습니다.”


“즉 그 가운데 하나를 먹겠다는 거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아직 더 있습니까?”


“최종적으로 그 괴물이 노리는 것...아니, 이것 역시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남동쪽의 바다 깊은 곳에...게이져님께서 남겨두신 인도의 조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다 깊은 곳에 말입니까?”


“물론 아무것도 없는 곳은 아닙니다. 그곳은 과거에는 꽤나 번성했던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죠. 제 영역은 아니지만 한때 저의 친우였던 남해의 신과 그를 믿었던 문명이 구축했던 궁의 흔적이 [바다의 전쟁]으로 인해 침몰해 버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섬이...가라앉은 겁니까?”


“네. 왜냐하면 그것은 인공섬이었고 그 위에 위태롭게 쌓여 올린 문명이라 들었습니다.”


“정확히 그 남해라는 곳이 어디쯤입니까?”


“아마 당신께서 기억하시기로는 [미크로네시아]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계실겁니다. 지금이야 죽음의 남해로 불리고 있고 말입니다.”


“죽음의...남해.”


“네. 지금은 그 어떤 생명체도, 사념도, 영혼도 살지 않은 채 그저 죽어 버린 바다. 그리고 그 영역의 유일한 주인은 지금은 이 근처로 올라온 [검은 입]입니다.”


“끄응...”


“원래라면 저의 역할은 당신께서 적당한 경험을 통해 능력과 지식을 키우고 그 남해 깊숙한 곳에 안배된 그 분의 길께 안내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약해진 것도, 제 힘의 근원이 되는 동해의 용족들이 멸절한 것도, 저희 적인 북방의 교룡족과 야마타노오로치가 부활의 준비를 마친 것도, 검은 입의 등장도 전부...이상하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우- 아닙니다. 그 보다도 감사합니다. 저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로 저를 도와주시니...”


“그 이상의 은을 저는 입었으니까요. 물론 그 또한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


“그렇다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면 시간은 조금 있는 것입니까?”


율하는 어쨌거나 현실을 직시한다.

주변의 상황이야 어찌되었건 이미 발을 들이민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그 일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면...하면 되는 것 뿐이다. 그래, 어차피 하기로 한 일에 정당성이 하나 더 부여되고 조금 더 자세한 배경이 설명이 되었을 뿐 변하는 건 없다.


“괜찮으신 겁니까?”


“이미 하기로 한 일이니까요. 거기에 더해 제 본격적인 일까지 걸려 있으니 더 열심히 하지않으면 안 되는 일이겠죠.”


“감사합니다...그렇다면...응?”


그렇게 무언가를 말을 하려다가 말을 멈추고 짐짓 무섭게 굳어지는 카메카메의 얼굴.

그리고 그는 용신이 깃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지를 무시한 채 어떤 방향을 향해 계속 얼굴을 돌리고 크게 울부짖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무슨 일이지요?”


“이 아이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교감자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가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만...교감자라면.”


“설마?”


“에?”


용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한 마디.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율하와 콜린은 크게 놀라며 카메카메와 마찬가지로 한쪽 방향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카메카메의 교감자. 그 의미는 단 하나였다. 야스미 일족의 미리. 어제 자신에게 그렇게 살갑게 굴었던 요족의 꼬마아이. 그 아이가 습격을 당했다고? 대체 누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점차 굳어지는 율하의 표정.


“심각한 문제인가 보군요.”


“야스미일족이...누군가에게 침략을 받았다는 이야기, 아니 설마 그렇다면 아까전의 그 갯강구들은...”


“어, 어떻게 하지?”


“동해의 용신이시어. 혹시 카메카메가 그 장소를 알고 있습니까?”


“그게...조금 멀군요. 하지만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소 수고스럽기는 하지만 이 아이의 몸을 빌어 간다고 하면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을 빌어 간다고요?”


“네. 급하신 일이라면 잠시 이 안쪽으로-”


그렇게 말을 하고는 거대한 입을 번쩍 벌리는 카메카메.

그 안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수십겹의 이빨이 흉포하게 보였고 번들번들 거리며 심한 비린내가 율하의 후각을 자극했다. 설마 그 안에 타라는 건가? 혹시 그대로 한끼의 식사거리가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가야겠죠. 메이신님께서는 이쪽을 잠시 안정시켜 주십시오.”


“네? 하지만...”


“괜찮다. 검은 입이 무엇인지 내가 알았으니. 그 보다도 너는 급히 다시 바람의 일족을 찾아서 내 이야기를 전하도록 해라.”


“바람의 일족 말인가요?”


“그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불의 일족을 찾아서 일주일 뒤에 후지산의 아래에서 보자고. 거기에서 야마타노오로치의 봉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은-”


“움직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봉인에 그들 일족의 신물 또한 사용되었으니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용신이시어.”


“준비는 되셨습니까?”


“...크으. 네.”


“그렇다면 가겠습니다.”


거대하게 벌어진 입에 율하가 들어서자 조심스럽게 입을 다무는 카메카메.

그리고 이내 그 거대한 거북의 흔적은 마치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거기에는 정령의 흔적과 함께 메이신만이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작가의말

내일 모레면 휴일이군요.

네, 휴일이지요. 단지 그 뿐이지요. ^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53 고냥남작
    작성일
    13.12.23 16:54
    No. 1

    다음펴언 헥헥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환상회랑
    작성일
    13.12.23 17:31
    No. 2

    율하는 메이신이 맘에 안드나 봅니다. 지금까지 겟한 하렘멤버와 달리 차가운 태도...어인은 취향이 아닌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혼연무객
    작성일
    13.12.23 21:52
    No. 3

    잘 보고 갑니다..
    크리스마스 잘보내세요...

    저는 크리스마스때...아마
    케빈이랑 "'나'홀로 집에"서 놀겁니다.


    이제 몇년만 더 지나면
    모태솔로로 30년을 채우니...! 마법사가 되겠군요.

    내가 모태솔로라니 이건 거짓된 환상마법에 걸린걸꺼야!
    그러니 마법사가 되거든 종말을 내려야지! 어차피 환상인 세상이니 종말도 환상일뿐이얏!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율무(율무)
    작성일
    13.12.23 22:33
    No. 4

    제가 바로 일주일 뒤면 모솔 30년입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12.24 04:02
    No. 5

    인왕 계획 에 대한 말 하던 중에 오타 하나 있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12.24 04:07
    No. 6

    아니에요. 메이신을 받아드림으로 인해서 율하의 하렘에..
    (어디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 안해도 뻔하니 무시하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경
    작성일
    13.12.24 10:35
    N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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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3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4 5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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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0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2 6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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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2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0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7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8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1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6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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