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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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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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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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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3
글자수 :
1,738,667

작성
13.04.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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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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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DUMMY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2010년 7월 17일 토요일



문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해는 이미 중천에 가깝게 떠올라 그 따스한, 아니 조금 아프도록 뜨겁고 밝은 빛을 대지에 흩뿌리고 있었다. 눈이 부신 하늘. 확실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리고...


“오래 기다렸어?”


등 뒤에서 울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등 뒤로 돌린다.


“아니, 그다지.”


그는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역시 그런 자신을 향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심지어는 하늘의 저 밝은 태양보다도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

그녀의 손이 자신의 목에 둘러진다.

가까운 숨결. 한 여름의 날씨보다도 따듯하게 전달되는 체온.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따르르르르르릉-”


“....응?”


눈을 뜬다.

귓가에서 울리는 요란한 알람의 소리.

어느 샌가 분명 자신이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 광경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흐릿하게 멀어지는 어둠 속에 미치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꿈인가? 끄응.”


그는 침대에서 몸을 절반 쯤 일으키며 양 손으로 머리를 잡고 절레절레 젓는다.

어쩐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분명 꿈속의 내용은 기분 나쁜 내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깨어난 지금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실제로 등이 다 젖은 것은 아니었으나 목덜미에 식은땀이 배어나왔고, 그게 꿈이라는 것을 확인한 지금 마음의 한편이 편안해지고 뭔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분명 나쁜 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좋은 꿈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건 알 수 없는 것. 아니, 사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후우-”


그는 자리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켜 바로 옆 스탠드를 올려놓은 작은 탁자에 둔 자리끼 대용 생수병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시계를 확인한다. 시간은 아침 7시 하고도 20분. 평일이라면 이미 학교에 가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이야기가 달랐다.


막 기말고사가 끝난 주의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

당연한 건 아니지만 그 덕에 근로학생의 일도 오늘은 하지 않는다고 했고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이런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잘 수 있었던 것.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날 이런 시간을 늦은 시간이라 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평소를 생각해 보면 이 시간은 충분히 늦은 시간이었다.


“읏차.”


“우웅? 율하 일어났어?”


드르륵 하며 창을 가리는 커튼을 걷자 초여름 아침의 햇살이 한 가득 방으로 들어온다.

동시에 방의 어두운 한쪽 구석에서 부터 웅얼거리고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 아마도 갑자기 밝아진 방과 햇살이 그와 함께 사는 동거자를 깨운 모양이었다.


“아아. 그런데 콜린, 너 잔 거야?”


“무슨 소리야. 수호령은 잠들지 않아!”


“하지만 어쩐지 잠든 목소리였는데.”


“우웅?”


의혹을 제기하는 율하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는 희뿌연 덩어리.

평소에 비해 한층 색이나 빛이 회색에 가깝게 변하며 율하의 바로 코앞에서 볼을 부풀리는 그녀. 어쩐지 그녀의 기분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닌 듯 보였다.


“오늘 따라 어두워 보이네?”


“그치만 그런 걸. 율하의 상태가 별로 안 좋으면 수호령인 내 상태도 이렇게 저하 될 수 밖에 없어.”


“내 상태?”


“응. 율하의 상태. 율하 어디 안 좋아?”


“글쎄, 별로 그런 건 없는데.”


율하는 고개를 젓는다.

솔직한 이야기로 몸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방금 전 까지 꾸던 꿈으로 인해 살짝 기분이 나쁜 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은 어렵고 복잡하고 급한 일에서 벗어나 다소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지금의 자신에게 나쁜 게 있을 리는 없다.


“그래도 조심해. 시험 끝났다고 긴장 놓고 있다가 이런 때 감기라도 걸리면 크게 아플 수도 있다고.”


“아아. 그래 조심할게.”


율하는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긴장이 조금 풀어졌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조금 느슨해졌고, 지금까지는 팽팽하게 당겨져 느끼지 못했던 증세들이 겹쳐져 나타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로, 늘 말만 조심한다고 그러지.”


하지만 그런 율하의 말을 믿지 못하겠는지 양손을 뻗어 율하의 콧등을 붙잡고 입술을 삐죽 내미는 콜린. 그녀는 아까 전의 짙고 어두운 회색에서 조금은 돌아온 듯 밝은 회색에 푸른 기운을 머금은 채 율하의 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오늘부터는 당분간 한가하니까. 읏차.”


“꺗. 피이-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오늘도 나갈거면서.”


“그거야. 이런 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흐응, 그런 이유가 아닐 텐데?”


바로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콜린을 가볍게 잡아서 왼손의 손바닥 위에 내려 놓은 율하.

하지만 콜린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도 고개를 돌려 율하를 바라보고는 입술을 삐죽했다.


“무, 무슨 말을.”


“어라? 그렇지 않아? 나 분명히 오늘 율하 데이트 있다고 들었는데?”


“그, 그러니까 그건 데이트가...”


“시간 주말, 시간 점심부터 쭉, 장소 시내, 대상 호감 있는 여자애. 이 조합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약속이 데이트 말고 다른 뭘 말 할 수 있을까?”


“그건...스터디?”


“하아?”


마치 자신을 바보로 아느냐는 듯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는 콜린.

율하는 그런 콜린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


“가능성이 아닌 실제가 중요한 거잖아. 그래서 정말 스터디?”


“......”


“흐흥. 이 누님께 솔찍하게 불지 못해?”


“누님이 아닌 할머-”


“뭐라?”


율하의 손바닥에서 다시 부웅 떠올라 이번에는 그의 양 볼을 잡고 양쪽으로 찌익 늘리는 그녀. 그런 그녀의 머리 부분에 작은 힘줄마크가 떠오르는 것 처럼 보이는 건 단순한 환각이었을까?


“아니, 미안 내가 잘못했어.”


율하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는 고개를 숙인다.

그런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 쉬는 그녀.


“정말인지, 왜 그렇게 솔직하기 못할까. 그냥 데이트한다고 말 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지.”


“큼, 별로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율하.”


“응?”


“난 너의 수호령이야. 나와 너는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야. 나는 너고 너는 나. 나는 너를 통해 다시 살아갈 수 있어.”


“......”


“그러니까 그렇게 날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리고 전에 말했지? 살아 있는 사람 밖에 할 수 없는 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양보할 거야.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양보하지 않아.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


“콜린.”


“자아- 그러니까 데이트 잘 하고 와. 약속 시간 11시였지? 지금 부터 씻고 준비하지 않으면 늦을 걸? 첫 데이트부터 늦거나 바람맞히는 거 나 콜린 더글라스의 구세주이자 내가 수호령으로 있는 이율하가 할 짓이 아니라는 거 알지?”


“어어?”


“그러니까 씻고 나와 얼른.”


콜린은 그렇게 율하를 욕실로 밀어 넣는다.

그녀에게 떠밀려 욕실 안으로 들어가는 율하.

하지만 그렇게 율하를 떠밀어 넣은 콜린의 표정이 희희낙락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화가 난 것도 실망한 것도 아닌 무감각한 표정.

그녀는 율하를 밀어 넣은 자신의 손을 잠시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그런 일은...있을 수 없는 거겠지.”


가벼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고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녀.

그녀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그 때까지 읽고 있던 마도서를 계속 이어 읽어나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으려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은 흘러 오전 11시 하고도 10분.


날씨는 좋았다.

아니, 단순히 좋은 것을 넘어 화창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빛이 나 보일 정도로 밝은 햇살.

이제는 완연한 훈풍에 사람들의 옷차림도 상당 수 얇아진 거리의 한 복판에 서서 시계를 바라보는 율하.


“조금 늦네.”


기다리는 사람이 쉬이 오지 않는 것인지 그는 시계와 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쩐지 초조하게도 보이는 얼굴. 평소라면 단 10분 가지고 이런 기분이 되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 아침에 꾸었던 꿈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아니 단지 밝지 않은 것을 넘어 안절부절 못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는 얼굴.


왤까?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단지 꿈 때문에? 그러고 보면 아침에 꾸었던 꿈과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기는 했다.

여름의 거리.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신. 그 기다리던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지금의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 처럼도 보이는 그런 광경들. 하지만 꿈에서도 그랬고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보다도 일찍 약속의 대상이 왔었는데 왜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던 걸까?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생각에 잠겨 아침의 일을 떠올리는 율하.

그렇게 그가 혼자만의 세상에 얼마간 빠져 있었을까.


“왁-”


“웃?”


갑자기 무방비한 그의 등을 두들기는 가벼운 충격.

하지만 그런 가벼운 충격과는 달리 거의 옆의 귓가에서 자신을 뒤흔드는 그 목소리에 율하는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본다.


“후후, 많이 늦었지?”


“아아- 왔네.”


밝은 햇살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 그녀.

햇살의 아래에서 출렁거리는 금빛의 머리칼.

평소에 입던 교복이나 주머니가 많은 청색의 작업복 대신 포근한 상아빛의 원피스와 하얀 계열의 니트가디건을 걸쳐 입은 채 오직 자신을 향해서만 웃음을 지어 주는 그녀.

이나.

율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시름 놓은 듯 역시 마주 웃어 보였다.


“오래 기다린 모양이네.”


“아니, 그다지.”


“후후후,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약속 시간 20분 전부터 여기 있는 걸 봤는 데?”


“뭐, 뭐야. 봤어?”


“응. 봤어. 후후.”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계속 후후 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혼란스러워 하는 율하.


“잠깐, 그 이야기는-”


“아, 그렇다고 몰래 지켜보거나 했다는 건 아냐.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요인이 아니라고 난.”


그렇게 말을 하며 한손을 가슴께에 얹고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녀.

그에 따라 같이 흔들리는 금빛의 머리결. 그 때문인지 거리의 공기와는 조금 다른 향이 그에게 전달되는 듯 했다.


“그럼?”


“아침에 엄마의 일로 잠깐 다른 곳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어. 사실 그 때 부를까 하고도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는 나도 준비가 좀 덜 되었고 그래서.”


“그래?”


“응. 그래. 후후.”


이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율하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오른 팔을 붙잡아 자신의 옆에 낀다.


“어? 어?”


갑자기 팔짱을 껴 오는 그녀에 당황하는 것은 오히려 율하 자신.

무언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감촉이 오른쪽 팔꿈치에 와서 닿는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녀가 이렇게 팔짱을 껴 오는 건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자신이 그녀를 정령계에서 데리고 온 이후, 바로 그 날 부터 그녀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학교에서도, 방과 후에도, 시험공부를 같이 할 때도 말이다. 물론 그녀에게도 원칙은 있는 것인지 일정한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보기에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법한 호감을 자신에게 유감없이 내비치던 그녀.

자신도 물론 그런 그녀가 싫은 건 아니다.

아니, 충분히 자신도 호감이 있었고, 거기에 더해 남자인 이상 그런 게 싫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무엇이? 사실 그건 알지 못했다.

단지 책임지는 것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도 아니라면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다거나 혹은 다른 더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어떤 하나의 이유가 있거나 그 전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앞서 든 그런 이유들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다.


“......”


“응? 왜 그래? 혹시 어디 아파?”


“아니, 그건 아냐.”


율하는 아침에 콜린에게도 들었던 이야기를 이나에게도 들으며 고개를 내 젓는다. 그리고 동시에 쓴 웃음이 튀어나온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걱정시킬 정도로 자신의 표정 변화가 그렇게 심했던 걸까?


“그럼? 혹시 아픈데 나 때문에 나온 거야?”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그치만-”


“뭐, 약간 아침부터 저기압이었던 건 맞는 거 같아.”


“왜?”


“글쎄. 바로 그걸 모르겠어서 문제야. 후우.”


율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뱉었다.


“......”


거리의 한 가운데 멈추어 서는 두 사람.

이나는 조금 어두운 율하의 얼굴을 옆에서 올려다본다.

어쩐지 평소에 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온 그녀.

화가 난 걸까?

그럴 지도 모른다.


“미안. 괜한 걸 말했어.”


“......”


고개를 흔들며 다시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고는 고개를 숙이는 율하.

하지만 그녀는 그저 그를 바라볼 뿐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빤히 율하를 바라볼 뿐인 그녀의 눈동자.

그 눈동자에 비치는 율하의 난처한 표정.


“미, 미안하다고 했는데...혹시 듣고 있어? 계세요? 똑똑?”


“율하.”


“어?”


“너도...어딘가 불안한 거구나.”


“어?”


“응. 불안. 그게 느껴져.”


그녀는 그렇게 단정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청량한 감각.

요족의 힘, 정령의 힘이 가볍게 불어와 율하의 온 몸을 감싼다.

불안?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녀가 만들어 낸 청량한 바람을 받아들이며 자유로운 반대편의 손을 가볍게 폈다가 쥐는 율하.


자신에게는...마도의 힘이 있다.

범국민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능이 그렇게 드문 것은 아닌 이 세계에서도 꽤나 상위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고대의 힘. 이 힘을 잘 키우면 그 어떤 위험에도 유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도서의 자부심 넘치는 말이 아니라고 해도 이 힘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 것인지는 그 자신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어째서일까? 1차 해금을 한 이후에 얻은 적대적인 원주민에 대한 정보 때문인가? 아니면 그 유적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이건 그런 수준의 불안감이 아니다. 보다 더 근본적으로 자신을 울리는 불안한 감각.

그것은 분명...대정령이 자신에게 보여준 그 [대립] 이후에 나타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그 불안한 감정.


“미안.”


하지만 율하는 거기에 대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런 것을 혼자서만 속으로 삭힌 채 미안하다는 말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일단 이쪽으로.”


그런 율하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들이 길의 한 가운데를 계속 막고 서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나가 율하를 이끌고 길의 한쪽으로 비켜선다. 자신이 만들어 낸 청량한 바람의 쉼터 안에서 눈을 감은 채 살짝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소년.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 가운데 몇몇이 그런 자신들을 조금 이상한 듯, 혹은 흥미로운 듯 힐끗힐끗 쳐다보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이 얼마의 시간을 그 자리에 서서 보냈을까?

다시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율하.


“이젠 좀 나아졌어?”


“응. 고마워. 이나.”


소년은 다시금 평온한 얼굴이 되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억지로 지어 보이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래 평상시와 같은 미소. 자신조차도 절로 같은 표정이 되게 만드는 그의 미소에 그녀는 안도의 숨을 가볍게 내 쉰다.


“늘 이랬던 거야?”


“아니. 하지만 어쩐지 오늘 아침부터 이러내. 꿈을 꾸었기 때문일까?”


“꿈?”


“응. 꿈.”


“어떤 꿈인데?”


“그냥, 평범한 꿈이야. 여름에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사람이 오는 꿈.”


“오늘 이 약속 같은 꿈이네.”


“응. 맞아. 하지만 이상해. 꿈에서도 오늘처럼 좋은 날이었고, 약속했던 사람이 안 온 것도 아니었고, 나쁜 일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깨어났을 때는 정말로 기분이 최악이었어. 정말로 말이야.”


“그래?”


“응. 그래서 사실 오늘 약속을 미룰까 하고도 생각을 했었어. 오늘 약속과 같은 꿈에 나쁜 기분이라면 혹시 내가 꾸던 꿈의 뒷부분이 잘렸고, 그걸 단지 보지 못했을 뿐 나쁜 사고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건 예지몽?”


“그건 아닐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후후후. 의외로 섬세하네. 율하도.”


“그냥 쓸데 없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냥 최근에 신경 쓸게 많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고. 여튼, 그건 나 혼자만의 기분으로 끝냈어야 했는데 너까지 신경 쓰게 했네. 미안.”


“바보.”


“어?”


“그런 건 미안해 할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괜찮아졌으면 일단 다른 데로 가자. 율하가 미안하다고 했으니 율하가 점심하고 커피 정도는 사주는 거겠지? 응?”


“아아. 그거야. 뭐.”


“후후후-”


고개를 끄덕이는 율하의 팔짱을 아까 전 보다 더 꽉 끼는 그녀.

그런 그녀를 약간 곤란한 듯, 하지만 역시 싫지는 않은 듯 바라보는 율하.

그래, 어쩌면 자신의 불안감은 신경이 예민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른다.

최근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붙잡는 여인과 발을 맞추어 거리를 걷는다. 적어도 오늘 하루 그녀와 함께 즐겁게 지내다 보면 그런 불안도, 신경쓰임도 전부 사라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작가의말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블로그를 찾아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최근 완결지은 네크로세이지 전기에 대한 전자책화가 결정되는 바람에 거기에 대해 정돈 작업을 해야 해서 그거 신경쓰느라 TES에 다소 소홀하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반부에 생각보다 갈아 엎을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다가 제가 예전과는 달리 하루에 1~2만자 이상 글을 쓰면 지치는 바람에 여기에는 신경을 거의 못 썼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1권 분량 마무리 지었고, 2권을 쓰는 부분 부터는 병행해서 늦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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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2 데미란
    작성일
    13.04.27 15:45
    No. 1

    네크로세이지 묵혀놓고 있엇는데 이제 한번에 다 봐야겠네요. 전자책은 어디서 하시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사는이야기
    작성일
    13.04.27 15:55
    No. 2

    콜린이 인간이 되었으면...

    아... 불쌍한 콜린...(꺼이꺼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고냥남작
    작성일
    13.04.28 00:36
    No. 3

    아아 콜린이 불쌍하지만 율하가 율하가.. 율하가 부럽지 않은건 아니지 않은건 아닐지도 모르겠.. 암튼.. 그래요 엉엉.. 나에게도 왔으면 모테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04.28 22:10
    No. 4

    저긴 현실이 아니자 현실. 기분 나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이유가 존재 하는 법.
    또 다른 곳의 자신이 미래일지도 모르는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것 일 수도 있다는 것.
    과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노아진
    작성일
    13.04.29 13:14
    No. 5

    오우 이북출간 축하드립니다~!
    TES도 즐겁게 읽고 있는데 네크로세이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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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6 1,238 33 36쪽
163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4 1,537 36 22쪽
162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6 13.12.12 1,321 36 23쪽
161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3 13.12.10 1,448 31 21쪽
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87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77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0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38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2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07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3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38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49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06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37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4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77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2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0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29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68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18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17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17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26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0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35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38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38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4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3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1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3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5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0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1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67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1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28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1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85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09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796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34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24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2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2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59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06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76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73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83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29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1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17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2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07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24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44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2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1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28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85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36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1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84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59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59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2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1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895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19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39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48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4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5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4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3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5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0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3 59 11쪽
»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1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28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5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893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64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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