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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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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조회수 :
780,104
추천수 :
10,203
글자수 :
1,738,667

작성
13.07.05 15:07
조회
5,146
추천
56
글자
21쪽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DUMMY

“왜 그렇게 정신을 못 차려?”


“응? 으응. 아아, 좀 피곤해서.”


깜빡 졸았던 것일까?

율하는 불현듯 자신의 옆쪽에서 들려오는 걱정어린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는 율하.

차창 너머로 부드럽고 따사롭게 흔들리는 바람.

그 이상으로 뜨겁게 대지를 내려쬐는 태양.

율하는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어제 대체 뭘 했기에 그러는데?”


“어제? 너 만나고...”


“흐응.”


율하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보다 싸늘하게 반사되는 그녀의 냉소.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귓가에 울리는 육중한 rpm의 상승 소리.


“자, 잠깐. 이나야. 농담이야. 농담.”


점차 높아지는 트럭의 속도에 따라 차창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바람 또한 점차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율하는 자신도 모르게 창문 위의 손잡이를 굳게 잡는다.


“농담? 뭐가?”


“아니, 그러니까...끄응.”


율하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얼굴의 피로.

아니, 그는 숫제 높아진 rpm과 속도 속에서 함께 고조되는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그저 졸립다는 생각이 먼저 들 뿐이었다.


꽤나 높아진 것 같은, 그러나 실상은 채 90이 넘지 않는 속도로 차량이 거의 없는 도심 외각의 국도를 달리는 2톤의 트럭안에서 다시 한 번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감기는 율하의 눈꺼풀.


“밤 샜어?”


그렇게 잠시 침묵 속에서 얼마를 달렸을까?

다시 한 번 율하가 잠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여 가물가물하게 현실과 안녕하려는 그 순간 그를 돌아보며 한숨과 함께 한 마디를 내 뱉는 이나.


“응? 으응. 조금.”


“그렇구나.”


율하가 자신도 모르게 얼떨떨한 정신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반쯤 눈을 뜬 채 고개를 끄덕이자 이나는 한숨 섞인 한 마디를 내 뱉으며 조금 천천히 차량의 속도를 줄인다.


“으응?”


“있잖아...정말 그렇게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


“아아, 그래도 되었던가?”


“정말로...정신을 어디에다가 두고 다니는 건지...라고 말해도 들을 상황이 아닌가?”


그녀는 이내 천천히 트럭을 국도의 한쪽에 세우고는 시동을 멈춘다.


“바쁜 거 아니었어?”


“그렇다고 이런 꼴로 갈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오늘의 약속은 단순히 이나와 만나 어딘가로 가기로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런 것에 국한된다면 이런 모습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녀는 이해를 해 주겠지만 오늘 약속을 한 것은 그녀의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것. 그 앞에서 이런 꼴로 나타나는 것은 확실히 실례일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제 정신을 차릴 때 까지는 할 수 없잖아?”


그녀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율하를 향해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안.”


“괜찮아. 하지만 미리 전화는 해 두어야 겠네.”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품에서 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응, 엄마 나. 응. 응. 조금 늦을 것 같은데 엄마 혹시 먼저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지? 응? 으응...알겠어. 되도록이면 빨리 가기는 하는데...아니, 길 막히는 건 아냐. 다만 조금 상황이...그래, 알겠어. 해가 지기 전에는 간다니까. 정말.”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전화를 끝내는 그녀.


“화내시지는 않아?”


“응. 우리 엄마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화를 안 내셔. 지금까지 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건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아, 단 우리 아빠 제외.”


“아하하.”


“그러니까 율하에게 화를 낼 리는 없을 거야. 아마도.”


확실하지 않다는 듯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괜찮아. 아니,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어제 뻔히 밤 10시부터 일이 있다고 가서 밤샘한 사람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는 거니까.”


“하지만 약속을 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정말...바보라니까.”


이나는 고개를 돌린다.

삐죽 하니 튀어나온 입술. 햇살이 차창 너머로 흔들리기 때문인지 슬쩍 붉어진 볼.

평소 그녀를 아는 학당의 친구들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그녀의 그 표정이 슬쩍 같이 그 햇살과 함께 흔들린다.


쏴아아아-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 나뭇잎과 함께 쏟아지는 푸른 녹음의 그림자가 햇살과 함께 그들이 정차한 도로 위에서 춤을 춘다.


“후우.”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 튀어나오는 가벼운 한숨.

그녀는 자신의 바로 옆자리, 조수석에 기대에 눈을 감은 소년의 얼굴을 바라본다. 묘하게 기울어지는 그녀의 얼굴. 정말 잠이 든 건가? 이렇게 무방비 하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들어 그 볼 끝을 살짝 찔러 볼까 하다가 이내 손을 내리고 그저 그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


숨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게 잠든 얼굴.

이것은 그만큼 자신을 믿고 있다는 걸까? 아니면 그만큼 피곤했다는 걸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어쩐지 지금이 좋았다.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냥저냥마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는 참 좋은데.”


“으음.”


마치 그녀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타이밍 좋게 흘러나오는 율하의 잠꼬대 어린 한숨.

그에 이나는 자신의 눈을 조금 반짝인다. 그리고...


“좋아.”


무언가를 마음먹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옆쪽으로 움직이며 자신의 얼굴을 보다 더 율하에게 가깝게 하는 그녀. 그제야 좀 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그의 숨결.


“이율하.”


그는 그의 얼굴에서, 그의 입술과 불과 몇 센치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이렇게 되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쓰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녀가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들은, 모든 존재들은 스스로 불완전했으니까. 불완전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다가서서 쉽게 친해지고 쉽게 상처 입히고 쉽게 헤어지는 것을어렸을 때 부터 많이 보아왔고, 그녀는 그게 싫었으니까. 쉽게 생각해서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들이 한 때 그렇게 서로 좋아하고 사랑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천천히 식어가면서 거리를 두고 남남처럼, 아니 남들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변할 걸까? 아니면 네 존재가 내 운명을 이렇게 만든 걸까?”


그녀 자신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사람과 존재는 여전히 스스로 불완전하며 그 불완전함으로 인해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리고 그 다침이 싫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주체 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물론 그 생각으로 인한 결론은 언제나 하나다.


“몰라.”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손으로 율하의 이마에 가볍게 대고는 그런 자신의 손 위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댄다. 좀 더 가까워 진 거리. 하지만 완전히 맞대지는 않는다. 그건 그녀 스스로가 지키기로 한 선. 물론 자기 자신은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직 율하가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기에 넘지 않기로 한 그 선.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심각하게 고미늘 한다.


“흐응.”


입술을 조금만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

그의 숨결이 자신에게 느껴지듯 자신의 숨결 또한 그에게 닿을 그 거리에서 아주 조금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하아.”


하지만 그녀는 멀어진다.

아니, 잠시 멀어지듯 다시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그가 듣는지 듣지 않는 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그녀.


“20년은 더 기다릴 수 있다고 했지만...그래도 빨리 결정해 줬으면 좋겠다. 응.”


쉬운 여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미져리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정말 상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때 가서 대응하면 될 일.

물론 그 때가 된다고 해도 자신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녀가 그의 귓가에 살짝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멀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


“좀 더 적극적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꺗?”


그녀의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생소한 소리.

아니, 그것은 정말 소리일까?

자신도 모르게 급격하게 정령의 기운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는 이나.

율하일까? 그는 깨어 있었고 자신의 말을 다 들었을까?

물론 그래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랬다면 정말 부끄러울 것이다.


“어라? 내 소리가 들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율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그의 입술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그 소리는 분명 여자의 그것 같았던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순간 패닉에 빠지는 이나. 그리고 이내 그녀의 시선에 잡혀 움직이는 무언가.

그것은...


“너, 너는.”


“응. 이제는 내 모습이 보이는 모양이네. 확실히 정령의 기운이 지난 번 보다 더 강해진 것도 있지만 어제 내게 변화가 생긴 것도 한 몫 하는 모양이네. 읏차.”


그런 소리를 흘리며 율하의 옷 앞섬의 안쪽, 즉 가슴이 있는 쪽에서 부터 쭈욱 뻗어 나와 작은 사람의 형체를 이루는 그것. 이것은 대체.


“확실히 보이지?”


“응. 보여.”


둘은 서로를 마주한다.

한동안 멍한 침묵으로 작은 여인의 형체를 바라보는 이나와 그런 그녀를 향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그녀.


“내 이름은 콜린, 살아 있었을 때의 이름은 콜린 더글라스. 처음 보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거야.”


“콜린...더글라스?”


“응. 그리고 율하의 수호령이기도 해. 이렇게 직접 대면하게 되서 반가와.”


콜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부웅 허공에 떠서 푸른빛을 내 뿜으며 이나의 앞에 다가선다.


“바, 반가워.”


그러고 보면 처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제 정신이 아니어서 확실하게 기억을 못하지만 율하가 불렀었던 그 이름, 그리고 자신이 지닌 바람의 감각에 희미하게 보였던 그 혼령의 기운. 그것이 바로 지금 눈앞의 이 유령여인이라는 말인가?


“후후, 아, 맞아. 아까 하던 거 왜 그만둔 거야?”


“에? 무, 무슨.”


”모르는 척 해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후후.“


“으으?”


순식간에 귀 아래까지 빨개진 그녀의 얼굴.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누군가가, 설사 그게 수호령이라고는 해도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말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보았다고 하면 그건...


“아, 아으으.”


얼굴이 새 빨갛게 된 채 당황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이나.

콜린은 그런 그녀를 재미 있다는 듯 바라보지만 이내 그녀는 한숨을 내 쉴 뿐이었다.


“부럽네. 조금은.”


“어?”


“살아 있다는 건. 응. 확실히 부러워.”


“......”


“어쨌거나 이렇게 알게 된 거 통성명을 다시 할까? 나는 아까 소개했듯이 콜린 더글라스. 그냥 콜린이라고 불러주면 돼.”


“코, 콜린.”


“맞아. 그러면 그쪽은? 물론 나는 알고 있기는 하지만...그래도 제대로 소개를 받고 싶어.”


“나는 안...이나임.”


“그냥 율하가 불러주는 것처럼 이나라고 불러줄까? 아니면 나임이라고 해 줄까?”


“이, 아니라고 해도 괜찮아.”


하지만 당황도 잠시, 이나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율하의 수호령.


“그래? 후후, 그럼 이나. 그렇게 부를게.”


콜린은 그렇게 선언하고는 이나의 바로 앞에 가서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저어, 콜린?”


“어. 왜?”


“콜린은...유령?”


“응. 분명히 유령. 지금으로 부터 100년이 조금 지나기 전에 죽어서 혼령이 된 걸 율하가 구해주었거든. 그래서 율하는 나의 구세주이자 동시에 지켜야 할 대상.”


“구세주.”


“응. 내가 보기에는 율하는 그래. 물론 자신은 아니라고 하기는 하지만...정말로...”


그렇게 말하며 율하를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하는 콜린. 이나 역시 그런 콜린의 시선을 따라 율하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 저기 아까 전에 내가 한 건.”


“응? 아아. 그거. 좋은 구경이기는 했는데.”


“비밀로 해 줄 거야?”


“어라? 내가 왜?”


“......”


“후후후, 농담이야. 농담. 나도 여인으로 그 마음은 잘 알아.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응원도 하고 있으니까.”


“응원?”


“응. 율하를 둘러싼 살아 있는 여인들의 권력다툼의 한 축이며 지금으로서는 배당이 제일 높다고 할까? 물론 다른 라이벌 들이 몇 더 있기는 하지만.”


“다른 라이벌?”


콜린의 그 이야기에 이나의 목소리에 깃든 온기가 조금은 싸늘하게 식은 것 같다고 들리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응. 다른 라이벌. 하지만 아직은 비밀. 후후.”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심경을 알면서도 마치 일부로 그러는 듯 방긋 웃을 뿐 시원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려는 듯한 콜린.


“......”


“어라? 화 안 내?”


“화? 낼 필요 없잖아.”


“흐응?”


“어차피 그건 예상했던 거니까. 나도...율하가 인기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인기 있지. 응. 그것도 아주 많아.”


“그, 그렇지?”


“응. 내가 보기에 지금까지 썸씽만 뿌리고 다닌 것만 해도 열은 될 걸? 물론 그 가운데 일정 수준의 친밀도 이상을 지니는 경우는 너댓밖에 되지는 않기는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그리고 아직 율하는 어리고. 응, 그러니까 미래에는 어떨지...”


“으으.”


괜찮다고는 했지만 속도 모르고 계속해서 찔러대는 콜린의 공격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던 이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도 이나는 꽤나 유력하니까 다행이지 않을까?”


“다행?”


“응. 끼고 싶어도 낄 수 없는 후보도 있는 걸 뭐.”


“......”


“아, 방금 말은 비밀. 물론 그 대가는 이나가 했던 아까 전의 행동을 비밀로 하는 거지만 말야. 어때, 괜찮은 거래 아닐까?”


“...뭔가 너 많이 이상한 것 같아.”


“유령으로 100년 정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돼. 한 번 시험해 볼래?”


“됐어. 정말로 율하도 고생이겠어.”


“후후, 율하 앞에서야 당연히 이런 모습 안 보이지.”


“......”


“어라, 당연한 거 아닐까? 유령이지만 나는 여인. 여인의 내숭은 당연한 거라고 하잖아.”


“하아.”


“후후후. 그래도 내가 이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만큼 이나가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 그리고 조금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야.”


“내가 도와 줄 일?”


“응. 이나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일.”


콜린은 방금 전까지 지어 보이던 장난스럽고 또 얄미워 보이는 표정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녀의 몸에서 살짝 일어나는 기이한 기운.


“이건?”


“느껴? 이건 지금 율하의 힘의 근간이기도 해. 영력이라는 거야. 물론 이거 말고도 다른 것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거든.”


“그게 아니라면?”


“이나는 지난번에 폐쇄적인 내정령계이기는 하지만 [닫힌 세계]의 문을 연 경험이 있다고 알고 있어.”


“닫힌 세계? 설마....”


“응. 그 설마. 나와 율하가 믿을 수 있는 사람 가운데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건 이나 뿐이야.”


“대체 무엇을 하려고?”


“나에게는 지식이 있어. 힘도 있지. 하지만 그릇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는 문을 열 수 없어. 그래서 이나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어.”


“그릇?”


“응. 이래 뵈도 나, 인왕의 주인이라 말이지. 율하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며 가볍게 이나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는 콜린. 그러자 마치 콜린의 혼이 이나의 그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안으로 스며들어가고 일순 자신의 손에 대한 제어권을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과 같은 느낌이 되는 이나. 기분 나쁘고 이상한 감각.


“시, 싫어.”


이나는 손을 뿌리친다.

그녀가 그렇게 강하게 손을 뿌리치자 튕겨나가듯 밖으로 쫓겨나가는 콜린의 손.


“미안, 조금 강압적이었지?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 같아서.”


“너, 이, 이건?”


“이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새로 생긴 능력. 빙의. 물론 율하에게는 불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아인종에게는 가능해. 그리고 방금 보는 것처럼 지금은 그릇의 [주인]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금방 튕겨져 나가기는 하지만.”


“.......”


“이해했지? 물론 하고 말고는 이나의 자유이기는 해.”


“내 자유?”


“응. 율하가 싫어할 테니까.”


“...좋아. 그러면 대체 뭘 하려는 건데?”


“간단해. 이나의 그릇을 빌려서 내 지식으로 문을 열려는 거야.”


“설마, 정령계의 문을 다시?”


“아니, 내가 열려는 건 정령계의 문이 아냐.”


“그럼?”


“영계. 물론 파견된 소영계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내가 율하의 수호령이 되기 전에 속해 있던 세계. 그 주인을 율하에게 만나게 해 주려고.”


“여, 영계? 그건 위험해.”


“맞아. 위험해. 하지만 그 위험을 넘어서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더 위험해진다고?”


“응. 율하는 앞으로...우리가 설사 반대한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위험이 있는 건 당연한 터. 그렇다면 그저 막기 보다는 적당히 브레이크를 걸어주며 성장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거든.”


“......”


“그게 수호령인 내가 율하에게 할 수 있는 전부거든.”


“콜린.”


“대답은 지금 해 주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일주일 안에는 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대응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은 다음 주 말에 뭔가 위험한 일을 율하가 해야 한다는 거야?”


“위험하고 피할 수 없는 일. 이나가 걱정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 없는 일. 아니 어쩌면 지금의 이런 접촉만으로도 이나가 위험해 질 수 있는 일.”


“대체 율하는...”


“한궁. 지금은 거기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만 알아둬. 거기까지만 생각에 넣어두고 행동을 하면 좀 덜 위험할 테니까.”


“......”


“지금의 율하는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그것까지 겸사겸사 해서 모습을 드러낸 거야. 물론 이런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것 또한 율하와 나와 이나의 운이겠지.”


“한궁...이라고?”


“응. 참고로 율하가 어제 밤샘을 한 것도 그와 관련된 일이야.”


“그, 그렇구나.”


“어때, 조금은 설명이 되었을까?”


“일단은, 그리고 내 눈에도 확실히 콜린 네가 보이니까 믿을 수 밖에.”


이나는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수호령이지만 혼령이야. 살아 있는 사람의 일에 개입 할 수 있는 건 얼마 없어. 하지만 이나 너는 다르지. 응, 달라. 그렇기에 나는 일단 너를 선택한 거야. 율하를 지키기 위해, 조금 더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기 위해.”


“너는, 그걸로 괜찮아?”


“괜찮지 않을 건 없지. 후후, 그리고 이나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상냥하네. 보통은 그걸 어떻게 믿지? 이런 반응이 먼저인데.”


“율하가 평소에 네 이름을 불렀으니까. 그리고 너한테서 율하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흐응, 이나도 꽤나 민감하구나.”


“이래봬도 반인반요라고.”


“후후, 믿음직 스럽네.”


“좋아.”


“응?”


“콜린의 제안 받아들이겠어. 즉 콜린이 나에게 빙의해서 영계를 열겠다는 거지? 율하를 위해?”


“맞아.”


“그리고 그건 내가 거부하면 그 즉시 튕겨나가는 것도 확실하지?”


“맞아. 아직 내게는 원 주인의 힘을 누를 정도의 힘이 없거든.”


“그렇다면 그 제안 받아들이겠어.”


이나는 그렇게 선언하며 콜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런 그녀의 손을 잡기 보다는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하는 콜린.


“정말 괜찮겠어?”


“그게 율하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면.”


“될 거야. 물론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겠지만.”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


“응. 라이벌...이라고 했나?”


“으, 윽?”


날카롭게 눈을 반짝이는 이나.

그녀의 그 시선을 마주보는 콜린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할 수 밖에 없는 강한 기운과 의지가 거기에서 뻗어나온다.


“꼭 듣고 싶어.”


“아하하하.”


그렇게 두 여인이 처음 제대로 대면한 일요일 오후.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불길한 그림자가 녹음 속에 녹아 그들이 탄 트럭의 위로 부드럽게 드리워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한다. 그래, 누구에게는.


작가의말

두려운 만남. 하지만 이것은 역사의 시작일 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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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6 1,242 33 36쪽
163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14 1,543 36 22쪽
162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6 13.12.12 1,329 36 23쪽
161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3 13.12.10 1,453 31 21쪽
160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4 13.12.09 1,593 44 26쪽
159 Chapter. 24 -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소리를 찾아서 +5 13.12.05 1,683 34 26쪽
158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7 13.12.03 1,654 51 22쪽
157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30 1,544 35 25쪽
156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9 1,647 34 28쪽
155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8 1,514 36 26쪽
154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5 13.11.27 1,326 44 24쪽
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44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53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11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40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8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82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6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6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34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73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4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7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4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7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8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7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6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1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0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2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2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0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7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8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1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6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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