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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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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조회수 :
77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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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3
글자수 :
1,738,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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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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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19쪽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DUMMY

2010년 7월 22일 목요일 오전 7시 24분 은평구 홍은동 근처 고리 임시 현장 사무실.


“그래서, 제게 무슨 볼일이죠? 신입대원. 율하군?”


이른 아침부터 율하는 어제 마음먹은 대로 환주를 찾아간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다른 사람은 거의 없는 빈 임시 사무실을 홀로 지키고 있던 환주. 물론 현재 대부분의 다른 고리 요원들은 현장에 투입되어 있던 탓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고 간부라 할 수 있는 그 혼자 사무실을, 본부를 지키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없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요?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혹시 등호문주님을 찾는 건가요?”


“아뇨. 저는 환주님께 드릴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이상하군요. 당신이 저를 먼저 찾을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느냐고 여쭌다면 건방진 걸까요?”


“당연하지요. 율하군.”


“...그렇군요.”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대충 짐작이 가는 군요. 어제의 일 때문인가요?”


환주는 이미 1/10정도 처리한 서류들을 한쪽으로 밀어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기지개를 켜고 목을 꺾었다.


“그렇습니다.”


“음- 확실히 지금의 당신이라면 읽을 수 있겠지요. 이번 소요의 문제가 무엇인지 말이지요.”


“사령술이지요? 부활한 인수대호도, 어제의 그 괴물들도.”


“정확하게 아는 군요. 하지만 그 술법을 구성하는 근원의 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환주님께서는 아직도 저를 의심하십니까?”


“......”


“얼마 전에 보인 적 처럼 저 역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의 사령술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닌 마도력의 힘은 그 구동원리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도력. 그것을 예를 들어 저를 의심하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 말은...자수로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환주님의 의중을 묻고 싶은 것뿐입니다. 하급자로서 말이지요.”


“하급자로서 상급자인 저의 의중을 묻는다라...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가볍게 하고 있군요. 율하군. 당신은 지금 당신이 제게 그런 것을 물을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는 별 다른 감흥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 알고 있네요. 맞아요. 고리의 신입요원이자 이제 입단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당신이 저와 이렇게 독대를 하는 것도 사실은 흔한 기회가 아니라는 건 혹시 알고 있나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벌써 부터 그 이상을 바라고 있는 건가요?”


“지금은 전시이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환주님이라면 충분히 그런 저를 이해해 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말입니다.”


“제가 당신을 이해한다라...어째서 그렇게 생각을 한 거죠?”


“환주님께서 환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라...정말 당연한 이야기를 이상하게 꼬아서 하는 군요. 그런다고 더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게다가 그런 말을 한다고 제가 감동이라도 해서 당신을 달리 볼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착각이에요.”


“환주님. 환주님께서 저를 탐탁지 않아 하시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러니까 착각이라고요. 바로 거기에서 부터 말이에요.”


“네?”


환주는 율하를 바라보며 영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 젓는다.

여전히 한참 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말을 끊고는 한숨을 크게 한 번 내 쉬는 환주.


“저는 당신을 탐탁지 않아 하거나 싫어하거나 하지 않아요. 아니, 당신에게 그 어떤 감정도 없어요. 설마 당신은 제가 일개 신입대원인 당신에게 어떤 특정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건가요? 고리의 환주인 제가?”


“......”


“그렇다고 하면 자의식과잉이로군요. 당신은 그저 제가 쓰기 좋은 장기말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가장 하급의 장기말. 혹시 당신은 서양의 장기라는 체스를 알고 있습니까?”


“알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편하겠군요. 맞아요. 당신은 그 체스에서도 폰, 가장 하급의 말에 지나지 않아요. 옆으로도 갈 수 없고, 그저 앞으로 밖에 갈 수 없으며 그나마도 바로 앞에 있는 상대 말도 먹지 못하는 그런 폰 말이에요. 우리쪽 장기의 졸은 바로 앞의 말도 먹을 수 있고 옆으로 이동도 하지만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폰이요. 알겠나요? 율하군.”


“알겠습니다. 환주님.”


“알았다고 하니 다행이군요. 허면 이야기는 끝난 건가요?”


“...그렇다면 고리가 아닌 다른 입장에서는 괜찮은 거라는 이야기겠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환주님께서는 어제 삼각산의 꼭대기에 서리기 시작한 불길한 붉은 기운을 읽으셨나요?”


“......”


“그 반응은 긍정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다시 한 번 묻겠어요.”


“그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괴물들, 혹은 사자의 군대들이 주변을 습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어쩌면 오늘부터는 또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혹시 여쭈고 싶습니다.”


“어떤 자격으로 말이죠?”


“한양에 사는 한 사람이자, 어제 사자의 군세 거의 대부분을 막아선 공훈자로서는 안 되는 겁니까?”


율하는 자신의 입으로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언급하며 환주에 맞선다. 그래, 어제 율하가 보인 활약은 다른 어떤 영웅에 못지않은 것이었다. 그 전날과는 달리 미디어도 없고, 다른 목격자도 거의 없어서 크게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한양시의 자치 방어군의 수준으로 막아내기 버거웠던 사자의 군대의 진격을 막아내고, 요지를 지키거나 되찾아 그들을 다시 산 속으로 되돌려 보낸 율하의 활약은 현재 고리나 자치군의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만약 그가 적시에 나서지 않았다고 하면 많은 것은 어긋났을 것이다.

이미 삼각산에서 파생된 도봉산이 그들의 손에 넘어갔고, 어제 노원구가 뚫렸으면 그 동쪽의 수락산과 불암산이 넘어갔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강북은 거의 그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해도 좋을 정도. 특히 그 가운데 불암산은 환주가 추정하기로는 그들, 그 괴물들이 찾는 무언가가 있다 여겨지는 가장 유력한 장소이며 동시에 반격으로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 곳으로 그날 반드시 지켜야 할 보루이기도 했다.


그것을 지키고 나아가 남쪽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전 방향의 괴물들을 차례로 무찔러 되돌려 보낸 율하의 활약은 분명 일개 신입대원이라 치부하고 다루기에는 어려운 것. 그러니까 그가 그 자격을 들고 말을 건다면 아까 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율하를 바라보며 아까 보다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환주. 그는 눈앞의 소년이 생각보다 순진하거나 순종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즐겁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요. 당신은 분명 어제 장기말 이상으로 충분한 활약을 해 주었지요. 덕분에 고리도 시간을 벌 수 있었고, 한양의 피해도 적었으니까요. 그래요. 참 잘해주었어요.”


짝짝짝-

영혼 없는 박수를 치며 율하를 치하하는 환주.

그렇지만 율하가 바라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고, 환주 역시 거기에 어떤 의미도 없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글쎄요. 당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잘은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도 잘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리고 지금 당신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있군요.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네?”


“당신인 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다고 하면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의심요소를 제게 말할 수 있나요?”


“그건-”


“당신이 무어라 말 하건 제 대답은 같을 겁니다. 알지 못해요. 저 역시 제가 아닌 것만을 알 뿐이지요. 당신이 제게 있어 한낱 장기말인 것 처럼, 저 역시 제 윗사람들에게 있어 그런 존재일 뿐이니까요.”


“......”


“당신이 이런 제 말을 이해해도 좋고, 이해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처음의 질문에 대한 답이지만 지금의 저는 지금의 당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었답니다. 이번 일의 배후는 당신이 아니겠지요. 당신에게는 그럴만한 능력도 없을 것이며 의미도 없는 일일 테니까요.”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율하는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것 또한 아까 전 환주가 자신에게 보낸 영혼 없는 치하와 마찬가지로 영혼 없는 감사였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이 정도로 해 둘까요?”


“예?”


“시간,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한참 전부터 떠올라 사무실을 내리비치는 햇살이 가볍게 떨리는 창밖을 넘어 삼각산의 남쪽을 바라본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씀은.”


“당신의 말 그대로, 어제 당신이 보았다던 붉은 파장은 저들을 강화시키겠죠. 아니 단지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건 대체 무엇입니까?”


“아까 말했다시피 그것까지는 아직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충분히 저도 읽을 수 있었고, 위험하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


“자아, 그럼 조금 더 진솔하게, 조금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적들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아- 조금 지루하더라도 듣도록 해요. 고리의 작전을 계획하고 입안하여 실행시키는 저와 이런 자리를 가지는 건 당신에게도 흔한 기회는 아닐 테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특별히 예뻐서도 아니라 제가 거기에 적합한 장기말이기 때문이겠지요.”


“잘 이해하고 있군요. 그럼 여기에서 첫 번째. 당신이 생각하기에 적들이 노리는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어째서 첫날, 어제,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의미한 진출과 후퇴를 거듭할 뿐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나요.”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거나, 아니면 준비가 완전치 않거나 둘 중 하나겠죠.”


“반은 맞았네요. 저희 정보부의 판단으로는 둘 다랍니다.”


“네?”


“그들은 당신의 말처럼 무언가를 노리고 있어요. 아니, 노린 다기 보다는 찾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옳겠군요. 그리고 그것은 역시 완전하지 않은 준비를 위해서겠죠.”


“그렇다면 어제 밤의 그것은 그 찾던 무언가의 한 조각을 찾았다는 거겠군요.”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요. 아니 분명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괴물들은 조금 더 강해지거나 그 숫자가 많아 질 확률이 높겠죠. 아니면...이번에는 우두머리 급도 사령술로 대규모로 되살아나거나 말입니다.”


“환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알아가는 과정 중이지요. 지금도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다른 고리의 요원들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사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지요.”


“다른 선배들이...”


“네. 그러니까 고리에서 당신만 움직이고 있고, 당신만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물론 당신이 큰 일을 해 준 건 인정을 합니다만 말이죠.”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환주님께 이런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겠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네요.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공훈이 다른 선배들이 쌓아올린 경험과 세월과 비긴다는 이야기.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아요. 단 한 번 만요. 알겠죠.”


“...알겠습니다.”


율하는 속으로 알았다니까 자꾸 그런다는 생각을 하며 투덜거리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입술을 한 번 깨문 다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지금까지 고리가 수집한 정보를 조금 알려주도록 하죠. 그들은 무언가를 깨우려고 하고 있다는 것 같더군요.”


“무언가를 깨운다고요? 그게 뭐죠?”


“모르죠. 인수대호는 이미 부활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아 그것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것일 수도 있죠. 그걸 알아내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지만 너무나도 깊은 곳에 너무나도 많은 적들로 둘러싸여 있어 더 이상은 힘들기는 하네요. 아니면 당신이 한 번 알아볼 생각인가요?”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호오?”


“보고를 들으셨다면 아실 겁니다. 살아 있는 괴물들은 조금 벅차지만 죽었다가 되살아난 사령술의 결과물들은 제 상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적들의 대장으로 여겨지는 부활한 인수대호 역시 같은 것. 아무리 무수히 많은 적들이 있다고 해도 그 대부분은 사령술로 되살아 난 적일 것이며 그 틈을 찌르면 저는 다른 누구보다 그들의 가장 깊숙한 곳 까지 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군주님도 그런 당신의 이야기에 동의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재미있군요. 군주님께서는 당신을 꽤 아낄 텐데...그런 당신의 말에 동의를 하셨다니 말입니다. 혹시 당신에게 다른 조건이나 그런 걸 걸지는 않으셨습니까?”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뻔한 이야기군요.”


“네?”


“당신이 움직일 때 군주님 또한 함께 움직이실 작정인 모양이군요.”


“네?”


율하는 처음으로 허를 찔린 듯 맹한 목소리로 당황하는 율하. 그런 그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환주.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 한쪽에 놓아 둔 머그컵을 기울인다.


“이상하군요.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요?”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군주님께서 어째서-”


“글쎄요. 그건 군주님만이 아시는, 군주님의 마음이겠지요. 하지만 군주님께서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시고 아끼신다는 건 분명하죠.”


“......”


“기이한가요? 하지만 그럴 것도 없어요. 그리고 그런 걸로 우쭐할 것도 없고요.”


“그,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글쎄요. 어쩔지는 모르지요. 하지만 이건 알고 있나요?”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그분, 소군군주께는 이미 정혼자가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거기에 대해 당신은 어떤 생각인가요?”


“무엇이 어떤 생각이냐고 하시는 건지...”


“뻔한 이야기지요. 순진한 척이 항상 먹혀 들어가는 건 아니랍니다. 특히 같은 남자끼리는 말이지요.”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면 당신은 아무런 뜻도 없이 군주님을 한 순간 향락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입니까?”


“......”


“후후후, 복잡하지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요. 중요한 건 대중의 시선. 특히 황궁의 한족, 그것도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이지요.”


“알고...있습니다.”


“아니요. 당신은 모릅니다. 그 무게를, 거기에 얽혀 있는 복잡함을.”


“으음.”


“하지만 그걸 모른다는 게 당신의 잘못은 아니지요. 당신은 지금 겨우 열일곱일 뿐이니까요. 충분히 모든 것을 알지만 충분히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나이. 그런 것에 비해 당신은 충분히...여러가지를 알고 있는 건 사실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 걸로는 충분하지 않죠. 특히 그 군주님이 상대라면 말이지요.”


“저는-”


“당신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건, 군주님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중요한 건 어제 당신의 그 행동이 미디어를 탔고,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신시와 황궁에도 전해지겠지요. 중요한 건 결국 그 다음.”


“그 다음...”


“물러서느냐. 나아가느냐. 둘 중 하나가 되겠죠. 당신도, 군주님도, 한궁도.”


“......”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말씀드리고 싶은 건 거기까지. 세상의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도록 해요. 율하.”


“명심하겠습니다. 헌데 환주님께서 어째서 제게 그런...”


“당연한 것 아닌가요? 당신도, 군주님도 제가 속해 있는 고리의 상급자와 하급자. 적어도 제가 알지 못하는 그 약혼자라는 분 보다는 가깝게 있기 때문이죠. 또 그편이 재미 있기도 하고 말이지요.”


“......”


“어쨌거나 그 이야기는 거기까지. 군주님을 대신해서 제 이름으로 당신에게 독자적인 행동권을 부여하는데 동의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별개의 지원을 기대하지는 말도록 해요. 우리는 우리대로의 작전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제 개인의 움직임이 고리의 작전에 방해가 되면-”


“그 때가 되면 저희의 방식으로 처리하면 되겠지요.”


“저희의 방식?”


“방해하는 것은 제거한다.”


“으윽.”


“하하. 가벼운 농입니다. 게다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어차피 당신은 군주님과 움직이게 될 확률이 높으니 그리 되지는 않겠지요. 그래요, 군주님이 옆에 계시다면 말입니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부탁드리죠. 우리 군주님, 강하시기는 해도 때때로 무모하시니 말입니다. 지난번에 보인 것 처럼 당신을 그 분의 호위로 배치한 의미를 보여주세요. 그러하면 저 역시 처음보다, 지난 날 보다, 그리고 오늘보다 좀 더 당신을 신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신뢰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믿기지 않는 모양이죠? 저의 신뢰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뭐, 아무래도 좋겠지요.”


“......”


“하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어쨌건 약속은 뒤로 미루어야겠지요?”


“아, 저도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잘 되었네요.”


“아니, 그런 건...”


“귀하게 벌은 시간이에요. 잘 이용하도록 해요. 아니면 시간을 더 벌 또 다른 계책을 찾아내던가 말이지요. 적어도 이번 일은 저도 윗선에 그렇게 보고했고, 그렇게 받아들여졌으니 말이지요.”


“그렇습니까?”


“네. 그리고 이번에 그랬다고 다음에도 쉽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도록 해요. 저희 스승님으로부터의 초대는...그리 가벼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 역시 명심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러면...당신 때문에 제 귀중한 30분 정도를 낭비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껌뻑거리는 율하를 향해서 그의 테이블 위에 마치 산처럼 쌓여 있는 서류뭉치 하나를 내미는 환주. 율하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고는 서류와 환주를 번갈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등호문주님께 듣자하니 서류 처리능력 또한 아주 일품이라 하던데 말이지요.”


“아하하. 그, 그건 말입니다.”


“아니면 밤을 새서 일을 하고도 아직도 이만큼이나 일이 남은 전 당신에게 도와줄 가치가 없는 상관인가요?”


“...으음, 만약 아까 전에 환주님께서 저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풀었다고 하시지 않았다면 그랬을 지도 모르죠. 그리고 전에 그러시지만 않으셨어도....”


“어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요.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건, 어떤 감정이건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을 텐데요?”


“...그, 그건.”


“해요. 당장.”


작가의말

음- 바쁘네요. 일요일지만 내겐 그런 건 없어...


자아, 그러면 이 여름도 끝나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할 텐데 말이지요.

어쨌거나 슬슬 중간 히로인 인기 투표를 해 보고 싶은데 여기는 설문 란은 없는 것 같네요. 그 인기 투표의 결과와 추천수를 기반으로 하여 여름이 가기 전에 여름과 관계된 외전을 한 편 쓰고 싶은데...자아 그럼 일단.

현재까지 나온 캐릭터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의 번호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중복은 안 됩니다. (히로인투표는 아닙니다.) 집계가 높은 순으로 외전에서의 비중이 높아질 계획입니다.(아마도?)

1. 콜린 더글라스

2. 사요우 

3. 안이나임

4. 소군군주

5. 임가영

6. 천수아

7. 천태석(환주)(어?)

8. 박홍우(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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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6 13.11.26 1,638 46 26쪽
152 Chapter. 23 - 그날 본 용왕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8 13.11.25 1,349 52 25쪽
151 Chapter. 22 - 신시에서.. +6 13.11.23 1,906 44 25쪽
150 Chapter. 22 - 신시에서.. +4 13.11.22 1,637 44 24쪽
149 Chapter. 22 - 신시에서.. +7 13.11.21 1,644 42 25쪽
148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20 1,577 42 25쪽
147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9 1,192 44 24쪽
146 Chapter. 22 - 신시에서.. +8 13.11.18 1,480 48 24쪽
145 Chapter. 22 - 신시에서.. +5 13.11.16 1,529 42 24쪽
144 EP.3 epilogue - 맑음, 흐름, 비, 그리고 다시 맑음. +5 13.11.15 1,468 48 26쪽
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18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17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17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26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0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35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38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38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4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3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1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3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5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0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1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67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1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28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1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85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09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796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34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25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2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2 46 19쪽
»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0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06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76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73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83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29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1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17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2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07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24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44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2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1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28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85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36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1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84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59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59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2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1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895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19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39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48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4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5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4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3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5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0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3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1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28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5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893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64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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